소설리스트

나라를 구한 톱스타-19화 (19/250)

제6장. 홍보의 기회 (2)

프랑스 측으로부터 급하게 지원 요청을 받고 파견을 나갔던 적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전 세계 국가들을 통틀어서 헌터들의 전투력이 총 5위 안에 들 정도로 강국이었다.

그런 프랑스가 다른 나라에 지원을 해 주는 형태가 아닌, 도리어 SOS를 요청하는 경우는 절대로 흔치 않았다.

그만큼 상당히 강한 몬스터가 출연했음을 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봤던 몬스터가 바로 저 세이렌이다.

‘설마 레이드 시대가 끝났는데도 저런 강한 놈이 남아 있을 줄이야.’

이것은 내가 살짝 방심했다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잔여 몬스터들이라길래 그냥 찌끄레기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데이브와 고 교관도 세이렌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세이렌이 왜 나와!”

“망할!”

갈비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썩은 몸을 일으키는 녀석.

상체는 여성의 상반신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체는 머들린들과 마찬가지로 인어 꼬리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머들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체구가 녀석들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한다는 것.

그리고.

-끼에에에에엑!!!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을 내지르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헌터들에게 크게 밀리던 머들린들의 눈빛이 갑자기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광폭화.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몬스터는 저렇게 자신의 능력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전투력을 단숨에 가질 수 있다.

저것이 세이렌이 머들린과 다른 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무서운 점이기도 하다.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머들린 무리.

이로 인해 전투 양상이 아예 뒤바뀌기 시작했다.

“후, 후퇴해!”

“일단은 퇴각한다! 퇴각하고 난 후에 전열을 다시 다듬어!”

“쳇.”

짧게 혀를 찬 데이브가 다시 한번 빛으로 자신의 창을 감싸고서 광폭화된 머들린 두 마리의 머리를 도려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도망치지 않고! 랭크 낮은 녀석들은 빠져!”

데이브가 성격은 저래도, 나쁜 녀석은 아니다.

나도 데이브를 도와서 아직 랭크가 낮은 헌터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래 봤자 단지 시간 벌기에 불과할 뿐.

‘세이렌 녀석을 없애야 확실하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어!’

그러나 광폭화된 머들린들은 세이렌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벽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머들린은 그렇게까지 지능이 뛰어난 몬스터가 아니다.

아마도 세이렌이 녀석들을 조종하고 있을 터.

‘귀찮게 하네!’

쇠막대를 있는 힘껏 휘둘러 봤지만, 결국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파삭! 소리를 내며 부러지고 말았다.

다른 무기를 찾으려고 할 때.

-SSS-001. 무기를 보급해 드리겠습니다. 위쪽을 확인해 주세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드론 하나가 빠르게 내 머리 위를 활공하면서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텁!

오른손으로 그것을 낚아챘다.

낯설지 않은 느낌.

매우 익숙한 감촉이 찌릿하며 내 전신을 훑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던 무기 아이템 중 하나.

물을 퍼뜨리는 자, 스웰 소드.

“이걸 어떻게 가져왔대?”

내 아이템 컬렉션 창고에 따로 보관되어 있었던 건데.

뭐, 상황이 워낙 급박하니까 추궁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자.

아이템을 콱 움켜쥐자, 스웰 소드에 깃들어 있던 옵션 스킬이 발동했다.

나를 중심으로 물안개가 형성되었다. 물안개에 갇힌 머들린들은 아무것도 닿은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알아서 피를 토하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 모습에 데이브가 화들짝 놀라면서 내게서 떨어졌다.

“미친 새끼야! 나까지 죽이려고 그러는 거냐!”

“걱정하지 마. 피아 식별 정도는 할 수 있는 기술이니까.”

나와 같은 인간에게는 피해를 전혀 주지 않는다.

몬스터만 쏙쏙 골라서 없애는 광역기. 그래서 한때 내가 주로 이용하던 스킬이기도 하다.

광폭화된 머들린이라 할지라도 죽음의 물안개로부터 무사할 수는 없다.

휑한 세이렌의 눈동자가 내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까악까깍, 깎, 깍.

이번에는 다른 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예전에 세이렌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할지라도, 놈들이 무슨 의도로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등장했던 횟수가 워낙 적기도 하고.

그래서 협회 측에서도 세이렌의 노래를 거의 해석하지 못한 상태다.

헌터들과 사람들을 미친 듯이 공격하던 머들린들의 행동이 갑자기 멈췄다.

그런 뒤, 세이렌을 호위하듯 움직이면서 놈들이 나왔던 수로로 다시 몸을 감추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어딜 도망치려고!”

데이브가 창을 휘두르면서 놈들의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작전 중지. 작전 중지. 몬스터 추격보다 민간인 신변 보호에 더 중점을 두도록.

협회장이 직접 지휘통제실에서 마이크를 잡고서 우리에게 알렸다.

협회장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기에 나 또한 무기를 내린 채 놈들이 도망치는 것을 지켜봤다.

잠시 뒤, 거리에는 머들린의 사체와 푸른 피만 남아 있게 되었다.

승훈이 형이 내게 다가오면서 손등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미쳤다, 미쳤어. 설마 여기서 세이렌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냐. 죽다 살아났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승훈이 형과 달리.

내 머릿속에는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였다.

“형, 이거야!”

“이거? 뭐가?”

승훈이 형의 물음에 나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내 앨범을 홍보할 수 있는 찬스가 제 발로 찾아왔다고.”

* * *

협회장과 함께 나와 데이브는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다.

“어흠! 안녕하십니까. 헌터협회 협회장인 차지후입니다.”

차지후 협회장.

승훈이 형처럼 한때 헌터로 활동했던 남자지만, 부상을 당해 은퇴하고 협회에 들어가 헌터들을 서포터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협회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게 되었다.

차지후를 협회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바로 나, 강태오다.

헌터들의 평균 전투력으로 따지면, 대한민국은 10권 밖으로 내몰릴 정도로 약했다.

하지만 유일한 SSS랭크 헌터 보유국이라는 점 덕분에 차지후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헌터 강국들을 제치고 대한민국 출신으로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차지후 협회장은 유독 나를 신뢰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강태오 헌터가 여러분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뒤로 물러선 차지후 협회장은 내게 발언권을 넘겼다.

동시에 터지는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

데이브는 한순간에 주목받는 나를 보면서 질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방송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다.

말문을 떼기 전에 가볍게 물로 목을 축인 후.

“어흠, 강태오라고 합니다.”

짧은 내 자기소개에 다시 한번 기자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이번에 서울 일대에 등장했던 몬스터들의 정체부터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이름은 머들린으로, 무리를 지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몬스터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이어 갔다.

여기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은 바로.

“세이렌. 이 몬스터가 이번 사달을 초래했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헌터들과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주범, 세이렌.

사진을 띄우자, 기자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에게도 사실 많이 공개되진 않았다.

그렇다 보니 헌터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정보인데도 다른 민간인들에게선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새삼스럽진 않다.

“세이렌은 특이한 구조로 형성되어 있는 성대를 이용해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존재입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급 몬스터들을 통제할 수 있으며, 때로는 광폭화를 시켜 일시적으로 강하게 만들어 주는 성가신 녀석입니다.”

그 증거로, 나는 머들린들의 눈 색깔이 변한 장면을 이전과 비교해서 이들에게 보여 줬다.

“아직 세이렌과 살아남은 머들린 몇 마리가 한강, 혹은 지하수 아래에서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제, 어디서 녀석들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올지 모르니, 여러분들께선 각별해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 브리핑이 끝나 가려던 시점에서, 기자 한 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서순일보의 김용현 기자입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네, 말씀하셔도 됩니다.”

기자의 질문은 안 들어 봐도 뻔했다.

“도망간 몬스터들을 없앨 방법이 있습니까?”

역시, 예상했던 질문이 그대로 나왔다.

아직 몬스터들이 멀쩡히 살아 있다고 하는데, 신경 쓰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차지후 협회장이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

……이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내가 협회장의 말을 끊었다.

“있습니다, 녀석들을 붙잡을 방법이.”

방법은 다 있다.

단지.

‘어떤 방법’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 * *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나는 바로 HT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승훈이 형, 팀장 회의할 테니까 연락 좀 돌려 줄래?”

“엥? 갑자기 회의를 한다고?”

“응.”

승훈이 형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회의를 하려면 헌터협회에 가서 해야지, 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하냐.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형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 내가 선수를 쳤다.

“사람들 다 오면, 그때 설명해 줄게.”

세이렌을 보자마자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그 아이디어를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도 공유해 줄 생각이다.

오전에 모였던 멤버들이 다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양석정 팀장이 먼저 내 상태를 물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괜찮아요. 이 정도는 뭐, 고생한 축에도 안 끼니까요.”

게이트가 하늘에 대놓고 활짝 열려 있을 때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심한 일도 자주 겪었다.

머들린, 세이렌을 상대한 것 정도는 몸풀기 수준에 불과하다.

홍수홍 실장이 곧장 본론을 내게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저희를 다시 부르셨습니까?”

말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미리 준비해 둔 몬스터 사진 한 장을 빔프로젝터 화면에 띄웠다.

머들린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몬스터, 세이렌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떤 몬스터인지, 여러분들도 이제 잘 아시죠?”

이들은 내 물음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답했다.

“예.”

“아까 이사님께서 기자회견 때 다 설명해 주셨으니까요.”

“독특한 음파를 내보내서 하급 몬스터들을 조종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은 어떻게 잡아야 합니까?”

우리 회사 직원들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을 봤던 시청자들 역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도망친 세이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방법이 있긴 하다.

“세이렌은 음파를 능숙하게 다루는 몬스터입니다. 그래서 녀석을 자극하는 특정 음파를 발산하면, 놈은 알아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때 놈을 잡아내는 거죠. 이걸 제 앨범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할 겁니다.”

“예???”

몬스터를 유인하는 작전과 내 데뷔 앨범 홍보가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승훈이 형과 직원들.

내가 세운 작전은 이렇다.

“세이렌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제 타이틀곡을 쓸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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