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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62화 (162/162)

161화 복수 그리고 새로운 시작(완결)

“씨발, 너 도대체 뭐야!”

한주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놈의 태도에 기분이 나빴지만 그것보다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주었던 그의 촉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였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뒷걸음을 치며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이런 씨발! 야! 모두 저 새끼 조져!”

“예? 상무님, 그게 무슨…?”

갑작스런 명령에 부하들은 어리둥절하였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진 한주원은 더욱 거칠게 욕을 하며 소리쳤다.

“야! 그냥 가라면 가, 새끼야! 가서 저 새끼 죽여 버리라고!”

“예? 예 알겠습니다! 야! 다들 연장 챙겨!”

“예, 형님!”

십수 명의 부하들이 저마다 무기를 챙기며 다가갔다.

꽤나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상대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이 열렸다.

“한 상무 이 새끼, 여전히 쫄보네 이거. 그새 겁먹고 부하들 보고 나서라는 것 좀 봐.”

왠지 익숙한 음성에 한주원의 마음이 철렁하였다.

이것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자의 목소리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놈의 숨은 확실히 끊어졌었다.

게다가 드럼통에 넣고 시멘트까지 부어 굳혔다.

그럼 저 앞의 놈은 누구란 말인가.

곧 그 의문은 해소되었다.

저벅저벅.

두 걸음을 내딛자 상대가 가로등 불빛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놈의 얼굴.

그것을 본 한주원의 눈이 커졌다.

“씨발! 너, 너가 어떻게…!!”

김민호였다.

상대의 얼굴은 본 한주원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분명 죽었어야 할 조합장이 멀쩡히 살아서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는 한주원의 모습을 보며 싱긋 웃는 김민호. 한주원의 부하들이 다가오자 그는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휘익─

퍼억! 퍽! 퍽! 퍼억! 퍽! 퍽!

순간 다가오는 놈들의 머리가 모조리 터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이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비현실적인 모습.

하지만 그곳에서 흩뿌려지는 피와 육편들은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철퍼덕 철퍽 철퍽─

머리를 잃은 몸들이 중심을 잃으며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이, 이런 미친……!!”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

순간 자신이 헛것을 보는 건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코에서 느껴지는 짙은 피 냄새에 그는 사태 파악부터 했다. 그리고 단숨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씨발!”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였다.

“젠장, 이거나 처먹어!”

그는 품 안에 있던 칼을 집어 던졌다.

그것으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단지 놈의 허를 찔러 도망갈 기회를 만들려고 던진 것이었다.

칼을 던지자마자 그는 곧장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철거업체에 들어오기 전 육상선수를 한 적도 있었기에 도망치는 것이라면 충분히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에 불과했다.

서걱!

“끄아아아아악!”

순간 오른쪽 발목에 뜨거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힘이 빠져버렸다.

그 때문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얼굴을 박아버렸다.

콰당!

“크으윽!”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며 코뼈가 주저앉았다.

코에서 다량의 피가 흐르며 입술을 적셨다.

씁쓸한 피 맛이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처하자 한주원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였다.

도대체 왜 자신이 바닥에 자빠져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통증이 있는 발목을 보았다.

그곳을 본 한주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런, 개 같은…!!”

아무것도 없다.

발목 아래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멀쩡히 붙어있어야 할 것이 저 앞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

잘려진 부위에 선명한 피가 간헐적으로 뿜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자신의 발목 또한 피가 흘러넘치며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비틀.

피가 많이 빠져나가서인가.

현기증이 이는 듯 머리가 핑 돌았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래야 살 수 있는데.

그 특유의 생존본능이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다리 하나로 간신히 몸을 세워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탁! 탁! 탁!

발을 딛을 수 없으니 깡총깡총 뛰었다.

흡사 어렸을 때 놀이를 하던 것처럼 다리 한쪽에 힘을 꽉 주며 뛰었다.

그렇게 간신히 지푸라기처럼 생존에 대한 희망을 부여잡을 때였다.

서걱─!

콰당!

남은 발목 하나가 잘리면서 희망이 사라졌다.

아니다.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

손을 뻗어 상체를 세웠다.

무릎으로 하체를 받치며 한껏 몸을 움직였다.

군대에 있을 때 포복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치지지직!

시멘트 바닥에 옷들이 찢기며 살결에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쓰라린 통증이 엄습했지만 이를 악물며 버텼다.

어느새 무릎의 살결은 전부 까져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었다.

그 노고가 헛되지 않은 듯 어느새 눈앞에 자신이 타고 온 차량이 보였다.

더욱더 힘을 내었다.

저것을 타고 가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척.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낯선 이의 신발.

한주원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와! 부라보! 멋지다, 한주원! 그 몸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짝! 짝! 짝!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마치 자신을 한껏 조롱하며 즐기는 표정이었다.

좀 더 발버둥 쳐보라는 그런 의도가 다분한 표정.

“씨발…….”

그의 눈에 절망이 드리웠다.

그리고 곧 삶에 대한 갈망이 사그라지면서 눈빛 또한 꺼져갔다.

그것을 본 김민호는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발로 그의 머리를 짓뭉갰다.

퍼억!

김민호의 발이 그의 머리를 밟자 수박처럼 쪼개지며 뇌수가 터져나갔다.

부르르르르.

머리를 잃은 몸은 잠시 떨었다.

이윽고 그 질겼던 생을 다했는지 잠시 들렸던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발버둥 쳤던 몸짓 또한 이제는 그 모습을 잃은 지 오래.

그저 싸늘한 주검만이 그곳에 남았다.

그곳에 있던 놈들을 모두 처치한 김민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머리가 없는 시체들이 가득하였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봤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오금을 지렸을 것이다.

유혈이 낭자하고 시체들이 곳곳에 있는 모습은 자신이 봐도 딱히 유쾌한 장면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만약 경찰 같은 게 엮인다면 조금 귀찮아질 수 있었다.

딱히 해결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인간들의 기억을 조작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갖가지 수고가 필요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곳을 깔끔하게 치우는 편이 손이 덜 갔다.

어차피 이들은 실종으로 처리될 테니까.

휘익─

김민호가 손을 휘젓자 그곳에 있던 시체들이 바스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모래성이 바람에 날리듯 그렇게 먼지가 되며 사라졌다. 그들의 몸뿐만 아니라 바닥에 스며든 핏자국 또한 모조리 증발하면서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타고 왔던 차량 또한 모조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라지자 부두는 이전처럼 한적한 모습이 되었다.

마치 아무도 찾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곳에서 할 일을 모두 마친 민호.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3년 후.

화룡시 5구역, 아니 이제는 단지명이 생겼으니 노블 파크 캐슬이라 부르는 이곳은 오늘 무사히 사전점검을 마쳤다.

무려 5,000세대에 달하는 대단지.

비록 서울은 아니었지만 수도권 요충지였기에 많은 이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분양 당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져서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완판하면서 성공리에 분양을 끝냈다. 거기다 입찰 또한 공정하게 하였고 사업비를 많이 아껴서 비례율 150%를 달성하였다.

그로 인해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걱정하지 않고 무사히 집을 받을 수 있었으며, 무려 90%의 입주율을 자랑하였다.

조합장인 김민호 또한 입주를 하였다.

그것도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를 받았다.

그로 인해 몇몇 조합원들이 비리가 아니라는 말을 하였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산으로 처리하였기에 비리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그저 운이 좋다고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실 그건 민호가 조작을 했었다.

신의 힘으로 그렇게 처리를 하였다.

부정행위이긴 한데 뭐 어떤가?

조합장을 하면서 그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이정도야. 게다가 업체에게 뒷돈 하나 안 받고 조합원들에게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분양을 마치고 건축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건설 기간 중 자제 값이 많이 오르겐 했지만, 이미 착공을 시작했기에 공사비는 오르지 않았다.

시공사야 죽는 소리를 하였지만 그건 그들 사정이고 이쪽이 그것까지 봐줄 순 없었다.

그들은 천재지변이라고 소송까지 걸었지만 그래봐야 계약서가 있고 괜히 구설수에 올라봤자 그들만 손해였다.

이미 증가된 비용이 수백억이 넘었기에, 만약 그에 응했다간 조합원들 등골이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시공사는 자제를 빼먹거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몇몇 위치에서 부실 공사를 하려 하였다.

물론 김민호가 사전에 다 잡아내었기에 그것을 빌미로 더 좋은 자제를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건축을 마쳤다.

임시사용승인을 받고 오늘 사전점검까지 끝냈다.

결과는 대호평.

비싼 자제를 쓰고 부실 공사를 사전에 차단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사전점검 이후 입주가 마무리되자 조합이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것저것 자잘한 소송과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곧바로 청산을 할 생각이었다.

솔직히 세금보다는 소송이 문제였지만, 김민호는 그마저도 신의 힘으로 최단 시간에 처리하게 만들 계획이었다.

자신이 분양받은 펜트하우스. 그곳 테라스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았다.

강가와 어우러진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간만에 여유가 생긴 그는 잠시 여흥을 즐기기로 하였다. 이전에도 일과를 마치거나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신의 힘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였다.

“오늘은 영국으로 가볼까?”

자주 가던 유럽 중 오랜만에 가는 곳이다.

생각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팟!

* * *

영국 윈저성.

김민호는 그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간이 날 때 이곳에 자주 들렀다.

왜냐하면 이전에 칼슨으로 있었던 세계와 비슷한 건축물이었기에 그때가 생각날 때면 이렇게 들르곤 하였다.

관광지이기에 사람이 많았지만 아무도 민호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가 신의 힘으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유유히 그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예전의 그곳을 생각하였다.

이것저것 사업도 벌이고 도시도 만들며 꽤나 공을 들였던 자신의 영지였다.

자신이 사라졌으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는 하였다.

아직도 그곳에 있던 가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였다.

순찰대장인 우터, 기사단장인 에드, 정령사 에밀리, 마법단장인 아르모, 그 외 다른 이들까지….

신이 돼 감정이 많이 마모되었지만 가끔씩 이렇게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던 그때, 갑자기 뭔가를 본 듯 눈을 크게 떴다.

“젠장, 이번엔 또 뭐야?”

이 세계에 큰 위험이 발생하였다.

재작년에 있었던 대규모 전염병은 아닌 것 같았다.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하늘 위.

아니 대기권 밖인가?

김민호는 그곳으로 즉각 이동하였다.

* * *

지구 밖 우주공간.

그곳으로 이동한 민호는 위험한 기운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곧 그것을 찾았다.

“아, 저거네!”

그것은 지구로 오고 있는 소행성이었다.

지금 다른 우주공간에서 이곳으로 커다란 소행성이 오고 있었기 때문.

위치를 보니 대략 55광년 정도 떨어져 있었다.

딱히 지금 없앨 필요는 없었지만 괜히 이것이 알려져 혼란을 초래하기는 싫었다.

인간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처리하는 게 깔끔하였다.

“젠장, 간만에 힘을 써야겠네.”

그동안 신이 되고 관리자가 되면서 많은 힘을 부여받았지만 제대로 그 힘을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자잘한 일들과 자신의 여흥을 위해 쓴 게 전부.

저런 소행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큰 힘이 필요하였다.

스윽.

자세를 잡고 힘을 집중하였다.

엄청난 에너지가 그의 앞에 모였다.

그 에너지들이 점점 뭉쳐지더니 은은한 빛을 내는 구를 만들어내었다.

대략 직경 5미터 정도의 크기.

막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는 주변을 진공으로 감쌌다.

그리고 그것을 소행성 앞으로 보내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리는 소행성.

자잘한 파편들이 우주에 퍼져가며 먼지처럼 변해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민호는 어깨를 돌려가며 몸을 풀었다.

간만에 많은 힘을 써서인지 약간 무리가 갔다.

하지만 좀 쉬면 나아지는 정도.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낸 그는 몸을 돌려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곳은 푸르고 아름다웠다.

자신이 관리하는 세계.

이제는 저곳이 자신의 새로운 영지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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