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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61화 (161/162)

160화 다시 돌아왔다.

자신 또한 한 성깔 하는 신이였지만, 저런 식으로 두서없이 막 내뱉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대가 신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원 이동이 상당히 힘들었나 보군.”

“…크윽, 이 씨발! 개 같은 놈이!!”

다시 그를 향해 욕을 내뱉는 칼슨.

그의 말대로 칼슨은 차원 이동 시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그래도 한 번은 경험해봤다고 이전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그 고통이 익숙해질 만큼 유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그는 바로 검을 뽑아 베이모스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는 차원의 지배자.

이제 막 신이 된 칼슨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파아아아악!

무형의 기운이 그의 검을 꽉 잡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신이 된 칼슨이 있는 힘을 다해 휘둘렀지만 차원의 지배자에게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것도 한참.

칼슨의 공격을 막아선 베이모스는 차분한 음성으로 그에게 말을 하였다.

“이제 그만 좀 흥분을 가라앉히지 그래. 기분이 나빴다면 내가 사과할게.”

“닥쳐 이 새끼야!!”

“거참, 흥분 좀 가라앉히라니까. 신이 됐으면서 왜 이리 감정에 휘둘리고 그래? 아, 방금 차원 이동을 했구나. 그럼 어느 정도 이해하지. 그래도 좀 진정하라고.”

“이런 씨팔!”

짜증이 폭발했지만 그의 말을 들으며 점차 상황을 인식한 칼슨. 순간 거짓말같이 화가 가라앉으며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이제 뭘 할 생각이지?”

다소 신경질적인 태도였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많이 차분해진 어조. 이에 베이모스는 싱긋 웃으며 대답을 하였다.

“흠, 이제 대화를 할 마음이 생겼나 보군.”

“잡설은 닥치고 본론만을 말해.”

“크큭,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직까지 감정이 남아있는 말투였다. 하지만 베이모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그저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네가 우리 차원의 관리자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뭐?”

“다행히 우리 차원에 관리할 세계가 마침 하나 남았거든. 네가 그곳을 관리하길 바란다.”

관리자가 되라는 말.

이에 칼슨은 눈을 가늘게 뜨며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관리자가 되라고? 내가 그걸 할 것 같아?”

그의 제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칼슨.

이에 베이모스는 여전히 미소 지은 채 말을 하였다.

“뭐, 원치 않은 부탁으로 들리겠지만 이것은 굉장한 기회야. 너도 알겠지만 관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가 않아. 차원에 구성된 세계가 있어야지만 그것을 할 수 있거든. 그런데 딱 이곳에 그 자리가 하나 남아있어. 이건 기회라고.”

“그걸 해서 내가 얻는 건 뭐지?”

칼슨의 냉소적인 질문.

베이모스는 웃으며 대답하였다.

“이걸 안 하면 네가 이곳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아, 말이 좀 그랬나? 그렇다고 막 소멸되거나 하는 건 아니야. 단지 이곳 차원에서 추방될 뿐이지.”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냥 네가 스스로 차원을 만들고 세계를 구축할 때까지 개고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거지 같은 일이 생길 거란 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한마디로 무주공산에서 맨땅에 헤딩하라는 소리였다.

“씨발.”

칼슨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을 때 또다시 이어진 베이모스의 말.

“참고로 우리 정도 되는 차원을 처음부터 만들려면 35억 광년 정도 걸리지.”

35억 년이어도 거지 같은데 35억 광년이라니.

아무리 자신이 신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그러니 관리자가 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럼 한 5억 년 정도쯤에는 이곳 차원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거야.”

35광년에서 5억으로 대폭 줄었지만 여전히 거지 같은 수치인 것은 변함없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무료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 정말 어마어마한 혜택 아니야?”

“…….”

오히려 시간보다 이것이 더 끌리긴 하였다.

하지만 딱히 혜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베이모스 또한 그것을 알고 한 가지 조건을 덧붙이며 말하였다.

“대신 관리자로 네가 맡을 세계는 너도 잘 알고 있는 곳이야.”

“뭐?”

그가 던진 말이 칼슨의 마음 동요를 일으켰다.

“바로 네가 있었던 곳이지. 지구 말이야.”

“그, 그게 정말인가?”

이전에 살던 곳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칼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모습을 본 베이모스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있을 수 있어. 원한다면 이전에 있던 김민호의 모습으로 말이야.

아, 참고로 기존의 몸은 이미 망가졌기 때문에 못써. 하지만 이전의 몸처럼 변형시키는 게 가능하니 별 상관은 없겠지.”

물론 상관없다.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이전에 살았던 김민호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물론 관리자로서 그 의무를 해야 했지만 신의 능력을 가진 그였기에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말은 칼슨의 마음을 당기게 하였다.

“아무튼 네가 담당하는 세상을 말아먹는 일만 아니면 네 맘대로 할 수 있어. 그러니 얼마나 좋아?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

왠지 약장수 같은 말에 조금 의심은 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저놈이 우려한 세상을 말아먹을 일 따윈 하지 않는다.

자신은 미친놈도 아니고 변태 사이코패스 새끼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한낱 인간이었다가 신이 된 것일 뿐.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지구를 관리하는 신이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이전의 삶까지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알았다. 그 제안 수락하도록 하지.”

“그래, 잘 생각했어. 환영한다, 새로운 관리자여.”

그 말과 함께 지배자인 베이모스는 칼슨에게, 아니 이제 김민호가 된 새로운 관리자에게 관리자로서의 힘과 권한을 부여하였다.

순간 빛이 뿜어지며 김민호의 머릿속에 관리자로서의 의무와 권한에 관련한 지식들이 물밀듯이 스며들었다.

게다가 베이모스에게 받은 힘 또한 온몸으로 느껴졌다.

힘을 얻은 김민호는 곧장 자신의 몸을 변화시켰다.

그것은 바로 죽기 이전 자신의 모습.

백금발의 머리가 검게 변하고 이목구비 또한 이전 김민호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체형과 복장 또한 그에 맞게 변하였다.

모습을 바꾼 그는 베이모스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럼 난 이만 일을 하러 가겠다.”

“그래, 잘 부탁한다. 새로운 관리자여.”

베이모스의 말에 지구의 새로운 관리자인 김민호는 쓴웃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잠시 후.

팟!

섬광이 번뜩이며 김민호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인천 어느 바닷가 부두.

한때 어부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꽤나 한적해진 이곳.

게다가 지금은 한밤중이었다.

아무도 여기를 찾지 않을 시간인데도 불구, 꽤나 많은 인원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대략 십여 명의 사람들.

모두 덩치가 좋은 건장한 남성들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고 드문드문 드러난 살결엔 거뭇거뭇한 문신이 비치고 있었다.

딱 봐도 조폭 같은 이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그곳에서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꽤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몇몇 이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고, 몇몇은 핸드폰을 들며 게임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한참 노가리를 까고 있을 때 주변에 환한 빛이 잦아들며 차량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부르르르릉─

웬 검은색 승합차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들어오자 농땡이를 피우던 놈들이 갑자기 군기가 번쩍 들며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담배를 피우던 이는 급히 내던지며 발로 밟아 불을 끄고, 핸드폰 게임을 하던 이는 바로 끈 다음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끼익─!

이윽고 차가 멈추었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며 몇몇 남성이 나왔다.

그 중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덩치 큰 남성이 그곳에서 나왔다.

쫙 빠진 양복에 꽤나 고급스런 시계를 차고 있던 그가 차 안에서 나오자 그곳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오셨습니까, 상무님!”

담배를 피우고 있던 그는 한 모금 깊게 빨더니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꽁초를 밟으며 소리쳤다.

“씨발, 조용히 해! 새끼들아. 여기 있다고 광고할 일 있냐!”

그가 욕을 하며 소리치자 그곳에 있던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톤을 좀 더 낮춰 말하였다.

“죄, 죄송합니다. 상무님.”

“쯧, 새끼들이 도대체가 생각이 없어, 생각이! 그러니까 니들이 빡 대가리란 소릴 듣는 거야, 알겠어? 씨발놈들아!”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 상무라는 남성. 욕을 하며 거칠게 말을 내뱉는 그는 화룡 5구역을 작업하려 했던 철거업체인 참원, 그곳의 상무인 한주원이었다.

그는 몇 시간 전 화룡 5구역의 조합장인 김민호를 처치하고 그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는 목을 까딱거리더니 옆에 있던 부하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야, CCTV는 확실히 처리했지? 목격자도 없고?”

“예, 상무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다 깔끔하게 처리하였습니다.”

“그래, 문제 안 생기게 잘해라? 그리고 그 새끼는?”

“아, 김민호 말입니까?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야! 어서 가져와라!”

그의 말에 두 명의 장정이 축 늘어진 남성을 양쪽에서 잡고 들고 온다.

그러고는 준비해 둔 드럼통에 그를 집어넣어 버렸다.

터엉!

빈 드럼통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자 제법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에 시멘트를 부어 넣는다.

푸드덕! 푸덕!

양갱이 좀 덜 됐는지 부드럽게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다 버릴 거. 대충 굳기만 하면 되었다.

시멘트를 가득 채운 후 뚜껑을 꽉 닫았다.

그리고 그것을 배에 실었다.

무게가 꽤 나갔기 때문에 장정 서넛이 달려들어 겨우 옮겼다.

그러자 한주원이 고개를 까딱거리자 배에 타고 있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배가 움직였다.

탈탈탈탈탈─

상당히 낡은 배였는지 움직이면서 메케한 매연을 뿜고 거친 소음을 내었다.

그들은 적당히 나간 후 드럼통을 바다에 버릴 심산이었다.

그렇게 배를 떠나보낸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크에에엑~ 퉤!”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운 한 상무는 걸쭉한 가래침을 뱉으며 꽁초를 버렸다. 그리고 코를 비비며 말하였다.

“크음, 그럼 난 이만 간다. 뒷정리 잘해라.”

“예, 상무님.”

그렇게 돌아서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탈탈탈탈──

익숙한 거친 소음이 바다 쪽에서 들려왔다.

바다로 나갔던 배가 금세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배가 돌아오자 한주원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고는 소리쳤다.

“야, 씨발! 적당히 나간 뒤 버리라고 했지 왜 벌써부터 오고 지랄이야! 새끼들아!”

잔뜩 화가 난 한주원은 배를 타고 나간 부하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는다.

깔끔하게 처리하려고 좀 나가서 버리라고 했는데 근처에다 버리고 온 모양이었다.

딱 봐도 귀찮아서 대충 처리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보였다.

그는 부하들이 오면 단단히 혼을 내주기 위해 이를 갈며 기다렸다.

잠시 후 배가 도착하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그곳에서 내렸다.

3명이 갔는데 내리는 것은 한 명이었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조금 이상했지만 잔뜩 벼르고 있던 한주원은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채 주먹을 쥐며 다가갔다.

그의 머릿속엔 말 안 듣는 부하를 한 대 때릴 생각뿐이었다.

“야, 너, 뒤졌어. 아오, 씨발!”

성을 내며 다가갔는데 부하 녀석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제야 뭔가 수상함을 눈치챈 한주원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뜨며 상대를 확인해보았다.

달빛에 살짝 비친 실루엣을 보니 자신의 부하랑 다른 체격이었다.

분명 부하 녀석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한주원은 소리치며 물었다.

“누, 누구냐? 너!”

한주원의 외침에도 상대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비록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놈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흡사 비웃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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