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천족의 음모 (2)
천존과 마왕.
강력한 두 존재의 전투.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그것도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지이이이잉──
천존의 창이 아운의 가슴 정중앙을 뚫어버리며 커다란 구멍을 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넘치는 새하얀 기운에 의해 아운의 몸이 서서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빌어먹을…!】
자신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낀 아운.
이곳에 강림하게 되어 자신이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처음에는 많은 인간들을 죽이며 그의 분노를 마음껏 터트릴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천족의 계략이었다.
자신이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슴속에서 분노가 활화산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의 몸은 조금씩 식어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자신의 근간을 이룬 분노마저 꺼져버리고 말았다.
씨익─
반면에 싸움에서 이긴 천존은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제법 힘든 싸움이었다.
운이 좋아 놈에게 기습을 가할 수 있었다.
먼저 치명상을 입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욱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패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이겼다.
방법이야 어찌 됐든 놈을 꺾고 승리를 쟁취하였다.
이기고 살아남아야만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는 지그시 앞을 바라보았다.
마왕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이 보였다.
이제 눈앞의 놈이 없어지면 이곳은 자신의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천존이 그렇게 승리에 도취한 채 즐거워하고 있을 때였다.
퍼어억!
갑자기 죽어가던 아운의 머리통이 터져버렸다.
그러면서 그 파편과 피가 천존의 얼굴에 잔뜩 뿌려졌다.
【…!!】
갑작스런 상황에 천존의 눈이 커졌다.
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렇게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의구심.
물론 상대는 거의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머리가 터져버리며 죽어버리다니.
그 같은 상황이 천존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설마 마왕이 스스로 자결을 한 것인가?
아니면 원래 죽을 때 저렇게 죽는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그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철 거인?】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철갑의 거인.
분명 어느 인간이 조종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칼슨이 탄 기간테스.
방금 전까지 천족들을 공격했던 그가 자신이 거의 다 죽인 마왕의 머리를 박살 낸 것이다.
‘뭐지, 이것은?’
처음에는 마족을 상대하더니 방금까지는 또 천족을 죽였다. 그리고 이제는 마왕을 머리에 검을 쑤셔 넣어 터트려 버렸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놈의 행동에 천존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휴,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칼슨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봉인 해제 카운트와 능력치 올라가는 재미에 정신없이 천족을 죽이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왕이 거의 다 죽어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칼슨은 고민하였다.
이대로 마왕이 죽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천족을 죽이면서 얻는 능력치가 제법 쏠쏠하였다.
그렇다면 보스급인 마왕을 죽인다면 과연 어떨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엄청난 능력치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놈을 이대로 놓친다면 한 번에 많은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
거기다 어차피 마왕이 죽으면 천족의 대장 또한 자신을 노릴 터. 최대한 강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결심을 한 칼슨은 몸에 힘을 모았다.
그런 다음 그곳을 향해 전력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오러를 집중하였다.
파아아아아앗!
이미 기간테스에 탑승한 상태에 검으로 인해 공격력 또한 급상승한 상태. 거기다 천족을 죽이고 오른 능력치까지 하니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나왔다.
퍼어어어억!
그 위력으로 단숨에 마왕의 머리통을 박살 내었다.
이미 죽어가던 마왕이었지만 그가 정상적인 상태였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힘이 13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15 증가하였습니다.]
[지능이 6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14 증가하였습니다.]
[정신력이 12 증가하였습니다.]
[지배력이 24 증가하였습니다.]
마왕이 죽자 떠오르는 메시지들.
예상대로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였다.
이제껏 많은 능력치를 올렸다.
칼슨은 자신의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올라갔는지 궁금하였다.
그래서 스킬을 사용해 한번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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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칼슨 드레이크
나이 : 25세
클래스 : 이모탈(Immortal)
힘 EX(87) 민첩성 EX(92) 지능 EX(86) 체력 EX(85) 정신력 EX(89) 지배력(오러) EX(72)
스킬
정보 열람(초월/성장)
비전 검술-일섬(전설)
비전 검술-칠흑(전설/성장)
비전 검술-땅거미(전설)
오러 바디(에픽)
극의(전설)
회심의 반격(전설)
칭호
초인
잔혹한 카리스마
전장의 사신
검왕
마족 살해자
불멸자.
벤투스 왕국 드레이크 공작령의 영주.
모든 능력치가 EX급이 되어 초월적인 경지가 되었다.
그로 인해 노화하지 않고 영원한 수명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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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능력치가 엄청 올랐다.
이제는 SSS급을 넘어 EX급이다. 그것도 모든 능력치가 말이다.
그 때문인지 클래스도 변경되었다.
영주에서 이모탈.
즉 불멸자가 되었다.
이젠 늙지 않고 수명이 다해 죽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불노불사의 상태가 된 것이다.
흡사 반신(半神)과도 같은 존재.
비약적인 성장에 꽤나 만족스러웠다.
강해진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 확인해보니 성장이 더욱 잘 느껴졌다.
게다가 모든 수치가 EX급 중상 이상.
이제 곧 GOD 등급인 100도 가능해 보였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제까지의 성장상태를 보건대 무척이나 강해질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칼슨이 그렇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그때, 그의 앞에 있던 천존이 그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슈우우우욱!
새하얀 빛을 뿜는 그의 창이 무서운 속도로 칼슨에게 파고든다. 하지만 능력치가 올라간 칼슨은 그것이 매우 느리게 느껴졌다.
가벼운 동작으로 쉽사리 그것을 회피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몸을 틀어 사선으로 검을 내리쳤다.
서걱!
기간테스의 거검이 천존을 베었다.
깊지는 않았지만 그의 오른쪽 팔이 긴 자상이 생기고 말았다.
일반적인 공격이었다면 별거 아닌 피해.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부글부글.
가벼운 상처였지만 이상하게도 회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끓어오르며 악화되어 갔다.
대체 왜 이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 상처가 심해지면 안 되었다.
천존은 즉시 천족의 권능 중 하나를 사용하였다.
그것은 바로 복원.
샤아아아아───
새하얀 빛이 그곳에 스며들자 그곳에 있던 상처가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마족의 재생과 비슷했지만 다른 종류의 권능.
그것은 몸을 회복하는 것이 아닌 원래 상태로 돌리는 능력이었다.
천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상처는 사라졌지만 받은 데미지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힘이…….】
비록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해를 입힌 그 힘은 절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권능 같은 초월적인 힘이었다.
으득.
천존은 이를 악물며 그에게 자신의 권능을 행사하였다.
일반 천족은 엄두도 못 낼 천존만의 고귀한 권능.
자신에게 불온한 이들을 빛으로 멸하는 능력.
바로 정화였다.
가가 앞으로 손을 뻗었다.
새하얀 빛이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오며 칼슨을 덮쳐왔다.
막강한 천존의 권능이 칼슨에게도 느껴졌다.
저것에 닿으면 자신도 무사하지 않을 거란 느낌.
그렇다고 잠자코 맞아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은 이미 반신의 경지.
있는 힘을 다해 정면으로 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천존이 뿜어내는 빛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고는 서서히 부서지면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자신의 권능이 허무하게 사라지자 천존의 눈에서 당혹감이 서렸다.
자신의 권능은 막강하였다.
저리 쉽게 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만심이 아니라 천계에 같은 천존들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의 권능을 어떻게 손쉽게 파훼하다니.
그것도 한낱 인간 따위가 말이다.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눈앞에 펼쳐진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수많은 천족들이 칼슨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 수가 어림잡아 수백은 거뜬히 넘어갔다.
마왕이 사라지자 마족과 마수가 사라지면서 천족들이 올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칼슨은 이미 반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기간테스로 인해 그 위력이 몇 배로 올라 있었고 그의 검인 아쉬고르또한 어마어마한 능력을 이끌어주었다.
칼슨은 천족들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이제껏 상대한 결과 그들의 강함은 마족들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수는 많았지만 단지 그뿐. 그들의 공격은 결코 칼슨을 해할 수 없었다.
퍼어어억! 서걱!
[천족 살해 57/100]
[힘이 3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2 증가하였습니다.]
[정신력이 1 증가하였습니다.]
휘두르는 족족 천족들은 죽어 나갔다. 그들의 권능인 복원이 있었지만 워낙 칼슨의 공격력이 강하여 권능 자체가 사용될 여지가 없었다.
그냥 압도적인 힘에 의해 부서져 버릴 뿐.
그 앞에선 알량한 권능 따윈 지푸라기만도 못해 보였다.
퍼어억! 퍼억!
[천족 살해 63/100]
[힘이 2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3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1 증가하였습니다.]
서걱! 콰지직!
[천족 살해 72/100]
[민첩성이 3 증가하였습니다.]
[지능이 2 증가하였습니다.]
[…….]
[천족 살해 84/100]
[민첩성이 1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은 절대적인 속도를 획득합니다.]
민첩성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말은 곧 100이 되었다는 말. 이어져 나온 메시지에서 절대적인 속도를 얻었다고 하였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칼슨의 주변이 갑자기 느려졌다.
본래 천족의 움직임은 무척 기민하였다.
나는 새들마저 우습게 보일 정도.
일반인은 물론 기사들에게조차 버거울 정도로 그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지금 칼슨의 눈에는 굼벵이보다 느려 보였다.
아니 거의 멈춰있는 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데 느려진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공격으로 인해 여기저기 날아가는 파편.
천족들이 상처 입으며 비산하는 그들의 혈액.
그들의 몸뚱이가 땅에 떨어지면서 일으키는 흙먼지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느려지고 말았다.
마치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움직임이 느려지진 않았다.
다만 타고 있던 기간테스가 자신의 움직임을 버텨내지 못하였다.
콰지지직!
끼이이이이익!
몸을 움직이려 하려는데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불쾌한 소음이 나며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칼슨은 기간테스에서 내렸다.
치이이이이이이이….
헤치가 열리는 속도 또한 너무나도 느렸다.
그래서 그냥 뜯어버리고 나와 버렸다.
우드드득!
땅에 발을 딛고 제대로 움직여 본다.
조금 몸이 무거운 느낌은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평소랑 다를 바 없었다.
눈앞에 수십의 천족들이 자신에게 창을 들이밀고 있었다.
수많은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칼슨은 일말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멈춘 듯이 느렸으니까 말이다.
칼슨은 그들을 향해 차분히 검을 휘둘렀다.
휘둘러지면서 공기가 터져나가며 충격파가 생성되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검이 놈들에게 닿았다.
가볍게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천족들은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리고 만다.
프어어어어어어억……. 파아아아아악…….
검에 부딪히며 터지는 소리가 마치 늘어진 음성으로 들려온다.
놈들의 몸이 부서지는 것조차 느려졌다.
그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보였다.
그저 적을 죽이겠다는 생각만 가득한 용맹한 얼굴들.
자신이 지금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 저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느낄 새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천족 살해 87/100]
[힘이 4 증가하였습니다.]
[힘이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은 절대적인 힘을 획득합니다.]
또다시 눈앞에 뜨는 메시지.
칼슨의 몸에서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