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천족의 음모 (1)
마치 태양과도 같은 눈이 부신 빛이 생성되자 모두 눈을 찌푸린 채 인상을 썼다.
“크윽! 이것은 도대체…?”
아드리안 또한 그 강렬한 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였다. 난생처음 느낀 이 기운은 매우 특이하였다. 마족의 끈적끈적한 기운과는 달리 청량한 느낌. 아니 그것보다 조금은 더 차갑고 공허한 느낌이었다.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였다.
마족과는 완전히 상반된 느낌.
그렇다면 추측할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뿐이었다.
“천족이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재물을 통해 이곳에 나타나는 마족과는 달리 천족은 달리 소환하거나 강림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니 최소한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었다.
스윽.
빛 속에서 어떤 이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팔다리의 느낌을 보면 사람과 거의 흡사하였다.
이목구비 또한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잘 모르겠지만 사람보다는 인형에 가까운 느낌이다.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인공적인 얼굴.
그들은 하나둘씩 빛 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아운은 비로소 그 인간이 왜 자신을 강림시켰는지를 알았다.
그것은 이 세상의 균형.
자신이 이곳에 강림하여 이곳의 균형추가 기울어졌다.
그렇게 되어 다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족의 개입이 허락된 것. 분명 그것을 알고서 자신을 이곳에 강림시켰을 테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안 아운은 분노하였다.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은 천족을 향하였다.
스윽─
콰과과과광!!
그의 권능이 천족들을 공격했지만 천족 또한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 그것을 방어하였다.
상대가 손쉽게 자신의 힘에 저항하자 아운은 이를 갈았다.
눈앞의 천족들은 결코 상위의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족과는 서로 상성이 좋지 않았다.
마냥 자신이 100의 힘을 쏟아 공격한다면 놈들은 10의 힘만으로 거뜬히 막아낼 수 있었다.
결국 권능으로 놈들을 제압하기는 어렵다는 말.
그렇다면 그 외의 능력으로 상대해야만 했다.
잠시 생각한 아운은 곧장 손을 펴 전방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곳에 열 개가 넘는 검은 구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족과 마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곳에 쏟아지는 자신의 군단들을 본 아운은 만족스런 표정을 하였다.
어차피 천족이나 마족이나 급은 같았다.
서로 권능이 힘을 못 쓰니 피차일반. 천족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지금이 수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콰아앙! 퍼억! 콰직! 퍽!
시커먼 구에서 튀어나온 마족과 마수들이 그대로 천족들과 맞붙는다.
아직 이곳에 나타나기 전인 천족. 그들에 비해 마족과 마수들의 수가 많기에 많이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점점 천족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 전세는 점점 평형을 이루어져 갔다.
그것을 지켜본 아운은 자신이 가세하여 천족들을 상대하였다. 비록 권능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가 지닌 본신의 강함은 여전하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차니 천족들의 몸이 버티지 못하며 부서져 갔다.
그렇게 다시 전세를 회복하려던 그때 마족을 향해 공격하는 이가 있었다.
부우우우우웅!
칼슨이 탄 기간테스의 거대한 검이 마족 몇을 짓이겨버렸다.
[마족 살해 87/100]
다시 카운트가 올라갔지만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마족들을 일일이 쫓아 다니며 쓰러트릴 수 없었다.
현재 천족들에 의해 마족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으며 재수 없으면 숫자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었기에 조금 서둘러야 했다.
그리 판단한 칼슨은 오러를 한곳에 집중하였다. 그런 다음
칼슨은 다량의 마족을 처치하기 위해 비전 검술 사용하였다.
푸욱!
검을 땅에 꽂자 검에 서려 있던 오러 블레이드가 검게 변하였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방사형으로 퍼지기 시작. 각 마족들의 발밑에 드리워졌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검은 칼날에 의해 마족들은 갈기갈기 찢겼다.
[마족 살해 99/100]
급속히 채워지는 마족 살해 카운트.
이제 완료까지 하나 남았다.
그런데 그들과 싸우고 있던 천족들마저 그 여파에 휩쓸리며 피해를 입고 말았다.
갑작스레 자신들을 공격하는 이가 나타나자, 천족들은 그 대상을 바라보았다. 마치 인형같이 무심한 얼굴. 그 공허한 눈빛이 자신에게 꽂히자 칼슨은 순간 위기감이 느껴졌다.
‘설마……?’
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더니 다시 마족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였다. 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자 칼슨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그를 짓누르는 듯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뭐야? 이건!’
자신을 짓누르는 무형의 힘에 당황한 칼슨.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참 천족들이랑 싸우던 아운이 무서운 표정을 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발, 저건 또 갑자기 왜 저래!’
그냥 계속 천족들이랑 싸우고 있지. 왜 자신에 지랄인 건지. 칼슨은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운은 칼슨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그 권능을 발휘하였다.
“젠장!”
놈의 공격에 대비한 칼슨이 재빨리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그리고 칠흑 같은 검은 장막을 만들어 아운의 권능을 막아섰다.
부우우우욱!
뭔가 기이한 소리와 함께 칼슨의 장막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칠흑 같은 장막은 아운의 분노가 버거운 듯 요동치고 있었다.
“크으윽!”
감당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힘이 칼슨에게도 전해졌다.
기간테스로 인해 그 위력이 몇 배로 커졌고 봉인이 일부 해제된 아쉬고르로 인해 효과 또한 무척 좋아졌지만 상대는 마왕.
한낱 인간의 능력으로 마왕의 권능을 정면에서 이겨내기가 아직은 버거웠다.
그렇게 곧 마왕의 권능이 칼슨을 뭉개버리기 직전.
갑자기 그의 권능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마왕의 힘이 사라져 버리자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궁금한 칼슨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아운의 가슴이 긴 창에 꿰뚫려 있었다.
그 창에서 나오는 새하얀 빛에 아운의 몸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이런 빌어먹을…!!】
제법 고통스러운지 표정이 구겨진 그는 자신을 찌른 자를 보았다. 그리고 곧 당혹감에 서린 눈빛을 하였다.
【네, 네놈은 설마……?】
아운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마족에게는 자신 같은 마왕이 있듯이 천족 또한 그에 준한 존재가 있었다.
【…천존!!】
그의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보면 확실히 자신과 동급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입힌 공격이 치명적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아운은 놈에게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을 끌어 올리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몸에 꽂혀 있던 창이 빠지면서 간신히 몸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천존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아운을 향해 그의 창이 공격해 들어왔다.
콰아아아아앙!
아운은 자신의 주먹으로 그것을 맞받아쳤다. 그러자 큰 충격이 터지면서 주변이 흔들렸다.
그렇게 아운이 천존과 싸우고 있을 때, 칼슨은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검의 봉인 해제를 위해 마족 하나를 순식간에 처리하였다.
서걱!
[마족 살해 100/100- 조건 달성]
[탐욕이 일부 충족되었습니다.]
[2차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검의 특성이 어느 정도 개방되었습니다.]
───────────────────────────
아쉬고르 - 전지전능
속성: 공허
공격력: 2,998(2,000↑)
특성
*마력 차단.
*파괴 불능.
*오러 증폭.
*상처 악화.
*탐욕의 섭취.
*무력화.
───────────────────────────
[탐욕의 섭취]
───────────────────────────
아쉬고르로 처치한 대상의 능력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없는 능력치는 흡수할 수 없음.
───────────────────────────
[무력화]
───────────────────────────
어떠한 힘이라도 굴복시킵니다.
───────────────────────────
마침내 2차 봉인이 풀렸다.
그로 인해 얻은 능력과 특성은 예상보다 더 좋았다.
일단 호칭부터가 전지전능.
엄청 좋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었다.
기대심에 부풀며 다른 것도 살펴보았다.
우선 공격력이 2,000이나 증가하였다.
이전엔 고작 700정도 올랐을 때도 체감이 상당하였는데 2,000이나 오르다니. 현재는 거의 3,000. 기존의 3배 정도의 수치였다.
거기다 추가적으로 생긴 2가지 특성.
그중 탐욕의 섭취는 정말 사기적인 특성이었다.
죽인 대상의 능력치 일부를 흡수한다.
그 말은 즉 대상을 없앨 때마다 자신의 능력치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말.
그야말로 극강의 특성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특성인 무력화.
이것은 설명이 너무나 짧아 어떤 것인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떤 힘이라도 굴복시킨다고 하는데 이 문구만으로는 어떤 특성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탐욕의 섭취’가 워낙 좋은 특성이기에 이미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비슷한 수준의 좋은 것이라 생각하였다.
아무튼 2차 봉인이 풀렸기에 이제 마지막 봉인만이 남은 상황. 칼슨은 검의 위력을 시험할 겸 봉인을 풀기 위해 천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서걱! 서걱! 서걱!
[천족 살해 3/100]
거대한 기간테스의 검이 지나가자 3명의 천족이 박살이 나버렸다.
가볍게 오러를 둘러 휘둘렀을 뿐인데 족족 죽어버린다.
언제 볼 수 있을 줄 모르는 천족들이다. 이렇게 모여 있을 때 카운트를 쭉쭉 올려놔야 했다. 게다가 오르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힘이 2 증가하였습니다.]
[지능이 3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1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2 증가하였습니다.]
능력치 또한 팍팍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얻은 특성인 ‘탐욕의 섭취’때문으로 보였다.
칼슨이 갑자기 천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천족들은 물론 주변 마족들까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히 천족의 수장인 천존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공격하는 철갑 골렘을 보며 어처구니없어하였다. 하지만 눈앞의 마왕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일단 관심을 접어두었다.
운 좋게 그를 기습해서 치명상을 입히긴 하였지만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상위의 존재.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아직 그의 권속인 마족과 마수 수 또한 상당하였기에 천족의 피해를 줄이려면 서둘러 마왕을 처치해야 했다.
그가 소멸되면 그의 권속인 마족과 마수 또한 이곳에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온전히 이 세상은 자신의 차지가 될 것이다.
아무튼 간에 지금은 마왕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저 인간 놈은 그 이후에 처리하면 되었다.
그렇게 판단한 천존은 다시 아운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파지지지직!
하지만 아운 또한 지지 않으며 마존을 향해 분노의 주먹을 날린다.
압도적인 존재들의 싸움에 주변이 들썩거린다.
그 여파에 휩쓸린 몇몇 천족과 마족들이 바스러지며 죽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칼슨은 천족들을 공격하며 착실히 카운트를 쌓고 있었다.
차아아아악! 서걱!
[천족 살해 5/100]
[민첩성이 3 증가하였습니다.]
푸숙! 퍼어억!
[천족 살해 7/100]
[힘이 2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1 증가하였습니다.]
…….
…….
[천족 살해 23/100]
[지능이 2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1 증가하였습니다.]
[정신력이 2 증가하였습니다.]
[천족 살해 25/100]
[체력이 4 증가하였습니다.]
숫자가 올라간 만큼 이제 그에게 당한 천족도 늘어났다.
그리고 칼슨의 능력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그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던 천족이 이제는 하나둘씩 그를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마족과 마수의 공세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에 칼슨에게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이었다.
그 덕에 칼슨은 마지막 봉인 해제를 위한 작업을 손쉽게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칼슨이 천족을 살해한 수가 막 50이 넘어가던 순간.
퍼어어억!
치열하게 싸우던 아운과 천존의 움직임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