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154화 (154/162)

153화 마왕 강림 (1)

마스터가 다가오자 흑마법사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며 그를 맞이하였다.

그들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마스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말을 하였다.

“그래, 마왕 강림을 위한 준비는 다 되어 가느냐?”

듣는 자로 하여금 눈이 감길 것 같은 나른한 음성.

하지만 그곳에 있는 누구도 그런 기색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단 한 사람도 말이다.

“예, 마스터. 이제 근처에 있는 제물들도 다 모여 갑니다.”

한 흑마법사의 말에 마스터는 지그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시체 더미.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서 그런지 여기저기 팔이 꺾이고 기괴하게 뒤틀린 시체들이 제법 보였다.

일반인이라면 그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겠지만 마스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자 어느덧 제물들이 다 모아졌다.

준비가 되자 마스터를 비롯한 흑마법사들은 쌓아 올린 시체 더미 앞에 모여 섰다.

이미 시체 더미 주변에는 커다란 여러 기하학적인 문양과 문자들이 원을 그리며 그려져 있었다.

그중 뿔이 있는 괴물의 형상에 손을 얹는 마스터.

그의 옆에 있던 십여 명의 흑마법사들 또한 자신들 앞에 있던 문양에 손을 대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이 그곳에 주입되면서 바닥에 그려진 문양과 문자들에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어비스의 마스터는 그곳에 모아놓았던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다른 흑마법사들 또한 마스터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모아놓은 생명력을 그곳에 주입하였다.

그렇게 하자 녹색의 기운이 퍼져나가며 시체 더미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그러기를 한참, 이윽고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우르르르르르

몸이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느껴지자 흑마법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을 하였다.

“진정하라, 이제 곧 다 되었다. 동요하지 말고 조금만 더 집중하도록 해라!”

“크윽, 네, 마스터!”

마스터의 말에 이를 악물며 더욱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어느덧 시체 더미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나둘씩 움직이는 시체들은 자기들끼리 뒤엉켜갔다.

뒤엉켜가던 시체들은 하나로 뭉쳐지더니 곧 위로 치솟았다.

파아아아아앗!

치솟은 덩어리들은 점점 모양이 변해갔는데 그 형상이 마치 인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점점 그 모양이 구체화되어 갔다.

몸의 근육이 잡히고 피부가 점차 색을 띠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형성되어졌다.

사람과 비슷하지만 괴리감이 있는 얼굴.

큰 눈은 길게 찢어졌으며 코는 크고 끝은 매섭게 각이 져 있었다. 입술은 붉었는데 푸르스름한 피부색과는 대조되어 더욱 붉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날카로운 칼이 연상되는 얼굴이었다.

마치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미간에서부터 시작되는 뿔은 머리를 감싸며 올라갔다. 흡사 산양의 뿔과 느낌이 비슷해 보였는데 그것보다는 모양이 좀 더 날카롭고 쭉 빠진 느낌이었다.

그것의 피부는 마치 붉은 가죽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자세히 보면 무언가의 비늘로 덮여있었다.

족히 10미터는 넘어 보이는 그것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자 서서히 눈을 떴다.

“크으으윽!”

그가 눈을 뜨자 주변에 있던 흑마법사들이 괴로워하며 신음 소리를 내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였다.

하지만 마스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덤덤한 모습으로 그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었다.

【나를 강림시킨 자가 너희들이냐?】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

고위 존재들의 의사 방식에 모두들 당황스러워하였다.

허나 마스터는 익숙한 듯 상대의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예, 그렇습니다. 분노의 아운이시여.”

자신의 존재감을 이겨내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자 아운은 그에게 흥미를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하였다.

【그래, 혹시 원하는 거라도 있느냐? 그게 뭐든지 들어주겠다.】

광오한 그의 호언장담에 마스터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뜻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

【뭐? 내 뜻대로 하라고? 크하하하하! 그게 정녕 네가 원하는 것이더냐?】

“물론입니다.”

【이거 미친놈이 나를 강림시켰구먼.】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그를 보자 아운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차피 강림한 이상 제약도 없기에 그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그저 여흥 삼아 말한 건데 그것조차 상대는 필요 없다고 하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이 이 세계를 취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순간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콰아앙!

그러고는 갑자기 마스터를 발로 밟아버렸다.

거대한 발이 땅을 찍자 땅이 울리며 사방에 먼지가 비산하였다.

아운은 서서히 발을 떼었다.

하지만 그곳엔 찌부러졌어야 할 마스터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당신의 뜻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그는 이미 한참 뒤쪽으로 이동해있었다. 그러고는 곧장 말을 하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마스터가 사라지자 아운은 분노하였다.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기에 그의 말처럼 하기로 하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이다.

파아아아아앗!

엄청난 크기의 검은 구체가 생겨났다.

그것은 마계로 통하는 통로.

그것이 열리며 온갖 마수들과 마족들이 쏟아져 나왔다.

* * *

흑마법사들이 마왕을 강림시킨 지 하루 만에 글래툰 왕국은 초토화가 되고 말았다.

수천 마리의 마수들과 수백 명의 마족들이 쏟아지며 그 주변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글래툰 왕국에서는 최대한 막아보려 하였지만 마수와 마족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병사들의 공격으로는 막아내기 힘들었고 마수 중에 기사의 오러가 통하지 않는 놈들도 있었기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던 것.

그렇게 계속해서 밀리다가 결국 수도인 글래스톤까지 점령되고 말았다. 마왕인 아운은 분노라는 그의 칭호답게 분노를 표출하며 주변을 파괴했다.

왕과 대신들은 최후까지 수도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였다. 기사들과 병사들 또한 자신의 터전과 가족들을 지키려 목숨을 걸고 항전하였다.

비록 막강한 마왕의 군대에 비해 미약한 저항이었지만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피난민들이 생겨나며 그들이 가는 길목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쪽의 영주들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였다.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정말 싫었지만 그들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미 이전 전쟁에 그들의 병력 대부분을 차출해 보내었다.

그래서 지금 있는 병력으로는 도저히 영지를 지킬 엄두를 못 내었다. 그렇기에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의 영지에서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피난민의 숫자.

그들은 행렬은 동쪽 슬로페 왕국에까지 이어졌다.

거기다 피난민의 행렬은 동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서쪽에도 일부 있었는데 그들은 제국 동쪽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가 빠르지 않아 금세 마수들과 마족들에게 뒤를 따라 잡히고 말았다.

“커허어억!”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

“으어어엉! 엄마 엄마!”

갑작스런 마수와 마족들의 공격에 피난민 행렬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뒤처지는 노인들의 머리가 쥐어뜯겼다. 넘어진 여성은 팔다리가 뜯기고 말았다. 울고 있는 아이는 통째로 마수들에게 삼켜졌다.

여기저기 마수들에게 희생당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현실에서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라 착각이 들 만큼 참혹하고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붉은 섬광이 쏟아졌다.

그 붉은 빛은 마족과 마수들을 감싸 안았다. 마치 어머니의 품같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일 뿐.

곧 내부에서부터 온몸이 갈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공간 자체가 비틀리는 그 마법에는 그들의 강철 같은 육체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저 철저하게 분해되며 먼지가 될 뿐이었다.

한순간에 수많은 마수와 마족들이 증발해버리자 뒤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상급 마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법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느껴지는 마력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런 강대한 마력은 마계에서도 쉽사리 느낄 수 없었다.

그런 마력의 소유자라면 자신들에게도 상당히 위험할 것이다.

그들은 마법을 사용한 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몇몇 인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10여 명의 인원이었는데 그중 누가 마법의 사용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없애버리면 되었으니까.

슈우우우우욱────

그곳에 있던 8명의 마족이 동시에 그쪽으로 날아갔다.

마치 화살 같은 속도로 날아오는 그들.

꿀꺽.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마족들을 바라본 이들 중 몇몇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그때 하얀색 머리를 한 적안의 여성이 금빛 스태프를 높이 세우며 주문을 외웠다. 그녀는 바로 드레이크 영지의 마법단장인 아르모였다.

《마력 격류》

커다란 보랏빛의 구체가 전방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구체에서 수십 발의 마력탄들이 생성되더니 마족들을 향해 쏟아졌다.

마력 격류는 7서클의 마법.

황궁의 전투에서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어느덧 7서클의 마법사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마법을 쓴 이는 그녀뿐이 아니었다.

그녀에 이어 갈색머리 여성 또한 그녀의 떡갈나무 지팡이를 앞으로 내세우며 마법을 발현하였다.

또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성 또한 주문을 완성하였다.

《서리 광선》

《번개 폭풍》

떡갈나무 지팡이에서 쏘아지는 푸른빛 섬광이 마족들을 향하였다. 그리고 잿빛 먹구름이 그들 위에 형성되면서 수많은 번개 다발이 내리쳤다.

그들은 레이나와 헤론이었다.

그들 모두 7서클의 마법사.

아르모까지 동시에 쏘아진 7서클의 마법이 마족들을 위협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상위의 마족. 고작 이 정도의 마법에는 당하지 않았다.

한 마족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앞에 무형의 장막이 생겼다. 푸르스름한 그 장막은 그들에게 쏟아지는 마력탄을 막아내었다.

퍼엉! 펑! 퍼엉! 펑!

폭죽이 터지듯 폭발하며 사라지는 마력탄들.

수십 발이 넘게 부딪혔지만 어느 하나도 그 장막을 뚫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곧이어 들어오는 푸른빛 섬광이 장막에 부딪히자 장막은 서리가 끼면서 얼어붙고 말았다.

“$#긿%@퉭&!!”

그러자 장막을 발현했던 마족은 표정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마족 둘이 동시에 손가락을 쭉 뻗었다.

콰아아아아앙!

무형의 힘이 그곳에 부딪히며 푸른 섬광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여파로 얼어붙어 있던 장막 또한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인간 쪽에서 발현한 마법은 하나가 더 있었다.

우르르르릉────

그들 위에 생성된 먹구름에서 수많은 번개가 내리쳤다.

몸통보다 더 굵은 벼락들이 그들을 때리자 그들의 몸이 지져지면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 특유의 재생력과 마력 저항력이 그것을 이겨내었다. 그러나 그들을 공격한 것은 마법뿐이 아니었다.

푹! 푹! 푹!

“키에에엑!”

우터의 화살이 마족 몇의 머리에 꽂히자, 마족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들의 급소 부위를 정확히 포착해 화살이 꽂혔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들을 처치하기엔 조금 부족하였다.

마족들의 재생력은 무척 뛰어나 상처를 입어도 금세 회복하였으니까 말이다.

순식간에 몸을 회복하며 다시 인간들에게 다가가는 마족들.

하지만 그들이 지근거리까지 왔을 무렵 웬 시커먼 그림자가 그들의 발밑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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