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아크레프 제국의 위기 (11)
우선 칼슨의 바로 뒤에 있던 에드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적들을 썰어버렸다. 그의 검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수 명의 병사들이 절단되었다.
순식간에 몇 번의 검격이 이어지며 수십의 적들이 도륙되어갔다.
뒤이어 이어진 아르모의 공격 마법.
황금빛 스태프에서 강대한 마력이 모아졌다.
던전에서 얻었던 오르하르콘으로 만들어진 지팡이.
그곳을 통하자 마력의 밀도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로 마법이 발현되었다.
《낙뢰》
콰아아앙! 파지지지직──!
엄청나게 굵은 벼락이 허공에서 떨어지며 단숨에 수십 명의 적들이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충격파까지 발생하며 그 압력으로 인해 수백 명의 병사들이 튕겨 나가버렸다. 그렇게 되자 순간적으로 휑해져 버린 전방. 일순간에 안쪽까지 길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길이 뚫렸다! 모두 단숨에 돌파하자!”
외침과 동시에 앞으로 나서며 파고드는 칼슨. 그의 일행들 또한 그 뒤를 따르며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본 다르칸트 공작은 놀란 눈을 하며 쳐다보았다.
“허허…. 어떻게 인간이 저런 무력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무리 상대가 병사들이라고 하지만 그 수가 무려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럼에도 불과 몇 초 만에 그들을 격파하고 돌파해 유유히 안으로 진입해버렸다. 대륙 10강인 칼슨의 무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부하들 또한 대단하였다.
저런 부하들을 있는 칼슨이 순간적으로 부러웠지만 지금은 전시 상황.
그는 서둘러 명을 내렸다. 그의 명에 병력들은 일사불란하게 성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 *
푸욱! 푹! 푹!
어느새 쏘아진 우터의 활이 병사들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다. 그들은 이미 변형되어 괴물화가 된 병사들.
엄청난 생명력으로 인해 쉽사리 죽지 않는 놈들이었지만 우터의 활에는 무력하게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우터는 화살을 날리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주군과 기사단장인 에드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적들을 제거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 오히려 자신이 맞출 대상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자신은 나았다.
자신의 뒤에서 저들을 보조해주던 마법단장과 정령사 에밀리, 그리고 에르미온의 제자인 레이나는 나설 틈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다.
칼슨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전면에 앞장서서 싸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검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병사들은 모두 남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성에는 황비나 황녀들을 호위하기 위해 여성 근위병들이나 근위기사들이 꽤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부족한 여성 살해 수치를 채우기에 최적이었다.
서걱───!
“끼에에에엑!”
수치가 하나 더 올랐다.
[인간 여성 살해 432/1000]
아직 전체의 반절도 못 채웠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많은 수치를 올릴 수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00 가까이 수치를 채울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굳이 이런 방식으로 수치를 올릴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검의 탐욕을 채우는 것은 쉬웠다.
그냥 아무 여성이나 잡아다 검으로 죽여 버리면 되었으니까. 허나 자신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이들을 죽이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것은 피에 굶주린 악마들이나 가능한 영역.
자신은 그렇게 살육에 미친놈은 아니었다.
서걱────!
“꾸워어어어억!”
그렇다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성인군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무고한 이들을 죽이는 거에 주저할 뿐, 이렇게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풀진 않았다.
서걱───!
“키에에에엑!”
[인간 여성 살해 433/1000]
방금 괴물 병사를 처리하자 다시 수치가 올라갔다. 이런 속도라면 오늘 안에 목표치를 채울 수 있어 보였다.
딱히 적들을 죽이는 거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치가 시각적으로 보이자 의욕이 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칼슨은 앞장서서 적들을 처리하며 나아갔고, 어느새 넓은 공간에 다다르게 되었다.
황성 곳곳에 있는 회장 중 하나로 보였는데 족히 천여 명은 채울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넓은 공간인 만큼 적들 또한 많았다.
신체가 뒤틀린 괴물들.
그런데 이전에 보았던 괴물 병사들과는 그 모양새가 조금 달라 보였다.
철갑옷을 입고 있던 놈들과는 다르게 이 괴물들은 찢긴 옷만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옷을 유심히 보니 일반적인 옷이 아니었다.
손상이 되긴 하였지만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풍성한 치마. 가슴 쪽부터 어깨까지 이어진 하얀색 프릴. 필시 이것은 분명 하녀들의 복장이 틀림없었다.
“이런 미친! 하녀들까지 괴물로 만든 거야?”
전투원도 아닌 하녀들까지 괴물로 만들어 버린 흑마법사들의 극악무도함에 칼슨은 치를 떨었다. 하긴 이전에도 일반인들을 가지고도 행한 전력이 있으니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긴 하였다.
‘그래도 역겨운 것은 어쩔 수 없군.’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해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마음속에 연민과 분노가 동시에 차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칼슨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괴물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반응을 보였다.
“끼아아아아악!”
귀를 찢을 것 같은 날카로운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러면서 수백 마리에 달하던 그들이 칼슨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분명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리 달려들었을 것이다.
칼슨은 그녀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스으윽──────서걱─!
한 번의 베기에 백여 마리의 괴물들이 절단되었다.
무려 5미터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
그것이 칼슨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적인 검격.
스윽─────서걱!
스윽───────서걱!
스윽────서걱!
한 호흡이 가시기 전에 이미 몇 번의 검격이 가해졌다.
다른 이들은 반응조차 못 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
그로 인해 수백 기나 되는 괴물들은 일순간에 고깃덩이가 되고 말았다.
칼슨이 씁쓸한 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눈앞에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인간 여성 살해 1000/1000- 조건 달성]
[탐욕이 일부 충족되었습니다.]
[1차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검의 특성이 일부 개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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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고르 - 제노사이더
속성: 공허
공격력: 998(720↑)
특성
*마력 차단.
*파괴 불능.
*오러 증폭.
*상처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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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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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통해 분출되는 오러를 2배로 증폭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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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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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 그 상태가 악화됩니다.
적의 재생 능력을 무력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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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조건을 달성하자 검에 있는 봉인이 하나가 풀렸다.
일단 이름 옆에 있던 별칭부터 바뀌었다.
메이지 슬레이어였던 것이 제노사이더(학살자)로 말이다.
그다음 가시적으로 변한 것은 일단 검의 공격력이었다.
278에서 998로 증가했는데, 대충 가늠해도 서너 배는 되었다.
그리고 특성 또한 2개가 추가되었다.
바로 오러 증폭과 상처 악화.
오러 증폭은 말 그대로 오러가 2배로 증폭되는 것이었고 상처 악화는 적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었다.
칼슨은 특히 상처 악화의 특징 중에 재생 능력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그동안 마수나 마족들의 재생 능력이 꽤나 골치였는데 이 특성이면 그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 봉인이 다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향상된 검의 성능을 본 칼슨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에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십니까, 영주님?”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말하는 에드. 칼슨이 잠시 멍을 때리고 있자 어디 다친 것은 아닌가 하고 안위를 물어본 것.
칼슨은 손을 저으며 괜찮음을 표하였다.
그때였다.
죽은 괴물들의 몸에서 검은 기운들이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한 군데에 집중적으로 모이더니 어느덧 커다란 검은 구를 이루었다.
대략 5미터 정도 되는 것 같은 크기의 검은 구체.
칼슨은 이 같은 것을 이전에 본 적이 있었다.
“마족이다! 모두 조심해!!”
그 말과 동시에 검은 구 안에서 마족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 셋…….
총 다섯 명의 마족들.
느껴지는 기운을 보니 전에 로버데인에서 상대했던 놈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였다.
그러나 칼슨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그려졌다.
검의 1차 봉인이 풀렸기에 2차 봉인을 푸는 단계로 넘어갔다. 2차 봉인의 해제 조건은 다름 아닌 마족 처치.
그런데 때마침 마족들이 나타났다.
쉽게 볼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나타나 주니 오히려 고마울 지경.
게다가 1차 봉인이 해제된 검의 성능도 시험할 기회였다.
그는 뒤에 있는 가신들에게 말을 하였다.
“이놈들은 내가 상대한다. 다들 몸을 사리며 견제하도록 해라!”
한마디로 물러서라는 소리.
칼슨의 명에 에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어쨌든 주군의 명이었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본 마족은 어이가 없었다.
칼슨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모양새를 보니 저 인간 혼자 자신들을 전부 상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벌레 같은 인간 따위가 저따위 만용을 부리니 화가 나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 자신들의 존재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저런 무모한 태도를 보이니 도리어 신선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곧 칼슨의 공세가 시작지자 그들은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샤아아아아악────
칼슨이 검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새하얗던 오러가 순식간에 검어지더니 뿌리가 자라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그림자 같은 그의 오러 블레이드는 마족들의 발아래까지 다다랐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마족들은 일순간 긴장을 하였다. 허나 이미 너무 늦었다. 곧이어 솟구친 검은색의 칼날들.
무자비한 그 칼날들은 강철보다 강한 마족의 거죽을 순식간에 찢어발기고 말았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온몸이 갈기갈기 찢긴 마족들. 순간 통증을 느꼈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인상을 쓰며 분노하였다.
그런 다음 그들 특유의 재생력을 발동하여 몸을 회복하려 하였다. 하지만.
“#@%@^@?”
마족들의 재생력이 전혀 발동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처가 더욱 벌어지며 그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내장이 바닥에 떨어지며 질퍽한 소리를 내었다. 뼈와 근육 또한 이어 붙지 못하며 그대로 떨어져 나가 버렸다.
그렇게 되살아나지 못한 5명의 마족들은 그대로 한낱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족 살해 5/100]
예상한 대로 올라간 2차 봉인 해제의 카운트.
칼슨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칼슨이 일순간에 마족들을 처리해버리자 같이 온 일행들은 입을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에르미온의 제자인 레이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족들을 직접 상대해보았기에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았다. 그런데 그런 놈들을 단 한 번에 모조리 처치해버리다니. 그것도 한 놈도 아닌 다섯 놈을 말이다.
너무나 쉽게 그들을 처치하였기에 에드와 아르모는 방금 죽은 이들이 마족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마족이 맞았다.
그들의 외향적인 것도 있었지만 포식자 같은 특유의 존재감은 마족임이 틀림없었다.
그런 마족들을 단숨에 처치한 칼슨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제 자신들과는 까마득한 차이를 확연히 느낄 뿐이었다.
그렇게 마족을 처리한 칼슨은 일행들에게 넌지시 말을 하였다.
“자, 이제 끝났으니 이동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