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에르미온의 방문 (2)
“봉인은 풀 수 있다네. 단지 그 방법이 어려울 뿐이지.”
“대체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후…. 그건 말이지….
칼슨의 질문에 에르미온은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에 칼슨은 집중하며 최대한 그의 입을 주시하였다.
도대체 뭐길래 이리 말을 주저하는 거지?
봉인을 푸는 방법이 그렇게 어렵나? 아니면 말하기가 곤란한 건가?
칼슨이 그리 생각하는 동안 옆에 있던 레이나 또한 궁금함을 참지 못하며 재촉하였다.
“스승님! 도대체 그게 뭔데요? 네?”
그러자 무거웠던 에르미온의 입이 열리며 그 방법을 말하였다.
“봉인을 푸는데 필요한 요소는 3가지가 있네. 정확히는 몇 개 더 있지만 그것은 자잘한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이 3가지가 중요하다네.”
뭐? 하나도 아니고 세 개?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에르미온의 입에서 나온 해제의 방법.
“첫째 그 검으로 사람을 죽여야 하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일세.”
“예? 사람을 죽이다니요? 그것도 아주 많이 라니?”
검이란 무릇 사람을 해하기 위해 만든 무기이다. 그걸로 사람을 죽이는 거야 당연한 소리. 그런데 그게 첫 번째 해제 방법이라고 하다니. 그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칼슨이 에르미온에게 되물었다.
“들은 대로일세. 그 검은 피를 탐한다네. 그것의 탐욕을 채울 만큼 사람을 죽여야 1차 봉인이 풀린다네.”
“탐욕을 채울 만큼이라니요…. 그게 대체 어느 정도입니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네. 수백이 될지, 아니면 수천이 될지…. 다만 그 검이 1차적인 탐욕을 다 채우면 검신이 완전히 검게 변할 걸세.”
“네에?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원래 아다만타이트는 이보다 더 밝고 선명한 보라색이라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상당히 어둡지.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사람의 피를 제법 먹었겠어.”
“…….”
그런가? 생각지도 못하였다. 원래부터 검이 어두운 보랏빛이었는데 그게 사람을 죽여서 그렇게 된 것이었나? 아니면 이제까지 자신이 이 검으로 사람을 죽여서 더 검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칼슨이 생각하고 있을 때 에르미온은 두 번째 방법을 말하였다.
“검이 완전히 검게 변하였으면 이제 그 검으로 마족을 처치해야 하네. 그럼 검이 하얗게 변할 것이네.”
인간을 죽인 다음에 마족이라니. 참 가지가지 하는 검이었다. 듣다 보니 이제는 다음이 참 궁금해진다. 잠시 후 들리는 마지막 방법.
“그 후엔 천족을 쓰러트려야 하네. 그럼 검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며 그 봉인이 풀릴 걸세.”
“천족이라면……?”
천족? 천사 같은 건가?
칼슨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에르미온은 곧장 그것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천족은 마족과 대적하는 존재라네. 마족들을 적대하고 인간들을 멸시하지. 마족들처럼 대놓고 인간들을 살육하지 않지만 어찌 보면 마족들보다 더 골치 아픈 족속들이지. 놈들은 인간을 그저 가축처럼 취급하거든.”
“…그렇군요.”
듣고 보니 자신이 아는 천사랑은 조금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이곳에 사는 귀족들과 비슷하였다. 평민들을 멸시하고 가축 취급하는 것이 말이다.
아무튼 마족이랑 적대하는 존재들이라 하니 그들 또한 마족 못지않게 강할 것이 분명하였다.
정말이지 얼마나 좋은 검이기에 봉인을 이리 어렵게 해놨는지. 칼슨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봉인에 대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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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고르 - 메이지 슬레이어.
1차 봉인 해제 조건
*인간 남성 살해 1000/1000 - 조건 달성.
*인간 여성 살해 374/1000 - 조건 미달성.
2차 봉인 해제 조건(1차 봉인 해제 이후 카운트.)
*마족 살해 0/100 - 조건 미달성.
3차 봉인 해제 조건(2차 봉인 해제 이후 카운트.)
*천족 살해 0/100 - 조건 미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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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보이면서 봉인 해제를 위한 정확한 수치가 나왔다.
봉인이 풀리면 그 결과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것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에르미온이 할 일은 이제 끝났다.
검의 봉인에 대한 실마리가 잡혔으니 그것을 푸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는가 했는데 에르미온이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그러니까 에르미온님의 제자인 레이나를 우리 영지에 당분간 머물게 해달라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내가 가야 할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레이나를 데리고 가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한 반년 정도 걸릴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좀 부탁함세.”
딱히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고작 어린 여자애 한 명 데리고 있는 것뿐이니까. 게다가 듣기로는 그녀의 마법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하였다.
에르미온의 칭찬에 호기심이 생긴 칼슨은 스킬을 써서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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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레이나
나이 : 23세
클래스 : 위저드
힘 S(21) 민첩성 S(22) 지능 S(32) 체력 SS(25) 정신력 SS(23) 마력 SS(37)
성향
[모험] [탐구] [긍정] [정열]
상태
설렘
관계
호감(31)
스킬
7서클(전설/성장)
마력친화(전설/패시브)
상급 마각술(에픽/성장)
상급 연금술(에픽/성장)
트리플 캐스팅(에픽)
마력회로(희귀/패시브)
칭호
초인
현자 에르미온의 제자.
10년 전에 에르미온의 제자가 된 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쳐 7서클에 이른 능력자. 에르미온조차 자신을 뛰어넘은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 좀 덤벙대는 성격을 지녔지만 재능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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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전설/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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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 이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력 수치가 SS급이 되어야 7서클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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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친화(전설/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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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친화력이 높아 마력 수치가 매우 빠르게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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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온의 제자답게 역시 굉장한 능력자다.
일단 7서클에 모든 수치가 S 이상.
그러고 보니 자신과 같은 초인이다.
그 말은 곧 그녀의 성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것.
게다가 특성 중 마력 친화로 인해 유독 마력 수치가 높다.
조만간 40을 돌파하면서 SSS급이 될 확률이 높았다.
아니 조만간 확실히 된다.
그러면 8서클의 인피니티 위저드. 대륙 10강의 수준이 되는 것이었다.
완전 괴물이 따로 없다.
물론 다른 이들 또한 칼슨의 능력치를 봤다면 똑같이 심정이었겠지만.
에르미온은 레이나가 이곳에 있는 동안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녀가 도와줄 것이라 하였다. 레이나 또한 그 말에 동의하면서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하였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레이나를 잘 부탁하네. 레이나, 너도 말썽 피우지 말고 얌전히 지내고.”
“예, 스승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어린애인가요? 저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랍니다.”
“아무튼,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그동안 잘 지내고 있게나.”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에르미온님.”
“조심히 가세요, 스승님!”
그렇게 에르미온은 레이나를 이곳에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스승과 당분간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레이나는 해맑은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하였다. 게다가 목소리 톤이 제법 올라가는 것이 제법 상기된 느낌마저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에르미온은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주눅 들지 않은 밝은 모습을 보니 그녀가 제법 의젓하게 느껴졌다.
조금 걱정을 덜은 에리미온은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길을 떠났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배웅을 하던 이들이 건물 안으로 막 들어가려 할 때였다.
“드레이크 공작님!”
한 여성이 이리로 뛰어오며 칼슨을 부른다.
찰랑이는 은발머리에 자수정 같은 보랏빛 눈. 바로 황녀인 나이아였다.
어찌나 급히 왔는지 얼굴이 벌게진 채 숨을 헐떡였다.
“나이아 황녀님? 여기엔 대체 왜…?”
“하아… 하아….”
칼슨이 의문을 품는 동안 나이아가 눈앞에 왔다. 그녀는 숨이 찬지 바로 말하지 못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크, 큰일 났어요! 드레이크 공작님!”
다급한 말투. 그에 칼슨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길래 그러십니까?”
칼슨의 질문에 그녀는 울먹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크흑, 아, 아버지가 큰일을 당하셨어요! 흐으윽…흑흑….”
“네에?”
그녀의 아버지라면 3 황자 에르시오였다.
그런데 큰일을 당했다니? 그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칼슨은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다시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3 황자 전하께 무슨 변고라도 있는 겁니까? 황녀님.”
“그, 그게…. 반역이에요! 반역!”
“예에?”
반역이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지금 아크레온 제국의 황제가 있는데 누군가 반기를 들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
“2 황자인 마르코스 전하가 반역을 일으켰어요! 그자가 황제 폐하를 시해하고 자신이 이제 황제라고 하더니 1 황자 전하와 아버지를 죽이려 하였어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네, 흐윽…흑흑…….”
이런 미친!
아무리 황권에 눈이 멀었다고 하지만 자신의 부친을 죽이는 패륜에 이어 형제들까지 없애려 하다니…….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금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세력이 변변찮은 2 황자가 황제를 죽이고 다른 황자들을 칠 수 있었는지 말이다.
1 황자나 3 황자가 그랬으면 모를까, 2 황자가 그랬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윽고 나이아가 그 전말을 말해주며 칼슨의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2 황자! 마르코스 그자가 바로 흑마법사였어요! 그자가 이끄는 마수와 마족들이 황궁을 점령하고 근위기사들과 병사들을 차례차례 세뇌를 시켜놨더라고요. 물론 1 황자 전하와 저희 아버지의 호위 병력이 있었지만 놈들의 숫자가 워낙 많고 강해서 당해낼 수가 없었어요.”
“…….”
또 그놈들이었다. 어비스라고 불리는 흑마법사 집단들. 아마 예상컨대 2 황자가 그 조직의 지부장인 듯싶었다.
예전에 루지오가 말했을 때 놈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왕 강림이긴 하지만 조직원 전부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아마 2 황자도 그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곳에 의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오자 자신의 욕망을 여과 없이 표출하였던 것일 테고.
아무리 미친놈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하지만 정말이지 개판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루지오를 통해 소상히 물어봐야겠다.
그리 생각한 칼슨은 다시 나이아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이 정보도 그곳에 있던 정보원이 전령새를 통해 서찰을 받아 알아낸 거예요.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고요. 마지막 소식에 아버지가 크게 다치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흑…….”
“정말 유감입니다. 황녀님. 하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3 황자님도 구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칼슨은 슬픔에 잠겨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나이아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음을 삼켰다. 그러고는 잠긴 목소리로 칼슨을 보며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