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에르미온의 방문 (1)
음식을 주문한 후 조금 뒤에 음식이 나왔다.
돼지고기를 구운 것처럼 보였는데 갈색으로 잘 익은 것이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둘은 각자 접시에 덜어 음식을 맛보았다.
고기는 잘 구워졌는지 상당히 부드러웠다. 거기다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육즙이 터져 나오며 고소한 향이 혀를 적셨다. 소금과 향신료 또한 적절히 배합되었는지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입안에서 감돌았다.
“스승님, 이거 엄청 맛있는데요? 우와, 고기가 잡내도 없고 엄청 부드럽고 맛있어요!”
“흐음, 네 말대로 꽤 괜찮은 맛이구나.”
둘은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식점은 상당히 넓은 곳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자리가 차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의상이나 차림새들로 보건대 제법 부유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긴 메뉴판에 적힌 음식의 가격을 보면 가난한 이가 살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도시 안에 있는 이들 대부분 형편이 좋아 보인다. 그렇기에 이런 비싼 음식점에도 사람들이 들어차는 것이겠지.
에르미온과 레이나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섰다.
그들에게 용무가 있던 곳은 다름 아닌 이곳에서 제일 높은 30층짜리 건물.
그 건물의 출입문에는 기사로 보이는 2명의 사내가 지키고 있었다.
“거기 잠깐, 멈추시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던 두 사람을 제지하는 기사.
그 강한 어조에 레이나는 당황하였다.
반면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던 남성은 부드러운 어조로 기사에게 말을 하였다.
“우리는 이곳에 볼일이 있어 왔다네.”
웃으며 말을 하고 있지만 기사는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상대는 평범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기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상대에게 정중히 말을 하였다.
“그,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누구신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리 상대가 범상치 않은 이라 할지라도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 속으로는 가슴이 떨렸지만 덤덤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의 할 일을 하였다.
그런 그를 보며 남성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에르미온이라고 하네.”
“허억! 혀, 현자 에르미온!”
그 말에 기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며칠 전부터 위에서 내려온 명이 있었다. 현자 에르미온이 찾아온다고 하니 절대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이다.
“현자라…. 나를 그렇게 부르는 이도 있지.”
“시, 실례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잔뜩 긴장해서인지 몸을 낮추며 말을 버벅대는 기사. 동료 기사 또한 같은 태도를 취하며 에르미온을 정중히 대하였다.
기사의 안내로 건물 안에 들어선 두 사람.
안에 들어와 보니 드넓은 로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전방이 통째로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채광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인지 조명을 밝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밖이랑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실내가 밝았다.
대략 건물의 3층 정도를 로비 공간으로 활용해서인지 층고 또한 상당히 높았다.
벽이랑 기둥 근처에 조각품이랑 그림들이 많이 놓여있었지만, 벽 그 자체는 상당히 깔끔하고 단조로운 느낌이 들었다.
로비 곳곳에는 푹신해 보이는 의자들과 테이블이 놓여있어 많은 이들이 그곳에 앉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였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레이나는 물론 에르미온조차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때 그들에게 다가오는 한 젊은 여성이 보였다. 검은 머리에 깔끔한 검은 옷을 입었는데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었다. 두 사람에게 앞에 선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에르미온님. 저는 에르미온님의 안내를 맡은 시녀장 멜리사라고 합니다. 현자로 위명이 자자하신 에르미온님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와 동시에 자기소개를 한 멜리사. 영지 내 귀족 출신인 그녀는 작년부터 드레이크 영지의 시녀장이 된 여성이었다. 본래라면 시종장인 에드윈이 이 자리에 섰어야 하였지만 현재 그는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조금 여유가 있던 그녀가 대신 이들의 안내를 맡게 되었던 것.
그녀가 반갑게 맞이하자 에르미온은 물론 함께 온 레이나 또한 반가워하며 인사를 하였다.
“이리 환대해주니 고맙구려.”
“감사합니다, 멜리사님.”
그들의 반응에 멜리사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후훗, 아닙니다. 두 분은 저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영주님이 기다리신다고 합니다.”
그렇게 그녀의 안내를 따르는 두 사람. 그녀를 따라 로비 한쪽으로 가니 5개의 문이 있는 벽이 보였다.
멜리사가 문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작은 공간이 나왔다.
문이 저절로 움직이자 두 사람은 절로 놀란 눈이 되었다.
그녀는 그곳으로 들어가며 두 사람에게 말을 하였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그 소리를 들은 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그녀의 말대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둘이 들어오자 그녀는 안에 있는 버튼 몇 개를 눌렀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닫히는 문. 그리고는 곧장 덜컹거림과 함께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스, 스승님! 이것은 도대체!!”
“크흠, 설마 중력 마법인건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레이나. 에르미온 또한 눈을 지그시 뜨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들을 본 멜리사가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하였다.
“아, 놀라셨나보군요.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이것은 이 건물에 있는 승강기로 마력석을 이용해 높은 층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하였다. 그러고 보니 뒤편이 유리로 되어 있어 승강기가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외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올라가는 체감이 더욱 극대화가 되었다.
“와아, 정말 올라가고 있어요! 스승님!”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무척 신기해하는 레이나. 에르미온 또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밖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높이가 점점 올라가면서 도시의 풍경이 더 잘 보이게 되었다. 이곳에서부터 반듯하게 이어진 대로를 중심으로 높은 건물들이 가지런히 솟아 있는 모습을 보니 제국의 수도 못지않은 웅장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도시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어느덧 다 올라갔는지 승강기가 멈추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30층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가 이어져 있고 양옆으로 문들이 보였다. 아마 처음 찾은 이가 있다면 상당히 헤맬 것 같았다. 멜리사는 앞장서며 그들을 영주 집무실로 안내하였다.
똑똑.
멜리사가 노크를 하며 말하였다.
“영주님, 멜리사입니다. 에르미온님이 오셨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
영주의 허락에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백금발의 건장한 미청년이 손을 벌리며 자신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자 에르미온님.”
미소를 보이며 환영하는 그의 모습에 두 사람 또한 화답하며 인사를 하였다.
“나도 만나서 반갑네, 드레이크 공작.”
“반가워요, 공작님. 처음 뵙겠습니다.”
“먼 곳에서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기 바랍니다.”
“고맙네.”
칼슨의 말에 그들은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안내를 맡았던 멜리사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곧장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 시녀가 들어오더니 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
“자, 오시느라 고단하실 텐데. 일단 차나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지요.”
“그래, 고맙네.”
칼슨의 권유에 둘은 찻잔을 들어 입을 대었다. 향긋한 향이 코를 적신다.
“와, 너무 향이 좋아요. 흐음~ 맛도 뭔가 깊은 느낌이 나고요.”
“이건 엘프의 차로군.”
호들갑을 떠는 레이나와는 달리 안목이 높은 에르미온이 바로 그것이 어떤 차인지를 알아챘다. 그는 살짝 향을 음미한 후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최상급의 품질이고 말이야.”
“역시 에르미온님의 안목은 탁월하시군요. 맞습니다. 엘프와 교역이 가능해지며 어렵잖게 그것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에르미온은 마저 차를 만신 후 잔을 내려놓았다.
그가 말이 별로 없자 분위기가 조금 냉랭해졌다. 그것을 느낀 칼슨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실례지만 같이 오신 이 숙녀분은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칼슨의 질문에 여성은 차를 마저 마시고는 입술을 닦으며 말을 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저는 에르미온님의 제자인 레이나에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대답하였다. 천진난만한 그 미소에 주변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에르미온이 조용히 입을 열며 말하였다.
“서론은 접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그래, 내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하던데…….”
그가 용무를 말하자 칼슨 또한 진중한 모습으로 답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전에 파울러님께서도 보시고 에르미온님이면 알 수 있으실 거라 하셨습니다.”
“나도 그 친구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었네.”
“하하, 그렇겠지요. 자, 바로 이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그에게 검집에서 검을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짙은 보랏빛을 발하고 있던 검.
그것을 본 에르미온은 눈에 이채를 보이며 말을 내뱉었다.
“아다만타이트로 만든 검이로군. 게다가 검의 형태와 장식으로 보건대 대략 1,000년, 아니 그 이전쯤에 만들어진 것 같군. 아다만타이트이니 당연히 드워프가 제작하였을 테고….”
한눈에 보고 술술 검의 특징을 잡아내는 에르미온. 과연 현자라고 불릴만한 통찰력이었다. 그가 검을 보고 있는 동안 칼슨은 그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에르미온에게 스킬을 써보았다.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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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욘 에르미온
나이 : 83세
클래스 : 인피니티 위저드
힘 C(7) 민첩성 B(11) 지능 SSS(70) 체력 A(14) 정신력 SSS(67) 마력 SSS(70)
성향
[방랑] [연구] [통찰] [침착]
상태
집중
관계
중도(07)
스킬
8서클(초월/성장)
최상급 마각술(전설/성장)
최상급 연금술(전설/성장)
트리플 캐스팅(에픽)
마력 회로(희귀/패시브)
칭호
지존
현자
대륙의 현자.
과거 스톰애쉬 마탑주.
대륙 10강 중 한 명.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지적 욕구로 인해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만난 레이나에게서 뛰어난 마법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녀를 자신의 제자로 삼고 늘 곁에 두고 있다.
최근 친우인 아드리안의 부탁을 받고 칼슨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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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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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당신. 그 높은 지식으로 인해 처음 보는 것을 쉽게 추론해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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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래전부터 있던 고인물답게 8서클이었다. 전에 본 아드리안이랑 비슷하였는데 능력치는 에르미온이 조금 더 높았다.
칼슨이 그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 검을 살펴보던 에르미온이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이거…. 매우 강한 봉인이 걸려있구먼.”
“예, 맞습니다. 혹시 어떤 것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물론 잘 알고말고. 이것은 마왕의 봉인일세. 그것도 아주 지독한 놈이 걸어놨어.”
“예? 마왕이라니요? 그게 정말입니까?”
젠장! 마왕이라니…!
칼슨은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그는 전에 세르보가 소환했던 그 존재를 상기하였다. 당시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때 느낀 무력감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였다. 게다가 에르미온이 말하길 그 마왕 중에서도 아주 지독한 놈이 봉인한 것이란다. 칼슨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 마왕이라네. 그리고 분명 이 봉인을 건 놈은 탐욕의 마왕 제롬. 하필 다른 마왕이 아닌 이놈이 건 봉인이라니….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됐구먼. 쯧쯧.”
골치 아프다니? 마왕에 대해 잘 모르는 칼슨은 탐욕의 마왕이라는 것에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세르보가 소환했던 마왕은 ‘비겁의 론도’라고 하였다. 어감상 느낌만 봐도 비겁보다는 탐욕이 더 세 보이긴 하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설마, 봉인을 풀기 힘들다는 말입니까?”
잔뜩 인상을 쓴 에르미온을 보며 칼슨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에르미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