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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37화 (137/162)

136화 북벌 (8)

날이 밝아오면서 전장이 한눈에 드러났다.

그곳에 있던 수만 명의 야만인들이 모두 주검이 된 채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이었지만 그렇다고 불사신은 아니었다. 검에 베이고 창에 찔리면 죽는 것은 여느 사람이랑 다를 게 없었다.

우두머리가 죽으며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 기간테스를 필두로 에드와 우터를 위시한 기사들이 몰아치니 죽음을 불사하던 기세도 순식간에 꺾이고 말았다. 그런 상태에서 숙련된 병력들이 들이닥치니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며칠이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졌던 전투.

그것이 끝나고 나니 모든 병사들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싸웠을 뿐 아니라 밤새 잠도 자지 못하였기에 그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와 버렸던 것. 칼슨은 경계를 세울 몇몇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병력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

휴식을 마친 병력들은 전장을 정리하였다.

대부분의 야만인들의 시체를 치우는 일이었지만 동료 병사들의 주검 또한 조심스레 추슬러서 따로 잘 옮겨두었다. 다행히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부패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에 그들의 유해가 유족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가능하였다.

야만인들의 시체는 한군데에 모아놓고 화장을 하였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오래 두어 괜찮은 건 아니었다. 수만이나 되는 시체는 다른 짐승들이나 몬스터를 불러들였고 각종 전염병의 원인이 되었으니까.

마른 장작을 긁어모아 넓게 펼친 후 그곳에 준비해온 기름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위로 시체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화르르르르르

횃불을 갖다 대자 순식간에 불이 번져나갔다.

기름과 목재, 시체 타는 냄새가 사방에 번져나갔다.

그렇게 시체의 산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이틀 동안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타올랐다.

전장 정리를 마친 후 칼슨은 일천의 병사로 하여금 요새의 방비를 맡겼다. 그리고 나머지 병력을 이끌며 북부 야만인들의 땅을 정벌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놈들의 주력은 괴멸된 상태였으며 북방 초원에 흩어져있는 놈들의 부락을 하나하나 쓸어버렸다.

푹! 푹! 푹! 푹! 푹!

“끄아아아악!”

“꺄아아악!”

거침없이 찔러대는 병사들의 창날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야만인들.

대부분이 여성과 노약자 아이였지만 벤투스 왕국의 병력은 무자비하게 그들을 쓰러트렸다. 지금 당장은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이들을 이대로 놔두면 언젠가는 자신들을 위협할 후환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세리나는 그들의 씨를 말려버리는 데 앞장섰다. 칼슨도 비무장의 야만인 들을 죽이는 것에 꺼림칙했지만 그녀의 선택에 존중하였다.

게다가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기에는 그동안 왕국의 피해가 너무나도 극심하였다. 이 기회에 확실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을 칼슨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벤투스 왕국의 병력과 드레이크의 병력들은 몇 달 동안 북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야만인들의 부락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비록 그들 대부분이 어린아이와 아녀자들이라고 하지만 역시 야만인은 야만인이었다. 그들은 병사들을 보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하였다. 그 과정에 초반에는 병사들의 피해가 제법 있었지만 점차 그 상황에 익숙해져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며 피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북방을 휘저으며 마지막 부락마저 처리한 벤투스 왕국과 드레이크의 병력들.

활활 불타고 있는 마지막 부락을 보며 이제 자신들의 일이 끝났다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불길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왠지 모를 온기가 피부에 전해졌다.

햇살이 제법 눈이 부셨다.

주변을 둘러보니 파릇파릇한 풀들이 자라는 게 보였다.

어느덧 완연한 봄이 왔다.

* * *

북부 야만인들을 처단하고 정벌함으로써 벤투스 왕국의 영토는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그 땅은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황야와도 같은 곳. 실질적으로 큰 이득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부 정벌은 왕국에 큰 의미를 주었다.

그동안 왕국을 위협했던 야만인들을 모조리 뿌리 뽑았기에 큰 골칫거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왕인 엘리시아는 야만인들을 처리한 공로로 칼슨에게 그곳의 영토 대부분을 하사하였다. 어차피 관리하기도 쉽지 않고 큰 이득이 되지 않는 곳이기에 선심 삼아 그곳을 내주었던 것이지만 어떤 이유에라도 칼슨에겐 좋았다.

비록 이곳이 황야와 초원이 대부분인지라 농지로는 부적합하였지만 그래도 엄연한 영토. 게다가 그 넓이가 자신 영지의 절반 이상 되는 크기이다 보니 썩 나쁘지 않았다.

넒은 영지이니만큼 개발할 곳 또한 많았다.

농사를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지만 목축을 하기엔 썩 괜찮은 곳이었다. 드넓은 초원이 펼쳐있기에 방목을 하기에는 최적이었다.

칼슨은 대량의 가축을 이곳에 풀어놓고 대규모 농장을 만들었다. 간간이 가축을 노리는 몬스터들이나 맹수들이 있었지만, 곳곳에 목책을 세우고 병력들을 세워 방비를 강화하니 그 피해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현재 인원은 그리 많은 곳은 아니었지만 칼슨은 조만간 이곳에 도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다음 좋은 세제 혜택을 주어 이곳으로의 이주를 유도. 목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산업을 일으켜 이곳에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에 앞서 그곳에서 사로잡았던 네크로맨서 루지오. 처음에는 그를 고문해서 각종 정보를 빼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상당히 겁쟁이였다. 살짝 위협을 가하자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술술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속해 있던 조직의 이름은 어비스. 한 명의 마스터와 여러 지역에 지부장이 있는 형태라고 하였다.

지부장으로는 흑마법사와 자신과 같은 네크로맨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인원이 총 30명이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명이 죽어서 그보다는 수가 줄어들었을 거라 하였다. 몇 번씩 모임을 가졌지만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정체를 모른다고 하였다.

자신이 아는 이라고는 벤투스 왕국에서 활동한 세르보와 굴리트라는 자였고 그자 또한 지난 모임 때 들어보니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하였다.

칼슨은 아마도 섀도우즈가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이 되어졌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왕의 강림이 맞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마스터를 비롯하여 몇몇이 원할 뿐 루지오는 그런 거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저 벤투스 왕국이 망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그 이유를 물으니 그는 허심탄회한 표정을 하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였다.

루지오는 본래 벤투스 왕국의 왕족이라고 하였다. 본명 또한 루지오 카르시아였다. 비록 직계가 아닌 전전대부터 갈라진 방계였지만 엄연한 왕족이었다.

그가 왕실에 원한을 가진 이유는 다름 아니라 모함으로 인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였기 때문. 그때 당시 루지오는 7살에 불과하였는데 모친의 희생으로 그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자신의 성을 버리고 뒷골목을 전전하며 지내다 운 좋게 네크로맨서의 눈에 띄어 그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네크로맨서로 성장하면서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

그렇게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말한 그는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어차피 이대로 조직에 가면 죽게 될 테니 이곳에 있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면 칼슨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하였다.

갑작스런 그의 제안에 칼슨은 거절하려 하다가 혹시나 해서 스킬을 사용해 그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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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루지오 카르시아

나이 : 49세

클래스 : 다키스트 네크로맨서

힘 C(7) 민첩성 C(5) 지능 SS(34) 체력 B(9) 정신력 SS(21) 마력 SS(40)

성향

[복수] [실리] [생존] [눈치]

상태

두려움

관계

불편(-17)

스킬

7서클-네크로맨서(전설/성장)

상급 해골 제조(영웅/성장)

고대어 해석-상급(영웅/성장)

언더독(희귀/패시브)

칭호

달인

어비스의 지부장.

벤투스 왕국의 방계 왕족으로 예전에 모함으로 일족이 참사당해 현 왕실에 원한이 많다. 그로 인해 어비스에 들어갔지만 최근 그 뜻이 맞지 않아 엇나가고 있는 중이다.

칼슨의 위세를 알기에 그의 야심을 건드려 왕실을 해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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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네크로맨서(전설/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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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 이하의 네크로맨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력 수치가 SS급이 되어야 7서클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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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해골 제조(에픽/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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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등급 이하의 해골 형태의 언데드를 제조할 수 있습니다.

☆7서클-네크로맨서 이상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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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어 해석-상급(영웅/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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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고대어를 읽고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지능 수치가 30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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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희귀/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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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위협을 당하고 무시받았던 경험으로 인해 생존에 대한 감각이 탁월합니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집중력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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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능력 자체는 굉장히 뛰어났다.

일단 달인이었고 일반 네크로맨서가 아닌 다키스트 네크로맨서. 아마도 7서클이었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네크로맨서답게 해골 제조도 스킬도 가지고 있었고 또 특이하게도 고대어 해석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바로 그의 의도.

-칼슨의 위세를 알기에 그의 야심을 건드려 왕실을 해체하려 한다.

딱 봐도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는 문구.

그 의도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딱히 불쾌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이용해서 왕실을 해체한다는 말은 곧 자신이 왕국을 무너뜨리고 차지한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그를 부하로 삼기엔 뭔가 부족하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너에게 서클의 맹세를 받아야겠다.”

“예에? 서클의 맹세 말입니까?”

갑작스런 칼슨의 말에 당혹스러워하는 루지오. 그도 그럴 것이 서클의 맹세는 자신의 서클을 걸고 제약을 거는 방식으로 만약 맹세를 하고 언약을 어긴다면 서클이 파괴되면서 큰 폭발을 일으키며 죽음에 이르게 된다.

말 그대로 강제로 따를 수밖에 없는 제약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너의 말을 믿어주겠다.”

“그, 그런….”

루지오는 황당하기 그지없어 말을 잇지 못하였다. 칼슨이 지금 하는 말은 자신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나 다를 게 없었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그가 깊이 고민하고 있을 때 칼슨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생각할 겨를이 있는가? 어차피 안 하면 네 목숨은 없다.”

“크윽…그런!! 어, 어쩔 수 없군요. 알겠습니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죽는 것보다는 서클의 맹세를 맺는 것이 백배는 나았다. 굴욕적이었지만 루지오에게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서클에 마력을 집중하며 맹세를 하였다.

“저 루지오는 드레이크 공작님에게 충성을 바칠 것이며 어떠한 요구일지라도 반드시 행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빛이 감돌기 시작하며 그의 서클에 복잡한 문양의 각인이 새겨졌다. 서클의 맹세가 완료된 것이었다.

이로서 그는 칼슨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행하는 충직한 신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루지오가 눈을 감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 의도치 않게 서클의 맹세를 해버린 자신. 그 처지가 조금 처량하게 느껴지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칼슨은 미소를 띤 채 그에게 슬며시 뭔가를 건네주었다.

“이건 나의 가신이 되었기에 주는 선물이다.”

“허억! 이, 이것은!!”

루지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제법 오래돼 보이는 고풍스러운 책.

글씨를 보건대 고대어가 분명하였다.

그리고 루지오는 고대어를 읽을 줄 안다.

책 겉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죽음의 기사 제조법-

그것을 알아본 루지오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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