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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34화 (134/162)

133화 북벌 (5)

일단 놈들의 기습을 막았으니 이제 요새를 끼고 막아야 했다. 성벽 위의 많은 아군이 놈들에게 화살을 날린다. 거기다 준비된 대포에서 천둥과 같은 소리와 함께 포탄이 날아갔다.

콰아앙! 콰과광! 콰광!

전방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땅의 울림과 함께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광원》

《광원》

몇몇 마법사들이 요새 밖으로 마법을 써 시야를 밝혔다. 그러자 마침내 드러나는 야만인들의 모습. 수만 명이 요새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아주 징글징글해 보였다.

어쨌든 이제 확실히 놈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자 아군의 공격 또한 더 명확하게 변하였다.

표적이 볼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실히 달랐다. 무분별하게 쏘았을 때보다 화살과 포탄의 적중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갔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적들의 죽어 나가는 수는 확연히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그 공세가 줄어드는 기색은 없었다.

야만인 특유의 강력한 힘으로 날린 화살은 요새 성벽 위까지 충분히 닿았고 그들의 수는 무척이나 많았다. 그 때문에 아군 병사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이미 성벽 위에 올라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세리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2명이 한 조로 한 명은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아라! 어차피 놈들은 요새에 오르지 못한다!”

그녀의 명에 즉각 병사들은 따랐다. 제법 큰 방패로 자신과 동료의 몸을 가리니 화살로 인한 피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제 제법 안정적으로 놈들을 방어하려는가 싶었다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놈들이 긴 사다리를 여기저기 가져오더니 요새 벽에 걸치기 시작하였다.

탁! 탁! 탁! 타다다닥!

빼곡하게 요새 벽에 들어찬 사다리. 그리고 곧장 야만인들이 그것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에 세리나는 이를 악물더니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저 사다리를 밀어버려라! 어서!”

그녀의 말이 아니어도 병사들 또한 위급함을 느끼고 서둘러 사다리를 밀어 치워버리려 하였다. 하지만 야만인 놈들은 압도적인 수를 앞세워 화살을 쏘며 사다리를 걷어내려는 병사들을 견제하였다. 일시에 쏟아지는 화살 비에 병사들이 꽂히며 사망자가 속출하였다. 그로 인해 아군 병사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겼고 결국 몇몇 사다리를 통해 야만인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수는 점점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수백 명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것을 본 기사들과 병사들이 필사적으로 그곳으로 달려가 놈들을 막아보았지만 줄어드는 수보다 늘어나는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며 점점 놈들의 영역이 커져만 갔다.

그때 그곳으로 달려간 에드와 칼슨.

먼저 앞서간 에드가 야만인들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검푸른 그의 오러가 길게 그어질 때마다 십여 명의 야만인들이 절단 되어졌다. 그래봐야 조족지혈에 불과하였지만 계속 밀리고 있었던 기세는 반전시킬 수 있었다.

“페이런 경이 앞장서신다! 겁먹지 마라! 놈들을 쳐부숴라!”

“야만인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 그러기만 하면 우리가 승리한다! 조그만 힘을 내라!”

에드의 뒤를 따르면 기사들이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로 인해 잠시 짓눌려있던 병사들의 사기가 서서히 회복되었다. 그리고 점점 그 기세가 날카로워지더니 야만인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푹! 푹! 푹! 푹! 푹!

수백 개의 창날이 놈들에게 쏟아졌다.

병사들이 창날이 그들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리자 불사신 같던 놈들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며 바닥에 쓰러진다.

하지만 놈들의 수는 여전히 많았으며 그것은 절대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다시 야만인들을 밀어내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놈들에 의해 성벽에 있는 병사들은 다시 또 수세에 몰리려 하였다. 그때 때마침 뒤에서 한껏 오러를 모으며 준비를 하고 있던 칼슨이 맹렬한 기세로 바닥에 검을 찍었다.

콰아앙! 샤아아아아아아악────

그의 발밑에서부터 퍼져나가는 검은 그림자들. 그것은 방사형으로 전방 100여 미터정도 번져나가더니 그대로 적들의 발밑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슈우욱! 서컹! 슈컹! 서걱! 서걱!

바닥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치며 야만인 수백 명을 도륙. 단숨에 고깃덩이를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하아…….”

한순간에 큰 기술을 쓴 칼슨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래도 앞을 보니 에드와 함께 기사들이 이 기세를 몰아 몇 안 되는 야만인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칼슨의 공격에 한순간 많은 야만인을 사라졌기에 다시 여유가 생겨나게 되었기 때문. 거기다 계속되는 포격까지 가중되면서 야만인들이 공세가 한층 누그러졌던 것이다.

이제 다시 요새 성벽은 아군이 차지하게 되며 안정적으로 적의 공세를 막아내었다.

“쯧쯧, 이거 아무래도 골치 아픈 상황이 돼버린 것 같군.”

야만인과 함께 있던 네크로맨서 루지오는 혀를 차며 말하였다. 계획대로라면 기습에 성공해서 지금쯤 야만인들이 요새 안을 휘젓고 있어야 했다. 허나 기습은 실패하고 요새로 진입은커녕 성벽조차 넘지 못하였다.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야만인 우두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정말 실망이 크군, 베르한. 그렇게 호언장담했으면서 이런 꼴이라니….”

“…….”

루지오의 이죽거림에도 베르한은 아무 말도 못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그 대신 붉은 머리의 여성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베르한은 최선을 다했다! 이미 놈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 기습을!”

“아테르, 그만!”

베르한이 일갈하며 오히려 그녀의 말을 오히려 끊었다. 놈들이 기습을 알았다고 한들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으득.

베르한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 당시를 잠시 생각하였다.

그곳에 있던 백금발의 사내. 그는 자신보다 확실히 강한 자였다. 잠시 검을 맞대보았지만 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싸워본들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베르한은 그런 사실을 루지오에게 말하였다.

“베르한, 너보다도 강한 자가 있다고? 거기다 백금발의 사내라….”

생각을 해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바로 벤투스 왕국의 최강자라 알려진 드레이크 공작.

이전에 자신이 도와준 세르보를 없앤 그놈이 분명하였다.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베르한 보다 높은 경지일 줄이야.

조금 계산이 틀어졌다. 하지만 그가 준비해놓은 것을 아직 보여주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계획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손쉽게 좋은 재료들을 구하나 싶었는데……. 쩝, 좀 더 수고를 해야 되겠군.”

나지막이 중얼거린 뒤 한쪽 눈을 치켜뜬 채 베르한에게 말을 하였다.

“베르한, 내가 나설 테니 그에 맞춰 네놈도 같이 달려들어라!”

“크흠, 알았다. 이번엔 반드시 이긴다!”

“크큭, 그래, 이번엔 부디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말을 마친 루지오는 그의 뼈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주문을 외운 후 마력을 불어넣었다.

푸르스름한 잿빛 마력이 지팡이를 감싸면서 올라가더니 상단에 있는 자줏빛 보석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곧 보석에서 빛이 나더니 바닥에 커다란 원이 그려지면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덜덜덜덜덜

갑자기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기에 근처에 있는 야만인들 또한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른다.

베르한과 아테르 또한 잔뜩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이윽고 바닥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하얀 뼈마디였다.

뼈로 된 손이 땅에서 솟구치더니 곧 상반신에 이어 모든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을 입고 검을 든 백골의 병사. 바로 해골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퍼어억! 퍼억! 퍼버버벅!

여기저기서 기어 나오는 해골 병사들. 그 기괴한 모습에 야만인들 또한 위축되었지만 크게 겁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땅에서 나온 해골 병사들이 무려 만 기가 넘어갔다. 루지오는 비릿한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 불사의 군대들이여. 어서 눈앞의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그 말과 동시에 움직이는 해골 병사들.

삐걱거리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무척이나 기민하였다. 1만이나 되는 놈들이 마치 훈련이 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니 그 모습이 가히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해골 병사들은 요새 근처까지 접근하더니 갑자기 도약을 하였다. 일반사람은 물론 어지간한 기사들조차 쉽게 오르지 못할 높이. 놈들은 벽에 검을 꽂아 달라붙는다. 그리고 그 뒤로 접근 하는 해골 병사들이 달라붙은 놈들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튀어 올랐다.

탁!

“허걱! 뭐, 뭐야!”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난 해골 병사를 본 아군 병사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색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적이라는 것을 알고 황급히 창으로 찔렀다.

깡!

날카로운 창이 해골 병사에게 찔러 들어갔지만 단단한 뼈에 막히며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였다.

그렇게 되자 망연자실한 병사의 표정. 그런 그에게 고개를 돌린 해골 병사. 마치 웃고 있는 듯한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서걱─!

해골 병사의 검이 단숨에 병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드레이크산 철제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쉽게 잘려지고 말았다.

“씨벌! 이 괴물이 감히!”

동료의 죽음에 분개한 동료 병사들이 해골 병사에게 달려들며 창을 찌른다.

탕! 깡! 깡!

하지만 일반 무기로는 그들에게 전혀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마치 벽에 대고 창을 찌르는 느낌.

게다가 문제는 놈들은 하나가 아니었다.

탁! 탁! 탁! 탁! 탁!

순식간에 수십 개의 해골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섰다.

자신들의 무기로 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안 병사들. 어느새 그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는 점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악! 살려줘!”

“괴, 괴물이다!”

병사들이 물러서자 한 기사가 그곳에 다가갔다.

그들은 검에 오러를 바짝 세우며 놈들을 향해 휘둘렀다.

치이이잉── 스걱!

다행히 오러가 깃든 검이 놈들의 뼈를 잘라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골 병사는 어떠한 고통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비록 팔이 잘려나갔지만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며 단단한 팔로 기사를 공격하였다.

끼이이이익─── 우드득!

“으으윽!”

갑옷 일부가 뜯기면서 팔의 생채기를 내었다. 말도 안 되는 강도에 놀란 기사는 이를 악물며 다시 놈에게 검을 내리쳤다.

“으아아아아압!”

콰지지직!

머리 상단부터 내리꽂은 오러가 수직으로 내려가면서 해골 병사를 양분하였다.

“허어억 허억…….”

놈을 처치하였지만 지쳤는지 기진맥진한 기사. 호흡을 가다듬고 앞을 보니 해골 병사의 숫자는 무척이나 많아졌다.

“이런, 시발!”

절망적인 상황에 절로 욕이 튀어나와 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기사는 오러를 가다듬으며 놈들을 맞이하였다.

수십이나 되는 해골 병사들의 공격. 일제히 들어오기에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새하얀 섬광이 일며 놈들의 공격이 멈추었다. 그러고는 한순간에 박살이 나며 뼛조각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파바바바박!

파편이 비산하자 기사는 눈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이봐, 사딕. 괜찮아?”

“여, 영주님!”

기사를 구해준 이는 바로 칼슨. 칼슨에게 구원받은 기사는 사딕이었다. 기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금세 오러를 익혀 이곳에 오게 되었던 것.

“여기는 일단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너는 다른 곳에서 기사들과 합류하도록 해!”

“예? 아 네, 알겠습니다!”

칼슨에 말에 사딕은 정신을 차리며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을 막으러 갔다.

홀로 해골 병사들을 상대하게 된 칼슨. 어느새 눈앞에 수백의 해골 병사들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압!”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해골 병사들을 사정없이 베어냈다. 무척이나 단단한 놈들이었지만 완숙한 오러 블레이드 앞에서는 마른 가지처럼 으깨져 버리고 말았다.

콰지직! 콰직! 파악! 파바바박!

공격 한 번에 십수 개의 해골 병사들이 부서졌다.

그리고 칼슨은 수십 번을 몰아쳤다.

그렇게 정신없이 놈들을 상대하니 어느덧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 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지이이이잉────

주변에 널브러진 뼈다귀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칼슨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콰과과광!

주변에 다발성 폭발이 일어나며 칼슨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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