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새로운 국면 (1)
선대 국왕의 누이였던 왕녀는 총 4명이 있었다.
장녀인 사르데나.
차녀 멜리아.
삼녀 루비나.
막내 엘리시아.
이 중 장녀인 사르데나는 슬로페 왕국의 세자빈이었다. 이미 타국의 사람이나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차기 왕위에서 일단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차녀인 멜리아.
그녀는 왕국 남서쪽에 위치한 그라프 후작의 장남이랑 결혼을 하였다. 현재 두 아이를 가졌고 남편 또한 영지의 확실한 후계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게 그라프 가문의 사람이 되어버린 멜리아 또한 사르데나와 마찬가지로 왕위 계승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삼녀인 루비나는 좀 달랐다.
그녀는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다. 대신 혼약을 하였는데 그 약혼자가 바로 라델리안 공작의 차남인 프란이었다.
그런데 프란이 흑마법사들에게 죽임을 당하였기에 그와의 혼약 또한 잠정 파기되어버린 상태.
그래서 그녀는 사실상 어떠한 가문에도 얽히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왕위 계승 서열상 가장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외에는 그녀를 지지해 줄 기반이나 세력이 전혀 없었다. 왕녀가 딱 그녀까지였다면 가망성이 있었겠지만 현재 엘리시아의 존재 때문에 차기 국왕이 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막내인 엘리시아.
그녀는 미혼인데다 혼약을 한 곳 또한 없었다. 게다가 7서클의 마법사였으며 제국의 대회에서도 우승까지 한 막강한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녀의 뒷배로 드레이크 공작이 있다고 하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둘은 상당히 깊은 관계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드레이크 공작의 승리에 그녀 또한 많은 도움을 주었고 현재 임시라고 하지만 왕국의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차기 국왕이라고 볼 수 있었다.
* * *
드레이크 영주 집무실.
흑마법사로부터 나라를 구한 공로로 공작의 작위와 영지를 얻게 된 칼슨. 그의 눈앞에 몇 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클래스가 영주(백작)에서 영주(공작)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영지가 소폭 증가되었습니다.]
[클래스 변동으로 인해 스킬 ‘인물정보 열람(상급)’이 ‘정보 열람(초월)’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클래스 변동으로 지배력이 10 증가되었습니다.]
[영지가 소폭 증가하여 지배력이 1 증가되었습니다.]
[정보 열람(초월/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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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및 모든 것들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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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가 올라가면서 클래스 변동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지배력이 증가되었다. 또한 기존 스킬이었던 인물정보 열람이 정보 열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등급은 전설보다 위인 초월.
‘사물 및 모든 것들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스킬 설명을 확인한 칼슨의 눈이 커졌다. 이전에는 사물은 물론 몬스터조차 그 능력을 확인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지금 설명대로라면 그런 제약은 이제 없어졌다는 것.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칼슨은 자신의 검을 보고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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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고르 - 메이지 슬레이어
속성: 공허
공격력: 278
특성
*마력 차단.
*파괴 불능.
아다만타이트로 만들어진 희대의 명검. 1500년 전 드워프 장인 쿠라딘이 심연의 용광로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현재 봉인되어 있음. 현자 에르미온에게 보여준다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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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대한 정보가 나오자 칼슨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공격력이나 여러 특성들이 나왔지만 그 정보만 봐서는 얼마큼 좋은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봉인되어 있다고?’
그 말은 즉 이 검은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가진 특성인 마력 차단과 파괴 불능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지만 봉인이 풀린다면 다 많은 특성들이 생길지도 몰랐다. 아니 필시 그럴 거라 확신한다.
‘현자 에르미온이라…….’
봉인의 실마리를 알 수 있을 거라 언급된 그 이름. 칼슨도 익히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현자 에르미온.
8서클의 마법사이며 대륙 10강으로 있는 자였다.
몇십 년 전부터 대륙 10강에 올랐던 이였으며 현재 나이는 대략 80살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8서클의 마법사. 아니 지금은 그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을지도 모르는 이였기에 분명 살아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만약 죽었다면 설명에 언급되지도 않았을 터.
문제는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약 30년 전에 스톰애쉬 마탑주 자리에서 돌연 내려오더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고 하였다. 간간이 그의 활약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딱히 적을 두지 않는 사람이라 현재 그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그의 행방은 사람을 풀어서 천천히 알아보리라 생각한 칼슨은 간만에 자신의 상태도 확인해 보았다.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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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칼슨 드레이크
나이 : 24세
클래스 : 영주(공작)
힘 SSS(46) 민첩성 SSS(46) 지능 SS(40) 체력 SSS(42) 정신력 SS(39) 오러 SSS(52)
스킬
정보 열람(초월/성장)
비전 검술-일섬(전설)
비전 검술-칠흑(전설/성장)
비전 검술-땅거미(전설)
오러 바디(에픽)
극의(전설)
회심의 반격(전설)
칭호
초인
잔혹한 카리스마
전장의 사신
검왕
마족 살해자
벤투스 왕국 드레이크 공작령의 영주.
벤투스 왕국의 인피니티 마스터.
벤투스 왕국을 흑마법사로부터 구한 구국의 영웅.
그로 인해 공작의 직위에 올랐으며 많은 이들의 추앙과 존경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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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꽤 많은 보상을 받아서인지 능력치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능력치 모두가 SS급이 넘었고. 특히 신체 능력치인 힘, 민첩성, 체력, 오러는 SSS급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설명에 전에 있었던 그랜드 마스터 대신 인피니티 마스터라고 새롭게 쓰여 있었다.
아마 오러가 SSS급이 되면서 생긴 변화라 생각했다.
스킬이랑 칭호 또한 상당히 많아졌다. 총 7개의 스킬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전설 스킬. 거기다 칭호는 5개나 되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이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
그렇게 상태창을 확인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레인이 가볍게 부복을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전에 진행하셨던 골렘 연구에 관해 성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
레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칼슨. 이렇게까지 이야기 한 것을 보면 뭔가 가시적인 것이 나왔다는 말이다.
성과가 나왔다고 하자 칼슨은 바로 일어서며 말한다.
“그럼, 어서 가자고. 레인.”
“예, 영주님.”
레인이 앞장서며 칼슨을 그곳으로 안내하였다.
* * *
타앙! 탕! 탕!
망치로 쇠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장이 높은 넓은 공간.
그곳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인원들만큼이나 잡다한 물건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작업대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그들.
대장장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정교한 부품을 만들고 있었으며 한곳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력을 불어넣으며 자신이 새겨놓은 마법각인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을 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지낼법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이렇게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일하고 있는 모습이 제법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은 드레이크 영지의 마법사들과 대장장이들이 협업하고 있는 합동 공방. 일명 골렘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였다.
그런 그곳에 레인을 대동한 칼슨이 나타났다.
열중하던 대장장이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를 하였다.
“헛! 영주님, 오셨습니까? 여긴 어쩐 일로…….”
“그동안의 성과를 보러 오셨다. 마법단장은 안에 있는가?”
레인이 대신 말하였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에 조금 위축된 대장장이는 몸을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
“아, 네. 안으로 드시지요.”
그리고는 몸을 돌려 그들을 안내하였다. 그러면서 작업장의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영주님께서 오셨다!”
그 말에 모두 작업을 멈추고 칼슨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제법 오랫동안 칼슨을 봐왔던 사람들이었지만 이제 구국의 영웅이자 공작이 된 그를 보니 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 칼슨은 태연한 얼굴로 손을 들며 말하였다.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을 하도록 해라!”
영주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사람들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한두 명씩 칼슨의 말에 따라 하던 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작업 소리로 인해 소란스러워지는 공방. 그런 그들을 뒤로한 채 칼슨과 레인은 대장장이의 안내에 따라 안쪽 공간으로 걸어갔다.
그곳으로 들어가자 큰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마차는 커다란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바퀴가 저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칼슨의 눈에 이채가 들었다.
아무래도 마나석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차량인 것 같은데 투박한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제법 쓸 만해 보였다. 그래서 호기심에 그것을 연구하는 마법사에게 다가가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바퀴를 움직이는 것은 제법 좋아졌는데 그 속도가 문제라고 하였다. 마차를 안정적으로 이동시키려면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데, 바퀴의 회전 속도가 제멋대로 바뀌어서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속도의 제어가 안 되니 시제품을 만들기엔 아직 힘들다고 하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보이자 칼슨은 조금 아쉬워하였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진행된 것 또한 많은 발전이었다. 그는 조만간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그것을 확인한 칼슨은 다시 대장장이의 안내를 받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곳 또한 제법 넓은 공간이었는데 중앙에 있는 작업대를 중심으로 반라르와 아르모를 비롯하여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안내하던 대장장이가 그곳에 있는 반라르를 불렀다.
“저기, 야금장님. 여기 영주님이 오셨습니다.”
그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였다. 그리고 칼슨을 보며 반가워하며 다가오는 그들.
반라르와 아르모 또한 웃는 얼굴로 칼슨을 맞이하였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이곳엔 어쩐 일로…?”
“어서 오세요. 영주님.”
“그래, 다들 불철주야 일하느라 수고가 많군.”
칼슨 또한 웃으며 그들에게 화답하였다.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여기에 온 용건을 말하였다.
“흠, 듣자 하니 제법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어떤지 한번 볼 수 있을까?”
꿀꺽.
그 말에 꽤나 긴장을 한 듯 마른침을 삼키는 두 사람. 하지만 이내 아르모가 당당한 표정을 하며 말을 하였다.
“예, 물론이지요. 그럼 영주님. 잠시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법 자신감 있는 그 모습이 칼슨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아르모의 안내에 따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칼슨. 그는 그곳에 있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며 눈이 커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