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반역이 아닌 구국 (11)
콰앙! 깡!
“으윽!”
충격이 일부 전해지며 세르보는 침음을 삼켰다.
마왕의 힘으로 방어막을 펼쳐 막아내었지만 동시에 들어오는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온전히 막아내지는 못하였다. 세르보는 이를 악물며 달라붙은 둘을 떨치기 위해 다시 한번 마왕의 힘을 사용하였다.
콰아아아앙!
“우욱!”
“커허어억!”
세르보의 주변에 강력한 충격파가 생겨나며 칼슨과 에드가 튕겨져 나갔다. 압도적인 힘에 의해 내부가 진탕되며 입가에 피가 고인 두 사람. 하지만 곧장 쓰러진 몸을 바로 세우며 다시 또 공격을 시도하였다.
“흥, 그래 봤자지!”
코웃음 친 세르보가 그들에게 재차 공격을 시도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마법이 쏟아져 들어왔다.
《극염》
《번개 폭풍》
《화염구》
《화염구》
《화염구》
《…….》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마법의 세례들.
그대로 저것을 맞으면 꽤나 위험했기에 그는 마력을 끌어올려 흑마법을 사용하였다.
《마법 교란》
검붉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마법들이 방향을 잃은 마법들이 이곳저곳을 향해 나아갔다.
콰아앙! 콰광! 퍼어억! 퍼엉!
“으아아아! 왜 마법이 이쪽에서…?”
“허억! 뭐야 이건?”
자신들이 사용한 마법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어처구니없어하는 마법사들. 하지만 삼중 영창이 가능한 엘리시아는 7서클 마법을 사용하였다.
《마법 무효화》
그러자 세르보가 만든 검붉은 연기가 사라지며 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는 당황하며 재차 마법을 사용하려 하였지만 그 틈을 아르모가 파고들었다.
《화염 창》
타오르는 불길의 창이 이미 세르보를 향해 파고들었다. 주문을 발현할 새가 없던 그는 순간적으로 마왕의 힘을 사용. 방어막으로 그 마법을 막아낸다.
퍼어엉! 화르르르─
다행히 상대의 마법은 방어막을 뚫어내지 못하며 그대로 터지며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적은 한 둘이 아니었다.
어느새 기사들 십여 명이 그에게 다가가 오러가 실린 검을 휘두른다. 방어막이 그 공격들을 막아냈지만 연달아 두들겨 맞으니 충격이 제법 전해졌다.
“이 잡것들이 감히…!”
그래서 세르보는 아까 기사들에게 흡수한 생명력을 이용. 마수를 소환해 놈들을 상대하게 하였다.
검은색 구가 생성되며 그곳에서 마수 다섯이 튀어나왔다. 긴팔에 강철 손톱을 가진 이족보행의 마수. 놈들은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기사들을 공격하니 선두에 있던 기사가 순식간에 도륙이 나버렸다.
동료가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자 긴장한 기사들. 오러를 최대한 끌어모으며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그때 갑자기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녹빛의 여인. 반투명한 하반신을 보니 정령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바로 바람의 상위 정령인 실레스틴이었다.
실레스틴이 놈들을 향해 손을 내밀자 돌풍이 일며 놈들의 몸을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실레스틴을 소환한 에밀리는 동시에 스카디엘라도 소환하였다. 다량의 마나가 빠져나갔지만 그런대로 버틸 만하였다.
에밀리는 스카디엘라에게 세르보를 상대하라고 하였다.
【역겨운 언데드로군. 알았다. 당장 저 더러운 놈을 없애주겠다.】
리치가 되어버린 세르보를 본 스카디엘라는 예전에 자신을 가둔 리치를 연상하면서 그에게 분노의 감정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바로 세르보를 향해 손짓을 하자 그 주변에 수많은 얼음 구슬들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곧 얼음 구슬에서 얼음이 자라나기 시작하며 뾰족한 고드름이 생성. 수천 개의 얼음송곳이 세르보를 꿰뚫었다.
푸욱! 푹! 푹! 푸욱! 푹!
“커허어억!”
언데드이기에 통증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몸 안에 파고드는 냉기는 참으로 지독하였다.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극한의 냉기에 세르보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도대체 이것은 뭐냐! 어떻게 이런 끔찍한 냉기라니…!”
그는 치를 떨며 마왕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에게 파고드는 냉기를 몰아내었다.
냉기를 몰아냄과 동시에 스카디엘라에게도 거침없이 그 힘을 쏟아 부었다.
【크으윽! 이것은 마왕의 힘이 아닌가! 어떻게 리치 따위가 이 힘을…!!】
강력한 위력에 스카디엘라가 큰 충격을 받아버리자 그 여파를 에밀리가 일부 감당하게 되면서 그녀의 몸에 끔찍한 통증이 전해졌다.
“꺄아아아악!”
한계치를 벗어나 버린 고통에 그대로 혼절해버린 에밀리.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 어느새 정신을 차린 우터가 그녀를 잡아주었다.
“크으윽! 크아아아아!”
지나치게 힘을 사용한 대가로 온몸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세르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 영혼에 전해지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가 그렇게 자지러지고 있을 때 어느새 그 틈을 노린 에드. 이미 오러 블레이드를 잔뜩 끌어모은 상태로 비전 검술을 사용하였다.
샤아아아아아─────
수백 개의 송곳 같은 이빨.
수십 개의 아귀의 입이 세르보를 향해 덮쳐갔다.
순간 고통에 허덕이던 세르보가 위험을 감지하며 몸의 무리를 감수한 채 또다시 마왕의 힘을 사용하였다.
파바바바박! 콰지직! 콰직!
방어막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에드의 오러 블레이드. 순간적으로 끌어올렸기에 그 힘이 충분치 못한 방어막은 어느새 한곳이 뚫리면서 오러 블레이드가 그곳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그리고 파고든 오러 블레이드에 세르보의 오른쪽 팔이 뜯어 먹혔다.
“크윽, 이 개 같은 놈이!”
비록 통증은 없지만 방어막을 뚫리고 팔을 잃게 되자 세르보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왕의 힘은 물론 마력까지 쥐어짜며 반격을 가하였다.
투웅!
“크허억!”
재빨리 몸을 피하였지만 세르보의 공격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그 여파에 휩쓸리고만 에드. 그대로 나가떨어지며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윽!”
무리하게 힘을 써서인지 몸을 비틀거리는 세르보. 현재 그는 오른팔을 잃었고 신체 또한 많이 상하였다. 그렇기에 마왕의 힘으로 회복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칼슨이 이미 그에게 비전 검술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툭!
“응?”
가슴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미약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에 새하얀 빛이 생겼다. 빛은 점점 커지며 자신의 온몸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곧 그의 몸이 붕괴하기 시작하였다.
“크윽! 이런! 안 돼!!”
순간 위험을 느낀 세르보는 다시 한번 마왕의 힘을 쥐어짜며 그것을 막아내었다.
뭐든지 박살내 버리는 칼슨의 비전 검술이지만 마왕의 힘은 그것을 밀어내버리며 세르보의 몸을 복구시켜갔다. 그러자 신체를 부숴가던 새하얀 빛은 점점 줄어들더니 끝내 사그라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몸이 부서지는 것을 막아낸 세르보는 기진맥진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언데드라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신체임에도 불구,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버거워진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드레이크의 기사들. 그리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젠장!”
우지직! 깡! 쾅! 스걱!
오러가 담긴 검들이 세르보의 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리치가 된 몸이라 일반적인 오러로는 쉽게 베이지 않지만 그래도 충격을 막아주진 못하였다.
그렇게 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마법사들이 마법을 시전하였다.
《마력탄》
《마력탄》
《마력탄》
《…….》
접근에 있는 기사들 때문에 마법사들은 화염구 대신 마력탄을 쏟아 부었다. 보랏빛 마력탄이 세르보의 몸을 여기저기 적중되며 강철 같던 신체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직 힘을 회복하지 못해서인지 세르보는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소멸할 것이다.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버티던 그는 실낱같은 힘이 돌아오자 주변에 충격파를 발생시키며 기사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손을 뻗어 마법사들 또한 파동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간신히 죽을 고비를 벗어난 세르보. 하지만 그사이 몸을 회복한 에드가 그의 목을 노렸다.
“이런 빌어먹을!”
서걱─
시퍼런 오러 블레이드가 비껴 나가며 그의 왼팔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시전 된 엘리시아의 마법.
《극염》
《극염》
《극염》
세 개의 새하얀 불구슬. 초고온의 화염 마법이 세르보의 몸을 가격하였다.
콰앙! 퍼어엉! 콰아앙! 화르르르르───
“으아아아아아!”
마법 저항력이 높은 리치의 몸이지만 맹렬하게 타오르는 극염의 불길에 사정없이 타버리고 말았다. 세르보는 죽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불길에 저항하였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칼슨이 다시 한번 비전 검술을 사용하였다.
툭!
좀 전에 당한 그 기술.
그때는 마왕의 힘으로 간신히 이겨냈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전혀 없었다.
새하얀 빛이 가슴으로부터 퍼져나가며 그의 신체를 뒤덮어갔다.
“이런 개 같은!”
이미 화염에 불타고 있는 몸에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하얀 빛이 분출되면서 눈부시기 시작. 이윽고 큰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콰아아앙! 퍼어어어억───!
후드드득 후드득
바닥에 세르보의 육편이 여기저기 떨어졌다.
그제야 상황이 마무리된 것을 느낀 사람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내 흑마법사들을 물리치고 벤투스 왕국을 구했다는 것에 희열감을 느낀 채 말이다.
그 함성 속에서 칼슨은 힘을 모조리 소진해서인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지친 표정을 하며 세르보의 유해를 쳐다보았다.
사람의 형체라고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들.
국왕을 현혹하고 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흑마법사의 비참한 최후였다.
* * *
벤투스 왕국에서 벌어진 전쟁은 칼슨의 승리로 끝이 났다.
현재 왕실의 인원들이 대부분 죽어버렸기에 국정을 운영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 이전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던 엘리시아가 주도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새로운 인재를 등용해 왕실의 안정을 꾀하였으며 종전 후 논공에 관해서도 차질 없이 진행을 시켰다.
칼슨은 이번에 흑마법사로부터 벤투스 왕국을 구한 공을 높이 사 공작으로 승작하였다.
그 파격적인 인사에 몇몇 이들이 불만을 품었지만 이미 그는 벤투스 왕국의 실세이자 대세였다.
대부분의 이들이 이를 수용하고 인정하였으며 그는 정정당당히 공작위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에 레바레스 공작은 그 작위를 박탈당하며 백작으로 강등되었다. 영지 또한 절반 이상 잃었지만 불만을 표할 순 없었다. 잘 몰랐다고 하지만 어찌 됐든 흑마법사들에게 협력한 꼴. 목숨을 부지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겼어야 했다.
그의 영지는 바스테르 후작과 칼슨, 그리고 왕실이 나눠 가지게 되었다.
바스테르 후작은 승작을 하진 못하였지만 그래도 이번에 꽤나 큰 영지를 얻게 되어 그 세가 매우 커졌다.
물론 칼슨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지만 말이다.
라델리안 공작 또한 왕실로부터 영지 일부를 하사받았다.
본래대로라면 레바레스 공작, 아니 이제는 강등된 레바레스 백작의 영지를 받았어야 했지만, 라델리안 영지와 거리상 너무 떨어져 있었기에 왕실이 대신 그 영지를 가져가며 그만큼 왕실의 땅을 라델리안 공작에게 주었다.
칼슨은 공작의 작위와 더불어 레바레스 영지 일부를 받았다. 원래부터 컸던 그의 영지는 레바레스의 영지까지 얻게 되자 거의 왕국의 절반가량이 그의 영지가 되어버렸다.
명예와 직위 그리고 영지.
이제 그 누구도 왕국 내에서 그와 견줄 이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흑마법사들이 모두 척결되고 벤투스 왕국은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이후 또 다른 문젯거리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차후 왕위에 관한 일이었다.
현재 사망한 국왕 데로스에게는 슬하에 자식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형제인 스반과 루시페는 데로스에 의해 본인은 물론 일가 전체가 모두 죽어버린 상황. 그나마 남은 직계 왕족이라고는 여성인 왕녀들뿐이었다.
총 4명의 왕녀들.
이 중 한 명이 차후 벤투스 왕국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