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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18화 (118/162)

117화 반역이 아닌 구국 (6)

칼슨이 앞장서며 외치자 1만의 정예 병력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수많은 장정들임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매우 일사불란하였다. 필시 혹독한 훈련을 받았음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잘 맞춰진 그들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렸다.

그리고 그 위세가 가히 태산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다.

이윽고 로버데인을 둘러싼 외성에 다다른 그들. 성벽 위에 있는 적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전과는 달리 꽤나 정상적인 병사들이었다.

분명 괴물로 변해 자신들을 상대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외로 평범한 모습이어서 조금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병사들의 숫자들 또한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아마도 주요 전력을 이전 전투에서 모두 쏟아부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눈앞에 있는 로버데인은 수성하기 좋은 곳이 아니었기에 그런 판단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느새 외성 코앞까지 다가온 드레이크의 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벽 위의 적병들은 공격할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칼슨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드레이크 백작이다. 사악한 흑마법사들로부터 그대들을 구하러 왔다. 그러니 어서 문을 열어라!”

어차피 의례적인 으름장이었다.

문을 열어주던 말던 상관이 없는.

하지만 우렁찬 그 목소리 때문인지 성벽 위의 병사들이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한 병사가 조심스런 태도로 그에게 말을 하였다.

“저, 정말 드레이크 백작님이 맞으십니까?”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려하자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칼슨은 이내 그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래, 내가 바로 칼슨 드레이크다.”

“그, 그러시군요. 이봐, 어서 성문을 열어!”

그의 말에 한 병사가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이동. 조금 후 성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순순히 문을 열어주니 도리어 수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성문이 열렸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기에 칼슨은 병력을 이끌고 내성 안으로 진입하였다.

뭔가 상황이 쉽게 풀리자 그것이 이상한 듯 라델리안 공작은 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드레이크 백작,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렇게 순순히 성문을 열어주는 것이지? 설마 함정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

“흐음, 저도 꽤나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성문이 열렸고 우리의 병력은 많습니다. 이런데도 괜한 의심을 해 들어가지 않는다면 꼴이 좀 우습지 않겠습니까? 일단 대화가 통하는 것 같으니 성안으로 들어가 저 병사에게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말입니다.”

“그래,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구먼.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하네.”

성안으로 들어선 칼슨은 성문을 열어준 병사에게 다가가 질문을 하였다. 왜 이리 쉽게 문을 열어준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이라든지 흑마법사들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말이다.

병사가 뭔가 대답하려 할 때, 어디선가 자신을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슨, 역시 네가 왔구나. 다행이다.”

톤이 높은 여성의 목소리. 시선을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자신과 같은 백금발의 머리에 장신의 여성. 바로 세리나였다.

프란과 같이 희생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가 이곳에 나타나자 제법 놀란 눈치. 하지만 이내 그녀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격하게 끌어안았다.

“살아있었구나, 세리나!”

“커헉, 그, 그래.”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안자 조금 당황한 그녀. 이내 몸을 벌리며 연유를 물었다. 소식이 끊긴 그녀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칼슨이 이야기 하니 세레나는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허, 내가 죽은 줄 알았다고? 하긴 정말 죽을 뻔했지. 왕실기사단 중 살아남은 이는 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녀는 그때 당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왕성에서 도망쳤지만 외성출입구에도 괴물들이 보였다고 하였다. 그들을 뿌리치다가 부상을 입게 되었고 한동안 도시 안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회복 되어 다시 상황을 보았는데 이미 국왕이 칼슨에게 전쟁을 선포하였고 밖의 경계는 더욱 강화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도시를 벗어나는 것 대신 오히려 역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내부에서 활동해 칼슨을 도와주자고.

그녀는 몇몇 시민들을 모아 계획을 꾸몄다. 그들 또한 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말에 쉽게 동조하였다. 그리고 저들이 병력을 이끌고 출진을 간 사이 그들과 함께 외성을 장악. 병사로 위장하며 칼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꼭 승리하고 이곳에 오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그리고 그 뒤 정확히 나흘 만에 칼슨이 이곳에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칼슨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세리나! 혹시 내가 진다는 생각은 못 했어? 만약 그렇게 됐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에이, 그런 건 생각도 안 했어. 어차피 네가 진다면 이 왕국도 끝이잖아. 그러니 이렇게 올인할 수 있었던 거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잘됐잖아. 안 그래?”

“하…. 정말이지 세리나 너는…….”

원래 막무가내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대책 없이 행동할 줄이야…. 그녀의 말대로 이렇게 무사히 만났기에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놈들에게 잡혀 어떤 끔찍한 짓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칼슨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튼 아무 일도 안 생겼으니 그것은 넘어가도록 하고 그녀에게서 내부 사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흠, 일단 출진을 한 이후 또 한 번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더라고 그 이후로는 잠잠하였고.”

“사람들을 끌고 갔다고? 이것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혹시 알아?”

“아니, 나도 왕성 안쪽 상황은 도저히 파악하진 못했어. 거기는 너무 위험해서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더라고.”

하긴 그곳에서 죽을 뻔했다고 하는데 괜히 들쑤셨다가 오히려 위험해 처하게 될 것이다. 쓸 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충은 놈들이 어떻게 할지 예상은 되었다.

아마 이전 자신들을 상대했던 병사들처럼 괴물로 만들거나 그게 아니면 제물로 바쳐져 마수나 마족을 소환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칼슨은 또다시 그녀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럼 혹시 그 외에 적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 설마 외성을 막는 곳이 여기뿐이 아니잖아.”

“아, 여기랑 바로 양옆의 문 쪽은 우리가 점거하였는데 그 밖에 다른 쪽은 그대로…. 응?”

말을 하는 도중 세리나는 문득 다른 곳을 보았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병사무리가 다가왔는데 그 중 한 명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리나님! 큰일났습니다! 놈들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으로 잔뜩 몰려들고 있습니다!”

“뭐? 그동안 잘 속여 왔는데 갑자기 왜? 아, 그러고 보니….”

세리나가 전방을 바라보니 칼슨이 데려온 수많은 군사들이 보였다. 하긴 이 정도의 병력이 나타났는데 그걸 놈들이 못 볼 리가 없었다. 그녀는 칼슨을 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하하, 이거 아무래도 걸린 거 같네?”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칼슨 또한 진작 알았다. 저 멀리 성벽 위쪽으로 놈들이 몰려오는 게 보였으니까.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성벽 위로 올라, 놈들을 맞이하라! 그리고 에드, 에밀리, 아르모, 우터는 너희들도 나를 따라 놈들을 막는다!”

“예, 영주님!”

칼슨의 말에 대답을 한 이들은 즉각 몸을 움직여 적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성벽으로 올랐다. 병사들 수는 많았지만 이런 좁은 지형에서는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병사들에게는 도시 안쪽으로 가 혹시 모를 적에 대해 대비를 하게 하였다.

“키하아아아악!”

“카하아아악!”

어느새 몸을 부풀리며 게걸스럽게 다가오는 적병들.

놈들은 좌우 양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는데 에드와 에밀리 우터가 좌측, 칼슨과 아르모가 우측을 맡았다.

“나도 거들겠네!”

어느새 칼슨에게 다가온 라델리안 공작. 생각해보니 그도 소드 마스터. 놈들을 처리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를 바라본 칼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들 말고 마법사와 기사들 또한 그곳에 올라와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기사들은 전방에 적을 맞서고 후방에서 마법사들이 지원하는 대형을 이루며 말이다. 그렇게 적들을 맞이하고 있자 곧 놈들이 다가왔다.

“이야아아아압!”

스윽── 서걱─! 서걱─! 서걱─!

선두에 선 칼슨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괴물들을 차례차례 썰어버렸다.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가 번뜩일 때마다 족족 썰려버리는 괴물 병사들. 수십이나 되는 놈들이 달려들었지만 칼슨은 소드 마스터를 초월한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 끔찍하게 강했던 마족이라면 모를까 이런 놈들 따윈 그에게 전혀 위협이 안 되었다.

“나도 돕겠네! 드레이크 백작.”

어느새 칼슨의 옆에 다가오며 같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라델리안 공작. 칼슨이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가운데 소드 마스터인 라델리안 공작도 가세하니 놈들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하며 다가오는 족족 분쇄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그 뒤를 따르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도와줄 새조차도 없었다.

그렇게 100여 명을 처리하자 이윽고 나타난 기사 형태의 괴물들. 놈들은 녹황색 불꽃을 뿜어내며 칼슨을 향해 달려들었다. 범인은 반응하지 못할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지만 칼슨에게는 그저 거북이걸음 같은 수준. 칼슨의 오러 블레이드가 놈의 정수리부터 내리꽂아 그 몸을 양단시켜버렸다.

차아아아아악──────

단숨에 그것들을 제압한 칼슨. 반대편을 보니 에드 등도 무리 없이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드레이크 군이 무리 없이 성벽을 장악하고 있을 무렵 저 앞의 망루에서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그것을 본 칼슨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봉화인 것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구기고 말았다.

“젠장!”

그것을 없애기 위해 칼슨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가까이에 다가가니 기사 괴물 하나와 괴물 병사 다섯이 보였다. 놈들은 자신을 보더니 공격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칼슨은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접근하여 그의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로 모조리 썰어버리고 만다.

후드드득 후드득.

잘린 육편들이 여기저기 비산하며 떨어졌다. 아무리 적이고 괴물이라지만 매우 참혹한 광경. 허나 칼슨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봉화에 다가가 오러 블레이드로 그것을 날려버린다.

콰아앙!

와자자자작── 타앙 탕!

봉화의 그릇이 부서지며 그 안의 부산물들 또한 사방으로 떨어뜨려지며 불꽃들이 튀었다. 그러나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어진 불길들은 점점 사그라지며 꺼져버렸다.

“후우…….”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그것을 없앴다. 운이 좋다면 놈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칼슨이 그렇게 요행을 바랬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왕성 쪽을 바라보니 뭔가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기 때문.

안력을 집중해서 보니 시커먼 연기 같은 것이 왕성을 둘러싸며 뿜어지고 있었다.

그 괴이한 광경에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하면서 칼슨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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