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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17화 (117/162)

116화 반역이 아닌 구국 (5)

그것은 전에 제국에서 보았던 대형 마수였다.

물리적인 타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 녀석이었고 덩치가 컸기에 방패병들이 막아내기가 매우 버거울 것이다.

게다가 그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철 같은 손톱과 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간형 마수도 눈에 보였다. 거기에 박쥐 날개가 달린 작은 마수 또한 그곳에 있었다.

만약 저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다면 이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터. 그전에 처리해야만 하였다.

잠시 고민한 칼슨은 일단 포격으로 놈들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보기로 하였다.

“포격을 준비하라! 최대한 화력을 집중해 놈들을 섬멸하라!”

우렁찬 외침에 포를 운용하는 기사들은 조준 대를 맞춘 후

한껏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마법 각인이 발동하며 폭발.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강철로 만들어진 포탄이 날아갔다.

퍼억! 쿠웅! 콰과광! 콰앙! 쾅!

마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 십여 발의 포탄이 쏟아졌다. 대현 마수 몇이 포탄에 맞았지만 점액질 피부로 인해 미끄러지며 주변 대지를 터트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형 마수와 날개 달린 마수에게는 포탄이 먹혀들어 간다는 점.

그로 인해 그들의 수는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성큼성큼

사족 보행의 대형 마수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온다. 물리적인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는 듯 아무 피해 없이 이동하고 있는 커다란 놈들.

저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저 점액질 피부를 어떻게 처리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오른 칼슨은 큰 소리로 병사들에게 외쳤다.

“여기다 기름을 뿌려라! 가져온 것들 몽땅 부어버려!”

갑작스런 명령에 어리둥절한 병사들. 하지만 이내 그의 말에 따르며 준비해온 기름을 가져온다.

차아아아악────

기름통을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기름을 들이붓는 병사들. 퀴퀴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렇게 그곳을 기름 범벅으로 만든 드레이크 군. 칼슨은 그들에게 또다시 명을 내린다.

“전선을 뒤로 물린다! 모두 이동한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 말에 일제히 걸음을 옮기는 병사들.

훈련이 어찌나 잘 되어있는지 움직이면서 대열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이동하였다.

그렇게 드레이크의 병력들이 수백 보 정도를 움직였을 때 마수들 또한 그만큼 다가왔다.

그곳에서 대기한 후 이윽고 기름을 뿌린 곳까지 다가온 마수들. 그것을 본 칼슨은 이미 불화살을 준비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때다! 모두 저곳에 화살을 날려라!”

휘이익─! 휘이익─! 휘익! 휙! 휙!

푹! 푹! 푹! 푹! 푹!

화르르르르───

기름을 듬뿍 뿌려둔 탓에 불화살이 꽂히자마자 순식간에 타오르는 그곳. 시커먼 연기와 함께 대형 마수가 불길에 휩싸였다.

“케헤에에에엑!”

“키에에엑!”

단숨에 점액질 피부에 불이 옮겨붙으며 전신이 화염 범벅이 되어버린 대형 마수. 불길에 피부가 녹아내리며 끔찍한 비명 소리를 토해내었다.

그것을 본 칼슨은 이미 조준을 끝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포사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발사하라!”

그 말과 함께 포를 운용하는 기사들이 일제히 마법 각인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쾅! 콰광! 콰앙! 퍼엉!

폭음을 뿜어내며 포탄이 발사되었다.

하늘로 치솟은 쇳덩이는 곡선을 그리며 불타고 있던 마수를 향해 날아갔다. 하강하며 가속이 붙어버린 강철의 구체.

그것은 덩치 큰 괴물을 단순에 박살 내버리고 말았다.

퍼어어어어억! 콰아앙! 퍼어억! 콰광!

점액질 피부가 없는 놈 따윈 그저 덩치 큰 고깃덩이에 불과하였다. 그 마수가 대부분 정리되며 이제 남은 놈들은 몇백 마리 남짓. 그 대부분은 날개 달린 소형 마수였다.

놈들은 불구덩이와 포탄을 뚫고 나와 백 보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놈들의 공격인 녹황색 불덩이를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퍼엉! 펑! 펑! 퍼어엉!

전방에 대열을 잡고 있던 방패병들이 그것을 막아내었다.

허나 그 불덩이들은 목표로 맞은 방패에 부딪히며 꺼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옮겨붙으며 방패 전체에 불길이 번져가기 시작하자 방패병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패를 놓게 되었다.

이글이글

자신들의 방패가 이상한 불길에 휩싸이며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만 보는 방패병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채 침음을 삼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저놈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또다시 저 불덩이가 날아오기 전에 말이다.

“화살을 날려라! 어서!”

휘익─ 휙─ 휘익─ 휙─ 휙─

칼슨의 외침에 수백발의 화살이 쏘아지며 마수들에게 쏟아졌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끼이이이아아악!”

“까아아악!”

다행히 놈들에게 화살은 통하였다.

머리에 꽂히자 그대로 절명하는 놈들은 땅바닥에 하나 둘씩 곤두박질쳤다.

허나 아직 반절이상이 건재. 또 다시 불덩이가 날아왔다.

《방벽》

《방벽》

《방벽》

《방벽》

《방벽》

어느새 주문이 발동되며 전방에 반투명한 막이 여러 개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수들이 날린 불덩이들을 막아내었다.

퍼엉! 펑! 퍼엉! 펑!

뭐든 태워버리는 녹황색의 불덩이였지만 마법으로 만들어낸 방어막에 막히면서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칼슨은 마법을 쓴 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바라보았다. 그곳엔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금발의 여성과 백발 여성.

그들은 바로 엘리시아와 아르모였다.

적절한 타이밍으로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자 아르모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6서클에 오르며 이중 영창도 가능하게 된 그녀. 이제 동시에 두 개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적들의 공격을 방어한 드레이크 군. 이제 다시 공격을 해야 할 때였다.

휘익─ 휘익─ 휙─ 휙─ 휙─

다시 한번 화살이 하늘에 수를 놓으며 놈들에게 내리꽂는다.

푹! 푹! 푹! 푹! 푹! 푹!

털썩! 털썩! 털썩!

화살에 맞은 놈들은 고꾸라지며 바닥에 떨어져갔다.

하지만 드레이크 군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화염구》

《화염구》

《화염구》

《…….》

십 수발의 폭발하는 불덩이가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직격.

퍼어엉! 펑! 퍼엉!

작열하는 화염의 폭발에 날아다니고 있던 소형 마수들이 집어삼켜지며 모조리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화르르르르

이제 눈앞에 서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 뿐. 그것 또한 이내 사그라지며 시커먼 재로 가득한 들판만이 남았다.

차분히 전장을 정리한 칼슨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왕성으로 간다.”

벤투스 왕국을 구하기 위해 몸소 나섰던 전쟁.

이제 그것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벤투스 왕국의 수도인 로버데인.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며 왕국 내 최고로 큰 도시로 자리 잡았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 이제는 너무나 흉흉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전쟁이 시작된 후부터 왕성의 병사들이 징집을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을 끌고 가더니 이제는 어린아이들까지 잡아갔다.

당연히 도시의 사람들은 크게 반발하였지만 병사들은 왕명을 들이대면서 반항하는 이들을 거칠게 제압하였다. 물론 본보기로 몇 명을 끔찍하게 죽인 것은 물론 모든 출입구 또한 봉쇄하여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였다.

그 강압적인 행태에 모든 이들이 불만을 표하였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이기도 했지만 주된 이유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이끄는 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나섰던 이들이 초반에 모두 잡혀 들어가거나 처형당했기에 지금 있는 이들은 그저 이 참혹한 현실이 빨리 없어지기를 바랄 뿐인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국왕을 원망하면서 암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시민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바로 드레이크 백작이 이곳에 오고 있다고 하였다.

사악한 흑마법사들에게 유린당한 왕실을 바로잡기 위해 몸소 군을 일으킨 드레이크 백작.

아무런 소식이 없어 전쟁의 상황을 모르고 있던 시민들이었지만 어디선가 흘러나온 이 이야기에 모두들 희망을 품기 시작하였다.

* * *

드레이크 영지의 본대가 로버데인 코앞에 도착했을 무렵 드레이크의 지원군가 함께한 라델리안 공작의 군 또한 이곳에 와있었다.

이전에 승리로 한껏 들떠있는 양측 부대.

그래서인지 코앞에 적을 두고도 제법 괜찮은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드레이크 백작. 이런 상황에 보게 되어 조금 유감이지만 그래도 반갑기 그지없구먼.”

“안녕하십니까, 라델리안 공작님. 저 또한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시는 데 별고는 없으셨는지요?”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두 사람. 하지만 칼슨의 안부에 라델리안 공작은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크흠, 그렇게 큰일은 없었네. 내 둘째 아들이 저 빌어먹을 흑마법사 놈들에게 유린당한 것을 빼고 말이야…….”

“아, 자녀분의 일은 저도 참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쟁에 임하기 전에 왕궁에 있던 사람들의 안위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미 프란의 사망 소식을 전령을 통해 들었기에 칼슨은 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이에 제법 덤덤한 표정을 한 라델리안 공작은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듯 가볍게 웃으며 말하였다.

“하하, 아닐세. 자네가 그렇게 안 했어도 프란이 죽는 것은 막을 수 없었을 걸세. 유해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꽤나 오래전에 죽은 것 같더라고. 아마 전쟁 이전에 그렇게 되었을 테지. 그러니 자네 잘못이 아니야.”

“예,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법 무거운 분위기가 되자 조금 민망해진 라델리안 공작. 어찌 됐든 전투에 앞서 이런 뒤숭숭한 말을 건넨 것이 조금 후회되는지 분위기를 바꾸고자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였다.

“아, 자네 혹시 그 소식을 들었는가? 바스테르 후작이 레바레스 공작을 상대로 대승을 하였다는군.”

“예, 저도 들었습니다. 병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셨더라고요. 과연 바스테르 후작님입니다.”

“하하, 그러게 말일세.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모두 승리를 하지 않았나?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상대로 말일세.”

“예, 그렇습니다. 이제 이 싸움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유유히 로버데인을 바라보는 칼슨. 라델리안 공작 또한 눈을 지그시 뜨며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우터와 에밀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영주님,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하였습니다.”

우터가 절도 있게 보고하자 칼슨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그래, 수고했어. 에밀리, 너도 수고했고. 네 활약이 특히 대단했다고 들었어.”

“아니에요. 순찰대장님과 순찰대원들이 곁에서 도와줘 가능한 일이었어요.”

칼슨의 칭찬에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그녀. 예전에 그 말괄량이 같던 소녀는 이제 없었다. 이제 그녀는 누구에게나 우러름을 받는 훌륭한 정령사가 다 되었다.

그녀를 바라본 칼슨의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그러져 있었다.

우터, 에밀리, 에드, 아르모…. 그리고 엘리시아 왕녀까지.

거기다 칼슨 자신과 라델리안 공작을 포함하면 여기에 모인 병력은 가히 왕국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 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릴 줄은 모르겠지만 이제 그것도 마지막일 될 것이다.

준비를 마친 드레이크를 위시한 병력들. 칼슨은 그들에게 명하였다.

“전 병력은 들어라! 저 앞에 있는 로버데인을 향해 모두 진격하라!”

그 말과 함께 병사들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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