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엉망이 된 연회(2)
“키리리리릭! 키키킥!”
“꺄르르륵 캬아악!”
히쭉히쭉 웃으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놈들.
마치 날개 달린 고블린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런 놈들이 대략 백 마리가 넘게 나왔다. 그것들은 나오자마자 사람들을 인식하고는 그들을 향해 녹황색의 불덩이를 날리기 시작하였다.
“흐어어억! 이건 뭐야!”
“꺄아아악! 뜨거워! 아아악!”
“흐에엑! 이거 왜 안 꺼져? 이익!”
그것은 비록 화염구 마법처럼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닿는 즉시 녹황색의 불길이 옮겨붙어 끝없이 타올랐다. 자신의 몸에 불길이 타오르자 그것을 끄러 갖은 방법을 쓰는 사람들. 물을 뿌리고 바닥을 구르는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불길은 사그라지기는커녕 계속해서 번져나가며 희생자들을 늘려갔다.
상황이 혼란스러워지자 칼슨을 비롯한 벤투스 왕국의 인원들은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 작은 몬스터들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마력 격류》
《마력 격류》
《마력 격류》
삼중 영창을 시전한 엘리시아. 3개의 보랏빛 구체에서 각각 수십 발의 마력탄들이 놈들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펑! 퍼억! 파악! 퍼억!
“끼에에에엑!”
“키아아악! 캬아악!”
마력탄들이 놈들에게 적중되자 제법 타격을 입었는지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지르며 괴로워하는 그것들. 하지만 생명력이 질긴 탓인지 마력탄의 위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지 놈들은 죽지 않았으며 곧장 엘리시아를 향해 녹황색의 불덩이를 던지려 하였다.
그때 놈들에게 뛰어 들어가는 에드. 그는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녀석들을 하나둘씩 베어나갔다.
서걱─ 서걱─ 서걱─!
후두둑─ 후둑─ 후두두둑─
잘려 나간 놈들의 덩어리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에드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것들 중 몇을 도륙 내자 나머지 녀석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리며 그대로 불덩이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에드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피하며 재차 공격을 가해 다시 몇 놈을 쓰러트렸다. 거기다 이 같은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우터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쉬이이이이익───── 퍼억! 푹! 푹!
“께루우욱!”
“키햐아아악!”
연달아 쏘아진 화살에 머리가 꿰뚫리자 그대로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지는 괴물들. 그렇게 힘을 잃으며 하나둘씩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칼슨의 공격.
새롭게 얻은 비전 검술인 땅거미.
막강한 범위 공격이었지만 기술 시전이 제법 오래 걸렸다.
오러의 소모 또한 만만찮았는데 그래도 아직 한두 번은 더 쓸 수 있을 정도였기에 준비가 끝나자마자 지체 없이 발현. 다시 그의 발밑으로부터 검은 오러 블레이드가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슈우우우우우욱────
날아다니고 있던 그것들의 밑에 스며든 오러 블레이드는. 순간적으로 솟구쳐 오르며 그것들을 모조리 썰어버리고 만다.
서걱! 스걱! 스윽! 서걱! 서걱!
후두두두두둑──
썰려 나간 육편들이 그대로 바닥에 흩뿌려지며 어지럽혔다.
또다시 재현된 그 막강한 공격에 흑마법사들은 치를 떨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마지막 발악으로 있는 마력을 끌어모아 흑마법을 난사하였다.
《생명력 흡수》
《생명력 흡수》
《생명력 흡수》
“흐억, 케겍 켁!”
“커억 커컥 컥!”
“꺅, 꺼어억!”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며 새로운 마수를 소환하기 위한 에너지를 모으는 그들. 그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갔지만 이내 다른 이들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서걱──!
“크어어어어억!”
에드를 비롯 몇 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그들을 도륙. 거기다 마법사들 또한 가세하였다.
《화염구》
《화염구》
《화염구》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불구슬을 보며 그대로 당할 수 없던 그들은 생명력 흡수를 포기. 어쩔 수 없이 방어 마법을 사용하였다.
《마법 교란》
《어둠의 장막》
온 힘을 다해 펼친 방어 마법. 다행히 일반적인 마법과 오러 블레이드 공격은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닌 7서클의 마법사가 있었다.
《마법 무효화》
엘리시아의 7서클 마법 무효화에 흑마법사들을 보호해주고 있던 방어 마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무방비가 된 순간을 에드가 놓칠 리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단숨에 달려들어 그들의 목을 베어 내버리는 에드. 이제 남은 흑마법사는 대장으로 보이는 이 한 명뿐이었다.
모든 부하들이 죽고 자신만 남게 되자 그의 표정이 구겨지고 말았다.
‘크윽, 이런 쓸모없는 놈들. 그거 하나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다니….’
속으로 부하들을 욕하였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소환의식을 거의 다 끝마쳤으니까 말이다.
“헤#&라!&$칼#$디%$럯#@$!”
도저히 인간의 언어가 아닌 말이 그의 입에서 쏟아지자 그의 앞에 커다란 검은 구체가 생성되었다. 대략 반경 5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크기. 이것을 소환하기 위해 그동안 모아놨던 생명력의 3분의 1을 소모하였다.
계획이 제법 틀어졌지만 어쨌든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없앤다면 소모하였던 생명력의 몇 배는 벌충할 수 있으니 괜찮았다.
그는 자신의 목적이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하며 이에 한 줌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예상외로 강한 놈들이 많았지만 지금 소환하는 대상을 그들이 이겨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니까. 어차피 인간인 이상 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뭐야, 이 불길하고도 강력한 기운은?’
제법 멀리 있었던 칼슨에게는 느껴졌다.
저 검은 구체에서 이제껏 느낄 수 없었던 이질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강한 기운을 말이다.
주륵.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미 손에서도 땀이 났는지 장갑에서 축축한 한기가 느껴졌다. 그만큼 칼슨도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
가까이에 있던 에드 또한 뭔가를 느꼈는지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부우우우욱────
마치 가죽이 찢기는 소리가 들리며 검은 구체 속에서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사람의 팔이랑 흡사한 모양이었는데 유난히 길고 손톱이 뾰족하였다. 게다가 비록 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이곳 복식과는 무척이나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피부색이 푸르스름한 회색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지이이이익───
계속해서 가죽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와 함께 팔 하나가 추가적으로 나오며 양손으로 주변을 잡아 무언가에서 비집고 나오려고 한다.
퍼어어억─ 부욱─ 부우우욱─
그리고 마침내 상반신이 튀어나오며 그것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헷갈리는 중성적인 얼굴선. 굳이 따진다면 조금 각이 있는 게 남성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마치 조각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창백하고도 매끄러운 피부 결. 눈썹이 없어 어색한 인상이지만 균형 잡힌 이목구비 때문에 제법 미형으로 보였다.
또한 이마가 훤히 드러나게 뒤로 넘긴 머리는 그를 상당히 귀족 같은 풍모로 자아내게 하였다.
지이이익─ 푸우욱─ 퍼어억─ 퍽!
마침내 검은 구체 속에서 빠져나오면서 그의 몸 전체가 드러났다.
대략 일반 성인 남성에 비해 머리 한 개 이상은 커 보이는 신장. 넓은 어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얇아 보이는 허리는 그의 상체를 역삼각형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체는 상체에 비해 조금 빈약해 보였지만 상당히 길쭉하였고 근육도 많이 붙었는지 허벅지 두께가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두꺼워 보였다.
전체적인 의상은 검은색 옷이 몸에 딱 달라붙은 모습이었는데 가죽인지 아니면 다른 재질 인지 제법 광이 나는 옷감으로 되어있었다.
그것은 처음 나올 때 눈을 감고 있었는데 몸체가 다 나오자 서서히 눈을 뜨며 주변을 살펴본다.
“허어억!”
“커헉!”
그것과 눈을 마주친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사람이라면 필시 흰자위에 검은 눈동자가 보여야 했는데 그것의 눈은 흰자위가 아닌 검은자위였다. 거기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 마치 문헌으로 본 마족의 모습과 흡사하였다.
“서, 설마 마족…?”
“어, 어떻게 이곳에 마족이…….”
그들의 말처럼 그것은 마족이었다. 그것도 하급 마족이 아닌 무려 상급 마족. 흑마법사 대장은 그것을 소환하기 위해 무려 1만 명분의 생명력을 사용하였다. 그는 마족을 부리기 위해 마족의 언어로 이야기하였다.
“튈#@%혿^&릴%&리@#고%#튈&*겐&$높(고명하신 마족이시여. 이 땅에 강림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소환된 마족은 그 말을 듣고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를 소환한 것이 네놈이냐? 도대체 무슨 일로 불렀느냐?).”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주십시오.).”
“(큭, 시답지 않은 말을 하지 않고 본론부터 말하니 상당히 좋군. 그래, 이만큼의 생명력을 얻었으니 그런 부탁쯤이야 어렵지 않다.).”
“(감사합니다, 마족이시여.).”
“(그래, 그럼 어디 이곳에 인간들은 어떤지 볼까?).”
대화를 마친 마족은 다시 주변을 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극도로 두려움에 찌든 그런 눈빛들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태도. 하등한 놈들 따윈 벌레와도 같았으니까.
스윽──
가볍게 손을 그었다.
그저 단순한 움직임.
하지만 순간 한쪽에 모여 있던 수십의 명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데구르르르─
바닥을 구르는 머리들.
그 머리의 표정을 보면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듯해 보였다. 영문 모르는 듯한 그 눈과 마주친 근처의 여성.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꺄아아아아아악!”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자 그곳은 삽시간에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전에 마수가 살육을 벌였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나타난 것은 마족. 그의 손짓에 수십 명의 목숨이 사라졌으니 평정을 유지할 이가 어디 있겠는가.
여기저기 퍼지는 비명 소리에 마족은 기분이 좋아졌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해도 저들의 두려움이 몸소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마족은 그 기분을 더 느끼기 위해 다시 한번 살육을 자행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때 자신에게 다가가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여러 왕국과 제국의 소드 마스터들.
“이 더러운 마족! 감히 이 땅에 들어서다니!”
“악독한 놈! 네놈을 용서하지 않겠다!”
십여 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달려들었지만 놈은 비릿한 미소를 지을 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족에게는 이들이 그저 개미 같아 보였을 뿐이었으니. 몇 명이 달려들든 그저 밟아 버리면 그만이었다.
쭈욱
마족은 긴 팔을 뻗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손바닥을 폈다 다시 오므린다.
우드드드득──
그러자 달려드는 소드 마스터 몇 명의 몸이 순식간에 우그러지더니 그대로 갑옷째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그 모습에 함께 달려든 다른 소드 마스터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호기롭게 달려들었지만 같이 갔던 이들이 단숨에 몰살당하자 두려움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달려드는 걸음이 주춤거렸고 그에게 휘두르는 검 또한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어쨌든 그들의 오러 블레이드는 놈을 향해 나아갔지만.
깡! 깡! 탕! 탕!
마족의 눈앞에 검푸른 장막이 생성되면서 그들의 모든 공격이 막히고 말았다.
“아아아…….”
자신들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소드 마스터들의 눈에서 절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