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106화 (106/162)

105화 결선(7)

‘젠장!’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상대의 검이 다가오자 이베르센 백작은 이를 악물었다.

데구르르─ 탁!

상대의 검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굴렀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바로 자세를 잡아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치지지직── 콰아앙!

“으윽!”

위기를 넘겼다고 하나 상대는 집요하게 자신에게 달려들며 쉴 새 없이 공격을 가하였다. 한껏 오러를 집중해 막아내긴 하였지만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자세가 무너진다. 물밀 듯한 상대의 공세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검격에 여기저기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크으읏! 으아아아아압!”

상처의 쓰라림에 인상을 쓰면서도 기합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막아내는 이베르센 백작.

그 모습을 보며 조금 기가 차는 칼슨.

비록 자신이 공격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상대는 도저히 쓰러질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이고 공격이 적중하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버티어낸다. 마치 견고한 성벽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

그 집중력도 그렇지만 오러의 위력을 자신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듯했다. 만약 자신이 10의 오러를 써 공격을 하면 상대는 5 정도로도 충분히 막아내는 형국. 모처럼 잡은 공세임에도 이렇게 가다가는 상대가 쓰러지기 전에 오히려 자신의 오러가 바닥이 날 것 같았다.

결국 일반적인 공격으로 이기기 힘들 거라 여긴 칼슨은 결국 비전 검술밖에 답이 없다 판단. 의도적으로 강한 타격을 먹인 후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흐으읍!”

호흡을 멈추고 온몸에 있는 오러를 모조리 끌어모았다.

그리고 검 끝에 집중. 새하얀 빛줄기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상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그가 비전 검술을 쓰려한다는 것을 눈치챈 이베르센 백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 또한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비전 검술을 준비하였다.

얼마 남지 않은 오러를 모아 응축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압축되고 압축시켜 더 이상 작아지지 않게 되자 그 오러 블레이드를 단숨에 상대에게 뿜어내었다.

이베르센 백작의 비전 검술인 ‘낙화’가 막 시전 되었을 때 칼슨 또한 자신의 스킬인 ‘일섬’을 발현.

엄청난 위력의 오러 블레이드가 서로를 향해 부딪치게 되었다.

푸른 선과 하얀 점의 만남.

두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하자 눈부신 섬광과 함께 충격파가 경기장에 퍼져나갔다.

콰와아아아앙!

둘 다 일반 오러 블레이드를 아득히 뛰어넘은 초월적인 위력이었지만 보다 넓게 펴진 푸른 선과 달리 한 곳에 힘이 집중된 칼슨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 선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상대에게 꽂히고 말았다.

따끔.

왼쪽 팔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기에 그곳을 바라보는 이베르센 백작. 그곳에는 빛나는 하얀 점이 보였다.

그 점은 점점 커지더니 왼쪽 팔 전체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악!”

정신이 아득히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고통 속에 비명을 질러대었다.

투두둑 투둑.

바닥에 그의 팔이었던 육편들이 떨어져 나갔다.

팔 한쪽이 날아가며 순식간에 외팔이가 되어버린 이베르센 백작. 출혈로 인해 머리가 핑 돌며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으득.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술을 깨물며 버티어내었다. 하지만 몸이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며 쉰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내가졌다.”

그의 입에서 나온 패배 선언.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명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것을 바로 인지하는 이는 드물었다.

심판관조차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곧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승패를 선언하고 만다.

“스, 승자…. 카, 칼슨 드레이크!”

그의 소리는 경기장의 모든 이에게 또렷이 들렸지만 반응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분명 승부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듯한 표정들.

그들이 그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대륙 10강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베르센 백작이 이제 이십 대 중반의 청년에게 팔 한쪽을 잃으며 패배하였으니까.

그 말은 곧 그 청년이 새로운 대륙 10강이 되었다는 말이랑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

그렇게 숨 막히는 정적이 한동안 경기장을 채웠다.

이윽고 그 고요함을 누군가가 깨기 시작하였다.

짝 짝 짝

덤덤한 박수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내 모든 이들이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은 황족들이 모여있는 귀빈석.

그곳 중앙에 앉아 있던 노인 한 사람이 혼자 조용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서인지 쭈글쭈글한 얼굴에 등이 굽어 왜소한 느낌이었지만 그의 머리에 쓰인 황금의 관이 그가 누구인 알려주었다.

그는 바로 이 제국의 황제. 빈센트 베라 칸 아크레프였다.

이곳에서 제일 고귀하고도 높은 위치에 있는 그가 희미한 미소로 박수를 치자 주변의 황족들 또한 그에 동조하며 박수 소리를 키워갔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경기장 전부를 박수갈채로 채워나가게 되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마치 천둥소리 같은 박수 소리. 그제야 사람들은 이 경기에서 승자가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대륙 10강의 초강자인 이베르센 백작이 아닌 그의 상대인 저 청년이 말이다.

그것은 곧 기존의 대륙 10강인 이베르센 백작 대신 새로운 대륙 10강이 탄생했다는 말과 일맥상통.

그리고 황제는 그 새로운 강자를 인정한 것이었으니 누가 그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가.

모두들 새로운 대륙 10강의 탄생을 축하해줄 수밖에 없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세례에 칼슨 또한 손을 흔들며 화답을 해주었다. 비록 지치고 당장이라도 뻗어버릴 것 같았지만 이렇게 성원을 받고 있는데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때 치료사들의 집중 치료를 받고 있던 이베르센 백작이 눈에 보였다. 출혈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래도 제국의 유능한 치료사들로 인해 생명이 위급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한쪽 팔은 그대로 부서져 버렸기 때문에 평생을 외팔이 신세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시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직접 불구로 만들어버렸기에 조금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로의 역량 차이는 거의 없었다. 상대가 근소하게 앞서 있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비전 검술.

상대 또한 전설등급의 스킬이었지만 대인전에 특화된 자신의 스킬이 상성이 우위에 있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저런 꼴이 되는 것은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씁쓸한 감정을 품은 채 그가 실려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무렵 칼슨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높은 명성을 가진 강력한 상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지배력 제외)가 5씩 증가합니다.]

[지배력이 5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스킬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호칭이 주어집니다.]

[스킬 ‘비전 검술-땅거미(전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극의(전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칭호 ‘검왕’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대륙 10강이 되어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게 됩니다.]

[비전 검술-땅거미(전설)]

───────────────────────────

오러 블레이드를 바닥에 넓게 퍼트린다.

검은 바닥위에 있는 모든 대상은 지속적으로 오러 블레이드 공격을 당한다.

───────────────────────────

[극의(전설)]

───────────────────────────

오러의 흐름을 증폭시켜 모든 스킬의 피해가 300% 증가한다.

지속시간 5분. 재사용시간 2시간.

───────────────────────────

[[칭호] 검왕]

───────────────────────────

검술의 위력이 25% 증가합니다.

───────────────────────────

이베르센 백작과의 대결을 승리한 보상으로 능력치와 스킬, 칭호를 받았다.

지배력 또한 올라가서 오러의 양도 늘어났다.

스킬은 전설 등급이 2개나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비전 검술. 설명을 보니 대인 공격보다는 광역으로 피해를 줄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칭호는 기존 검왕이었던 이베르센 백작의 칭호를 가져간 듯 보였다.

그렇게 받은 보상을 점검한 칼슨은 주변의 환호를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 * *

모든 경기가 끝나고 우승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개 대회 우승자들이 전부 벤투스 왕국의 사람들이었다.

가끔 제국이 상을 독식한 적은 있어도 그 외 왕국이 이렇게 독식한 적은 처음인지라 그것을 지켜본 이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 그러나 모두 정당하게 승리해서 따낸 우승이었으며 이에 반론을 가진 이들은 없었다.

제일 처음에 호명된 이는 궁술 대회 우승자인 우터였다.

우터는 부상으로 엘프의 활을 받았다.

대수림에서 사는 그들과 유일하게 교역을 하는 제국만이 보유할 수 있는 활로서 바람 정령의 축복을 받아 엄청난 사거리를 자랑하였다.

두 번째로 호명된 이는 엘리시아.

그녀에게는 제국 황실 마탑에서 제작한 스태프를 하사받았다. 미스릴로 제작되었기에 마력전달력이 매우 뛰어나 마법을 쓸 때 큰 효과를 발휘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슨이 불리어졌다.

앞의 두 대회도 제법 호응이 좋았지만 그래도 그중 검술 대회가 제일 흥행한 대회임에는 부정할 수 없었다.

각 나라의 소드 마스터 및 무수한 강자들이 출전하였고 심지어 대륙 10강인 이베르센 백작도 나왔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우승은 그가 아닌 변경 왕국의 백작이 차지하고 말았다. 그것도 결승에서 이베르센 백작을 꺾고 말이다.

그 대결에서 한쪽 팔을 잃은 이베르센 백작은 결국 대륙 10강에서 물러났고 검왕이라는 칭호 또한 상대가 가져가 버리고 말았다.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걸 잃어 비정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세상의 순리이니 어쩔 수 없는 일.

승자는 독식하고 패자는 쓸쓸히 퇴장하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었다.

그렇게 지는 해가 있으면 다시 뜨는 해가 있는 법.

이베르센 백작이 대륙 10강에 물러나면서 새롭게 대륙 10강이 된 칼슨. 더불어 검왕의 칭호까지 거머쥐게 되면서 그의 명성은 대륙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전 수여식에서 상을 받고 또다시 부상을 받게 된 칼슨. 이번에 받은 하사품은 전에 받았던 명품 따위가 아니었다.

제국에서도 몇 없는 아티펙트인 아크레프 시리즈.

그중 그가 받은 것은 목걸이였다.

그것은 푸른 보석이 박힌 장식을 중심으로 은빛을 내는 금속 줄로 이어져 있었다.

정식 명칭은 바로 아크레프의 별.

이것은 차고 있으면 치유 효과를 주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만약 큰 부상을 당해도 이것을 차고 정양만 잘하여도 상처가 말끔히 낫기 때문에 마치 휴대용 치료기기나 다름없었다.

칼슨 또한 마음에 들었기에 바로 착용하여 그 효과를 보았다. 과연 시합 때 다친 곳이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 든다.

시상식이 끝나자 곧장 일정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연회가 열렸다.

첫날의 연회와는 달리 이번 연회는 수행원까지 참석할 수 있었기에 인원 규모가 이전보다 몇 배는 많아졌다.

당연히 그들이 모인 회장 또한 성에서 제일 큰 회장에서 하였다.

일천은 가뿐히 넘는 인원이 이곳에 있었지만 오늘 이곳의 주연은 단연 벤투스 왕국의 사람들이었다.

모든 대회 우승자들이 이곳에서 나왔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우터를 비롯해서 엘리시아와 심지어 이베르센 백작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에드까지.

그들에게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합친 인원보다 칼슨에게 모여든 인원이 더욱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검술 대회 우승도 우승이지만 새로운 대륙 10강에 등극했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도가 쏠리게 되었던 것.

특히 젊은 귀족 여성들의 관심이 매우 폭발적이었다.

그것은 당연하였다.

그는 아직 미혼이고 젊고 잘생겼다.

거기다 대륙 최강의 무력을 보유했으니 너도나도 환심을 사려고 들이대었다.

하지만 딱히 생각도 없고 맘에 드는 이도 없었기에 칼슨은 영업용 미소로 받아주기만 할 뿐 길게 대화를 이어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가 그렇게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갑자기 한쪽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