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결선(5)
리로이 이베르센.
아크레프 제국의 백작이며 흰 독수리 기사단장인 소드 마스터. 아니 같은 소드 마스터조차도 뛰어넘은 극강의 기사.
대륙 10강 중 하나이며 검왕으로 불리고 있는 강자.
꿀꺽.
에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수많은 수식어들을 가진 그가 자신 앞에 서 있었다.
물론 이전에 상대했던 제국의 기사단장은 상대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의 이 자는 달랐다.
이자가 가진 화려한 명성?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기세 자체가 다르다.
마치 커다란 성벽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그도 사람이다. 검에 찔리면 피도 나고 죽을 수도 있는 사람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에드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각오를 굳힌 그는 검을 바로 들며 예를 표하였다.
“벤투스 왕국의 기사. 에드 페이런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중하면서도 절도 있는 자세. 이에 이베르센 백작 또한 검을 들며 예를 표하였다.
“아크레프 제국의 리로이 이베르센이다. 좋은 승부를 기대하지.”
타국의 일개 기사에게도 꽤나 정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베르센 백작. 허나 그 태도와는 달리 내뿜는 기세는 제법 매섭기 짝이 없었다. 그것에 눈살을 찌푸린 에드. 하지만 다시 눈을 바로 뜰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흐으읍!”
오러 블레이드로 감싸진 검을 막기 위해 에드 또한 오러를 급히 끌어올려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 그대로 맞받아쳤다.
부아아악! 콰아아앙────!
“크윽!”
오러 블레이드끼리의 충돌로 인해 주변에 강풍이 불었다.
눈살을 찌푸린 에드. 허나 그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예상을 웃도는 큰 충격이 손에 전해지며 에드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분명 같은 오러 블레이드끼리 부딪혔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놀라고 있는 와중에도 상대는 계속해서 공격해 들어왔다.
쾅! 쾅! 타앙! 깡! 펑!
연이어 이어진 상대의 공격.
막아설 때마다 뼈가 저릴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지만 그는 끈질기게 버티었다. 다가올 기회를 엿보며 필사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곧 기회는 찾아왔다.
물샐틈없어 보이던 상대의 연속 공격에서도 그 미묘한 틈이 에드의 눈에 들어왔다.
바늘보다 작아 보였던 상대의 허점.
에드는 그 찰나의 순간에 보인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치지지직── 스걱!
“크흠!”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멈칫하는 이베르센 백작.
옆구리에 생소한 통증이 느껴지자 그의 아름답던 검선이 불협화음을 내며 끊어지고 말았다. 상대의 예상 못한 공격에 당하자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표정.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하지만 곧 이어진 상대의 공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샤아아아아아악─────
수백 개의 이빨.
수십 마리의 아귀들이 이베르센 백작을 향해 덮쳐왔다.
이것은 바로 전에 선보였던 에드의 비전 검술.
심지어 이번에는 오러 블레이드로 발현하기에 전보다 훨씬 더 맹렬하고 흉포하였다. 만약 이대로 당한다면 치명상을 면하지 못할 것이었다.
“크흠!”
이베르센 백작 또한 그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래서 그도 급격히 오러를 모아 비전 검술로 대항하였다.
부우우우우욱─────!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넓게 퍼지더니 반투명한 막을 형성. 다가오는 수십 마리의 아귀의 형상을 막아섰다.
파직! 콰직! 콰앙! 파직! 콰직!
무려 오러 블레이드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지만 상대의 기괴한 오러 블레이드는 자신의 것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한쪽이 찢어지며 몇 마리의 아귀가 그곳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콰직! 콰직! 콰직!
마치 굶주린 들개가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어 먹듯 갑옷의 철판을 사정없이 우그러트린다. 이내 그의 갑옷 일부가 뜯기며 생채기가 나기 시작. 이베르센 백작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크으윽!”
얼마 만에 이런 상처를 입는지 모르겠다.
대륙 10강에 오른 이후로 이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가 있었나?
딱히 방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은연중 상대가 자신보다 아래라는 것을 인지하며 상대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바로 이 쓰라린 상처.
비록 치명상은 아니지만 아릿한 통증에 오래전 잠들었던 그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
대륙 10강이 된 이후 잊고 있었던 생존에 대한 본능.
그것을 눈앞의 상대가 일깨워주었다.
온몸에 피가 끓기 시작하며 기분이 들뜨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흥분되기는 실로 오랜만.
싱긋.
어느새 그의 입 꼬리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정말 좋은 검술이군. 참으로 고맙네, 답례로 나도 그대에게 한 수 보여주지. 부디 잘 버텨내게.”
“…….”
그 말과 함께 상대의 기세가 변하였다.
그전 까지 커다란 산 같았다면 지금은 날카롭게 버려낸 칼날 같은 느낌. 에드는 바짝 긴장하며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검에 오러를 집중하였다. 그리고 곧 상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상대의 오러 블레이드가 순간적으로 줄어들었다.
아니 압축됐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실로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기세는 더욱더 강해졌으니까.
심상치 않은 기세에 에드도 오러를 바짝 긁어모아 대비를 하였다. 상대의 공격에 집중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검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의문이 들려던 찰나 기시감을 느낀 그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몸을 숙였다.
서걱──
“크으윽!”
투구의 윗부분과 어깨 갑옷 일부가 잘려 나가버렸다.
그로 인해 머리카락과 어깨 살점 일부가 떨어져 나갔지만 다행히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터엉─
투구의 고정부분이 끊어지며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깨 쪽 상처로 인해 피가 흥건하게 흘렀지만 그래도 검을 놓치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상대 또한 큰 기술을 써서인지 많이 지쳐 보인다는 것. 에드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타앗──
재빠르게 튀어 나가며 검을 휘두른다. 비전 검술을 쓴다면 확실하게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남은 오러가 많지도 않거니와 큰 기술이니 만큼 준비하는 동안 상대가 대비를 할 수 있기에 서둘러 공격을 감행하였다.
자화자찬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격은 상대가 대처하기엔 매우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비록 상대가 대륙 10강의 강자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분명 통할 거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깡───!
“허억!”
이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자신의 검을 쳐내버리는 이베르센 백작. 아무리 대륙 10강이라고 하지만 보지도 않고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을 보고 기가 막힌 에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수 없었다. 재차 쇄도해 들어가 절묘하게 검공을 날린다.
휘이이익─── 깡!
날카롭기 그지없는 공격. 하지만 이마저도 손쉽게 막아내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뭔가 섬뜩함을 느낀 에드는 잠시 뒤로 물러 재정비를 하였다. 공간을 벌린 채 비전 검술을 쓰려고 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대륙 10강의 강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흐아아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강하게 내리치는 그의 일격. 검 자체는 빠르지 않았기에 에드는 검면을 때려 방향을 틀어버리려 하였다.
터엉!
“으윽!”
예상 밖의 위력에 도리어 자신의 몸이 뒤로 밀려버렸다. 그렇게 상체가 들려버리자 크게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황급히 몸을 바로잡으려 하였지만 연이어 이어진 이베르센 백작의 공격.
서걱─
“커어억!”
허벅지가 베이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젠장!’
상체에 신경 쓰느라 아랫부분을 소홀히 한 대가. 그렇지만 에드 또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서걱─
“크으으윽!”
맞서 휘두른 검이 상대의 왼쪽 팔에 긴 자상을 남겼다. 예상외의 공격에 당황한 이베르센 백작은 순간적으로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순간 여유가 생기며 이베르센 백작은 또다시 비전 검술을 사용하였다.
강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작아졌다. 그렇게 응축된 오러 블레이드를 가지고 전방을 향해 힘차게 휘둘렀다.
“젠장!”
비틀─
그것을 본 에드 또한 피하려 하였지만 허벅지에 입은 부상 때문에 마저 피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한껏 응축시키며 그대로 상대의 공격에 대항하였다. 거기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몸에 오러 바디를 둘렀다.
콰직───! 파바바바박!
“으아아아아악!”
모든 걸 베어버리는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에 필사적으로 맞서보았지만 그 압도적인 위력에 점차 밀려버리고 말았다.
콰아아앙!
“커허어억!”
비록 몸이 절단되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마는 에드.
바닥에 쓰러진 채 더 이상 일어날 기력이 없어 보였지만 어떻게든 몸을 세워보려 힘을 줘보았다. 하지만 이내 눈앞에 겨눠진 검. 그것을 본 그는 자신이 패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윽, 제가 졌습니다.”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에드.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였다. 몸 하나 까닥할 기력이 없는 그는 치료사들의 치료를 받으며 밖으로 실려 나갔다.
상황이 정리되자 심판관이 큰 소리로 외쳤다.
“승자, 리로이 이베르센!”
“와아아아아아!”
그의 승리에 제국의 사람들은 기뻐하며 환호하였다.
대륙 10강이기에 손쉽게 이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힘겨웠던 승리였다. 하지만 어쨌든 승자는 이베르센 백작이 되었고 결국 결승에 올라가는 것도 그였다.
그리고 거기서도 그가 이겨 우승을 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함성을 내지르며 그의 승리를 축하하였다.
* * *
“그래, 에드가 졌다고….”
에드가 졌다는 소식은 칼슨도 전해 들었다.
그의 패배는 안타까웠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와 맞붙게 되는군.’
수여식 때 봤던 이베르센 백작.
자신보다 월등히 강했던 그의 능력치를 생각하니 절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자신 또한 많이 강해졌다.
다가올 대결에 앞서 칼슨은 다시 한번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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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칼슨 드레이크
나이 : 24세
클래스 : 영주(백작)
힘 SS(31) 민첩성 SS(31) 지능 SS(25) 체력 SS(27) 정신력 S(24) 오러 SS(31)
스킬
인물정보 열람(상급)(전설/성장)
비전 검술-일섬(전설)
비전 검술-칠흑(전설/성장)
오러 바디(에픽)
칭호
초인
잔혹한 카리스마
전장의 사신
벤투스 왕국 드레이크 백작령의 영주.
벤투스 왕국의 그랜드 마스터.
몬스터 웨이브 때의 활약으로 인해 그 명성이 벤투스 왕국을 넘어 제국까지 알려졌다.
그로 인해 상을 받기까지 하였다.
최근 검술 대회에서 연이은 강자를 꺾으며 명성이 더더욱 올랐다.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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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으로 얻은 보너스 수치는 전투에 직접 도움이 되는 힘과 민첩성, 체력을 위주로 올렸다. 이렇게 보니 이베르센 백작에게 딱히 밀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그렇게 상태 창을 보며 생각하고 있을 때 안내원의 말이 들려왔다.
“칼슨 드레이크님은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들은 칼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안내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