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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02화 (102/162)

101화 결선(3)

깔보듯이 엘리시아를 내려다보는 상대방.

그녀는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었다.

탐스러운 은빛 머리칼. 제법 곱슬한 그 머리는 치렁치렁하게 가슴까지 내려왔다.

가슴이 패여 어느 정도 살결이 보이는 민망한 옷차림새.

옷의 재질 또한 얇아서인지 그 굴곡진 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제국의 황녀였다.

이름은 타실라 베라 콘 아크레프.

1 황자의 차녀이자 황제의 3번째 손녀.

하지만 이 화려한 수식어는 그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7서클의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7서클 마법사.

수많은 인재들이 바글바글한 제국에서도 7서클의 마법사는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나이가 고작 서른 중반이라는 것. 거기다 외모는 이십 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젊어 보였다.

황실 마탑의 수장이며 궁에서도 막강한 권세를 가지고 있는 타실라. 그런 그녀가 고작 변방 소국의 왕녀인 엘리시아를 우습게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그녀는 다시 한번 조소를 하며 엘리시아에게 말을 하였다.

“설마, 분한 건가요? 어머, 미안해요. 이렇게까지 약할 줄은 몰랐어요. 그럼 이제부터 살살 할게요. 꺄하하하하!”

“…으윽!”

모욕적인 언사에도 불구하고 엘리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현재 몸 상태가 안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한 서클 차이였지만 실제 상대와 자신과의 격차는 어마어마하였다. 마치 하나의 벽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분해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서클을 안정화시켰다. 상대가 서클로 우위를 점한다면 자신은 다른 것으로 대항하면 되었다. 마력 운용과 삼중 영창으로 인한 마법 조합은 자신이 위였다. 최대한 직접적인 화력 대결을 피하며 허점을 노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리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끌어모아 주문을 외우기 시작. 그녀의 장기인 삼중 영창을 사용하였다.

《화염 창》

《얼음 창》

《낙뢰》

대인용 5서클 마법 3개가 동시에 타실라를 위협하였다. 그녀는 3중 영창을 보고 잠시 놀란 눈이 되더니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주문을 외었다.

《점멸》

파앗!

순식간에 그녀의 신형이 사라지며 그곳에 엘리시아의 마법이 퍼부어졌다.

콰콰광! 화르르르르! 파지지지직! 콰지지직!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마법이 그곳을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상대가 직전에 그것을 회피했다는 사실을 안 엘리시아.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다음 주문을 시전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려는 찰나 상대의 마법이 그녀에게 발현되었다.

《극염》

눈앞에 다가오는 새하얀 불의 구슬.

흡사 화염구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작았다. 그러나 크기보다 더 확연한 특징은 따로 있었다.

화염구 마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초고온의 열기.

아직 맞닿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살이 익어가는 느낌이 든다.

치이익─

머리 끝자락이 타들어 가며 알싸한 탄내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그 지독한 열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한번 삼중 영창을 하였다.

《얼음 폭풍》

《동결》

《방벽》

그녀의 몸에서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며 두 개의 냉기 마법과 하나의 보호 마법이 시전 되었다.

매서운 한파가 극염에 대항해 보지만 그 열기를 조금 삭힐 뿐 서릿발 같던 그 냉기는 힘없이 사그라졌다. 그리고 아직 건재한 백열의 구는 사정없이 마법의 장벽을 때려 부순다.

콰아아아앙────! 콰지지직! 파아앗───!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마법 보호막이 또다시 박살나면서 그 여파로 인해 몸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크으윽….”

뜨거운 열기로 인해 온몸이 후끈거렸지만 그래도 냉기 마법이 그 위력을 상당 부분 해소하였기에 다행히 큰 피해를 면하였다. 허나 상대는 이전과 달리 여유를 두지 않으며 재차 마법 공격을 하였다.

《마력 격류》

그녀의 손에서 보랏빛의 마력이 서서히 응집되어간다.

그것은 몸통만 한 구를 만들더니 그곳에서 수십 발의 마력탄들이 뿜어져 나왔다.

“이익!”

《방벽》

위기감을 느낀 엘리시아는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을 시전. 그녀 앞에 무형의 보호막이 생성되며 상대의 마력탄을 막아섰다.

파앙! 팡! 파앙! 퍼엉! 퍼엉! 펑!

사정없이 내리꽂는 마력탄의 폭격. 하나하나의 타격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보랏빛 구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에 엘리시아의 마법은 차츰 그 힘을 잃어갔다.

“흐으으윽!”

마치 무자비한 폭력과도 같은 마법에 그저 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엘리시아는 서서히 무력감을 느꼈다.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통감하며 절망이 차올랐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방벽을 유지하며 상대를 쳐다보았다.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그 장난스런 표정. 흡사 개미를 밝아 죽이는 어린아이와도 같았던 그녀의 순수한 악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그대로 전해지며 엘리시아의 감정이 심하게 복받쳐 오른다.

‘저딴 년한테 절대 질 수 없어!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진작 떨어져 갔던 마력을 다시 채웠지만 그마저도 이제 바닥을 보인다. 하지만 그녀 안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자존감이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해주었다.

목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굵은 핏줄이 온몸에 번져갔다.

이는 마력 폭주의 전조. 까딱하다간 서클이 붕괴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찢어질 듯한 고통 속에서도 이를 악물며 더욱더 서클을 활성화하였다. 그렇게 한계까지 밀어붙인 그녀의 서클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점차 그 빛이 강해진다. 그리고 어느새 그 굵기가 점점 커지더니 큰 폭발이 일며 일순간에 서클이 깨져버렸다.

“쿨럭!”

피를 토하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바닥을 보니 검은 핏덩어리가 고여 있었다. 갑작스런 상대의 변화에 눈살을 찌푸린 타실라. 마치 무리하게 가지고 놀다 부서져 버린 장난감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쳇, 뭔가 재미 좀 느껴보려 했더니 망가져 버렸군요. 후우…. 그래도 이제까지 논 상대 중에 당신이 제일 나았네요.”

흥미가 식은 듯 그대로 등을 돌리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 기운에 깜짝 놀란 타실라는 황급히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말았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곳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던 엘리시아가 다시 일어서 있었다.

분명 서클이 붕괴되며 쓰러지는 것을 봤는데 다시 엘리시아에게서 마력이 느껴졌다. 그것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대한 마력이었다.

“서, 설마 이것은 7서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눈앞의 상대에게 느껴지는 마력은 분명 자신과 같은 7서클 수준의 마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손에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모인다. 그리고 이어진 3중 영창.

《극염》

《마력 격류》

《번개 폭풍》

다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며 동시에 시전 된 3종류의 7서클 마법.

태양과도 같은 백광의 불덩이가 타실라에게 날아갔다.

그녀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주문을 외웠다.

《점멸》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 그곳에 떨어진 불덩이 그대로 바닥을 녹이며 안쪽까지 파고들어 폭발한다.

콰아아앙───!

그것을 보고 순간 가슴이 철렁한 타실라. 하지만 상대가 시전한 마법은 총 3개였다. 어느새 생성된 마력의 구에서 뿜어져 나온 수십 발의 보랏빛 마력탄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젠장!”

《방벽》

다가오는 마력탄 세례에 이을 악물며 방벽을 시전. 무형의 두꺼운 방어막이 마력탄을 막아낸다.

펑! 퍼엉! 팡! 파앙! 퍼엉! 쾅!

“크으윽!”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마력탄의 충격에 타실라는 침음을 삼킨다. 그래도 마력을 쏟아부으며 방벽을 유지하니 다행히 피해 없이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는 상황. 곧 3번째 마법이 그곳에 직격되었다.

콰르르릉! 콰르릉! 우르르릉─ 콰쾅!

그녀 위로 검은 먹구름이 생성되며 굵은 벼락 줄기가 수십 개씩 떨어졌다. 안 그래도 마력탄을 막아내기 급급했던 터였는데 거기에 벼락들이 연달아 떨어지자 무방비로 맞아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지는 타실라. 높은 저항력을 가진 아티펙트를 온몸에 두르고 있었지만 모든 충격을 상쇄시키진 못하였다.

털썩─

머리가 타버리고 온몸이 그을린 상태로 쓰러져버린 그녀. 재빨리 심사관이 경기 중지를 외치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두근두근.

미약하지만 심장 고동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죽지 않았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큰 고초를 겪을 뻔하였다.

“어서, 치료사들은 황녀님을 치료하라! 어서!”

그의 말에 부리나케 뛰어나오며 회복 마법을 시전 하는 치료사들. 그렇게 그녀는 치료를 받으며 밖으로 실려 나갔다.

예상 밖에 사태에 진땀을 흘리던 심사관. 시선을 돌려보니 경기장엔 엘리시아 홀로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타국의 마법사가 우승자가 된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정당한 승자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을 굳힌 그는 손을 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승자, 엘리시아 던 카르시아!”

승리가 확정되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마는 엘리시아. 온몸의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 그렇게 그녀가 승리를 하였지만 관중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이곳의 대부분은 제국의 사람들. 그렇기에 자신들의 황녀가 패하니 분위기가 다소 다운이 되었다. 허나 그곳엔 제국민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짝 짝 짝 짝 짝.

다른 왕국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 그것은 곧 여기저기 퍼지며 호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함성 소리도 더해지며 이곳저곳에서 나오기 시작.

“와아아아아아! 정말 멋진 승부였다!”

“그 막강한 황녀를 꺾다니 정말이지 대단한걸!”

“벤투스 왕국의 왕녀라고 하던데 정말 실력이 대단해!”

“축하합니다! 엘리시아 왕녀님! 휘이이익~”

그렇게 조촐한 축하의 분위기가 조성되자 엘리시아의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감돌았다. 비록 지친 몸이었지만 그 찬사에 화답하기 위해 있는 힘을 쥐어짜며 일어서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더욱더 그녀에게 환호하는 관중들.

이제 타국의 사람들 뿐 아니라 제국의 사람들까지 그녀를 환호하였다.

그렇게 그곳에 있는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새로운 우승자가 탄생하였다.

* * *

엘리시아의 우승으로 마법 대회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을 때. 궁술 대회 또한 결승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결승에 오른 이는 바로 우터와 카말란 백작.

이전 경기는 바로 100마리의 새를 날려 더 많이 쏘아 떨어뜨리는 경기였다.

거기서 둘 다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올라왔었다.

워낙 상대와의 기량 차가 많이 났었기에 일방적인 승부가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 경기보다 우터와 카말란 백작이 잡은 수로 비교하며 이야기하는 이들이 더 많았을 지경.

아무튼 둘은 준결승전에서 승리해 올라왔고 이제 마지막 대결만이 남았다.

“와아아아아아아!”

“귀궁! 귀궁! 귀궁!”

“신궁! 신궁! 신궁! 신궁!”

둘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많은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그들을 연호하였다.

이에 익숙하듯 카말란 백작은 손을 흔들며 자신을 응원하는 이들을 향해 화답해주었다.

허나 우터는 그저 묵묵히 활시위를 점검할 뿐,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분위기가 올랐을 무렵 심사관이 자리를 잡고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승부에 대한 과제를 말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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