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궁술 대회(1)
그곳을 보아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한 참가자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호기심이 생긴 둘은 시선을 집중하여 그곳을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우터 하인츠 통과!”
“와아아아아아아!”
평범하기 짝이 없는 통과인데도 불구, 왜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둘. 그 궁금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단상에 내려와 확인하고자 하였다.
“흠,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리 소란인 것이냐?”
하바트 경이 헛기침을 하며 큰 소리로 말하자 그곳에 있던 이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중 시험관 한 명이 그를 알아보고 달려와 이야기를 하였다.
“아, 하바트 경 오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무슨 일이길래 인파들이 이리 모여 있는 건가?”
“아, 그게 한 참가자의 활 솜씨에 모여든 것 같습니다.”
“뭐? 이리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 고작 참가자의 활 솜씨 때문이라고?”
조금 놀란 얼굴이 된 하바트 경. 갈로르 남작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하였다.
이미 몇 명의 통과자들이 나온 마당에 구경꾼들이 제법 몰린 것을 보니 제법 실력이 뛰어난 것 같아 보였다. 갈로르 남작이 하바트 경에게 고개를 까딱거리자 그는 시험관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래, 얼마나 솜씨가 좋기에 그러는가?”
“아, 그게 과녁 10발에 모두 맞췄습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300보 떨어진 과녁에 화살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 정도 거리에서의 과녁이라면 일반인의 눈으로는 거의 점에 가까울 터. 거기다 거리가 긴 만큼 주변에 바람이나 그 외적인 요소에 영향도 많이 받을 터. 이렇게 주변이 소란스러운 곳에서 10발 모두 맞혔다는 것은 궁술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마음가짐 또한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과녁에 있는 확인자에게 화살을 뽑지 말게 하였다. 그리고 둘은 직접 과녁이 있는 곳을 가보았다. 기대하며 걸어가는 두 사람.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기대에서 의심으로 그리고 결국 과녁에 다다라서는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과녁에 꽂힌 화살을 보며 갈로르 남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였다.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하바트 경 또한 마찬가지. 그도 그럴 것이 과녁에 꽂힌 화살은 정 중앙 빨간 점안에 모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1인치도 안 되는 그 점에 10발의 화살이 빼곡하게 꽂혀있자 갈로르 남작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계속해서 눈을 비비며 재차 확인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눈앞의 장면은 바뀌지 않았다.
실로 경악할 수밖에 없는 현실.
둘은 말도 안 되는 그 상황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 그곳에 있던 확인자가 그들을 부른다.
“저, 나리…. 이제 과녁에 꽂혀있는 화살을 떼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 그러도록 하게.”
그때야 퍼뜩 정신이 돌아온 두 사람. 그 둘은 다시 시험관이 있는 쪽으로 돌아와 그 참가자를 찾았다.
“시험관, 시험관! 그는 지금 어디 있는가?”
“예? 남작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전 이곳에서 화살을 쏜 그 참가자 말일세. 10발 무도 맞혀 통과한 그자 말이야!”
“아, 그것이…. 통과하자마자 그걸 확인만 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자신이 혹시 실수라도 하였는지 마음을 졸이며 긴장하는 시험관. 그러나 갈로르 남작의 눈에는 그런 사소한 것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 오게. 어서!”
“아, 네! 알겠습니다! 남작님.”
갈로르 남작의 호통 같은 외침에 시험관은 빠릿빠릿하게 대답하며 재빨리 참가자들의 서류를 가져왔다. 그리고 방금 갈로르 남작이 말한 참가자에 대해 찾아보았다. 침을 삼키며 잔뜩 긴장한 채 종이를 넘겨 가던 시험관. 그리고 이내 그 참가자에 대해 쓰인 내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차, 찾았습니다. 갈로르 남작님!”
“그래, 도대체 어떤 자인가? 어느 나라 출신에 어디 소속이고?”
“음…. 이름은 우터 하인츠. 나이는 30세. 벤투스 왕국 출신이며 현재 드레이크 영지의 순찰대장이라고 합니다.”
“뭐? 이런 대단한 자가 고작 변방이 있는 왕국, 그것도 작위가 있는 것도 아닌 일개 가신이라고? 그게 사실이더냐?”
“예, 사절단의 수행원 자격으로 신청한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습니다.”
“허어, 어떻게 이런 인재가 고작 수행원이라니….”
그자의 실력에도 놀랐지만 그에 비해 형편없는 대우에 더더욱 놀란 갈로르 남작. 얼른 이 사실을 자신의 상관인 크라비드 백작에게 알려야만 했다. 이런 귀중한 인재라면 마땅히 제국의 인재로 써야 했다. 심지어 작위를 내려서라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이곳의 진행을 하바트 경에게 맡겨두고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 *
예선을 통과한 우터는 어느덧 칼슨이 있는 곳을 향해 돌아왔다. 그곳은 바로 검술 대회를 신청하는 장소. 궁술을 신청한 우터와는 달리 칼슨과 에드는 검술 대회에 신청을 하였다.
“어, 우터! 예선은 잘 보고 왔어?”
“예, 영주님.”
“뭐, 당연히 통과겠네. 그렇지?”
“그렇습니다.”
당연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여유 있게 통과하였다. 그것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칼슨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에 대충 어땠으리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칼슨과 에드가 신청하였던 검술 시합 또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나올 자를 선발하였다. 다만 소드 마스터인 것을 증명한다면 바로 본선으로 오를 수 있었다.
물론 궁술 시합 또한 예전에 성과를 보였던 자들에 한해서는 예선을 치르지 않아도 본선에 올랐다.
그게 아니라면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처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딱히 없었기에 예선을 봤던 것. 그렇게 예선을 통과한 이들과 본래 본선 배정을 받은 인원을 합해 대략 100여 명 정도 되는데 그 이후부터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부를 가리게 되었다.
“그러면 본선은 내일인가?”
“예, 궁술 시합은 내일, 검술은 그다음인 모래입니다.”
“그렇군, 그럼 우터. 이왕 참가한 거, 우리 잘해보자고.”
“예, 영주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익숙한 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짙은 갈색 머리에 남자답게 선이 굵직한 얼굴.
바로 바스테르 후작이었다. 그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칼슨을 향해 말을 하였다.
“오, 자네도 결국 참가를 하는 건가?”
“예, 바스테르 후작님! 혹시 후작님도 검술 대회에 나가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거의 5년 만에 하는 대회인데 당연히 참가해야지. 그건 그렇고 저기 하인츠 경과 페이런 경도 참가를 하는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흐음, 한 영지에서 무려 3명이나 참가하다니. 이거 정말이지 대단하구먼.”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바스테르 후작. 하지만 그들의 실력을 알기에 놀란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저 부러움만 있을 뿐.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는 뭔가 생각난 게 있는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멈칫하였다. 그리고 칼슨을 향해 말을 하였다.
“그런데 자네 혹시 들었는가? 엘리시아 왕녀님 또한 마법 대회에 참가를 하였다더군.”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 말에 놀란 칼슨의 반문에 바스테르 후작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네.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이래 봬도 왕녀님은 상당히 뛰어난 마법사라네.”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태도에 칼슨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그도 스킬을 써서 그녀의 능력을 잘 안다.
최근 답보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6서클의 마법사이며 스킬 또한 매우 좋았다. 그 실력이면 참가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럼, 난 이만 신청을 하러 가보겠네. 저기 사람이 꽤 많은 걸로 봐선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네. 그러니 자네도 여기서 기다리지 말고 어서 볼일을 보게나.”
“예,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그럼 살펴 가게나.”
그렇게 인사를 한 바스테르 후작은 칼슨을 등지고 검술 대회 신청하는 곳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보던 칼슨은 우터와 에드에게 말을 하였다.
“자, 이만 숙소로 돌아가자.”
“예, 영주님.”
칼슨의 말에 둘은 일제히 대답을 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 * *
다음 날 아침.
궁술 대회 본선이 시작되었다.
본선에 오른 이는 총 123명. 이 중 5명은 부전승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대회를 위해 준비해둔 경기장은 상당히 컸다.
참가자가 많은 만큼 동시에 경기를 진행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였다.
직사각형의 경기장이었는데, 대충 눈짐작으로만 봐도 한 변의 길이가 200미터는 가뿐히 넘어 보였다.
구역을 4개로 나눠서 경기를 진행시켰는데 128강전은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300보 앞에 있는 자신의 과녁에 10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과녁을 맞힌 곳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일단 과녁에 화살이 꽂히면 1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동그란 검은색 테두리에 들면 2점.
또 그 안쪽에 있는 하얀색 테두리는 3점.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파랑, 노랑, 빨강 이렇게 3개의 색이 동심원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것은 각각 5, 7, 10점의 점수를 주었다.
그렇게 룰이 정해지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휘이익───
“아아악! 이런 젠장!”
“이야아아아아! 이겼다!”
마지막 화살을 놓치는 바람에 지게 된 한 참가자.
그렇게 되자 상대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과녁에 화살을 맞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하였다. 그래서인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점수를 내는 이들이 많지가 않았다. 그렇게 몇 경기가 진행되어가는 도중 갑자기 관중들이 함성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 명궁 하워드다!”
“힘내라! 이번에는 꼭 우승하는 거야!”
나름 유명한지 많은 이들이 그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익숙한 듯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그 환호에 화답을 해주었다.
“와아아아아!”
“하워드! 하워드! 하워드!”
이에 맞선 상대는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상대였다. 말 그대로 신인. 몇 개의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 명성이 높은 하워드와는 달리 이곳 제국에서는 그를 아는 이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현격히 차이가 나 보이면 나름 주눅이 들 법도 한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에 칠흑같이 검은 복장을 한 사내. 그는 바로 우터였다.
‘훗, 처음 보는 애송이로군.’
하워드는 그에게 다가가 비릿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하였다.
“이거, 처음 출전했는데 내가 상대라니, 자네 운이 정말 좋지 않군 그래. 뭐 그래도 열심히 해보게나. 최선을 다한다면 망신은 당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 하하하.”
“…….”
명백한 비웃음과 조롱.
이에 우터는 화가 날 법도 했지만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그저 자신의 활시위를 가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오히려 심기가 불편해진 하워드.
감히 자신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감사의 말은 고사하고 시선조차 주지도 않고 있으니 그로서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눈앞에 있는 건방진 놈을 단단히 혼내 주리라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가 이를 갈고 있는 와중 경기는 시작되었다.
처음은 하워드의 차례였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표적을 바라본다. 그리고 서서히 힘을 빼며 활시위를 놓았다.
휘이이이익──── 푹!
“황색 명중! 7점이오!”
씨익
첫발부터 꽤 잘 맞았다. 이렇게 되면 놈은 상당히 부담을 느낄 터. 그렇게 속으로 상대가 망하길 기대하며 지켜보는 하워드. 이윽고 상대가 활을 쐈다.
쉬이이이이익──── 푸욱!
매섭게 바람을 가르며 깊숙이 박혀버린 화살.
“저, 적색! 10점, 10점입니다!”
“뭐! 10점?”
곧 이어진 확인자의 외침에 하워드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우터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