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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87화 (87/162)

86화 제국으로 가는 길(2)

“뭐! 이런 건방진! 당장 결투를 신청하지. 어서 검을 뽑게!”

그 말과 함께 검을 뽑아 드는 루겐.

자신의 가벼운 도발에 잔뜩 흥분한 상대를 보며 칼슨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한 번 손을 봐야 다음부터 조용해진다. 생각을 마친 그는 거침없이 검을 뽑는다.

스릉─

칼슨의 짙은 보랏빛 검이 루겐에게 향하자 그가 살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놈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듯 다시 오만한 표정을 하며 자세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때 어디선가 그들을 말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즈닌 백작. 이게 무슨 경거망동한 행동인가! 당장 그 검을 치우지 못하는가!”

제법 성난 기운이 느껴지는 어조. 그곳을 바라보니 한 장년의 남성이 이곳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연회색 머리에 푸근한 인상을 한 그는 바로 카텔로 후작. 소드 마스터이며 현재 슬로페 왕국의 사절단에서 제일 윗배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호통치듯 만류하자 루겐은 움찔하며 당황하였다. 그리고 재차 이어지는 카텔로 후작의 높아진 언성.

“아직도 검을 거두지 않는가! 내 자네를 기어코 사절단에서 제외하여야 하겠는가? 당장 검을 거두게!”

“헉, 예, 예! 알겠습니다. 카텔로 후작님.”

성난 목소리가 귀를 위협하자 겁을 집어먹은 루겐은 서둘러 검집에 검을 꽂는다. 그가 그렇게 물러서자 카텔로 후작은 칼슨을 보며 말을 하였다.

“무례한 모습을 보여 미안하네. 내 이렇게 사과할 테니 자네도 어서 검을 거두게나. 그리고 로즈닌 백작! 자네도 어서 사과하게나.”

“카, 카텔로 후작님 그건….”

“어서!”

“…….”

계속되는 다그침에 결국 표정이 굳어진 루겐. 똥 씹은 얼굴을 하며 결국 입을 연다.

“…내, 내가 무례했네. 미안하네. 부디 용서해 주길 바라네.”

꾸역꾸역 억지로 쥐어짜듯 나오는 사과였지만 어쨌든 사과는 사과. 칼슨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그것을 받아주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소. 다음부터는 이런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오.”

“…고맙네.”

으득.

뭐가 그리 분한지 턱에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이를 악무는 루겐이었다.

끝까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를 보며 칼슨은 속으로 조소하였다. 스킬을 써서 본 능력치 또한 별 볼 일 없고 스킬 또한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나마 오러가 14였는데 이건 고작 A급 초반의 수준. 무시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이쪽이 아니지.’

칼슨은 카텔로 후작에게도 스킬을 써 보았다.

그의 능력치를 본 칼슨은 조금 놀랐다. 그건 생각보다 뛰어났기 때문.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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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더글라스 카텔로

나이 : 59세

클래스 : 소드 마스터

힘 S(19) 민첩성 S(18) 지능 B(11) 체력 A(17) 정신력 A(15) 오러 S(20)

성향

[심판] [예의] [정의] [질서]

상태

부끄러움

관계

중도(15)

스킬

비전검술-파도(에픽)

올바른 판단(희귀/패시브)

칭호

심판자

슬로페 왕국의 소드 마스터.

카텔로 후작령의 영주.

악을 징벌하고 정의를 구현하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영웅의 성격을 지닌 자. 이번 몬스터 웨이브에서 큰 활약을 하여 자신의 영지를 무사히 지켜냈다.

범죄자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영웅에게 호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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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검술-파도(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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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 블레이드를 넓게 퍼트려 전방에 있는 모든 적에게 피해를 준다. 광범위한 공격을 하는 대신 그 위력이 다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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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판단(희귀/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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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좋은 것을 선택할 확률이 30%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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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심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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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나 범죄자와의 전투 시 모든 능력치가 2씩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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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봐도 전에 싸웠던 리나드 후작의 상위 버전이었다.

거기다 스킬이나 칭호 또한 나쁘지 않았다.

비록 자신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상당히 뛰어난 능력치.

대략 라델리안 공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는 행동 또한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기에 괜히 척을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법 곤란하였는데 카텔로 후작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

“하하하, 젊은 친구가 상당히 예의 바르군. 정말이지 맘에 쏙 드는걸. 자네 같은 인재가 있는 벤투스 왕국이 참으로 부럽군. 안 그렇습니까, 라델리안 공작님?”

시선을 돌린 그가 라델리안 공작을 보며 묻자 라델리안 공작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말하였다.

“맞는 말일세, 카텔로 후작. 그는 우리 벤투스 왕국의 자랑이자 기둥이며 영웅이지. 혹시 그거 아는가? 그는 나보다도 실력이 뛰어나다네.”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라델리안 공작의 말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카텔로 후작. 다시 그 시선을 칼슨에게 돌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 정말 대단하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아, 스물둘이라고 했지. 아직 혼인하지 않았으면 어떤가? 내 막내 여식의 나이가 16살인데.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어여쁜 아이라네.”

갑작스레 흥분하며 혼사를 들이미는 카텔로 후작. 심정은 이해하지만 조금 곤란해진 칼슨은 손바닥을 들이밀며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제가 아직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도 많고요. 아무튼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허, 자네 왜 그러나? 우리 딸 예쁘다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죄송합니다, 카텔로 후작님.”

끝까지 미련이 남아 말을 이어가려는 그에게 칼슨은 단호한 태도를 취하며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그 기세에 그는 풀이 죽은 듯 잔뜩 힘 빠진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다면야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혹시 나중에라도 혼인할 생각이 있다면 꼭 연락해주길 바라네.”

“하하하,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다시 출발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어? 아, 알겠네. 그러도록 하게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를 떼어놓기 위해 얼버무리며 대화를 마무리하는 칼슨. 그 이후로도 카텔로 후작은 몇 번의 혼사를 시도하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 * *

그 일이 있고 나서 일주일 후.

칼슨을 비롯한 사절단의 일원들은 마침내 제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국은 넓었고 가야 할 곳이었던 수도는 꽤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국 동북부에 위치한 팍스갠더라는 도시에서 잠시 머물게 되었다.

팍스갠더.

이곳은 드호프 백장령에 있는 도시로 제국의 수도인 베이도스로 가는 길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동부 쪽에서 수도를 간다면 꼭 이곳을 거쳐 가야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자신들 말고도 몇몇 왕국의 사절단들 또한 이곳에 와있었다.

주요 통행로인 이곳은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 유독 많았는데 엘리시아는 귀빈들이 주로 이용하는 포를레아라는 여관에 숙소를 마련하였다.

그곳에 도착한 칼슨은 조금 놀랐다.

여관이라고 하지만 그 크기나 규모는 대형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는 호텔이라는 명칭이 없기에 숙박업소들은 모두 여관이라고 불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급수가 있어서 그에 따라 불리었는데 이곳은 특급 여관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그곳에서 짐을 푼 사절단은 그동안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었다. 그들이 배정된 곳은 일꾼들의 숙소까지 딸린 곳이었는데 아마도 그들과 같은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 같았다.

칼슨은 그곳에서 준비해둔 욕조에서 몸을 씻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영주님, 우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수행원 자격으로 사절단에 합류한 우터. 그와 함께 수행원으로 온 인원은 총 2명이었다. 우터와 에드. 칼슨의 명으로 인해 그들은 그동안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 들어와.”

칼슨의 허락에 조용히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터. 짧게 부복을 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래, 무슨 일이야?”

칼슨의 질문에 우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영주님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아, 혹시 로즈닌 백작인가?”

“헉, 어떻게…. 알고 계셨습니까?”

칼슨의 말에 우터는 조금 놀라며 되물었다. 그 모습을 본 칼슨은 살며시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어, 나도 알아. 그 새끼가 나를 벼르고 있다는 거. 그놈 시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아. 그런데 눈앞에 어린놈이 자신보다 명성도 높고 능력도 뛰어나다고 하는 데 좋게 생각할 수 있겠어? 거기다 또….”

잠시 말을 끊은 칼슨. 곧이어 다시 입을 연다.

“그 녀석 카텔로 후작의 딸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 아, 딸을 좋아하는 건지 후작을 등에 업고자 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야.”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방금 전과는 달리 크게 놀라는 우터. 칼슨은 그런 우터를 두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 카텔로 후작이 내게 계속 혼사를 언급할 때마다 그놈 표정이 아주 가관이더라고. 후작이 어떠냐고 물으면 잔뜩 노려보고 내가 거절하면 웃다가 다시 또 노려보고. 하여튼 너무 대놓고 속이 보여서 웃기지도 않더라니까.”

“그,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영주님.”

표정을 굳히며 진지하게 묻는 우터.

솔직히 당장이라도 놈의 멱을 따고 싶었지만 자신의 주군에게 곤란한 상황이 생길까 봐 참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칼슨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하니 그의 의향을 물었다.

이에 칼슨은 한쪽 입꼬리 올리며 입을 열었다.

“놈이 선을 넘지 않는 한 내버려 둘 생각이야. 하지만 그 성정을 봐서는 조만간 넘고도 남을 테지. 그러면 그때 가서 제대로 손을 봐주면 돼.”

“예,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칼슨의 말에 우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부복을 하고 곧장 방문을 나설 때였다.

똑똑똑!

또렷한 노크 소리가 귀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급한 음성.

“드레이크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문밖에서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칼슨이 우터를 보며 턱을 추켜세우자 우터는 곧바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

얼굴을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바로 루겐의 수행원이었다.

“도대체 이 밤에 무슨 일이지? 네 주인이 시켰느냐?”

“아, 아닙니다.”

우터가 표독스럽게 추궁하자 손사래를 치는 상대. 그러면서도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로즈닌 백작님께서 위급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드레이크 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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