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몬스터 웨이브(8)
“드디어 에드가 도착했군!”
자신의 병력들이 보이자 칼슨이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들이 어느 정도 거리에 다다르자 천둥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 터져나갔다.
콰아앙─! 콰광─! 쾅! 콰과광─!
“키에에에엑!”
“꾸워어어어어억!”
일제히 쏟아지는 포격에 초토화되기 시작하자 몬스터들은 크게 당황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폭발이 일어나는지 놈들로선 감조차 잡히지 않기 때문.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자 로칸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현재 몬스터들이 당하는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아무리 자신들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이렇게 계속 얻어맞는다면 결국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으득─
결심을 한 로칸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모두 저곳으로 향한다! 저 비겁한 인간 놈들을 죽여 버리자!”
그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군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은 눈앞에 놈들보다도 새로 나타난 인간들이 급선무. 우선 저곳부터 어떻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재 몬스터들이 통제가 잘되지 않는 상황. 간신히 일부만을 데리고 드레이크 군이 있는 곳을 향해 갔다.
두두두두두두───
부리나케 뛰어가는 몬스터들로 인해 다카르 초원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일부만을 데려왔지만 그 수는 무려 1만가량. 그에 비해 드레이크의 병력은 고작 3천, 아니 전투병만 따진다면 2천에 불과하였다.
무려 5배나 되는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레이크의 병사들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갑자기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 그것은 점점 거세지더니 급기야 커다란 회오리가 되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짓이겨 버리는 소용돌이에 대량의 몬스터들이 휩쓸려 버렸다.
우드드득─! 콰직─! 콰지직─! 우지끈!
“케르륵!”
“꾸어어어억!”
“케에에엑!
마치 도살장의 가축들마냥 여기저기 구슬프게 울리는 단말마 소리. 하지만 그들의 닥친 재앙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와르르르르르────
“끼아아아아!”
“꾸워어어어어!”
우당탕탕─
갑자기 큰 구덩이가 생기며 그곳에 몬스터들이 빠져 들어가 버렸다. 직경 백 미터가 넘는 깊은 구덩이. 그곳에 떨어진 놈들은 머리가 깨지고 뼈가 부러지며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정작 죽은 것들은 적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내.
구르르르르르──
엄청난 양의 토사가 그것들을 덮으며 모조리 생매장 시켜버렸다.
“뭐야! 이것은 도대체…!”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로칸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폭풍이 몰아치고 땅이 무너지는 것이 자연 재해나 다름없었기 때문. 그러나 그런 재해는 또 일어났다.
샤아아아아아아────
전방에서 파도가 몰려왔다. 대략 2미터 정도의 물의 벽이 몬스터들에게 몰아쳤다. 물길에 휩쓸린 몬스터들은 그대로 떠밀리며 정신을 못 차렸다. 그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물에 젖어 기진맥진한 상태. 그때 어디선가 차디찬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쩌저적 쩌어어억 쩌적────
지독한 냉기가 그들에게 휘몰아치자 온몸이 젖어있던 놈들은 순식간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로칸 또한 냉기가 자신을 덮쳐왔지만 오러 바디를 일으키며 저항. 다행히 그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은 몬스터는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 이래서는 전방에 있는 적을 쓸어버리긴커녕 오히려 자신들이 몰살당할 판. 놈이 위기감을 느끼며 다시 뒤로 물러서려던 찰나. 갑작스레 자신의 목을 노리는 오러 블레이드가 보였다.
치이이이익───── 쾅아아앙!
“크으윽!”
“허어억!”
어느새 그에게 다가온 인간 남성. 무기를 들고 덤비는 것으로 봐서는 전사가 분명한데 언제 자신의 목을 노렸는지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다가왔었다.
그 남성의 정체는 바로 에드.
로칸과 부딪힌 에드 또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딱 봐도 대장으로 보여 회심이 일격을 날렸건만 간단히 막아내어 버리다니. 게다가 한낱 오크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였다. 그것도 자신보다 더 농밀하고 진한 오러 블레이드를 말이다.
‘이거 괜히 건드렸나?’
본능적으로 놈을 노렸지만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을 알자 조금 고민하였다. 로칸 또한 제법 긴장한 상태로 그와 대치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놈 또한 상당한 실력의 전사다. 그동안 보이지도 않던 실력자들이 어떻게 이리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아까 자신이 팔을 자른 놈도 그렇고 하얀 머리 놈도 그렇고 모두 만만찮은 상대들. 그나마 눈앞에 놈은 기세가 다른 이들보다는 못하였다. 다시 전의를 다지는 로칸. 곧바로 놈에게 달려가 도끼를 휘두른다.
“이런!”
눈앞에 오크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자 당황한 에드.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틀어 그 공격을 피하였다.
치잇─
살짝 갑옷을 스친 로칸의 전투 도끼. 에드는 간발의 차로 그것을 회피하였다. 그러나 그로 인해 몸의 중심이 흐트러진 상태. 뒤이어 이어진 상대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크아아아, 죽어라!”
매섭게 내리치는 로칸의 도끼. 그 위에서 넘실거리는 오러 블레이드가 에드를 위협하였다. 그러던 찰나.
《화염 창》
퍼어엉─! 화르르르
“크윽!”
어디선가 날아온 불꽃의 창. 로칸은 급히 바디 오러를 일으키며 막아냈지만 그 충격을 온전히 막지는 못하였다. 시선을 돌리니 저편에서 아르모가 마법병단을 데리고 서있었다.
“모두 저 오크를 상대로 공격하세요!”
“예, 단장님!”
《화염구》
《화염구》
《……》
몇 개의 불구슬들이 로칸에게 쏟아졌다.
또다시 마법이 들어오자 그는 이를 악물며 오러 블레이드를 실은 도끼를 전방으로 크게 휘둘렀다.
퍼엉─! 퍽! 퍼엉─! 콰아앙!
오러 블레이드에 모조리 터져버리는 구슬들. 뜨거운 불꽃이 일었지만 그 정도는 그의 바디 오러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압!”
로칸에게 틈이 생기자 곧바로 검을 찔러 넣는 에드. 갑작스런 공격이었지만 놈은 가볍게 막아내며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큰 소리로 외쳤다.
“어서 놈들을 공격하라!”
“크아아아아!”
“쿼어어어!”
그의 말에 주변의 몬스터들이 또 다시 전진을 하며 달려들었다. 아직 수천이나 남은 몬스터들. 그것을 본 에드는 이를 갈며 뒤로 빠졌다. 그리고 외쳤다.
“방패병들은 전열을 맞춰라!”
그러자 일시 불란하게 열을 맞추는 방패병들. 순식간에 거대한 철벽이 생겨나게 되었다.
콰아앙─! 쾅! 콰광! 쾅─!
“퀘엑!”
“쿠익!”
강철 방패에 부딪힌 몬스터들이 그대로 찌부러져 버린다. 그러나 남은 놈들은 쓰러진 동료들을 발판삼아 악착같이 그 위로 넘어가려 하였다. 하지만 이윽고 쏟아진 화살비가 그들을 환영하였다.
푸욱! 푹! 푹! 푸욱! 푹!
“키에에에엑!”
“꾸어어억!”
직격으로 화살을 맞아버리며 그대로 즉사. 모조리 나가떨어지면서 철벽을 넘어오는 몬스터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쿵! 쿠웅! 쿵! 쿠우웅!
대형 몬스터인 오거 무리가 나타났다. 아무리 견고한 방패병이라지만 오거들을 막기엔 무리였다. 그것을 본 에드는 기사들에게 외쳤다.
“기사들은 나를 따라 오거들을 상대한다!”
“예, 단장님!”
그의 말에 100여명의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법병단들 또한 일제히 마법을 난사하였다.
《화염구》
《화염구》
《화염구》
《……》
퍼엉─ 쾅! 콰광─! 콰앙─! 화르르르르
몇 개의 불구슬들이 오거에게 적중. 폭발과 함께 화염이 일어났다.
“쿠워어어억!”
“카하아아악!”
마법에 내성이 강한 오거들이었지만 직격으로 맞았기에 제법 충격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놈들이 충격으로 비틀거릴 때 에드와 기사들이 그들을 덮쳤다.
“이야아아압!”
에드의 오러 블레이드가 놈들의 다리와 발목을 베어나갔다. 그러자 중심을 잃은 놈들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기사들.
“하아압! 죽어라! 이 괴물!”
“으아아합! 뒈져버려!”
두세 명씩 붙어서 오거의 눈과 입안을 노리고 오러가 실린 검을 쑤셔 넣었다.
퍼억─! 푸욱!
질긴 피부와 단단한 골격이 없는 그곳은 오러만 실린 검으로도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다. 그들의 검은 그대로 박히며 놈들의 머릿속을 부셔버렸다.
에드가 오거들의 다리를 잘라 무력화를 시켜놓으면 마무리를 그들이 처리. 이미 많이 익숙한 듯 기계적으로 놈들을 처리하는 기사들이었다. 그렇게 오거들이 전멸하자 다른 몬스터들은 겁을 집어먹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감지한 에드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일제히 전진하여 놈들을 섬멸하라!”
“와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드레이크의 병사들. 드레이크 산 무구를 장비한 그들의 공격은 매섭기 짝이 없었다.
푸욱! 푹! 푸욱! 푹!
“카아아아악!”
“키에엑!”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몬스터들. 그 모습을 본 로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저 놈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마치 자신들이 해야 할 모습을 저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완전히 역전이 된 상황. 이대로 가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때 자신의 목을 향해 들어오는 검날이 보였다.
치이익 팅─!
“크읏!”
“으윽!”
에드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잔뜩 인상을 쓰는 로칸. 이번에도 바로 앞까지 올 때까지 눈치를 못 채었다. 분명 자신보다 한 줄 아래의 전사인데 어떻게 기척을 못 느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놈 또한 기습이 실패해서인지 표정이 좋지 못하였다.
“젠장, 이번에도 실패잖아.”
역시 이 오크 엄청나게 강한 놈이었다.
직접 맞붙었을 때도 느꼈지만 분명 자신보다 상위의 실력자. 하지만 그래도 싸워 볼 만은 하였다. 그에게는 그를 도와주는 아군이 많았기에.
《화염 창》
퍼어억──! 화르르르르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의 창이 로칸에게 적중하였다. 오러 바디로 중화시켰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충격이 들어와서인지 인상이 구겨졌다.
‘젠장 할! 이러다 나까지 죽겠군.’
놈만 상대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후방에 마법을 쓰는 놈들 때문에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웠다. 게다가 지금은 몬스터들마저 전멸되어가는 상태. 계산을 마친 녀석은 그대로 몸을 돌리며 도주하였다.
“뭐, 뭐야! 저놈!”
갑자기 적이 도망가자 어안이 벙벙해진 에드.
하긴 주변의 몬스터들이 없다시피 하니 그러는 것이 당연해보이긴 했다. 놈을 쫒으려 하였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따라잡기 힘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는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마저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끌고 갔던 몬스터들이 전멸을 해버리자 부리나케 도망가는 로칸. 싸움을 갈망하는 그였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하였다.
“허억, 헉! 이런 젠장!”
다시 몬스터들이 있던 곳으로 왔지만 어느새 몬스터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그 수가 확연히 줄어있었다. 이제 남은 수는 고작 몇 천에 불과. 이제 이 숫자로 놈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아!”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에 광분한 그는 찢을 듯한 목소리로 포효하였다. 그러나 그래봤자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목숨을 보전해야 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 줄기의 빛이 그에게로 쏘아졌다.
툭!
가벼운 탁음과 함께 아릿한 통증이 가슴에 전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
“이 새끼, 드디어 잡았다!”
그 말과 동시에 가슴에 있던 빛이 점점 커지며 전신을 뒤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