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81화 (81/162)

80화 몬스터 웨이브(6)

“크으윽!”

“훗, 제법이로군!”

인상을 쓰는 노긴과는 달리 제법 여유가 있어 보이는 오크.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오크로드 로칸이었다. 뻐드렁니가 적들을 잡아두기 위해 나아간 뒤, 뒤따라 병력을 이끌고 가던 중 뻐드렁니가 위험한 걸 보고 재빠르게 나섰던 것.

그곳에는 붉고 강력해 보이는 기운. 즉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날뛰고 있던 노긴이 눈에 보였다.

로칸은 이제까지 몇몇 인간 놈들을 상대해봤지만, 눈앞의 인간만큼 강한 자는 보지 못하였다. 늘 강한 자와의 대결을 갈망하고 있던 그에게는 너무나도 군침 도는 먹잇감. 몬스터의 지휘마저 내팽개친 채 곧장 달려 나가 그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퍼어엉─! 콰아아앙──! 콰아앙───!

오크의 전투 도끼와 자신의 검이 충돌.

오러 블레이드가 부딪칠 때마다 자신의 손에서 진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이것은 상대의 오러 블레이드가 자신의 것보다 강하다는 증거.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보지만 점점 몸이 뒤로 밀려나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이 괴물 놈이!”

“그래, 그렇게 힘 좀 써봐! 좀 더 나와 즐겁게 놀아 보자고!”

맘껏 공격할 수 있는 이가 나타나자 로칸은 잔뜩 신이 났다. 그 무례한 태도에 노긴은 학을 떼며 욕을 하였지만 상대의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였다. 강대한 오러 블레이드는 둘째치고 신체 능력 또한 압도적이었다. 이를 악물며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막아내는 게 고작. 하지만 그것도 이내 한계가 다다를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단장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단장님이 위험하다! 모두 저놈을 공격하자!”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하기 위해 다가온 왕실 기사단원들. 그중 부단장인 리단과 에이스인 세리나와 프란이 선두에 서며 로칸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압!”

“흐아압!”

“죽어라! 이 괴물아!”

매섭게 파고드는 그들의 검격. 하지만 로칸에겐 그저 귀찮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순순히 맞아주기엔 위협적인 공격. 이에 로칸은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도끼를 역방향으로 회전시켰다. 그러자 놈의 오러 블레이드가 회오리처럼 변하며 주변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점점 커지더니 다가오는 기사들의 공격을 모두 맞받아쳤다.

치이이이익──── 콰아앙! 콰앙─!

“크어어어억!”

“꺄아아악!”

“크으윽!”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에 기사단원들은 그대로 튕기고 말았다. 다행히 드레이크산 무기와 갑옷으로 인해 피해를 많이 완화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는 충격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그래도 로칸이 그들을 상대한 틈에 한결 여유가 생긴 노긴. 곧장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을 하였다.

“이야아아아압!”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아니 느껴지는 기운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강해지고 있었다. 즉 줄어드는 것이 아닌 도리어 압축되어가고 있다는 것.

압축된 오러 블레이드는 그 크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딱 검을 감싼 정도까지 작아졌다. 그 상태로 바로 검을 내리치는 노긴. 평범해 보이기 그지없는 내려치기였지만 로칸은 그것이 범상치 않은 공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도끼에 한껏 오러 블레이드를 집중. 바로 상대의 공격에 맞받아쳤다.

치이이이이익──── 서걱!

“크으윽! 어떻게 이런….”

가슴에 피가 솟구치며 신음 소리를 내는 로칸.

자신의 도끼가 부서지며 흉부에 긴 자상이 생겨버렸다.

타들어 가는 고통이 녀석을 휘감았지만 이를 악물며 버틴다. 그리고 곧장 몸을 뒤로 피하며 새 무기를 찾는다.

“도끼를 가져와라!”

“케룩, 키리릭! 키릭!”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블린 두 마리가 커다란 도끼를 그에게 가져다준다. 그것을 단숨에 집어 든 로칸은 전의를 다지듯이 이를 악물었다.

“이런 나의 기운을 그대로 잘라버리다니…. 희한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인간!”

“그새 말이 많아졌군, 오크.”

“이런 건방진…!”

자신이 한 말을 상대가 그대로 하자 로칸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운 좋게 자신을 당황시켰다고 감히 자신에게 조롱을 하다니…. 로칸은 몸 안에 깃든 자신의 에너지를 증폭시켰다. 그러자 온몸을 휘감은 청록빛의 기운. 놈은 자신의 몸 전체를 오러로, 아니 오러 바디로 감싸버렸다.

그 모습을 본 노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이런, 미친 괴물 같으니…!”

“이제, 각오해라! 인간.”

그 말과 동시에 번뜩이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로칸. 노긴은 다시 한번 압축된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해 놈을 공격하지만 상대는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한 후 그대로 도끼를 내리친다.

서걱───!

“으아아아아악!”

섬광 같은 일격에 그대로 왼팔이 잘린 노긴. 로칸의 무지막지한 속도에 그는 반응조차 못 하였다.

“이제 그만 끝이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노긴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하는 로칸. 그대로 도끼로 상대의 목을 치려던 찰나. 로칸에게 수십 개의 검이 찔러 들어왔다.

“단장님을 지키자!”

“저 괴물을 쓰러트려!”

모든 왕실 기사단원들이 동시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단순히 오러를 먹인 검이었지만 쏟아지는 모양새가 범상치 않았다. 이것은 바로 그들이 평소에 연습한 합동 검술. 그동안 흘린 땀이 드디어 빛을 발하였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또다시 어쭙잖은 놈들에게 방해를 받자 잔뜩 화가 난 로칸. 그렇지만 그냥 흘려 넘기기엔 들어오는 공격이 만만찮아 보인다. 그렇기에 다시 몸을 비틀고 회전하며 오러 블레이드를 분출. 기사들의 일격을 그대로 막아낸다.

파아악─! 파앗─! 파앙─! 퍼엉!

“크어어어억! 이것은?”

“흐어억! 이거 왜 이런 거야?”

“이런 말도 안 돼는…!”

오러가 담긴 검이 가로막히자 당혹스러워하는 기사단원들. 그뿐만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반탄력에 그만 검을 놓쳐버리는 이들이 다수. 개중에는 그 충격에 기절까지 하는 자도 있었다.

귀찮은 떨거지들을 떨쳐내자 로칸은 못다 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노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누군가 그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듯하였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쳐 분개한 로칸은 그 분풀이를 주변의 기사들에게 돌렸다.

치이이이익──── 서컹!

“커어억!”

“으아아아악!”

압도적인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에 단숨에 잘려 나가는 기사단원들. 그나마 미스릴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이들은 버티어 냈다.

“크으으윽! 젠장!”

“이 괴물 같은 놈이…!”

그들은 이를 갈며 로칸을 노려보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로칸이 다시 한번 도끼를 휘두르려던 순간. 어디선가 날카로운 불꽃이 그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화염 창》

퍼어억──! 화르르르르─

마법이 로칸에게 적중하며 뭐든 태워버릴 것 같은 화염이 일었지만 그는 온몸에 오러 바디를 일으키며 그것을 사그라지게 하였다. 별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런 공격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크으읏, 이건 또 뭐냐?”

분명 이것은 아까 불기둥을 만들어냈던 자의 솜씨일 터.

다시 한번 그 마법을 쓰면 상당히 곤란해질 터였다.

로칸은 그자를 찾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여성. 금발 머리의 그녀는 바로 엘리시아였다. 그녀는 로칸을 가리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 저 오크를 향해 마법을 쓰세요!”

“예, 엘리시아 왕녀님!”

그녀의 말에 왕궁 마법 병단이 일제히 대답하였다. 그리고 곧장 로칸에게 쏟아지는 불의 구슬들.

《화염구》

《화염구》

《…….》

십수 개의 불덩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썩은 미소를 보이며 다시 한번 오러 바디를 일으킨다.

퍼엉─! 펑─! 콰앙! 퍼엉─! 쾅! 화르르르르──

“크으윽!”

오러 바디로 마법을 막아내긴 하였지만 계속되는 폭발에 충격이 스며들어왔다. 로칸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던 그때 다시 한번 엘리시아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낙뢰》

《낙뢰》

《낙뢰》

콰아앙! 콰앙! 콰아앙! 파지지지지직───!

강력한 벼락이 3번 연속으로 로칸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안 그래도 다른 이들의 마법에 곤혹을 치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강력한 벼락에 연달아 얻어맞자 그의 바디 오러 또한 순식간에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마법의 여파 또한 어느 정도 받아 몸에 전류가 스며들었다.

“크으윽, 이런 젠장 할…!”

온몸이 저릿저릿한 것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간 꼼짝없이 당할 판. 그때 뻐드렁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인간 놈들을 물어! 뜯어! 죽여!”

“크워어어어어!”

“캬아아아!”

어느덧 여기까지 다가온 수만 마리의 몬스터들.

잠시 후방에 빠져있던 뻐드렁니가 그들을 데리고 이곳까지 다시 왔다. 그리고 곧장 주술을 사용.

《광전사의 분노》

있는 영력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주술을 시전한 뻐드렁니. 그 결과 수많은 몬스터들이 그 영향을 받아 눈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

“캬아아!”

“키이이이아아!”

순식간에 죽음을 불사하게 된 몬스터들. 하나밖에 없는 목숨 따윈 아랑곳하지 않으며 적의 숨통을 끊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직! 퍽! 쿵! 퍼억! 우드득!

“으아아아악! 내 팔이…!”

“커어어억! 사, 살려줘!”

“빌어먹을! 으아아악!”

한꺼번에 압도적인 숫자가 몰려들자 전황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대열을 맞춰 필사적으로 막아보지만 몇 배나 되는 적이 죽음을 도외시하며 덤벼드니 속속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전열이 무너져 버리자 기사들과 마법 병단들 또한 그 위치를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엘리시아는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연속으로 마법을 썼다.

《화염 장벽》

《화염 장벽》

《화염 장벽》

그러자 광범위한 범위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커다란 불의 벽이 생성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몬스터들의 접근을 차단.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됐어! 모두 후퇴…. 허억!”

콰아아아아아앙!

그때 갑작스런 폭발이 생기며 불길 일부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불길이 사라진 곳에서 커다란 전투 도끼를 든 오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쪽 눈에 긴 흉터가 있는 덩치 큰 오크. 바로 로칸이었다.

“칫, 이런…!”

“어림없다!”

엘리시아가 마법을 쓰려하자 틈을 주지 않으려 그대로 달려드는 로칸.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선다. 그 엄청난 속도에 반응조차 못 하던 그녀. 커다란 도끼가 그대로 엘리시아의 머리를 쪼개기 직전. 웬 화살이 로칸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푸욱!

“크으윽!”

그의 굵은 팔에 꽂혀버린 화살. 원래 머리를 노렸지만 로칸은 본능적으로 팔을 틀며 막아내었다.

“도대체 누구냐!”

자신이 하는 일에 방해를 받자 잔뜩 성을 내며 소리치는 로칸. 곧장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상대를 확인하였다.

그곳을 바라보니 웬 검은 의복을 입은 사내가 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갑옷을 입고 있는 백금발의 남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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