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몬스터 웨이브(5)
“쿠워어어어어!”
“캬아아아아!”
살의가 충만해진 놈들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마치 악귀처럼 변해버렸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해온 몬스터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노긴은 전방에 있는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놈들이 코앞에 있다! 합을 맞춰 일제히 창을 찔러라!”
“예! 으아아아압!”
수천 개의 날카로운 창날이 단숨에 튀어나오며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뻗어갔다.
푸욱! 푹! 푸욱! 퍽! 푹! 푸욱!
“퀘에에엑!”
“꾸워어어어억!”
창날이 그들을 비집고 파고들자 단발마를 지르며 절명하는 놈들. 그러나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움직이는 놈들이 보인다.
“크아아아아악!”
죽음을 불사하며 게걸스럽게 달려드는 몬스터들. 그 표독스런 기세에 병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허어억! 이 지독한 놈들!”
“크윽, 이 괴물 놈들이 아직도 움직인다!”
“어서 빠져! 으아아아압!”
1열의 병사들이 뒤로 빠지며 2열이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다시 솟구쳐 나오는 창. 다시 놈들의 몸을 사정없이 유린하였다.
푸욱─! 푹! 푹! 푸욱! 푸욱! 푹!
쉴 새 없이 찔러대는 창날에 몬스터들이 속속들이 죽어 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그 숫자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곧 팽팽하던 균형을 깨부수고 말았다.
차아아아악── 콰직!
“커허억!”
목숨을 도외시 하며 접근하던 놈들.
마침내 한쪽 전열이 무너지며 그곳에 몬스터들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광기 가득한 놈들의 기세에 병사들의 사기가 급속히 가라앉는다. 한곳이 뚫리기 시작하자 다른 곳들도 동요가 일어나며 전열 전체가 흔들린다. 이에 위기를 느낀 엘리시아. 순간적으로 마력을 집중하여 마법을 발현하였다.
《화염 폭풍》
눈앞에 거대한 불기둥이 생기며 주변에 퍼져나간다. 화염구와 비교도 안 되는 극염의 폭풍. 그 초고온의 영역은 몬스터들의 존재를 까맣게 지워버렸다.
“키요오오옥! 또, 무서운 불기둥! 괜찮다! 우리 아직 많다!”
한순간에 부하들을 태워버린 인간의 마법에 혀를 내두르던 뻐드렁니. 녀석은 상황을 다시 반전시키기 위해 또다시 주술을 사용하였다.
《죽음의 매듭》
그 손에서 보랏빛의 기운이 전방에 퍼져 나갔다. 마치 밧줄처럼 길쭉하게 퍼져나가며 왕국 병사들의 목에 감겨진다.
“커허억! 갑자기 숨이….”
“쿠웍! 이, 이게 뭐야! 케헤엑!”
수십 명의 병사들이 괴로워하며 점점 말라비틀어졌다. 그리고 곧 힘없이 쓰러지는 그들. 그로 인해 다시 일부 전열이 무너져버렸다. 그 틈을 몬스터들은 놓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
“케헤에엑!”
다시 그곳을 비집고 들어오는 몬스터들.
놈들의 붉게 빛난 눈에서 광기가 가득하였다. 죽음의 두려움을 잊은 듯한 그 같은 모습에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히익, 저리 가! 이 괴물 놈들아!”
“으아아아! 이 미친놈들이! 죽어! 죽으라고!”
공포에 질린 그들은 필사적으로 창을 찔러대며 저항해 보지만 놈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곧 그 집요한 이빨이 아군의 진영에 박히기 시작하였다.
콰직! 우드드득! 퍼억!
“크허어억! 내 팔이…!”
“아아악! 사, 살려줘!”
놈들이 병사들을 으깨고 물어 뜯어버리며 하나하나씩 쓰러뜨린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격하는 몬스터들. 놈들은 지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덤벼들어 병력들을 먹어치웠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그것을 보고 있던 노긴.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저 우두머리 놈을 해치워야 할 것 같았다.
“왕실 기사단들은 들어라! 저곳에 놈들의 대장이 있다! 모두 일제히 달려들어 녀석을 쓰러트려라!”
“예!”
노긴의 명에 여기저기 퍼져서 싸우고 있던 기사들이 그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검에서 솟구치는 오러가 몬스터들을 헤집으며 길을 연다. 수십의 기사들이 일시에 접근하자 당황하는 뻐드렁니. 급히 영력을 끌어올리며 주술을 발동하였다.
《돌기둥》
우르르르── 퍼어억─!
녹색의 기운이 퍼지며 땅속에서 돌기둥이 솟구쳤다. 그것은 다가오는 기사들을 밀쳐내며 타격을 가하였다.
“크허어억!”
“이, 이건 뭐…. 커허억!”
갑자기 튀어나온 돌기둥에 몇몇 기사들이 나가떨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기사들이 그에게 접근하였다. 지근거리에 도달하며 동시에 떠오른 네 명의 기사들. 왕실 기사단답게 선명한 오러를 뿜어내며 오거에 타고 있던 뻐드렁니를 향해 매서운 검격을 날렸다.
“으아아압!”
“죽어라! 이 몬스터!”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내리치는 기사들. 허나 그 공격이 뻐드렁니에게 닿기 전 커다란 손이 그들을 후려쳐버렸다.
퍼어억─! 콰아앙─!
“크어어억!”
“커허억!”
“아아아악!”
고작 손바닥으로 맞은 거였지만 그것은 어지간한 무기보다도 위력적이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 날아가 버린 기사들은 그대로 기절할 정도였으니까.
“잘했다. 투투! 다시 나 주술 쓴다. 그동안 막아라!”
“케륵! 투투! 쿠우욱! 투투!”
뻐드렁니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투투는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며 다가오는 기사들을 막아내었다.
부우우우웅! 부우웅!
“허어억!”
“이 미친 오거 새끼가!”
압도적인 무게로 주변을 휘두르며 접근을 차단하는 투투. 그가 휘두르는 주먹은 매우 위협적이었기에 기사단들 또한 쉽게 다가가지 못하였다. 그렇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을 무렵 다시 한번 뻐드렁니의 주술이 발현되었다.
《독가시 덤불》
그의 손에서 뿜어진 진녹색의 기운이 땅에 스며들며 굵은 나무줄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기사들을 옭아매며 날카로운 가시들이 파고들었다.
푸욱! 푸욱! 푹! 푹!
“커어억!”
“허억!”
“으아아악!”
뻐드렁니 반경 10미터 정도에 징그러운 가지들이 뒤덮이며 기사들을 제압해 나갔다. 게다가 가시에 찔린 가시들은 모두 개거품을 물며 사망. 참으로 가공할 맹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기사들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엘리시아가 다시 한번 마법 주문을 마쳤다.
《화염 폭풍》
극강의 온도를 뿜어내는 소용돌이가 또다시 그곳에 펼쳐졌다. 가시덤불이 빼곡하게 덮여있지만, 화염의 폭풍 앞에서 그저 장작더미에 불과할 뿐.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며 바스라지고 말았다. 물론 그 안에 있던 뻐드렁니 또한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뜨겁다!”
“쿠워어어어! 투투! 투우우투!”
《물벼락》
그렇게 불길에 휩싸여 죽기 일보 직전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그 비는 희한하게도 그곳에만 쏟아져 내렸다.
차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양의 물로 인해 폭풍 같던 불길이 사그라졌다. 온몸이 잔뜩 그을린 뻐드렁니. 바로 그가 주술을 이용해 마법을 막아내었다. 그렇지만 그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 보였다.
“크르르륵, 아프다! 죽겠다!”
“투투! 투투투!”
생명의 위협을 느낀 놈은 투투와 함께 그곳에서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그렇게 되어가자 몬스터들 또한 겁을 먹으며 뒷걸음치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노긴이 다급하게 외쳤다.
“놈들이 도망친다! 이 기회에 단숨에 몰아쳐라!”
그 말과 동시에 자신 또한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그의 목표는 몬스터들의 대장. 뻐드렁니였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다는 걸 느낀 그는 시선을 돌려보았다.
“키요오오옥! 저놈! 강한 놈! 어서 도망, 투투!”
“투우우투! 투투! 투투투!”
뻐드렁니는 노긴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전 전투에서 그의 위력에 수많은 오거들이 도륙되었었다. 그렇기에 각별히 그를 주의하고 있었던 터. 필사적으로 투투를 다그치며 도주하였다.
도주하는 뻐드렁니를 보며 그 속도를 더욱 높이는 노긴.
놈의 주변에는 이미 많은 몬스터들이 막고 있었지만 그는 소드 마스터다. 그의 검에 피어오르는 오러 블레이드에 모든 것들이 갈라졌다. 게다가 그가 타고 있는 말 또한 제법 뛰어난 준마. 그렇기 때문에 놈을 따라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죽어라! 더러운 몬스터!”
“크아아아! 안 돼! 저리 가!”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노긴이 매섭게 검을 내리친다. 붉은색이 넘실거리는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놈을 위협해가자 뻐드렁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날리며 회피하였다.
치이이이이익── 서걱─!
“쿠어어억! 투투! 투우우우투우!”
노긴의 오러 블레이드가 투투를 그대로 절단. 단숨에 두 동강을 내버렸다. 투투의 희생을 발판삼아 목숨을 건지 뻐드렁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다시 놈에게 접근하는 노긴.
붉은 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다시 한 번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때 무언가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티이잉──!
노긴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쳐내었다.
튕겨나간 그것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도끼?”
그에게 날아온 것은 제법 큰 손도끼였다. 순간적이나마 자신을 위협해 온 것이 이런 허접한 손도끼였다니.
그것을 던진 상대가 궁금해진 그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웬 덩치 큰 오크가 거대한 전투도끼를 손에 들며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크크, 여기서 이런 뛰어난 전사를 보게 될 줄이야! 정말이지 운이 좋군.”
“오크?”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오크였다. 그런데 저렇게 유창하게 말을 할 줄이야. 이런 오크가 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하였다. 그런데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가 않았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네놈들의 횡포도 오늘로써 끝이다.”
“크큭, 전사이면서 꽤나 말이 많군?”
“뭐라고?”
상대의 조롱에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오크의 도끼에서 어느새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 어떻게 한낱 몬스터 따위가….”
“크큭, 아직도 말할 여유가 있는가?”
그 말과 동시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녀석. 오러 블레이드를 품은 놈의 전투 도끼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익! 이런!”
눈앞에 다가오는 놈이 공격에 노긴은 다급하게 막아섰다.
치지직── 콰아앙─!
검과 도끼의 충돌.
두 오러 블레이드가 맞부딪치며 커다란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대부분 자신의 일격조차 버티지 못하였지만 눈앞의 이 자는 달랐다. 거뜬히 막아낼 뿐만 아니라 타격조차 없어보였다.
이런 상대라면 맘껏 힘을 발휘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로칸은 호흡을 크게 들이쉬며 오러를 끌어 모았다. 그러자 그의 도끼에서 청록 빛의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매우 강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의 오러 블레이드. 노긴의 완전한 오러 블레이드가 무색하리만큼 그 크기나 밀도가 압도적이었다.
“어, 어찌 몬스터가 그런 경지에….”
상대의 오러 블레이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노긴. 그런 그를 보며 로칸이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을 하였다.
“정말이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었군.”
그렇게 말을 하고 곧장 노긴에게 달려드는 로칸. 섬광 같은 그의 움직임에 노긴은 당황하며 방어 태세를 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