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79화 (79/162)

78화 몬스터 웨이브(4)

벤투스 왕국의 왕녀가 된 엘리시아.

그녀는 고민이 깊은지 머리를 매만지며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우, 어제 하루도 겨우 막아내었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결국 이곳도 무너지고 말거야….”

바로프 산맥에서 시작된 몬스터 웨이브.

그로 인해 산맥 인근에 있던 영지들은 모두 그 범주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중 인근에 있던 중소 영지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 나갔고, 그들이 사는 터전 또한 무참히 파괴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여파는 점점 확산되어 이곳 다카르 초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

다카르 초원은 왕성이 있는 로버데인 남서쪽에 붙어 있는 초원지대였다. 만약 이곳마저 몬스터들이 점령된다면 곧 로버데인까지 길이 열릴 것이고 그러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방비를 했을 텐데 바로프 산맥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될지는 그녀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예상과는 너무나도 틀어졌어. 왜 미래가 바뀐 것이지?’

분명 자신의 겪은 미래에서는 바로프 산맥이 아닌 하라달리아 숲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의 영주인 칼슨에게 경고도 해주고 이상한 법까지 만들어서 지원도 해주었다. 하지만 난데없이 바로프 산맥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니 그녀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그나마 왕성 수비군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지, 그것마저 없었다면 로버데인은 진즉 몬스터들에게 유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하였다.

놈들의 숫자는 끝이 없었고 그 흉포함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왕성 수비군과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막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리.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만약 이곳마저 돌파당한다면 수많은 몬스터들은 그대로 로버데인까지 밀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기 전에 그가 오기를 바랄 수밖에….’

어제 전령이 가져온 소식에 따르면 그가 서남부 지역의 몬스터 웨이브를 해결했다고 하였다.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 그곳이라 먼저 그곳을 도우라 요청하였다.

그래도 꽤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며칠 만에 마무리를 하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하였다.

아마도 넉넉잡아 이곳까지 이틀이면 충분하니 오늘 하루만 잘 버티면 된다는 이야기.

‘어렵겠지만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을 마칠 때였다.

“엘리시아 왕녀님, 큰일 났습니다!”

밖에 있던 병사 한 명이 막사로 들어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느냐?”

뭔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지만 담담하게 묻는 그녀. 하지만 병사의 답변은 그 예감대로였다.

“몬스터! 지금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니 벌써! 그것이 사실이냐?”

올 게 왔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다. 보통 놈들은 이렇게 해가 쨍쨍한 오후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몬스터들의 습성 때문에 밝은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에 보통 밤이나 늦은 저녁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 그것도 전보다 훨씬 수가 많아졌습니다! 얼핏 봐도 몇만은 되어 보입니다!”

“뭐라고? 몇만? 어떻게 그럴 수가!”

이전까지 고작 수천에 불과했던 놈들. 그런데 갑자기 몇만이라고 하니 엘리시아의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다급하게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 밖을 나온 그녀는 서둘러 전방에 있는 초원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보자 과연 병사들의 말대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이건 말도 안 돼….”

어제 상대했던 몬스터들의 숫자는 수천. 그 수가 대략 7천 정도 되었는데 눈앞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아 보이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정확히 그 수를 알 수 없겠지만 못해도 족히 3, 4만은 넘어 보였다.

그것을 본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몬스터들이 많아질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설마, 인근에 있던 놈들이 다 모인 것인가?’

그것은 즉 다른 영지들이 모두 밀렸다는 말. 그렇다면 이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저것들이 여기를 지나 그대로 로버데인까지 향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였다.

‘절대 그렇게 되어선 안 돼!’

그 모습을 상상도 하기 싫은 엘리시아는 입술을 깨물며 각오를 다졌다. 현재 이곳에 있는 병력은 대략 5천.

이들과 자신만으로 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버데인의 왕성은 저들에게 점령당할 터. 칼슨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버텨내야 하였다. 그녀가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흠, 정말 눈앞이 아득할 정도로 많은 몬스터입니다.”

짙은 갈색 머리에 매우 강인한 인상을 가진 사내. 그 우람한 덩치만 봐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셨군요. 바나텔로 경.”

그의 이름은 노긴 바나텔로.

왕실 기사단의 수장으로 소드 마스터 중 한 사람이었다. 왕위 계승전에 중립에 섰지만 3 왕자인 데로스가 왕위를 계승하자 바로 그를 국왕으로 인정하고 충성을 맹세하였다.

“예, 왕녀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하는 노긴. 웬만한 상황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답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무덤덤하게 이야기한다.

그런 노긴을 보며 쓴웃음을 짓는 그녀. 이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지…. 엘리시아는 새삼 그가 대단해 보였다. 멋쩍은 표정을 한 그녀는 이내 그에게 대답하였다.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막아야겠지요. 여기마저 뚫려 버린다면 다음은 로버데인입니다. 경도 알다시피 그곳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흠, 그렇긴 합니다. 로버데인에 성벽이 있다고는 하나 그리 높지는 않고 도시들 또한 외부 노출이 많이 되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 말대로 로버데인은 수성하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도시 자체가 워낙 컸기에 그곳을 둘러싼 성벽 또한 길었고 게다가 높지도 않았다. 그리고 막아야 할 부분이 많았기에 저렇게 많은 수가 한꺼번에 밀고 들어온다면 그대로 뚫려 버릴 것이다.

“네, 그러니 반드시 이곳에서 버텨내야 할 겁니다. 다행히 내일까지는 드레이크 백작이 이곳에 다다를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막아내면 될 겁니다.”

“흠, 내일까지라….”

그녀의 말에 손에 턱을 쥐며 골똘히 생각하는 노긴. 현재 이곳의 병력으로 저만한 수를 버텨낼 수 있을까 가늠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꽁무니를 내밀고 내뺄 수는 없는 일.

“힘들겠지만 해내겠습니다. 왕녀님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예,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바나텔로 경.”

“예, 왕녀님.”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그들.

노긴은 곧장 기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엘리시아 역시 그를 등지며 곧장 왕실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 곧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였다.

* * *

그 시각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쪽.

지금 이곳에 한 오크가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크치고는 매우 큰 키. 대략 2미터가 넘는 신장을 하고 있었으며 덩치 또한 우람하고 다부져보였다.

한쪽 눈에는 긴 자상으로 생긴 흉터가 나있었으며 제법 깊이 있는 눈빛을 하였기에 다른 오크들과 확연히 구별되었다.

얼굴인상 또한 매우 강인해보였는데 다부진 체격과 잘 어울리게 턱 또한 꽤나 굵은 선이 보였고 굳게 닫힌 입은 녀석이 매우 진중하다는 것을 나타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무거워보였던 입이 열리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흐음, 저기가 그동안 너희들을 저지했던 인간들의 병력이더냐?”

“케에엑, 켁, 그렇다. 로칸! 정말 비열한 인간들이다!”

옆에 있던 코볼트가 그에게 말하였다.

녀석의 정체는 ‘뻐드렁니’라고 불리는 코볼트 치프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몬스터 무리를 이끌고 있었는데 오늘부로 ‘로칸’이라 불리는 이 오크에게 대장 자리를 넘기었다.

등에 커다란 도끼를 둘러매고 있는 로칸.

그는 바로 수많은 오크들의 정점에 오른 오크로드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오크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지능 또한 높아 인간의 언어를 잘 이해하였다. 뻐드렁니 또한 지능이 높은 편이라 곧잘 말을 잘하였지만 로칸처럼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되었다.

“그렇다면 만만찮은 놈들이 확실하군. 다행히 생각보다 수는 많지 않으니 이대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다.”

“쿠험! 그 말 맞다. 이보다 적어도 우린 진 적 없다. 저것들이 얍삽하게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붙으면 우리가 이긴다!”

이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뻐드렁니가 코를 킁킁거리며 연신 흥분한 채 말하였다. 아무래도 이전 전투에서 꽤나 곤욕을 치른 듯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 이 많은 수의 몬스터들을 한 번에 들이민다면 어렵지 않게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반응을 하는군. 뻐드렁니, 잽싼 놈들을 데리고 놈들의 발을 묶어라. 혹시라도 저것들이 도망이라도 가서 놓쳐버리면 안 되니까.”

“알겠다, 로칸! 내게 맡겨라!”

그 말과 동시에 뻐드렁니는 오거의 머리 위로 올라타며 소리쳤다.

“키요오오옷! 저 인간 놈들을 잡아라! 부셔라! 먹어 치워라!”

그 말을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하였지만 그의 공격적인 기세를 느낀 몬스터들. 놈들의 눈에 광기가 일며 잔뜩 흥분한 채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아!”

“쿼어어어어!”

“키아아아아아!”

쿠웅! 쿵! 쿵!

뻐드렁니가 탄 오거 또한 거친 호흡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과 같이 이동하니 그 기세에 땅이 흔들릴 정도.

그렇게 단숨에 거리를 좁힌 몬스터 무리들.

그것들과 맞붙게 된 벤투스 왕국의 병력들은 잔뜩 긴장한 채 그들을 맞이하였다.

“놈들이 다가온다. 장궁병들은 쏠 준비를 하라!

“예!”

노긴의 외침에 장궁병들이 팽팽하게 줄을 잡아당겼다. 이윽고 몬스터들이 사정거리에 다다르자 그는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때다! 화살을 날려라!”

피잉─! 핑! 피잉─! 티잉─! 팅!

노긴의 명에 일제히 시위를 놓는 궁병들.

수많은 화살들이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푸욱! 푹! 푸욱! 팅! 푹! 푹! 팅!

“꾸웨에에에에엑!”

“꺼어어억!”

“끼아아악!”

순식간에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고꾸라뜨린 화살비. 그러나 놈들이 수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외침.

“지금이다! 모두 마법을 써라!”

《화염구》

《화염구》

《화염구》

《……》

십수 개의 불구슬이 몬스터들의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퍼어엉─! 퍼엉─! 펑─! 퍼어엉!

화르르르르─

“꾸에에에엑!”

“케에에헥!”

불구슬들은 그곳에 떨어지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을 뿜어내었다. 쇠마저 녹여버릴 고온의 불길. 그에 휩싸인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키요오오옥! 또 놈들 마법 쓴다! 하지만 우리 많다. 이긴다!”

몬스터들이 그렇게 당하자 뻐드렁니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사기를 진정시킨다. 동시에 놈의 손에서 불길해 보이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광전사의 분노》

그 빛으로 인해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의 눈에서 붉은빛이 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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