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몬스터 웨이브(2)
콰아아앙──────!
“쿠에에에엑!”
“까아아악!”
마치 신벌이 내린 듯한 날벼락에 그곳에 있던 몬스터들이 죄다 숯덩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되자 한창 기세가 올라 있던 몬스터들은 겁을 먹으며 주춤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바스테르 후작은 검을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기사들이여, 눈앞의 적들을 섬멸하라!”
“예, 후작님!”
두두두두두두──
수백의 기마들이 몰려 들어오자 그곳에 있는 몬스터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광기에 물들었던 그들이었지만 수많은 기사들이 해일 같이 몰려오자 마음속 깊이 두려움이 밀려 들어온다.
서걱! 서걱─! 사각! 스윽─! 콰직! 퍼억─!
“키에에엑!”
“꾸워어어어억!”
“캬아악!”
선두에 선 바스테르 후작의 공세에 기사들까지 가세하자 단숨에 갈려버리는 몬스터들. 그렇게 상황이 바뀌어 가자 병사들 또한 두려움을 이겨내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렇게 전열은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바스테르 후작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소드 마스터가 여기에 있다!”
“몬스터 따위에 겁먹지 말자!”
점차 사기가 되살아난 병력들은 다시 몬스터들을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중구난방으로 달려들었던 놈들이다. 잘 맞춰진 병사들의 공격에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 리 만무. 합에 맞춰 일제히 내지르는 수천의 창날은 그 어떤 공격보다도 매서웠다.
푸욱─! 푹! 퍼억! 푸욱! 퍽!
온몸에 구멍이 뚫려버린 몬스터들은 그대로 힘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 계속해서 들어오지만 병사들은 교대로 창을 내지르기에 놈들이 다가올 틈이 없었다. 그렇게 점차 몬스터들의 시체가 쌓여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쿠웅! 쿵! 쿠웅!
“쿠워어어어어어!”
엄청난 덩치의 몬스터. 바로 오거 무리가 이곳까지 들이닥쳤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병사들은 움찔하였지만 이내 두려움을 이겨내며 일제히 창을 찔러 넣는다. 수많은 창이 오거들을 위협하였지만 놈들의 가죽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질겼다.
투욱─ 팅! 지이익─ 탕─! 팡! 텅─!
허무하게 튕기는 자신들의 창날. 그것에 놀랄 새도 없이 곧 육중한 거체가 그들을 덮쳐왔다.
퍼억─! 콰직! 쿠웅─! 콰앙─! 쾅!
“케엑!”
“컥!”
“꿰엑!”
비명조차 제대로 나올 새가 없을 만큼 그대로 찌부러진 병사들. 철판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오거의 엄청난 무게에는 무의미할 뿐.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다.
그 상황을 지켜본 바스테르 후작. 이를 악물며 그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외쳤다.
“저기에 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하자! 내가 앞장서겠다. 모두 나를 따라라!”
그러면서 곧장 오거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전격으로 변화되며 여기저기 스파크가 튀었다.
“이야아아아압!”
전방을 향해 내지르는 일격.
다시 한번 그곳에 신벌이 내렸다.
파지지지직──── 콰아아앙!
“쿠어어어엉!”
“우와아아아앙!”
“워라우워아!”
정통으로 먹혀들어 갔지만 아쉽게도 죽은 놈들은 없었다.
비록 피부가 그을리고 표정 또한 일그러졌지만 여전히 살아서 움직였다. 그래도 꽤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며 중심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 틈을 노려 기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퍼억─! 콰직! 쿵! 쿠웅! 콰앙! 콰당!
기마가 충돌하였지만 거대한 놈들의 몸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것을 버티어 낸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병사가 아닌 기사들이었다. 곧장 말에서 뛰어내리며 오거들에게 일격을 날렸다.
부우욱───! 지지직─!
오러를 먹인 검이 놈들의 피부를 찢어내었다. 하지만 생채기만 냈을 뿐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였다. 그래도 통증을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
“쿠어어어어!”
익숙하지 않은 쓰라림에 울부짖는 오거들. 고통은 곧 분노로 바뀌며 기사들을 향해 표출하였다.
부우우우웅───!
커다란 주먹을 날리자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지만 기사들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정도.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다시 오거의 몸통에 검을 쑤셔 넣었다.
푸우욱──!
제법 깊게 들어간 기사의 검. 하지만 놈은 단지 고통스러워 할뿐 움직임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기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콰직─!
마치 벌레가 잡힌 듯 그대로 우그러진 기사.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로 절명하였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였다.
푹직!
으드득!
콰앙!
절대적인 체급 차이로 압살당하는 기사들.
운 좋게 공격에 성공을 하여도 약간의 상처만 줄 뿐. 곧장 반격을 당하며 처참하게 죽어 나갔다.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바스테르 후작은 다시 한번 비전 검술을 사용. 그곳에 또다시 벼락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파지지직─
“크뤄러러럴!”
“케레에레에에!
고압의 전류가 그들을 뒤덮었지만 높은 저항력 때문인지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끌어모아 눈앞의 오거를 단숨에 베어버렸다.
치지치지지직── 푸아아아악!
일반 오러와는 달리 오러 블레이드의 절삭력은 달랐다. 단순히 생채기에 그치지 않고 살 안쪽까지 잘라버리며 내장이 쏟아졌다. 상상도 못 할 고통에 자지러진 놈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고 곧장 머리 위로 떨어지는 오러 블레이드. 강철보다 단단한 오거의 두개골. 그조차 반으로 갈라버리며 두 동강이 나버리는 머리통.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치이이이익─── 쿠웅─!
“허억, 헉.”
놈을 쓰러트린 바스테르 후작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비전 검술을 쓴다고 너무 많은 오러를 사용하였다. 놈들이 이렇게 저항력이 높을 줄 알았으면 일반적인 오러 블레이드만을 사용했을 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한탄할 시간 따윈 없었다. 아직도 오거의 수는 많았다.
다시 오러를 긁어모아 오러 블레이드를 피어올렸다. 다시 한 놈에게 다가가려 할 때 눈앞에 한 기사가 오거의 머리를 꿰뚫었다. 두개골이 가려지지 않은 눈을 시작으로 뇌까지 깊숙하게 찔러버렸다. 머릿속이 곤죽이 되어버린 오거는 그대로 중심을 잃어버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괜찮습니까, 바스테르 후작님?”
“아타르? 무사했구나!”
“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아마도 이 오거들 때문이지. 어서 놈들을 없애버려야 해.”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오거에게 달려드는 아타르. 바스테르 후작 또한 다른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치이이익─ 서걱!
두꺼운 목이 잘리며 또 한 마리의 오거가 쓰러졌다. 놈의 시체를 밟고 있는 바스테르 후작. 오러를 갈무리하기 위해 몇 초간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방금 쓰러트린 놈을 포함해 자신이 죽인 오거의 수는 이제 고작 10여 마리. 몇몇 기사들 또한 오거들을 죽이고 있었지만 아직도 그 수는 오십은 돼 보였다. 게다가 놈들과의 접전으로 인해 죽어 나간 기사들이 절반이 넘어간다. 설상가상으로 중소형 몬스터까지 가세하니 이대로 가다간 전멸을 면치 못할 분위기.
그때 눈앞에 있던 오거의 머리가 뭔가에 맞아 터져나갔다. 그리고 땅이 터져나가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콰앙─! 쾅! 콰광─! 콰아앙─! 쾅!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곳들이 폭발하며 흙먼지가 비산하였다. 그 폭음에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바스테르 후작은 이 같은 현상을 들은 바 있었다.
“드레이크 백작이 왔군!”
시선을 돌려보니 저 멀리 많은 수의 병사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그들의 출현에 동요하는 몬스터들. 그에 대비해 아군의 사기는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지원군이 도착하였다!”
“이제 살았어! 모두 힘을 내자!”
“드레이크 백작님이 우리를 구하러 왔다!”
무너져 가던 군세가 다시 불꽃처럼 피어오른다. 몬스터들도 달라진 기세에 어쩔 줄을 모르며 우왕좌왕하였다. 그러던 중 또다시 포격이 쏟아졌다.
콰앙! 쾅! 콰광! 콰앙! 쾅!
빗발치는 포격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있는 곳은 초토화되기 시작하였다. 막상 포격에 죽는 놈들은 많지 않았지만 겁을 먹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는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겁을 먹은 몬스터 따윈 가축이나 다를 바 없었으니까.
“모두 진격하라!”
칼슨의 우렁찬 외침에 일천의 기마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선두에는 칼슨과 에드, 그리고 우터와 에밀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순식간에 몬스터들에게 다다른 그들. 곧장 공격을 시작하였다.
치이이이이잉── 서걱─! 서걱! 스윽─! 서걱!
칼슨이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키며 놈들을 썰어버린다. 최대한 신체가 상하지 않게 깔끔히 목을 노렸지만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옆에 있던 에드는 굉장히 쉽게 그것을 해내었다.
치이이이익─── 스으윽! 스슥─! 슥─ 서걱!
물 흐르듯이 정확히 목만을 베어내는 검로. 그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단순히 막타 전문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머리 수집가’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두 소드 마스터의 무용을 앞세우자 몬스터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뒤이어 달려든 기사들의 공세 또한 상당히 매서웠다. 오러를 잔뜩 먹인 검. 게다가 드레이크 산 무구로 장비한 그들의 공격은 한낱 몬스터들이 막을 수 없는 수준. 말 그대로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또다시 괴성을 지르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크어어어어어!”
쿠웅! 쿠웅─! 쿵! 쿵! 쿵─!
놈들의 대장 격인 대형 몬스터 오거. 놈들 또한 이들이 위협적인 것을 알아채고 제압하기 위해 다가온다. 하지만.
푸우욱─!
이곳까지 접근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화살이 놈의 눈을 파고들며 머릿속을 뚫어 버렸다.
“크헤에허어어억…!”
쿠우우웅───!
뇌가 파괴되자 눈이 뒤집히며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화살 한 발로 오거를 쓰러트릴 수 있는 신기. 드레이크 영지에서 이런 절묘한 솜씨를 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귀궁 우터.
그는 연달아 오거들의 눈을 맞추며 그 위명이 결코 허황되지 않음을 증명하였다.
쿠웅─! 쿵─! 쿠우웅─!
육중한 오거들이 땅바닥에 쓰러질 때마다 땅이 울렸다.
주변에 거대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자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소형 몬스터는 물론 오크나 놀 같은 중형 몬스터까지 겁을 집어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칼슨과 에드를 비롯해 수많은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검이 몬스터들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았다.
푸욱! 서걱! 스윽─ 서컹─! 서걱! 푸욱─!
“쿠웨에에에엑!”
“커어어억!”
“끼에에엑!”
무기력하게 죽어 나가는 그 모습이 마치 도살장에서 도축되고 있는 가축을 생각나게 하였다. 그렇다고 동정심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인간들에게 그것들은 그저 흉악한 몬스터에 불과하였으니까. 그렇게 전장은 서서히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포효가 들려왔다.
“쿠워어어어어어──!”
그리고 이어지는 괴물의 소리.
“죽인다! 먹는다! 나는 강하다!”
“내꺼다! 꺼져라! 죽여 버린다!”
아이같이 어눌한 말투였지만 분명히 의사를 표현하는 수준.
‘시발, 저건 또 뭐야?’
소리가 들리는 곳을 본 칼슨은 난생처음 보는 몬스터를 보며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