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76화 (76/162)

75화 몬스터 웨이브(1)

바로프 산맥의 몬스터 웨이브에 관한 소식은 삽시간에 왕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소식에 따르면 몬스터들의 규모는 수천이라 말하는 이도 있었고 수만이라 하는 이도 있었다. 어찌 됐든 가히 셈을 하기 두려울 정도의 수.

그로 인해 벤투스 왕국은 난리가 나고 말았다. 물론 바로프 산맥에 인접해 있는 슬로페 왕국 또한 그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곳은 그곳뿐만이 아니었다. 대륙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 모든 나라들이 곤란해진 상황. 이 시국에 타국을 도움을 기대하기에 요원할 뿐이었다.

“크아아아아!”

“카오오오!”

“으아아악! 몬스터다!”

“사, 살려줘! 허억!”

콰직! 퍽! 찌지직! 퍼억!

여기저기 괴물들의 완력과 이빨에 찢기는 주민들.

수많은 몬스터들의 침입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벤투스 왕국 내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왕국 서남부 일대. 그리고 라엘리안 공작령이 자리 잡고 있는 서북부 쪽이었다. 특히 카포니아 자작령은 몬스터들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영지 자체가 그대로 망해버리고 말았다. 카포니아 자작 또한 자신의 영지를 포기하고 그대로 도망을 쳤으며 수많은 영지민들이 몬스터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정든 고향을 등지고 피난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소식은 드레이크 영지에도 전해졌다. 엘리시아의 경고가 있었기에 칼슨은 그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였지만 정작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곳은 하라달리아가 아닌 다른 곳. 사실 그동안 몬스터 사냥으로 인한 이득이 짭짤하였기에 칼슨은 내심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곳은 조용하고 다른 곳에서 난리였다.

‘젠장, 그동안 너무 많이 사냥해서 그런가?’

칼슨이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개척한 하라달리아 숲. 몬스터 부산물도 얻고 농사지을 땅도 늘어나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라 한동안 그곳에 병력들을 집중하였다. 그래서인지 최근 그곳에 몬스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나왔을 정도. 아무래도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웨이브가 이쪽에 오지 않아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던 칼슨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문밖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영주님, 레인입니다.”

“그래, 들어와.”

칼슨이 말에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온 레인. 그의 손에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서찰이 들려있었다.

“영주님, 왕궁에서 서찰이 왔습니다.”

“서찰? 어서 이리 줘봐.”

“예, 영주님.”

서찰을 건네받은 칼슨. 눈을 지그시 뜨며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점점 미소가 번지는 그의 표정. 꽤나 긴 글로 쓰여 있었지만 그 내용은 간단하였다.

“나에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달라고 요청이 들어왔군.”

“그, 그렇습니까?”

“응, 만약 도와준다면 피해받은 곳에서 막대한 보상을 해준다고 하네. 물론 몬스터를 처치한 부산물 또한 우리의 차지고.”

“아,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영주님.”

심각한 모습으로 그가 묻자 칼슨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을 해주었다.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안 그래도 요즘 몬스터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 그 부산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대놓고 몬스터를 잡아달라고 하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거기다 피해 영지들이 보상금까지 챙겨준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꿩 먹고 알 먹는 격. 이런 걸 하지 않는다면 바보나 다름없었다.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그럼 그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허리를 숙인 후 문밖으로 나가는 레인. 그 모습을 보던 칼슨 또한 준비를 하기 위해 방문을 나섰다.

* * *

벤투스 왕국 서남쪽에 위치한 바스테르 후작령.

그곳 북동쪽에 위치한 카라카스 평원에 수많은 인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무장된 병사들. 그 수가 대략 5천에 달할 정도였다.

“결국 앰파스턴 요새는 무너지고 말았는가?”

“예, 바스테르 후작님. 전령에 의하면 모스크 자작이 최후까지 항전하다 장렬히 전사하였다고 합니다.”

“모스크 자작이 그리되다니…. 참 쓸 만한 자였는데 그런 인재를 이렇게 잃게 되다니….”

차기 소드 마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그였기에 바스테르 후작은 안타까운 듯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가 그렇게 버티어 주었기 때문에 흩어져 있던 병력들을 이렇게 한곳에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왕궁에서는 따로 연락은 없는가?”

“그게 조만간 지원군을 보내 줄 테니 버텨달라는 말밖에….”

“역시, 그렇군.”

현재 이 사태가 벌어진 곳은 자신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프 산맥 인근의 모든 영지들이 지금 쑥대밭이 된 상황. 자신들보다 급한 곳이 많은데 이곳까지 지원을 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인가?’

왕실에 섭섭한 감정이 밀려든다.

그래도 왕위에 올리는 데 적극적으로 도왔건만 이렇게 자신들을 내팽개치다니….

하지만 그들을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러한 현실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상념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바로 눈앞에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크아아아아아!”

“쿼어어억! 쿼어억!”

“카아악! 카악! 칵!”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몬스터들. 그 수만큼 종류 또한 다양하였다.

소형 몬스터인 고블린이나 코볼트부터 오크나 놀 같은 중형 몬스터, 거기다 트롤과 오거처럼 대형 몬스터까지.

평소 같았으면 이들이 이렇게 함께 한다는 걸 상상도 못하였다. 그러나 눈앞에 현실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오직 인간을 죽인다는 공통적인 목표가 생긴 듯 그것들은 살기를 뿜어내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충 봐도 족히 1만은 넘어 보이는군.”

“네,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후작님.”

바스테르 후작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을 한 부관. 하지만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조차도 눈앞의 광경은 처음 보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바스테르 후작도 그것을 느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타르, 너무 긴장하지 마라. 저래봐야 일개 몬스터일 뿐이다.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예, 바스테르 후작님.”

아타르는 자신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바스테르 후작이 알아채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적과 싸워보기도 전에 미리 겁을 냈다는 사실을 들킨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바스테르 후작이 말하였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나도 저런 광경을 처음 보니까 말이야. 두려움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겨내야만 해. 그래야만 우리의 영지를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바스테르 후작님.”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를 다지는 아타르. 그런 그를 보며 바스테르 후작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시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놈들이 한층 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조만간 맞붙게 될 터.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

바스테르 후작의 외침에 병사들은 일제히 대형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확인한 그는 박차를 가하며 힘차게 소리쳤다.

“모두 나를 따라라!”

그 말과 동시에 달려 나가는 바스테르 후작. 수백 명의 기사들이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두두두두두두──

수백 기의 기마가 동시에 달리니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기세를 몬스터들 또한 느꼈는지 움직임을 잠시 멈추며 주춤거리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압!”

지이이이잉──── 서걱! 서걱! 퍼억─! 서걱─!

선두에 선 바스테르 후작이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몬스터들을 베어나갔다. 인간에 비해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 몬스터들이었지만 소드 마스터에 비하면 어린아이만도 못한 수준. 그것들은 일방적으로 도륙되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쿠에에에엑!”

“카아아악!”

“우워어어어억!”

게다가 공격하는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작님을 따라 놈들을 없애 버리자!”

“이야아아아압!”

“허어어업!”

“으라차차차!”

퍼억─! 서걱! 서걱─! 퍼억! 스륵─!

바스테르 후작을 뒤따라오던 기사들 또한 검에 오러를 머금으며 몬스터들을 베어나가기 시작. 순식간에 그 지역의 몬스터들이 썰려 나가 버렸다.

“키에에에엑!”

“끄아아아아악!”

“커어어억!”

일방적인 학살에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난무하였다. 그렇게 바스테르 후작과 기사들이 몬스터들을 박살 내고 있을 때 그 뒤로 수천의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으아아아압!”

“죽어라, 이 괴물들아!”

“이 개 같은 놈들아! 뒈져버려!”

푸욱! 푹! 퍽! 푹─! 푹─! 푸욱! 푹─!

일제히 몬스터들에게 꽂히는 수천 개의 창날. 그 매서운 공격에 적들은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바스테르 후작의 군대가 몬스터들을 제압하고 있을 때였다.

“쿠워어어어어──!”

귀를 터트릴 것만큼 큰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바스테르 후작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족히 4미터는 넘어 보이는 신장.

멀리서도 그 무게가 느껴질 만큼 우람한 체구.

거기다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밀도 있는 근육들.

무엇이든 단숨에 부숴버릴 수 있는 식인 몬스터.

그것의 정체는 바로 오거였다.

“이런 젠장!”

그것의 등장에 잠시 긴장한 바스테르 후작. 무려 소드 마스터인 그가 고작 오거의 출현에 동요될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수가 무려 100여 마리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쿠웅! 쿵! 쾅─! 쿠웅─! 쿠우웅─!

그들의 걸음에 땅이 들썩였다.

불과 100여 마리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흉포한 기세는 가히 일천을 능가하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압.

오거 무리의 등장으로 인해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를 다른 일반 몬스터 또한 눈치채고 말았다.

“끼에에엑!”

“꾸아아아악!”

갑자기 흉악한 기세를 내뿜으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몬스터들. 병사들은 합을 맞춰 대항해보았지만 놈들은 몸을 사리지 않으며 접근하였다.

“으아아아! 오지마! 으윽!”

“허억! 이것들 갑자기 왜 이래! 왜 안 쓰러져!”

“허걱! 미친놈들! 그만 죽어!”

계속해서 죽여도 끊임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들로 인해 병사들의 마음에 공포심이 차오른다. 그리고 곧 하나의 구멍으로 인해 둑이 무너지며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터져 나오고 말았다.

푸욱!

“커어억!”

와드득! 콰직!

“으아악!”

“커헉!

진영의 일부분이 무너지며 그것을 시발점으로 병사들은 삽시간에 몬스터에게 덮쳐지기 시작하였다. 이미 완력이나 순발력 자체가 인간보다 월등한 그들이었다. 그러기에 한 번 기세를 타니 병사들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콰드득! 콰직! 으드득!

“크어억! 사, 살려줘!”

“아악! 안 돼!”

“히이익! 도, 도망가야 해!”

몬스터들은 병사들을 쓰러트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의 사지를 뜯고 살점을 먹어 치웠다. 사방에서 피가 뿜어지자 그들은 더욱 광분하며 게걸스럽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사기가 꺾여버린 병력들. 수천이나 되는 숫자였지만 적들은 그들보다 훨씬 더 많았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들이었다. 상황이 갑자기 수세에 몰리자 바스테르 후작은 기사들에게 명령하였다.

“모두 전선을 유지하며 저쪽으로 이동한다. 이대로 있다간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그는 전열에 구멍이 난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렇게 맞붙은 상황에 대열마저 흐트러진다면 전선은 삽시간에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저곳을 살려내야만 했다.

“으아아아압!”

파지지지직──!

그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전 검술을 사용하였다.

검에 있던 오러가 변하며 스파크가 일기 시작. 그대로 내리치자 그곳에 엄청난 크기의 벼락이 떨어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