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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69화 (69/162)

68화 던전 탐사(1)

칼슨이 깜짝 놀라며 묻자 우터는 다시 한번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예, 보고대로라면 정황상 던전이 확실합니다.”

“흐음….”

우터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분명 던전이 맞을 것이다. 던전은 어떤 존재 혹은 단체가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보통 고 서클의 마법사나 혹은 드래곤 같은 높은 지성체일 수도 있었고 언데드인 리치나 악마 같은 악한 몬스터일 수도 있었다.

특수한 목적이 있었기에 그만큼 방비도 삼엄하였다.

수많은 함정은 물론이고 수문장을 맡은 몬스터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매우 위험하였다.

그러나 던전에는 그렇게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험한 만큼 그 안에는 가치를 측정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이미 대륙 곳곳에서 발견된 던전에서 엄청난 보물이 나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물론 고대인의 유적 또한 이와 비슷하였지만 공식적으로 발견된 일이 없었고 칼슨이 발견한 곳 또한 함정이나 몬스터는 없었기에 이와는 조금 다르다고 봐야 했다.

어찌 되었든 던전은 보물 창고나 다름없었다. 비록 위험하고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다른 이들에게 먼저 빼앗긴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칼슨은 우터를 보며 말을 하였다.

“우터, 던전이 있다는 곳이 어디라고 했지?”

“로우링 영지 서쪽에 위치한 ‘보르’라는 마을 근처라고 합니다.”

로우링 영지 서쪽이면 체키스산 북동쪽 인근이었다. 이곳 네트비아에서 불과 나흘이면 갈 수 있는 거리.

“어서 탐사대를 꾸려라. 그리고 나도 직접 참가할 테니 그리 알고 있도록.”

“에, 영주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군의 명에 그대로 부복을 한 그는 곧장 탐사 인원을 구성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 * *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탐사대는 불과 사흘 만에 꾸려졌다. 인원은 총 5명.

영주인 칼슨과 순찰대장인 우터, 기사단장인 에드. 정령사인 에밀리와 마법단장인 아르모까지. 영지의 정예들을 몽땅 모아놓았다.

원래는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을 끌고 가려 하였다. 하지만 많은 인원을 데려가면 외부적으로 노출될 우려가 높았고 그렇다고 늘어난 만큼 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도 않았기에 차라리 소수 정예로 던전을 공략하기로 하였다.

보르 마을 인근 산.

그곳을 관할하던 순찰대원의 안내를 따라간 일행들. 안내 덕분에 그들은 길을 헤매지 않고 무사히 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입구인가?”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주님.”

칼슨이 눈앞에 보인 석조 동굴을 보며 말하자 우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보고에 따르면 마을 인근 산 초입에 있는 석조 동굴이라고 하였으니 틀림이 없었다.

“여기까지 안내하느라 수고하였다. 너는 이제 마을로 돌아가도록 해라.”

“예, 순찰대장님.”

우터의 말에 안내를 맡았던 순찰대원은 부복을 한 후 곧장 그곳을 떠났다. 이제 여기에 남은 이들은 탐사대 일행뿐.

“나와 에드가 앞장서겠다. 나머지는 뒤에서 보조를 부탁한다.”

“예, 영주님.”

“알겠어요. 영주님.”

그들의 대답을 확인한 후 칼슨은 에드와 함께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처음으로 던전에 진입하였습니다.]

[지능이 1 증가합니다.]

유적 때와 마찬가지로 미미한 지능 수치가 올라갔다.

동굴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자 칠흑 같은 어둠이 덮이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광원》

아르모가 스태프를 들며 마법을 쓰자 칼슨의 머리 위에 빛나는 물체가 생성되었다.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빛. 앞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빛의 덩어리는 칼슨이 움직일 때마다 따라가며 전방을 밝혀주었다.

그렇게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되자 일행은 다시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십여 걸음을 지났을 무렵 동굴의 거친 석면은 어느새 사라지고 잘 가공된 석벽이 주변을 채워주고 있었다.

“영주님, 이제부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보고에 의하면 이쯤에서 몬스터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래, 알았어.”

칼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 말이 아니어도 지금 이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심상치가 않았다. 서늘하고 음습한 기운. 그 기분 나쁜 느낌이 피부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렇기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한걸음 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몇 걸음. 그때 전방에서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끼이이익─ 탁. 타닥.

뭔가가 바닥을 긁으면서 부딪치는 소리. 그 기괴한 소리의 주인이 어떤 건지는 곧 알 수 있었다.

“해골 병사들이다! 모두 전투 준비!”

칼슨의 외침에 그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살점 하나 없는 움직이는 백골. 하지만 그것들은 녹슨 갑옷으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그 손에는 검과 방패가 쥐어져 있었다.

딱딱하고 삐걱거리는 움직임. 허나 결코 느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지간한 병사들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런 놈들이 통로를 가득 채우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끼이이익─ 타악! 탁! 타다닥 다다다닥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열은 넘어 보였다.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칼슨과 에드는 자세를 잡으며 검에 오러를 모으기 시작한다.

“히야아아압!”

에드가 먼저 다가오는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끼이이이익─── 깡!

하지만 그의 검은 해골 병사의 뼈를 자르지 못하며 그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

“크윽!”

자세가 무너진 그에게 다른 놈들이 달라붙어 검을 휘두른다. 눈앞에 보이는 해골 병사들의 검. 하지만 그때.

지이이이잉 서걱───!

칼슨의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절단되어버린 해골 병사들. 일반 오러 마저 튕겨낼 정도로 높은 강도였지만 오러 블레이드에는 그대로 썰려 나갔다.

“뒤로 물러나 있어, 에드! 이놈들에겐 너의 오러가 먹히지 않는다!”

“허억! 네, 영주님.”

재빨리 뒤로 물러난 에드. 그의 빈자리를 칼슨이 채우며 다시 다가오는 놈들을 향해 검을 내리친다. 그러자 오러 블레이드를 먹인 검은 그대로 수십 개로 늘어나 눈앞의 해골들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퍼억! 빠각! 퍽! 파삭! 콰직!

칼슨의 비전 검술인 ‘어둠’이 작렬하며 그것들을 분쇄하였다. 단숨에 10기가 넘는 해골 병사들이 부서져 나갔지만 그 뒤로 다른 해골 병사들이 나와 순식간에 복도를 메워나갔다. 그가 다시 한번 비전 검술을 쓰려할 찰나. 뒤에서 아르모가 마법을 썼다.

《화염구》

콰아아앙───! 화르르르르─

커다란 불구슬이 그것들의 중심으로 날아가 터졌다. 그와 동시에 퍼져나가는 뜨거운 화염. 그 마법의 불길은 놈들의 뼈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로 인해 던전 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

“콜록! 콜록! 크윽, 이거 어떻게 좀 해봐!”

“예, 영주님. 제가 해볼게요!”

에밀리가 중급 바람의 정령 실라이론을 소환하여 연기를 몰아내었다. 그렇게 연기가 사라지자 다들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하아~ 이제야 살 것 같네. 아르모, 실내에서는 되도록 화염 마법은 쓰지 마.”

“예, 죄송합니다. 영주님.”

자신의 마법으로 모두가 곤란할뻔하자 금세 시무룩해진 그녀. 그런 그녀를 에밀리가 다가가 위로해주었다.

“에이 괜찮아요, 마법 단장님. 처음이니 그러실 수 있지요. 그러니 풀 죽어있지 마시고 힘내세요.”

“그, 그래요. 고마워요, 에밀리.”

“헤헤, 뭘요.”

그녀의 따듯한 말에 다시 기운을 차린 아르모. 두 손으로 볼을 살짝 치며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다시 탐사는 재개되었다. 진행을 하며 일행의 위치 또한 바꿨는데 칼슨이 제일 선두를 섰고 후방을 에드가 맡게 되었다.

그 진형으로 복도를 한참 지나자 제법 큰 공터가 나왔다.

대략 5미터 정도의 높이에 너비 또한 백여 명은 거뜬히 채울 정도로 넓었다.

“흠,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지? 아르모, 혹시 뭔지 알 것 같아?”

“글쎄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탐지》

주변을 둘러본 칼슨이 마법사인 아르모에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리고 곧장 마법으로 감지를 해보았지만 무엇 하나 걸리는 것이 없었다. 그야말로 빈 공간. 그러다 문득 한쪽 벽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저기에 뭔가 있습니다.”

그녀가 손을 가리키며 말하자 칼슨과 다른 이들이 그곳으로 가 확인을 해보았다. 얼핏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니 손자국이 보였다. 먼지가 묻어 생긴 것 같은데 아마 누군가 이곳에 손을 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르모 또한 그쪽으로 다가가 다시 한번 ‘탐지’ 마법을 써보았다.

“아르모, 이것은 도대체 뭐지?”

“음, 여기서 미세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영주님.”

“뭐? 마력이라고?”

“예, 아무래도 이곳에 마력을 주입하면 열리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열어보자고.”

“네, 영주님.”

그곳에 손을 댄 아르모는 마력을 모아 주입하였다. 그러자 그곳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생기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르모, 이건 또 뭐야?”

한눈에 봐도 희한한 현상에 칼슨이 묻자 아르모 또한 눈을 지그시 뜨며 살펴본다. 그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흐음, 아무래도 이건 고대문자 같습니다.”

“고대문자로고?”

“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고대어를 쓴 문자이지요.”

“아….”

그러고 보니 얼핏 유적에서 본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에밀리 또한 알아본 듯 다가와 이야기하였다.

“영주님, 이거 전에 유적에서 본 글자 맞지요?”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그럼 아르모, 혹시 뭐라고 쓰였는지는 알겠어?”

“저도 고대 문자를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아래쪽은 수를 의미하는 글자 같습니다.”

“수를 의미한다고? 그럼 숫자란 말이야?”

“예,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핏 보기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한쪽에 있는 문자가 숫자를 의미하는 거라고 하니 칼슨의 기억에 뭔가 스쳐 가는 게 느껴졌다.

‘이거 설마 도어락이야?’

대한민국 대부분의 집에 열쇠 대신 단다는 그 도어락. 아르모의 설명을 듣고 보니 영락없이 딱 그것과 닮아있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비밀번호만 누르면 문이라도 열릴 것이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모르잖아.’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는데 다시 원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와중 에밀리가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영주님, 혹시 뭔가 짚이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아, 아니. 그것이 내가 보기에 저곳에 있는 숫자를 잘 누르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숫자를 잘 누른다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음, 그러니까 아까 아르모가 저 글자 중 이 부분이 숫자 같다고 했지?”

“예, 그렇게 말하셨지요.”

“그런데 이 숫자 부분을 약속된 순서대로 누른다면 아마도 뭔가 해결될 것 같아.”

“아하, 그런 것이군요. 그럼 그 순서만 알면 되겠네요.”

“뭐, 그렇겠지. 하지만 그걸 알 방도가 없으니까….”

체념하듯이 말하는 칼슨. 그러나 에밀리는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영주님, 그 순서 잘하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뭐라고? 진짜!”

“네, 영주님.”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란 칼슨. 그런 자신을 보며 에밀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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