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로버데인 회담(2)
“뭐요! 설마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오? 현재 여기에 있는 이들 말고도 다른 영주들까지 합하면 전부 24명이나 되오. 무려 24개의 영지가 그깟 지원금을 부담할 수 없다고 보시오!”
“그렇소이다. 도대체 그게 얼마인지는 모르나 맘만 먹으면 그런….”
“크흠! 흠!”
몇몇 영주들이 말을 하려 하자 세르보가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준다. 그러자 이내 그들은 말을 멈추며 조용해졌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루보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우리는 무려 24개의 영지를 대표하고 있소. 그 비용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나 어지간하면 충당해 주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오.”
“레바레스 공작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드레이크 영지를 포함 총 9개의 영지의 부족한 복구 비용은 대략 금화 200만 개 정도입니다.”
금화 200만.
모두 그 단위에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일반적인 백작급 영지 1년 예산이 약 30만 금화였다. 물론 그보다 더 수입이 좋은 영지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지들이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거기다 피해를 본 영지들 중 백작보다 작은 자작이나 남작급 영지도 많았다. 그렇기에 그들로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
허나 무리를 한다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이들 중 가장 큰 영지인 레바레스 영지가 많이 부담한다면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액수. 칼슨은 그 계산을 이미 마친 다음 상대에게 제시한 것이었다.
부담스런 액수이지만 모아놓은 자산을 긁어모은다면 처리할 순 있는 수준. 딱 그 정도의 금액.
그의 말에 상대편 영주들은 일제히 루보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이 중 제일 재력 있는 자이니, 그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막상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제일 곤란하게 된 사람은 루보스 자신이었다.
왠지 자신이 수락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그러나 정작 자신은 이것으로 인해 큰 이득이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지에서 이탈한 영지민이 거의 미미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그는 칼슨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이미 다른 영주들은 자신만을 믿고 뭉쳤는데 기껏 이뤄낸 협의를 자신이 엎어버린다? 그것도 돈이 아까워서 그런다? 만약 그렇게 되면 어찌 되겠는가? 그 뒤의 일은 생각조차 하기도 싫었다.
놈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소 나섰는데 본전조차 못 건지게 되었다. 괜히 이 일에 끼어든 것을 그는 후회하였다. 하지만 이미 판은 벌어졌고 이제 와서 발을 뺄 순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크윽,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드레이크 백작.”
“그게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레바레스 공작님.”
밝게 웃으며 그에게 악수를 청하는 칼슨. 그런 태도에 조금 기시감을 느꼈지만 어쨌든 자신은 이미 수락했기에 마지못해 그 손을 잡았다.
덥석.
악수를 하며 억지로 웃는 루보스. 하지만 그 말고 다른 이들은 모두 성공적인 협의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극적으로 마무리된 로버데인에서의 회담.
모두가 행복한 그곳에서 단 한 사람만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 * *
로버데인에서 회담을 마친 지 석 달이 지났다.
약속대로 칼슨은 모든 짐마차를 철수하였고 각 영지에 붙여둔 팻말 또한 거두었다. 그렇게 하여도 몇몇 영지민들은 드레이크 영지로 이주를 강행하였지만 그 수는 미비. 이에 피해 영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그들은 금화 200만을 지급. 눈물을 머금고 자신들의 금고를 털며 내놓았지만 그래도 영지민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생각하였다.
그래도 그들의 상황은 그나마 괜찮았다.
지급된 금화 200만 개중 루보스가 지불한 양은 무려 50만 개. 자신의 영지 1년 예산의 반절이 넘어가는 수치였다. 그래도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이 상당하였기에 그것을 일부 풀어 마련은 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전혀 없으니 그야말로 생돈이 나간 격. 그로서는 정말 치가 떨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내온 200만 개의 금화는 9개의 영지에 잘 배정되었다.
제일 큰 영지를 보유한 칼슨이 금화 120만 개, 바스테르 후작이 50만, 나머지 30만은 7개의 군소 영지들에 분배되었다. 다소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 협의로 그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도 없었기에 그들의 입장에선 그냥 엄청난 돈이 꽁으로 들어온 격이었다. 그러니 누구도 그것에 불만을 표하기는커녕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칼슨 또한 불필요한 인구 유입도 막고 짐마차 등 이주에 대한 비용도 줄이면서, 거기에 거금까지 생겼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영지 재개발 또한 슬슬 완성 궤도에 올라 그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갈 테니 이제 가만히 앉아 돈이 쌓여가는 것만 보면 되었다.
게다가 영지 개발로 인해 얻은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하라달리아 숲을 개척하며 얻은 몬스터들의 부산물은 연금술과 마법 각인을 할 때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비싼 가격 탓에 영지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던 시약과 재료들. 그것을 이번 하라달리아 숲 개척을 통해 대량으로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새로운 마법사들을 영지에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영주님, 이번에 저희 영지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마법사들의 명단입니다.”
“흐음, 이번 달에는 무려 8명이나 되는군. 게다가 4서클 마법사도 셋이나 되고 말이야.”
아르모가 가져온 명단을 본 칼슨이 살짝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이에 그녀 또한 기분이 좋은 듯 흥이 나서 말을 덧붙인다.
“예, 이게 다 영주님의 명성이 올라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명성은 무슨…. 우리 영지만 한 조건이 없어서 그렇겠지.”
“예, 그건 그렇긴 합니다. 후훗.”
그동안 영지 안에서 마법 연구와 아이템 제작에만 몰두했던 그녀. 안정된 공간에서 지내서인지 그동안의 성장이 대단하였다.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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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 케일
나이 : 22세
클래스 : 마법사
힘 B(8)(+4) 민첩성 B(9)(+3) 지능 S(18)(+3) 체력 B(10)(+5) 정신력 A(13)(+5) 마력 A(16)(+3)
충성도 100/100
성향
[집중] [탐구] [소심] [평온]
상태
들뜸
관계
호감(44)
스킬
5서클(희귀/성장)(↑)
대뇌연산(에픽/패시브)
상급 마각술(에픽/성장)(↑)
중급 연금술(희귀/성장)(↑)
요람에서 무덤까지(희귀/패시브)
칭호
아웃사이더(삭제)
드레이크 영지의 마법사.
드레이크 영지 마법사가 된 이후 안정된 환경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5서클 달성 후 잠시 정체되어있지만 그래도 조만간 6서클에 도달할 수 있어 보인다.
마각술과 연금술 또한 성장하여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아웃사이더 칭호가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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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서클(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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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서클 이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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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마각술(에픽/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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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각인을 하여 아티팩트를 만들어 냅니다.
에픽 이하 물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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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연금술(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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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을 이용하여 각종 시약이나 물품을 만들어 냅니다.
희귀 이하 물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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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혹사시키듯 아이템 제작을 맡겼는데 다행히 별 무리 없이 성장을 잘해주었다. 게다가 전에 있던 칭호인 아웃사이더 또한 없어졌기에 이제 마음속 그늘 또한 사라진 듯하였다.
“그래 이번에 이 인원들은 내가 직접 면접을 보도록 하지.”
“예, 당연히 그러셔야죠. 영주님의 안목이라면 그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잘 구별하실 수 있을 겁니다.”
립서비스처럼 보이는 그녀의 말이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칼슨은 스킬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으니까.
그렇게 해서 영지에 들인 마법사가 이제 10명이었다. 그 중 4서클이 셋, 3서클이 네 명, 2서클이 셋이다. 실제로 이 영지에 들어오려던 4서클 마법사는 그 배는 되었지만 칼슨의 스킬로 확인 한 결과 그들 대부분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것을 알았기에 가차 없이 거절하였다.
그래서 순수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이들만 선별. 그렇게 추린 이들이 10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아르모가 관리하게 하여 하나의 부서를 만들었다.
칼슨은 그것을 드레이크 마법단이라 불렀다.
그리고 당연히 그곳의 단장은 아르모.
비록 나이는 많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제 5서클에 이르렀다. 그렇기에 다들 그녀를 단장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 세계에서는 서클 높은 것이 곧 깡패이기 때문에.
용무를 마친 아르모는 인사를 한 후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터가 들어왔다. 그는 이번에 몬스터 부산물로 만들어진 순찰대의 장비에 관해 보고하러 왔다.
몬스터들의 부산물 중 가죽과 뼈 힘줄 등은 순찰대원들의 무기와 갑옷으로도 제작되었다. 재료가 많아 그 수는 많았지만 순찰대원도 많이 늘어나서 분배에 신경을 써야했다.
“우터, 이번에 새로 투입된 순찰대원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가?”
영지가 늘어난 이후 칼슨은 대대적으로 순찰대원을 늘렸다. 늘어난 각 마을에 대해 관리를 해줘야 했기에 순찰대원의 수 또한 그만큼 늘려야만 했다. 그렇게 늘린 순찰대원의 수는 무려 1,200여 명. 그 수를 우터 혼자 관리하기란 불가능하였다. 그렇기에 기존의 순찰대원들을 한 지역을 총괄하는 장으로 임명하여 그 인원들의 관리를 맡게 하였다.
“예, 영지의 각 마을에 투입되어 자경단들을 잘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 마을의 실태 파악 또한 완벽하게 잘하고 있어 영지의 재정 수입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래 아주 잘하고 있군. 그런데 혹시 말이야. 내가 전에 말했던 수상한 자들에 대한 단서는 찾았는가?”
“아, 그것은…. 죄송합니다. 영주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는 없습니다.”
우터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전에 엘리시아가 언급했던 의문의 세력들. 칼슨은 그들의 색출하기 위해 우터를 시켜 순찰대원들에게 당부해두었다. 당연히 순찰대원들은 그 명을 받고 각자의 구역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몇 개월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단서 하나조차 나오지 않았다.
“역시, 그렇군.”
그의 답에 칼슨은 조금 실망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니 이내 이어지는 우터의 말.
“그들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 다른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뭐? 그게 도대체 뭔데 그래?”
뭔가를 발견했다는 말에 칼슨은 눈을 치켜세우며 물어본다. 그리고 이내 들려온 우터의 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네, 그게 아무래도…. 던전을 찾은 것 같습니다.”
“뭐, 던전이라고!”
던전이라는 말에 칼슨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