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67화 (67/162)

66화 로버데인 회담(1)

왕성 내에 있는 귀빈용 회의실.

몇 년 동안 방치되어있던 이곳으로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찼다.

대략 십수 명 정도의 사람들.

이들은 모두 벤투스 왕국 내 영주들이었으며 그 중 몇몇은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이었다.

중앙의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양옆에 선 이들.

한쪽에는 열 명이 넘어갔지만 다른 한쪽은 고작 3명이 전부였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이 회의의 숨은 주체자인 칼슨이었다. 그리고 그의 양옆엔 바스테르 후작과 모스크 자작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 문제가 제기되었던 ‘전쟁 재건법’에 관하여 대표 자격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맞은 편 측은 전쟁 재건법. 특히 그 중 영지민의 이동에 관해 결사반대하는 영주들의 대표로 왔다.

그중 중앙에 위치한 사람이 바로 재상인 루보스였다. 그의 영지는 이번에 그렇게까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드레이크 영지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협상의 대표로 나왔던 것. 그들이 테이블 양옆에 나열해 있었고 중앙 상석에는 진행을 맡은 궁내부 장관 세르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 그럼 회담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요청을 하신 레바레스 공작님 외 23명의 영주들의 말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로 오신 레바레스 공작님부터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세르보의 말에 루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흠, 알겠소이다. 궁내부 장관. 우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국왕 폐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겠소. 자 그럼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소. 우리는 전쟁 재건법을 조속히 폐지할 것을 요구하오.”

“그렇소, 그 이상한 법 때문에 우리 영지의 인구가 반 토막이 나버렸소.”

“우리 영지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영지민들이 빠져나가고 있소. 이러다간 땅만 있고 아무도 없는 유령 영지가 되고 말 것이오.”

루보스가 말문을 열자 그 옆에 있던 귀족들이 너도나도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렇게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자 세르보는 테이블을 치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탁! 탁─!

“모두 정숙하시기 바랍니다. 발언은 한 사람만 해 주십시오.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가 호통치듯 엄숙하게 이야기하자 회의장 분위기가 싸해지며 다시 조용해졌다. 이윽고 루보스가 머리를 매만지며 슬며시 입을 열었다.

“…아, 알겠소. 이거 미안하게 됐소이다, 체스터 백작. 자 모두 진정하게나. 다들 심정은 알겠지만 이런다고 해결되지는 않네.”

“예, 레바레스 공작님.”

“알겠습니다. 재상님.”

그의 말에 영주들은 시선을 흘리며 조용히 대답하였다. 그렇게 다시 회의를 할 분위기가 되자 세르보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상대편인 바스테르 후작님 외 8명의 영주들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로 나와 주신 드레이크 백작님은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르보가 칼슨을 보며 발언 기회를 주었다. 이에 칼슨은 말을 하기 전 스킬을 써서 루보스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인물정보 열람]

띠링──

───────────────────────────

루보스 레바레스

나이 : 68세

클래스 : 정치가

힘 D(3) 민첩성 C(5) 지능 B(11) 체력 C(6) 정신력 B(9) 정치 A(15)

성향

[질서] [오만] [시기] [차별]

상태

짜증

관계

불편(-23)

스킬

무리의 우두머리(희귀/패시브)

포섭(희귀)

임기응변(고급)

칭호

일국의 재상

벤투스 왕국의 재상.

레바레스 영지의 영주.

───────────────────────────

[무리의 우두머리(희귀/패시브)]

───────────────────────────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면 정치가 3 증가됩니다.(효과는 중첩되지 않습니다.)

───────────────────────────

[포섭(희귀)]

───────────────────────────

상대방을 자신의 무리에 끌어들일 시 설득할 수 있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

[임기응변(고급)]

───────────────────────────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문제에 대해 상황대처 능력이 높아집니다.

───────────────────────────

[[칭호]일국의 재상]

───────────────────────────

한 나라의 재상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습니다. 하고자 하는 정책은 많은 이들에게 신임을 얻으며 그들의 동참을 얻게 됩니다.

───────────────────────────

‘허 이거 완전 꼰대가 따로 없네.’

성향만 봐도 딱 성격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관계 또한 짜증 단계. 자신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하였다. 이런 놈에게 자비 따윈 없었다.

“레바레스 공작님, 이 법은 엄연히 폐하께서 어진 마음으로 친히 제정하신 법인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 달라하시다니. 이것은 참으로 불충한 언사가 아닙니까?”

“뭐, 뭐요! 불충이라니! 지금 말 다했소!”

가벼운 도발에 흥분하는 루보스. 하지만 칼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전쟁으로 인해 피폐한 백성들을 구원하고자 만드신 법인데 그것이 본인들 영지에 불이익을 준다고 폐지하라니요! 왕국의 귀족이시고 폐하의 신하이신 여러분들이 어찌 이리 제 잇속만 챙기려 하십니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뭐, 뭐라고! 이런 건방진!”

“감히 레바레스 공작님께 그 무슨 망발이요!”

“이제 갓 백작이 되더니 보이는 게 없나 보군!”

칼슨의 말에 루보스 주변의 귀족들이 눈을 부릅뜨며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다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고 세르보는 다시 그들에게 엄중히 경고하였다.

“조용히 해 주십시오. 제가 분명히 발언권만 가진 분에게만 발언을 허락한다 했습니다. 더 이상 그것을 지키지 않으신다면 바로 퇴장 조치를 할 겁니다. 이번이 마지막 경고입니다.”

“크윽, 아 알겠소. 이제부터 주의하겠소이다.”

“미, 미안하오. 다시는 안 그러겠소. 체스터 백작.”

“크흠, 알겠소이다. 부디 퇴장만은….”

서릿발 같은 그 경고에 귀족들은 얼굴을 붉히며 그의 말을 따랐다. 다시 회의장은 엄숙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조용해졌다. 칼슨의 도발에 다들 흥분하였지만 그렇게 대처해서는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루보스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국왕 폐하께서 백성들을 생각하시는 그 어진 마음이야 본인도 잘 알고 있다네. 허나 그런 폐하를 대신해 백성들을 관리하는 영주들의 사정도 어느 정도 헤아려야 하지 않겠소.

백작 또한 같은 영주이지 않은가? 그러면서 어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시오. 꼭 이렇게 해야만 폐하의 의지를 따라 백성들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칼슨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루보스는 한발 물러서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 말하였다. 상대가 협상의 물꼬를 트려 하였지만, 칼슨은 바로 받아주지 않았다.

어차피 급한 것은 상대였고 이쪽은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정말이지 재상님은 본인 편하신 대로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영주들이 힘들다 해서 이야기나 들어보려 왔었는데 그 대표이신 레바레스 공작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다니 이 이상 이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일어서려 하자 그는 다급하게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자, 잠깐 기다리시오. 이왕 이렇게 온 거 원하는 것이 있을 것 아니오.”

“레바레스 공작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하는 것이 있어서 왔다니! 저를 그런 시정잡배로 보는 겁니까! 정말이지 무례하시군요.”

“아,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됐습니다. 비록 제가 이런 모욕을 당하였지만 이곳은 폐하께서 주최하신 회담.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신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럼 저는 이만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드레이크 백작! 왜 이러는가? 제발….”

회담이 파토가 나게 생기자 다급해진 루보스. 어떻게든 칼슨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화만 키우고 만다. 그렇게 분위기가 파국에 이르려 할 때 조용히 있던 바스테르 후작이 나섰다.

“드레이크 백작, 자네의 심정은 알겠지만 잠시 진정하게나. 그래도 우리는 다른 영주들을 대표해서 나왔지 않은가. 자네가 이렇게 나가버린다면 그들의 입장 또한 곤란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길 바라네.”

진중히 말하는 그의 말에 칼슨 또한 일어서려는 동작을 멈칫하였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자리에 앉고 말하였다.

“바스테르 후작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제가 미처 그런 것까진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닐세, 자네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네. 허나 어렵게 마련한 자리이니만큼 너무 감정적으로 가도 곤란하다네. 알다시피 우리의 결정에 다른 영주들의 처사가 달라지니까 말이야.”

“네, 후작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렇게 다시 상황이 진정되어 가자 루보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진정된 분위기 속 다시 시작된 회담. 그는 다시 조심스레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럼 영지민들의 이동이라도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막아주게. 특히 짐마차까지 제공하니 그 이탈이 너무나도 심각하다네.”

“흐음, 제가 꼭 그들을 강제로 납치라도 하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아, 아니 나는 꼭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이 점을 분명히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칼슨의 엄포에 루보스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듯 말하였다.

“알았네. 내 사과하지. 하지만 지금 영지민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닌가. 그거로 인해 다른 영지들 또한 곤란한 상황이고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네.”

“그렇다면 법 자체보다도 그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없애고 싶다는 것이라 볼 수 있겠군요.”

“그래, 바로 그렇다네. 우리가 어떻게 폐하께서 내린 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다만 현재 다른 영지들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이를 조금 조정해 달라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네.”

순식간에 말을 바꾸며 자세를 굽히는 루보스. 이쯤 되면 못이기는 척하며 협상을 할 때가 되었다.

“그럼,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짐마차는 그만 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나 그 외 자신의 의지로 오는 인원은 굳이 막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현재 폐허가 된 영지를 재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왕궁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의 이런 사정 또한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쉽게 말해 우리도 너희 사정을 이해해 줄 테니 너희들도 우리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말. 루보스는 물론 그 주변의 귀족들 또한 그 뜻을 알아챘다.

“흠, 그렇다면 그 부족한 부분을 이쪽에서 채워주면 되겠소?”

“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무척 감사하지요. 그런데 그 비용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것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데 그러시오?”

현재 상황이 급한 이들은 자신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얼른 상대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칼슨 또한 그들이 안달 난 것을 느꼈기에 바로 정확한 액수를 말하지 않고 다시 한번 뜸을 들였다.

“직접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그 액수가 정말 많습니다. 어지간한 이들은 감히 엄두도 안 날 만큼이요.”

칼슨은 살짝 무시하는 뉘앙스로 상대편 귀족들을 흘겨보며 말하였다. 너희들이 감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그런 느낌. 딱 봐도 상대의 자존심을 긁어버리는 행위에 상대편 귀족들의 표정은 심하게 구겨지기 시작하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