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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66화 (66/162)

65화 영지 개발(2)

“시발, 저건 도대체 뭐야?”

알 수 없는 대상에 폴은 잔뜩 경계하였다. 그가 그러고 있는 와중 그 의문의 개체는 계속해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웅─

놈이 딛는 발걸음에 땅이 울린다. 그 진동에 의해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잎사귀들이 떨어졌다.

이에 기사들과 병사들 또한 바짝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츄릅─

“크르르르.”

끈적이는 타액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걸걸한 울음소리. 어느새 놈의 누런 눈이 보인다. 그리고 점차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족히 3미터는 넘어 보이는 신장.

돌처럼 단단한 느낌의 푸르스름한 피부.

그리고 인간을 한입에 꿀꺽 삼킬 만큼 크고 우악스러운 입. 그 입안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뾰족한 이빨들이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를 낸다.

딱─ 따그닥─ 다닥─

놈의 모습을 보자 폴은 다급히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젠장, 바위 트롤이다! 모두 간격을 벌려라!”

“허억! 트, 트롤이라고?”

“시발, 왜 이게 여기서 나와!”

바위 트롤이라는 말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자세를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움직임을 보이자 바위 트롤은 반응을 보이며 잔뜩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쿠와아아아앙!”

부우웅── 와드득! 콰직!

아무렇게나 휘두른 팔에 주변의 나무가 부러지고 꺾여나갔다. 그 무식한 모습에 겁을 먹을 법도 했지만 폴과 그의 부하들은 조금 긴장했을 뿐 두려운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적당한 거리를 벌리며 트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크아아아아!”

표정이 일그러지며 괴성을 지르는 바위 트롤.

눈앞에 벌레 같은 놈들이 겁먹지 않고 자신을 위협하려 하자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포효를 하며 더욱더 발광하였다.

쿠웅! 쾅! 콰앙! 우드득!

“놈이 다가온다! 피해!”

“가까이 붙지 말고 여유 있게 거리를 벌려!”

무쇠 같은 팔을 휘두르며 공격을 가하지만 주변의 나무들이 그들의 엄폐물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화르르르.

어느새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삽시간에 트롤의 주변을 잠식해나갔다. 갑작스레 사방에 불길이 올라오자 그것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끼에엑?”

놈이 불구덩이에 갇혀있는 사이 폴과 그의 병력들은 불길에 휩싸이기 전 재빨리 그곳에서 물러섰다. 대부분 무서울 게 없던 트롤이었지만 유독 불을 무서워하였는데 그 이유는 불에 닿으면 그들의 재생능력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끄아아아악!”

주변에서 타오르는 화염에 야단법석을 떠는 녀석. 하지만 주변에 습기가 남아서인지 불길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하며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하였다.

“케헥, 켁! 크르르르!”

불이 꺼졌지만 놈은 매캐한 연기를 많이 마셔서 목이 아픈지 연신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였다. 그러나 크게 몸이 다치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에 움직이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킁킁!

독한 연기를 들이마셔서인지 아무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코안 쪽이 따가워 연신 손으로 매만졌다. 오랜만에 맛있는 먹이를 찾았나 했는데 놓치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분에 겨워 소리를 지르며 방방 날뛰려는데 몸이 뭔가 이상했다.

콰당──!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마는 트롤.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껌뻑거리기만 하였다. 그때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놈이 쓰러졌다!”

“지금이야! 모두 달려들어!”

아까 도망쳤던 이들이 다시 돌아와 트롤에게 달려든다. 그중 선두에 선 이는 바로 부기사단장인 폴. 그는 오러를 최대한 먹인 검으로 단숨에 트롤의 목을 내리친다.

치이이익─── 댕강──!

“키아아아악!”

아쉽게도 놈의 목이 아닌 팔이 떨어져 나갔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검의 궤적을 틀었다. 하지만 녀석을 공격한 건 폴뿐만이 아니었다.

“크아악! 죽어!”

“하아압! 합!”

“이야아아압!”

서걱─! 푸욱─ 푹─ 퍽!

기사들은 검으로 베고 병사들은 창으로 찔렀다.

돌같이 단단한 트롤의 피부였지만 드레이크 제 강철 무기의 강도는 상당히 뛰어났기에 생채기를 주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트롤은 재생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그 정도 상처로는 놈을 제압할 순 없었다.

“끼아아아악!”

재생력이 뛰어나도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놈은 수많은 공격에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러대었다. 평소에 먹잇감으로 여긴 놈들이 이제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였다. 뒤바뀌어버린 이 상황은 녀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린 녀석.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하지만 그때.

“어딜!”

치이이익── 서걱!

“키에에엑!”

단숨에 트롤의 발목을 베어버린 폴. 막 일어나려던 놈은 그대로 중심을 잃으며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콰아앙──!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이지만 이렇게 잘린 신체를 회복하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는 건 당분간 놈은 절름발이 신세라는 것. 그렇게 자세가 무너진 트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서걱─ 푹! 푸욱─ 서걱! 푹!

“쿼어어억!”

연이은 공격에 놈은 괴로워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런 트롤에게 폴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였다.

“이야아아압!”

치이이익─── 서걱─!

“케륵…!”

데구르르르──

오러가 담긴 검이 트롤의 목을 베어내자 그대로 땅에 떨어지는 머리. 머리를 잃은 몸통은 팔을 몇 번 휘젓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후우, 어서 처리반을 불러와라! 피가 나오는 부분은 최대한 묶어서 막아두고.”

“예, 부기사단장님!”

폴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기사. 그는 주둔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처리반이 오기를 기다리는 폴과 그의 부하들. 그들은 트롤의 피가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도록 밧줄로 꽁꽁 묶고 있었다. 이것은 포션의 중요한 재료이기에 최대한 많은 양을 보존해야 했기 때문.

대략 반 시간이 지난 후 자리를 떠났던 기사가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들 중 한 사내가 폴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부기사단장님. 저게 바로 트롤의 시체입니까?”

“그래, 아직 죽은 지 얼마 안 됐으니 제법 많이 챙겨갈 수 있을 걸세.”

“네, 제가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 모두 저것을 채취하도록 한다.”

“예! 반장님.”

처리반장의 말에 대원들이 트롤의 시체에 달려들어 그 부산물들을 채취하였다. 특히 포션의 주요 재료가 되는 피는 준비해온 유리병에 차곡차곡 모아서 담아두었다.

그렇게 한참을 트롤을 해체하며 작업을 하는 처리반. 어느새 그 커다란 사체가 없어지며 그로 인해 생긴 부산물들은 각각 부위마다 분류되어 모였다.

“그럼 기사단장님.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수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자네들도 수고 많았네. 또 일이 있게 된다면 부르도록 하지.”

처리반장이 작업을 마치고 인사를 하자 폴 또한 어깨를 두드리며 화답해주었다. 그렇게 트롤의 부산물을 챙기며 사라진 처리반. 그들이 사라지고 이제 남은 건 폴과 그의 부대원들뿐이었다.

“자, 모두 그동안 많이 쉬었지? 이제 다시 몬스터 사냥을 시작하도록 한다.”

“예, 알겠습니다. 부기사단장님!”

폴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부대원들. 갖고 있는 장비들을 정비하며 다시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 * *

추운 날씨가 지나가 이제 따뜻한 계절이 돌아왔다.

드레이크 성에서 네트비아에 있는 성으로 집무 공간을 옮긴 칼슨. 그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전 공사가 마무리된 신(新) 그랜드 바자. 중앙에 큰길을 두고 양측으로 정갈하게 지어진 3층 건물들은 이미 많은 상인들이 입점해 있었다. 그리고 이전에 쓰인 구(舊) 그랜드 바자. 그곳은 지금 철거되어 새로운 주거단지로 조성되고 있었다. 대략 1만 세대의 단지. 조만간 완공이 되면 돈이 제법 있는 중산층들을 상대로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일반 서민들을 위한 주거 공간도 있었다. 중산층과는 달리 그들에게 집을 살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칼슨은 그런 그들을 위해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주거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일종의 임대주택 개념으로 그가 굴리고 있는 사업체의 직원들 위주로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두 주거지역에 인접해 있는 도시 남서쪽에는 교육시설을 지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고 간단한 셈을 가르치는 기초적인 곳부터 각자의 특성을 살려서 배울 수 있는 특성화된 곳까지. 물론 이곳도 사업체 직원의 가족이라면 적은 돈으로 배울 수 있고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주는 제도도 마련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그런 인재들은 칼슨의 사업체나 영지의 일꾼으로 데려간다.

똑똑.

“영주님, 레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문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칼슨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래, 들어와.”

드르륵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레인. 그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들고 있는 서류를 칼슨에게 전달하며 말을 하였다.

“여기 이번 달에 유입된 인구 목록입니다.”

“오, 그래? 이리 좀 줘 봐.”

“예,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그래, 얼마나 늘어났는지 어디 한 번 볼까?”

레인에게서 건네받은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읽어보는 칼슨.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번 달엔 무려 5만이나 증가하였군.”

“예, 이미 고용이 마무리되었다는 팻말을 붙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숫자가 줄지 않았습니다.”

“흐음, 이거 다른 영주들의 심정이 말이 아니겠는걸? 하하하.”

“그건….”

칼슨이 웃으며 말하자 언급하기 곤란해하며 머뭇거렸다. 왜냐하면 그 이유로 인해 다른 영지들이 위기감을 느끼며 ‘전쟁 재건법’을 반대하기 시작하였기 때문. 물론 칼슨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재건법으로 인해 드레이크 영지로 유입된 인구가 그동안 30만 명 정도. 대략 백작령 3개 정도의 숫자였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영지민들의 불만이 많은 영지일수록 빠져나가는 숫자가 많았기에 그런 곳은 더욱더 필사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러길래 평소에 잘했어야지.’

관리를 잘한 곳들은 그다지 피해가 없었다. 특히 라델리안 공작이 있는 서북부의 영지들과 서남부의 바스테르 후작령의 인구 이동은 거의 미비한 수준이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어차피 다음 달부터는 인구 유입사업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인구가 늘어나면 확실히 좋긴 하지만 무작정 늘리게 된다면 여러 문제들이 생기게 된다. 특히 그들을 받아줄 일자리가 슬슬 한계치에 달하였기에 더 이상 사람을 받아준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어떻게 해서든 제한을 둬야 했긴 했다.

더욱이 현재 많은 영지들이 그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니 칼슨은 적당히 그 장단에 맞춰주기만 하면 되었다.

‘아무래도 엘리시아 공주에게 서찰을 써야겠군.’

반대하는 영주들과의 회담 자리라도 마련해달라 해야겠다. 아마 그쪽에서 이미 요청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하며 최대한 조건을 걸어 뜯어내야겠다. 아무래도 상황이 급한 건 자신이 아닌 그들이었으니까.

다시 한번 다른 영지를 털어먹을 생각을 하자 칼슨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 *

그로부터 보름 후 로버데인 왕성.

전쟁 재건법에 반대하는 영주들과의 회담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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