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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59화 (59/162)

58화 왕위 계승전(24)

콰아앙─! 콰앙! 쾅! 쾅!

“으아아악!”

“아아악!”

거침없는 포격으로 인해 상대 진영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칼슨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음 역시, 폭발은 예술이야. 언제 봐도 짜릿하구먼.”

“예, 영주님. 저 신무기의 위력은 정말이지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우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칼슨. 마법을 화약으로 대체하여 만든 대포의 위력은 정말이지 끝내주었다. 그는 내친김에 총도 만들어 보려 하였지만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작은 사이즈는 폭발 마법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였다.

그래서 일찌감치 그것은 포기.

오히려 대포 제작에 더 집중하고 대신 전술을 그에 맞게 짜 맞췄다.

우선 초반 포격으로 적의 진영을 깨부순 후 그대로 밀어버린다. 단순하였지만 그만큼 효과는 가장 컸다.

그런데 혹시 포격을 해도 적이 무시하고 전열을 유지하면서 접근한다면?

마치 지금 저들처럼 말이다.

“모두 앞으로 나가라!”

“진형을 넓게 가져가라! 저 소리에 겁먹을 필요 없다!”

“최대한 놈들에게 붙어라! 가까이 가면 놈들도 이 마법을 쓸 수 없을 것이다!”

각 부대의 지휘관들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병사들을 이끌어 간다. 포격을 맞으면서도 꾸역꾸역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사전에 들은 정보가 있어서인지 제법 잘 대응하는 적들. 게다가 이곳은 평지라 병력이 움직이기 용이하였다. 특히 기마병에게는 고속도로나 다름없었다.

“모두 나를 따르라! 저 침입자들에게 우리의 용맹을 보여주자!”

“와아아아아아아!”

기사단장인 루베르가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달려 나가자 그를 따르던 기사들과 기마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뒤따른다. 그 수가 무려 500여 명. 역시 돈이 많은 영지답게 기병의 숫자도 엄청났다. 그 많은 수의 기마들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땅이 흔들리며 울리기 시작하였다.

수백의 기마군단이 다가오니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칼슨은 옆에 있던 에드에게 넌지시 말을 건다.

“워, 기마들이 몰려오는 모습이 아주 무섭구먼. 안 그런가?”

“예, 그렇긴 합니다. 허나….”

“…허나?”

잠시 대답을 끊는 그를 보며 반문하자 이내 에드가 말을 이어갔다.

“우리에겐 에밀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들었지, 에밀리?”

“네, 그럼요.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요.”

어느새 그녀의 손에서 다량의 마나가 방출되었다.

그러자 기마병들의 앞에 커다란 구덩이들이 생겼다.

“허억, 저건 뭐야? 모, 모두 멈춰라!”

“아, 안 돼! 크어억!”

우당탕─ 탕! 탕!

관성에 밀려 그대로 함정에 걸려드는 적의 기마병들. 선두에 있던 자들이 모두 구덩이로 떨어져 버리자 후위에 있던 자들은 필사적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세웠다.

히이이이잉~

“휴, 이건 뭐야 도대체?”

“언제 이런 함정을 파놓은 거야?”

가까스로 말을 멈춰 세운 그들은 진땀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이 서있던 땅 또한 갑자기 무너지며 말들과 함께 그들을 삼켜버렸다.

와르르르르.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거기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콰앙! 쾅! 콰앙!

다시 이어지는 포격.

그렇게 되자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그대로 전열이 무너져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적진이 얼마 안 남았다! 모두 전진해라!”

루베르는 남은 병력들을 이끌며 앞으로 나아갔다. 고작 100기가 좀 넘는 수준 이였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필사적으로 달려 나가는 그들. 하지만 그들 앞에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뭐야? 저건…!”

눈앞에 갑자기 벽이 보이자 그는 당황하였다. 그것은 바로 방패병들이었다. 마치 거대한 철벽과도 같은 그들이 가로막자 루베르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하지만 보아하니 저것은 커다란 방패를 든 병사들로 보였다. 느껴지는 기세는 심상치 않았지만 그는 기마의 힘을 믿고 그대로 부딪혀 보기로 하였다.

“모두 저곳을 돌파한다!”

박차를 가하며 힘차게 돌진하는 적의 기마들. 하지만 그 기세만으로 철벽을 뚫기에는 부족하였다.

쾅! 콰직! 쾅─! 콰앙!

“커헉!”

“켁!”

충돌로 인해 기마들이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물론 타고 있던 기병들 또한 마찬가지.

“크어억!”

콰아앙─!

처음 방패병들과 부딪친 루베르 또한 방패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가며 땅바닥을 굴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서려 하였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눈앞에 거대한 방패가 그를 향해 내리꽂고 있었다.

“씨발!”

콰직! 쿵! 쾅!

그대로 머리가 박살 나버리며 절명해버린 루베르. 그를 따른 다른 이들 또한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적의 기마가 와해되어 버리자. 칼슨은 보병을 중심으로 양 측면에 기마를 배치해 전진시켰다.

“크윽,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기마병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루겐보르 백작은 치를 떨었다.

이제 남은 건 그 뒤를 따르던 보병들 뿐. 그들은 상대의 공격에 대비해 전열을 넓게 가지며 굳건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넓게 퍼진 대형은 오히려 기마병들에게 고마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퍽! 콰직! 쾅!

“아아악!”

“커헉!”

양쪽으로 뻗어나간 기마병들이 손쉽게 상대의 측면을 돌파하였다. 드문드문 퍼져있는 적의 보병들은 기마병들이 들이닥치자 힘없이 밀려버리며 단숨에 대열이 잘려 나갔다.

그렇게 고립되어버린 중앙 부분을 드레이크의 보병들이 덮쳐왔다.

“으아아아아아아!”

푸욱! 푹! 푹! 퍼억! 서걱!

간격을 넓혀놨기에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떨어져 드레이크 병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고 만다. 자신들 병사 1명에 상대는 3명이 달려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의 병력이 잡아 먹혀나가자 루겐보르 백작은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가다간 그대로 전멸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거기다 기사단장인 루베르 또한 기마들과 함께 당한 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새 적의 기마병들이 아군을 뚫고 이곳까지 다가왔다. 아무리 전열을 넓게 잡아 병사들의 밀집도가 떨어졌다지만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뚫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다.

마치 자신을 노리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

그 기세에 두려움을 느낀 루겐보르 백작은 주변의 병사들에게 다급히 명령한다.

“저, 저기 몰려오는 적군들을 막아라! 어서 막으란 말이다!”

그가 성난 목소리로 다그치자 방어 자세를 취하는 병사들. 그런 그들을 뒤로한 채 루겐보르 백작은 고삐를 틀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을 놔두고 사라지는 그를 보자 황당해하는 병사들. 그리고 이윽고 그들에게 적의 기마들이 들이닥쳤다.

퍼억! 콰앙! 콰직! 쿵! 쾅!

마갑을 덧씌운 기마들을 막아낼 힘이 그들에겐 있을 리 만무. 그대로 깨지며 뚫려 버린다.

도망가면서 그 모습을 본 루겐보르 백작은 표정을 구겼다.

“큭! 그것도 막지 못하다니, 이 쓸모없는 놈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도망치는데 박차를 가했다. 속도를 올리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갔다. 그러나 어느새 그의 뒤를 따라붙은 한 기마병. 아니 한 기사가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다가왔다.

서걱─

그대로 목이 떨어져 나간 루겐보르 백작.

머리가 잘린 몸은 그대로 중심을 잃으며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말에서 내려 그의 머리를 챙긴 기사. 그는 기사단장인 에드였다.

루겐보르 백작의 머리를 말안장에 매단 그는 말머리를 돌려 남아있는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동하였다.

* * *

드레이크 군이 루겐보르 백작군마저 격파하자 귀족파의 세력은 이제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자신들의 수장인 리나드 후작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그들의 주요 전력들은 모두 칼슨에게 괴멸된 상태. 거기다 1 왕자를 지지하는 국왕파 또한 자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칼슨이 베르호프를 떠나고 루겐보르 백작령까지 진군한 사이 그들은 가즈미르 고원을 점령하고 몇몇 영지들과 리나드 후작령의 초입까지 진출하였다.

리나드 후작이 실종되고 귀족파의 주요 전력이 이제 없다시피 하기도 했었지만 베르호프를 맡겼던 서부파의 전력들이 국왕파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탓도 컸다.

그렇게 귀족파는 유명무실한 처지가 되며 2 왕자 측은 왕위 계승전에서 저 뒤편으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3파전이었던 왕위 계승전은 1 왕자를 지지하는 국왕파와 3 왕자를 지지하는 서부파. 이렇게 2파전이 되어버렸다.

* * *

리나드 후작령 서쪽 레르팔 평야.

추수가 끝나 여기저기 빈 밭들이 가득한 이곳에 국왕파군 3천여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곧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커다란 막사 안. 그곳에서 몇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중 잿빛 머리의 사내. 유콘이 입을 열었다.

“드레이크 자작이 결국 리나드 후작의 성마저 점령하고 이리로 오고 있다지요?”

“그렇다고 하오, 그 성에도 제법 지키는 병력이 있기는 했지만 거의 일방적으로 박살이 나버렸다고 들었소.”

유콘의 말에 로트비체 백작이 답하였다. 그 말을 들은 유콘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 나갔다.

“리나드 후작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리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에게도 대부분의 전력을 소진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허나 그래도 그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요. 저조차도 그자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게다가 리나드 후작까지 패퇴시켰다는 것을 보니 그는 확실히 소드 마스터에 이른 것 같습니다.”

유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예전에 바스테르 백작과의 대련이랑 다르게 직접 대결하여 이겨버렸다. 그 와중에 조작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 칼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소드 마스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면 좋소? 그가 이리로 오고 있다고 하는데 대책은 있는 거요?”

윗머리가 휑한 갈색 머리의 사내가 말하였다. 얼굴에 제법 주름이 있는 그는 바리안 자작. 5서클의 마법사였다.

“흠, 지금으로선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특히 그가 베르호프 요새 때부터 썼던 그 특이한 마법은 정말이지 골치 아프더군요. 혹시 바리안 자작님께서 그에 대해 아시는 점이 있습니까?”

“으음, 나도 그런 마법이 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소. 아마도 변형 마법이거나 혹은 마법을 이용해 만든 도구라던가 할 것이오. 그거에 대해 정보원들이 알아낸 것은 없소?”

“예, 어찌나 보안에 철저한지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런, 어찌 됐든 그것을 알아내려면 저들을 이겨서 관련 병사를 사로잡아야 하겠소.”

“네, 아무래도 그래야 하겠지요.”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밖에서 병사가 들어와 그들에게 말을 하였다.

“드레이크 군이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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