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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52화 (52/162)

51화 왕위 계승전(17)

“주위를 잘 살피며 앞으로 전진하라! 함정에 빠진 자들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길은 오로지 전진뿐이다! 뒤처지지 마라!!”

“전진하라! 눈앞에 놈들이 있다! 겁먹지 마라!”

“와아아아아!”

그 결과 제법 많은 병사들이 낙오하였지만 그래도 방금 같은 혼란은 잦아들었다. 게다가 전열이 넓게 퍼졌기 때문에 포격에 인한 피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적들의 군대가 피해를 감수하고 꾸역꾸역 다가오기 시작.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우터는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입을 열었다.

“결국 이 정도로는 무리였던 것인가…….”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순찰대장. 그래도 놈들에게 꽤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까.”

레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의 말대로 함정과 포격으로 놈들에게 준 피해는 상당하였다.

한눈에 봐도 3분의 1 정도가 전투 불능이 되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적의 숫자가 아군의 몇 배는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어억……. 나는 이제 안 되겠네. 더 이상 오러가 나오질 않아.”

“흐읍, 저도 이제 한계가 온 듯하오. 으윽.”

“저도 이제는 무리에요…….”

대포를 운용하던 3인방.

볼튼과 루퍼트 그리고 영지 마법사였던 아르모는 가용할 오라와 마력이 바닥나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칼슨이 영지 내에 있던 기사들을 모조리 데리고 가는 바람에 현재 대포를 운용할 이들은 이 3명이 전부. 물론 우터와 에밀리 또한 대포를 활용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에밀리는 준비했던 함정을 발동시켜야 했고 우터는 조만간 맞붙을 전투에 대비해야 했다.

적들의 포격이 멈춘 것을 리나드 후작과 로우링 자작 또한 느꼈다.

“저, 빌어먹을 공격이 드디어 끝났군!”

“예, 후작님. 아마도 그 해괴한 마법을 많이 쓸 수는 없나 봅니다.”

“그렇겠지. 놈들에게 무슨 대마도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런 무식한 공격을 펑펑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로우링 자작 어서 명령을 내리게.”

“예, 후작님. 적들의 공격이 멈추었다! 모두 전진하라!!”

그의 외침에 병사들은 화색이 돌며 기운을 내었다. 그리고 함성을 지르며 앞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아아!!”

거침없이 전진하는 그들을 가로막을 것은 이제 없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이제는 외성까지 불과 수백 보 남짓. 그때 드레이크의 병사들이 그들을 맞이해주기 시작하였다.

휘이익─ 휘익─ 휙─ 휙─

하늘에서 쏘아지는 수많은 화살들.

빗발치는 화살 세례에 귀족파의 병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정도의 거리는 절대 화살의 사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살을 쏘기에 의아해하였다. 하지만 곧 그 의문은 순식간에 풀리고 말았다.

휘이이이이잉─────

푹 푹! 푸욱! 푹! 푹!

“크어어억!”

“아아악!”

“커어어억!”

갑작스레 부는 강풍을 타며 화살들이 속도를 내며 날아온다.

사정거리 밖임에도 불구하고 매섭게 몰아치는 강철의 비. 예상 못한 공격에 달려 나가던 병사들이 사정없이 고꾸라졌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현재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로우링 자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무슨 저들이 다 귀궁처럼 궁술에 달인들이 된 것도 아니었고,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말도 안 되는 사정거리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다시 한번 적들의 화살이 하늘 위로 쏟아졌다.

휘이이이이잉──────

푹! 푹! 푸욱! 푹! 푹!

“크억! 사, 살려줘!!”

“커억! 아아악!”

“쿨럭, 크어억!”

또 한 번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화살들이 귀족파의 병사들에게 내리꽂는다.

순식간에 화살 과녁이 되어버린 전위의 병사들. 그대로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그들이지만 그래도 정작 죽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요한 부위는 철판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죽음으로 직결되는 치명상은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멀쩡한 것은 절대 아니다. 팔이나 다리 부분이 꿰뚫린 이가 대다수 발생하였고 간혹 철판을 뚫고 들어가는 화살도 있었기에 전투불능이 된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로우링 자작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럴 때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던가. 아니면 차라리 좀 더 깊숙이 들어가 피해를 감수하고 전진하던가.

그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기에.

“모두 자세를 낮추며 앞으로 나아가라! 화살을 두려워하지 마라! 살고 싶으면 더 빠르게 뛰어라! 어서!”

그가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자 휘하 기사들 또한 그의 의중을 알아듣고 병사들을 이끌며 큰 소리로 외친다.

“모두 나를 따라라! 어서 안쪽으로 파고들어라!”

“당황하지 마라! 내가 앞장서겠다! 이런 화살 따위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들이 몸소 앞장서며 나아가자 병사들은 빗발치는 화살 비가 쏟아짐에도 불구. 두려움을 이겨내며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드레이크 군의 공세에 맞서며 점차 외성에 다가가는 귀족파의 군대들. 낙오하는 병력들이 눈에 보였지만 그래도 많은 수의 병사들이 근접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다시 한번 시련이 찾아왔다.

쉬이이이익───── 푸욱!

“커어억!”

지휘하던 기사 하나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투구의 얇은 틈을 뚫고 꽂혀있는 화살. 이 신기와도 같은 솜씨는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귀, 귀궁이다! 모두 조심……아아악!”

털썩.

또 한 명의 기사 머리에 화살이 꽂히며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다. 순식간에 기사 둘이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 모습에 그들을 따랐던 병사들의 움직임 또한 주춤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멈칫하는 순간 또다시 적들의 화살 세례가 쏟아져 내려왔다.

푹! 푸욱! 푹! 푹! 푸욱! 푹!

“아아아악!”

“으아악!”

“커헉!”

“모두 겁먹지 마라! 이곳을 벗어……케헥!”

“저기 놈들이 코앞에 있다! 조금만 가면……쿠어억!”

혼란에 빠진 병사들을 어떻게든 기사들이 이끌어 보려 하였지만 그러는 족족 우터의 화살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시 병사들이 혼란에 빠질 조짐이 보이자 로우링 자작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깊이 고민한 후 소드 마스터인 리나드 후작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하였다.

“리나드 후작님, 송구스럽지만 지금 저 귀궁이라는 자에게 우리 기사들이 하나둘씩 잡아먹히고 있습니다. 그들을 대신해 후작님께서 병력들을 이끌고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크흠…….”

그의 간곡한 부탁에 다소 언짢아하는 리나드 후작. 그럴 것이 그 태도는 매우 정중하였지만 로우링 자작의 말은 지금 자신보고 앞장서서 사지로 달려 나가라는 말이랑 다를 바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상당히 무례한 처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의 말처럼 지휘를 하는 기사들이 하나둘씩 나가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 이대로라면 아군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자명할 터였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가 나서야 해결될 것 같았다.

“알았네, 그럼 전방의 병력들은 내가 이끌 테니 대신 자네는 후방의 병력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하게!”

“예, 감사합니다. 리나드 후작님.”

그의 선택에 화색을 표하며 고마워하는 로우링 자작.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후, 후위에 있는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뒤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말을 타고 사라지는 그를 보던 리나드 후작은 자신도 이내 고개를 돌려 앞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고는 깊게 숨을 들이신 후 포효하듯이 외친다.

“겁먹지 마라! 병사들이여. 나 리나드 후작이 앞장설 테니, 모두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그의 우렁찬 외침에 전방에 있던 병사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후작님이 여기에 계신다! 다들 두려워하지 마라!”

“소드 마스터가 우리와 함께한다! 적들을 물리치자!”

기사들 또한 잔뜩 고무되어 함성을 지르자 병사들의 사기가 삽시간에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그 변화를 눈치챈 우터는 그 시발점인 리나드 후작에게 서둘러 활시위를 겨눴다.

쉬이이이이익───────!

쏜살같이 그를 노리고 날아가는 화살. 그러나 그는 이미 우터의 화살을 대비하고 있었다. 전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으니 이제는 그 공격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채애앵────!

음습하게 날아오는 화살의 궤도를 파악하며 단숨에 쳐내버리는 리나드 후작. 그런 다음 다시 또 병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보아라! 저 해괴한 술수 또한 내 앞에선 무력하다! 자, 나를 믿고 따라라! 내가 너희들을 승리로 이끌어 주겠다!”

“와아아아아아아!!”

자신의 능력이 그에게 통하지 않는 걸 알게 되자 그는 혀를 차며 저격 대상을 리나드 후작에서 지휘하는 기사들로 바꿨다. 그러나 적들은 이미 외성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압!”

괴성을 지르며 그대로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리나드 후작. 무려 5미터가 넘는 높이였지만 소드 마스터인 그에겐 우스운 수준. 단숨에 도약하며 성벽 위로 올라갔다.

“허어억! 저, 적이다!”

성벽 위로 올라온 그를 본 자경단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친다. 마치 신기와도 같은 그 모습에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그에게 창을 겨눈다. 그 숙련된 동작을 본 리나드 후작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징집병인 줄 알았는데 제법 자세들이 잡혀있군.’

한눈에 봐도 상당 기간 훈련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들이 급하게 모집한 징집병일 리가 만무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드레이크 영지가 병력을 추가로 키우고 있었다는 이야기.

‘드레이크 자작, 알고 보니 아주 앙큼한 녀석이었어.’

베르호프 요새의 전투 때 참여한 그의 병사가 1,000명 정도. 그게 영지 병력의 전부라는 첩보를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것조차 자작치고는 많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곳에 병사들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그건 그다지 중요하진 않지.’

징집병이든 정규 병사이든 자신에겐 그저 지푸라기 같은 존재들. 검에 오러를 끌어올리며 그들을 향해 달려 나간다.

“오, 온다!! 막어!”

“이야아압!”

무시무시한 기세로 상대가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창을 찔러 넣는 그들. 십여 명의 자경단이 합을 맞춰 찔러 들어가자 그 모습이 제법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상대는 소드 마스터. 일당백! 규격 외의 존재였다.

서걱─! 슥─ 스윽! 삭! 삭!

섬뜩한 절삭음이 들리며 매끄러운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 선을 따라가니 어느새 리나드 후작이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허억? 이건 뭐지…….”

순식간에 상대가 자신들의 뒤에 가 있자 모두들 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그들의 몸이 조각나기 시작. 사방으로 피가 튀어버렸다.

마치 붉은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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