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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51화 (51/162)

50화 왕위 계승전(16)

눈앞의 구릉을 넘어오는 귀족파의 군대들.

무려 3천 가량 되는 병력들이 대열을 맞춰 다가오니 그 기세가 대단하였다.

“하아……. 이렇게 직접 보니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그렇소? 나도 벌써부터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소. 하하하.”

외성 위에 서 있는 두 사람.

레인과 볼튼이었다. 그들은 눈앞에 다가오는 적들을 보며 자조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치료를 받은 듯이 여기저기 붕대가 감겨있는 몸. 많이 다친 듯이 보였지만 그 눈빛은 살아있었다. 오른손에는 은은한 은빛의 각궁을 든 그는 바로 우터였다.

그가 옆에 다가오자 볼튼이 놀란 얼굴을 하며 말을 걸었다.

“순찰대장이 이곳에 어쩐 일인가? 몸은 어떻소, 괜찮으시오?”

걱정스레 묻는 그 말에 우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걱정해줘서 고맙소. 다행히 많이 좋아졌소이다.”

“하하, 그것참 다행이구려. 허나 너무 무리하지 말게나.”

목소리에 제법 힘이 들어간 걸 보니 그래도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 부상이 심하였기에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를 보며 누군가 그에게 말을 하였다.

“순찰대장님은 이제 괜찮아요. 그건 제가 보증할게요.”

“그래, 에밀리. 네가 그렇다면 맞겠지.”

에밀리가 자신 있게 말하자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볼튼. 이제 그녀도 어엿한 중급의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이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에밀리가 계약한 정령은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라이론. 바람의 정령왕 에렐리안을 만난 후 바람의 정령과의 친화력이 대폭 상승하여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적들이 점차 다가온다. 그것을 본 볼튼이 눈을 지그시 뜨며 말을 하였다.

“흠, 놈들이 이제 곧 준비된 곳으로 올 것 같소.”

그의 말을 들은 우터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연다.

“들었지. 에밀리 이제 시작하도록 하지.”

“예, 알겠어요. 순찰대장님.”

우터의 말을 들은 에밀리가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다량의 마나가 전방으로 표출되었다.

* * *

그 시각 귀족파 군의 진영.

병사들의 발소리가 사방을 울린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두 사람.

바로 리나드 후작과 로우링 자작이었다.

“드디어 놈들의 성이 보이는군.”

“예, 그렇습니다. 리나드 후작님.”

리나드 후작의 말에 로우링 자작이 대답하였다.

불과 사흘 전 리나드 후작이 적들을 쫓아가다 사라진 후 그를 찾아 데려왔을 때 로우링 자작은 그가 죽은 줄 알았다. 얼굴엔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한쪽 부분은 잔뜩 그을렸으며 갑옷은 심하게 우그러져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군영 내에 모든 치료사들을 불러 그를 극진히 치료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그는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거기다 소드 마스터여서 그런지 회복 또한 남달라 현재 몸을 거동하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까지 좋아졌다.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진단 말이야.’

후작이 사라졌을 때 그는 무척 당황스러워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으니 어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아무튼 당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후작 대신 혼란스럽던 병력을 안정시키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였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게다가 병력을 추스른 다음 소식이 없던 그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었다. 한참이나 멀리 이동한 그를 찾느라 무척 고생하였는데 만약 그때 당시 나타난 거대한 여인이 아니었다면 찾아내는데 꽤나 애를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 여인은 도대체 뭐였지? 설마 여신?’

그럴 리가 없다. 물론 리나드 후작이 위대한 존재라느니 신이라느니 하였지만 그게 말이 되는가? 만약 그랬다면 자신들이 다가가자마자 사라질 리가 없었다. 분명 적들이 환상 마법 같은 것을 부려 후작을 속인 게 분명하였다.

고개를 흔들며 쓸데없는 생각을 접는다.

아무튼 리나드 후작은 무사하였고 눈앞에 적들의 성이 보인다. 이제 곧 전투를 벌여 저곳을 점령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성벽 위에 제법 많은 병사들이 보인다.

‘설마, 그 사이에 드레이크 영주가 돌아온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전령에게 듣기로 그는 베르호프 요새에 있다고 하였다. 자신들이 이곳에 온 것을 알았다 해도 그 병력들이 이곳까지 당도하기엔 시간상 무리였다.

아마도 징집병으로 숫자를 채워 넣은 것일 터.

그렇다면 저 수는 전혀 문제 될 게 아니었다.

“쳇, 쥐새끼들이 많이도 모여 있군. 로우링 자작, 저것들은 도대체 뭔가? 설마 드레이크 자작이 그사이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

“예, 저희가 이 영지에 막 진입했을 때까지도 그는 아직 베르호프 요새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병력을 이끌고 여기까지 오려면 족히 일주일은 넘게 걸립니다. 아마도 저것은 급히 모집한 징집병으로 보입니다.”

“뭐, 정규 병력이든 징집병이든 이젠 상관없네. 다만 우리 피해가 좀 커질 뿐 저곳을 점령한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예, 그 말이 맞습니다. 리나드 후직님.”

리나드 후작의 말에 로우링 자작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실 그의 말이 맞긴 하였다. 저기에 보이는 병력들은 많이 쳐봐야 500에 불과해 보인다. 이쪽에는 자그마치 그의 여섯 배 병력인 3천여 명. 물론 중간에 병력 손실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들에겐 리나드 후작이 있다.

비록 부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을 보니 싸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드레이크 자작이 이곳에 있다 하여도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어찌 됐든 이제 그 승리가 코앞에 온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와르르르르르.

“으허어어어억!”

“아아아악!”

갑자기 무너지는 지반에 의해 병사들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두에 있던 병사 십수 명이 함정에 빠지자 로우링 자작은 즉시 고함을 치며 명령한다.

“모두 멈춰라! 앞에 함정이 있다!”

그의 명령에 순식간에 멈추어선 병사들.

지난번 이런 구덩이로 만든 함정에 당한 적이 있었기에 그는 이미 그에 대해 대비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병사들에게 상황에 따른 대처를 숙지시킨 결과, 말 한마디에 그대로 멈추게 된 것이었다.

멈추었던 병사들은 재빠르게 전열을 정비하며 그사이 떨어진 병사들을 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천천히 방향을 틀어 다시 전진.

별 피해 없이 함정을 돌파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와르르르르.

“또 함정이다! 모두 침착해라!”

“예! 떨어진 자들을 구하라!”

그 뒤로 몇 번 구덩이가 생겨났지만 큰 피해 없이 약간의 병력 손실만을 입었을 뿐 큰 혼란 없이 병력을 이끌며 성을 향해 다가갔다.

“크크, 제법이군. 로우링 자작! 놈들이 힘들게 만든 함정이 다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어. 안 그런가?”

“하하하, 그렇습니다. 저희가 바보도 아니고 똑같은 수에 또 당할 거라 생각한 놈들이 어리석은 것이지요.”

적의 간계를 간파한 듯이 보이자 둘은 만족스러운 듯 큰소리로 비웃는다. 그렇게 계속 안정적으로 진군하는 귀족파의 군대. 비록 구덩이를 피하느라 대형을 갖추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큰 피해 없이 질서 있게 이동하였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어디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앙! 쾅! 쾅!!

흡사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

마치 하늘을 찢을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리나드 후작과 로우링 자작. 그들은 이 소리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로우링 자작,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작님!”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둘. 허나 이내 그들은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쾅! 콰광! 쾅!

“으아아악!!”

“아악!”

무언가가 병사들에게 날아오며 그 주변을 초토화시켜 놓는다. 그 범위가 넓지는 않았지만 떨어진 그곳은 하필 함정을 피하느라 병사들이 모이던 지점. 단숨에 수십 명의 병사들이 그 여파에 휩쓸려 버렸다.

“크으윽!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으윽! 그, 글쎄요? 아, 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드레이크 자작이 베르호프 요새를 점령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뭐, 뭐라고? 그래서 이게 무엇이란 말이냐?!”

“마, 마법인 것 같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건지는 저도 잘…….”

“그걸 말이라고…….”

그들이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또다시 폭음이 들려왔다.

콰앙! 쾅! 콰광!

“크아아악!”

“으허억!”

또다시 터져나가는 지반에 또 수십의 병사들이 쓸려 나가버렸다. 마치 유리병이 깨지며 날아가는 파편처럼 사방으로 나가떨어지는 병사들.

그 모습을 보자 로우링 자작은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 기괴하고도 끔찍한 공격에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현재 그것보다 시급한 문제는 전혀 통제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폭음과 어육이 되어버린 동료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어쩔 줄을 모르며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거기다 그중 몇몇은 살기 위해 대열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사, 사람 살려!!”

“크으윽! 죽기 싫어! 허어억!”

둑에 가둬둔 물이 작은 구멍에 터지듯이 그것을 시작으로 삽시간에 병사들이 빠져나가며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모두 진정해라!! 어서 대열을 갖춰라! 어서!! 기사들은 뭐 하는가? 병사들이 도망가지 않느냐!!”

목이 터져라 외치는 로우링 자작. 그의 말에 지휘하는 기사들 또한 성난 목소리를 내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도망가는 이는 내가 직접 그 목을 베겠다. 모두 다시 대열을 맞춰라!”

“이 겁쟁이 놈들아! 열을 맞춰라! 지금 자리를 벗어나면 죽여 버리겠다!”

그들 또한 작금의 상황에 혼란스러워했지만 애써 그것을 이겨내며 병력들을 통제하였다. 그러자 점차 안정되어 가는 군세. 하지만 아직 저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쾅! 콰앙! 쾅!

“크어어억!”

“으아악!!”

또 한 차례 포격이 떨어지며 그들의 병력은 점차 통제 불능이 되어갔다.

상황이 그리 변해가자 로우링 자작은 어쩔 수 없이 방법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앞서 있는 병력들은 빠르게 전진한다! 이렇게 우왕좌왕하다가는 꼼짝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도록 한다!”

그의 명을 받은 선두의 병사들은 속도를 높여가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이제 좀 살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상황은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와르르르르.

“크아악! 또 함정이다!”

“아악! 살려줘!!”

처음에 당했던 함정이 이곳에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까처럼 천천히 갈 수도 없는 법. 로우링 자작은 병사들의 희생을 어느 정도 무릅쓰고 강행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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