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48화 (48/162)

47화 왕위 계승전(13)

거대한 화마를 뚫고 이곳까지 들어온 리나드 후작이 그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그 말과 동시에 달려든다.

“허걱?”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를 보며 당혹스러워하는 순찰대원. 급히 그에게 화살을 날리지만 상대는 소드 마스터였다.

칭!

검으로 쳐낼 필요도 없었다. 그냥 갑옷에 오러만 주입하기만 하면 그 강도가 말도 안 되게 강해지기에 이런 화살 따윈 그냥 튕겨버렸다. 물론 다른 이들도 화살을 날렸지만.

팅! 탱! 티잉! 팅! 탱! 팅! 팅!

그 견고한 갑옷을 뚫지 못하며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 화살은 달랐다.

쉬이이이이익──────!

“젠장!”

본능적으로 투구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걸 알아챈 리나드 후작이 욕을 내뱉으며 몸을 틀었다.

챙!

재빠르게 검으로 화살을 쳐낸다. 허나.

푸욱!

“큭!”

어느새 다른 화살 하나가 갑옷의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스쳤다. 각도가 좋지 않아 스치기만 했지만 그의 움직임을 잠깐 멈추기엔 충분하였다.

휘이익~ 휙 휘익~ 휙휙!

그 틈을 타 우터가 특이한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순찰대원들.

그들은 그 신호를 알아채고 즉각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우터 또한 그들과 같이 잽싸게 자리를 피하였다.

그 모습을 본 리나드 후작.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으르렁거렸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바로 꼬리를 내밀고 도망치는구나! 그런다고 놓칠 듯싶으냐!!”

그리곤 도망가는 순찰대원에게 달려든다.

순찰대원의 발걸음은 바람같이 빨랐지만 리나드 후작은 그보다 더욱 빨랐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도망가는 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붉은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이 그를 위협. 이에 검을 휘둘러 대항해보았지만.

서걱──

압도적인 오러의 힘이 검과 함께 그를 이등분 시켰다.

털썩.

그 신형이 그대로 갈대밭에 파묻혔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어버린 순찰대원. 허나 그의 입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를 쓰러트린 리나드 후작은 또 다른 이를 찾아 달려든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지만 불타오르는 갈대밭으로 인해 주변은 대낮처럼 밝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푸욱─

“커어억!!”

갑옷 째 검에 꿰뚫린 또 한 명의 희생자. 숨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그에겐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그대로 리나드 후작을 노려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

그 모습에 뭔가 꺼림칙함을 느낀 리나드 후작.

그가 그렇게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휙! 휙! 쉬익!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 소리들.

리나드 후작은 놈들이 자신을 향해 공격하는 줄 알고 갑옷에 오러를 먹이며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화살들의 방향이 이상하였다. 게다가 그것은 일반적인 화살도 아니었다.

“불?”

불화살들이 그의 주변을 향해 떨어졌다.

화르르르르

삽시간에 주변의 갈대밭을 태우는 불길들. 건조한 갈대숲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타오른다.

“이런 같잖은 놈들.”

일반 병사나 기사들이면 모를까. 자신에게 이런 화공 따윈 별 의미가 없었다. 매캐한 연기가 참으로 역겨웠지만 어차피 이곳을 벗어나면 그만이다. 갑옷에 오러를 불어넣은 그는 눈앞의 화마를 뚫고 다른 이들을 추적하였다.

서걱─

또 다른 한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화살을 쏜 방향으로 달려드니 얼마 안 되는 위치에 있어 쉽게 잡았다.

간간히 놈들이 불화살을 날렸지만 소드 마스터인 그에겐 별 의미 없는 공격일 뿐. 오히려 자신들의 위치를 알려주어 그가 더욱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10여 명을 막 처리할 때쯤. 어느덧 놈들의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거기다 사방에 갈대밭이 불타 여기가 어디인지 감도 잡기 힘들었다.

“젠장, 몇 놈을 희생양 삼아 빠져나가 버렸군.”

가만히 생각해보니 놈들이 지은 미소의 이유를 알겠다. 바로 다른 동료랑 떨어트리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끌어들인 것 같았다.

놈들을, 특히 대장인 귀궁 놈을 놓쳐서 기분이 별로인데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자 더더욱 심기가 안 좋아졌다. 거기다 아까부터 독한 연기를 맡아서인지 코끝이 저릿저릿했다. 탄내가 어찌나 배었는지 코를 비벼도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빌어먹을, 어서 돌아가서 좀 씻어야겠어.”

짜증스런 어조로 한소리 내뱉은 그는 다시 복귀하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에서 현기증이 나며 핑 돌았다.

“크윽, 이건 도대체?”

독한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던 걸까.

눈앞이 어질거리며 속 또한 매스꺼웠다. 다리 또한 힘이 빠져서인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조금씩 후들거린다.

점점 호흡이 가빠져 오며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 어디선가 그를 노리고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쉬이이익─ 팟

“흡!”

날카롭게 들어오는 화살.

마치 송곳처럼 다리 관절 부위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지만 몸을 비틀어 피했다. 그와 동시에 머리, 팔꿈치 쪽에도 한발씩 화살이 들어왔다.

팅! 핏!

“크윽!”

머리 쪽에 신경 쓰느라 팔꿈치 쪽에 화살이 스쳐 지나갔다.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에게 쏟아진 화살은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까.

쉬이이익─ 쉬이익─ 쉬익───

마치 뱀이 지는가는 듯한 파공성이 귓가를 핥았다. 그리고 곧장 자신에게 엄습해 들어오는 세 발의 화살.

채앵! 팟! 치익!

검으로 하나를 막았지만 나머지 두 발이 다리에 스치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이대로 있다간 죽겠다 싶은 그는 몸을 낮게 엎드리며 공격을 피하였다. 그리고는 현재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되짚어보았다.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감각이 둔해졌고 몸이 무거워졌다. 아마도 놈들이 독을 쓴 것 같았다. 코 부분이 간지럽고 목이 칼칼한 것이 호흡기 쪽의 독 같았다. 아마도 불이 타면서 확산되는 그런 종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품 안에 있던 약병 하나를 꺼냈다.

불과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약병. 크기는 작지만 그 모양과 장식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망할 놈들 때문에 이 귀한 포션을 쓰는구나!’

예전에 제국에 사절로 갔을 때 사 왔던 최상급 포션. 죽기 일보 직전인 사람도 이걸 먹으면 바로 회복한다는 희대의 명약. 이 한 병이 무려 금화 3만 개나 했던 값비싼 물건이었지만 그때에도 겨우겨우 구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목숨보단 소중하진 않았다.

꿀꺽.

한 모금도 안 되는 양이었지만 한 방울이라도 남을까 봐 조심스레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곧 온몸에 기운이 돌며 그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놈한테 당한 상처 또한 금세 아물어 이제는 간지러움마저도 없다.

독 때문에 둔해졌던 감각 또한 되살아났기에 지금이라면 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디냐!! 이 비겁한 놈아!! 나와서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일부러 놈을 도발하듯 큰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챙! 챙! 챙!

3개의 화살을 모조리 쳐낸 리나드 후작.

약물의 효과는 대단하였다. 회복을 넘어서 그의 컨디션까지 최고로 끌어올려 주었다. 그래서인지 놈의 화살이 어떻게 날아오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걸로 인해 그는 상대의 위치까지 파악하였다.

정확한 거리는 잘 모르겠지만 그 방향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방향을 파악한 그는 단숨에 그곳을 향해 튀어 나갔다.

상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우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분명 대원들의 희생으로 놈을 중독 시켰었다. 방금 전까지 확실히 그런 모습을 보였었다. 자신이 어둠 속에서 놈을 쐈을 때 반응조차 하지 못했기에 그렇게 확신했었다.

허나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더니 그 이후부터 자신의 공격을 그대로 막아버린다. 그러더니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거 어쩌면 오늘 이곳이 내 무덤이 될지 모르겠군.’

너무 욕심을 부렸다.

처음 그는 상대의 위용을 보자마자 한눈에 그가 소드 마스터라는 것을 알았다. 붉은 수염의 소드 마스터라면 그도 익히 들어보았다.

귀족파의 수장인 리나드 후작.

수장인 그를 처치한다면 더 이상 진격해 들어오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놈을 잡기 위해 부하들을 희생시켰다.

인화성 독성물질인 ‘아리메’. 살짝 쓴맛을 지니고 향긋한 냄새가 특징인 이 독은 특정 광물에서 연금술사들이 추출한 독이다.

하지만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아 본래 물에 희석시켜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쓰였던 물질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불에 태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불에 연소되면서 그 독성이 변하는데 그걸 들이마시면 서서히 마비 증상이 온다. 문제는 워낙 증상이 천천히 발현되기에 지속적으로 그 연기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독 자체가 일반 독이랑 달리 내성이 없고 호흡을 하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중독 시킬 수 있었다. 주로 불을 두려워하는 몬스터의 습성을 이용해 그들을 몰면서 사냥할 때나 쓰였던 독.

순찰대원들도 그와 같은 용도로 쓰기 위해 늘 가지고 다녔었는데 때마침 소드 마스터가 와서 우터가 그것을 사용하도록 지시하였다.

하지만 상대는 소드 마스터. 그로 인해 부하들의 희생이 불가피하였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결국 그를 중독 시키는 데 성공. 자신이 처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었다. 하지만 놈이 뭔 수를 썼는지 멀쩡해진 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얌전히 당해 줄 순 없지.’

그 또한 속도를 올리며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몸을 틀어 다가오는 적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마치 신기와도 같은 동작.

쉬이익─

“이런 미친!!”

방금 말도 안 되는 자세로 자신에게 화살을 날린 상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공격을 최대한 집중해 막아낸다.

채앵─

가까스로 쳐내었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은 도망치면서 계속해서 자신에게 화살을 날리었다.

“이런 빌어먹을!”

치이잉─

아까처럼 3발을 동시에 날리지는 못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막기 곤란했다. 자신이 놈에게 다가가는 속도만큼 화살의 속도나 위력도 증가되기 때문에.

그 때문인지 방금 화살을 쳐낸 뒤 검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속도를 늦춘다면 저놈을 놓치게 될 터. 정신을 집중하며 발을 뻗었다.

쉬이이이익──── 팅!

갑옷에 오러를 잔뜩 품고 있었지만 놈은 그 빈틈을 귀신같이 감지하고 쏘아댄다.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진다면 그 일격을 허용할 터. 리나드 후작은 잠시라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우터 또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거리가 좁혀지는 것도 있었지만 문제는 화살통의 화살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금 쏜 화살을 제외하고 이제 남은 개수는 고작 3개.

그로서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냉정히 봐야 할 때다.

순식간에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한번 활시위를 당긴다.

쉬이이익───

타앙!

“큭!”

너무 빨리 날아와 미처 쳐내지 못한 화살이 리나드 후작의 투구를 빗겨 맞았다. 그의 미스릴 투구 자체는 멀쩡하였다. 허나 그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며 그의 고개가 크게 젖혀졌다.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이를 악물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내 몸을 바로잡아 다시 속도를 높였다.

‘쳇, 그걸 버티다니. 괴물 같은 놈!’

찰나에 생긴 틈을 노리고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이겨내자 우터는 혀를 찼다. 분명 타격이 있을 터인데 저런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그나마 거리가 조금 벌어졌지만 그 차이는 금세 따라잡혔다.

우터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리나드 후작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참으로 대단한 놈이다. 귀궁이란 별칭이 전혀 부족하지 않구나!’

비록 아군을 괴롭히고 자신을 농락한 자였지만 그 능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자였다. 순간 저런 이를 수하로 둔 드레이크 자작이 부러웠다.

리나드 후작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또 한 번 그의 화살이 날아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