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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43화 (43/162)

42화 왕위 계승전(8)

그건 마치 거대한 쇠기둥 같아 보였다. 그런데 그 안에 구멍이 있는 것을 보아 안쪽은 비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기둥을 나무토막에 고정시켜 놓고 양옆으로 큰 바퀴를 달았다. 아마 이 무거운 쇠기둥을 이동시키기 위해서 일 거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칼슨의 전생에서 보았던 무기와 비슷했다.

바로 대포.

화약을 이용하여 큰 포탄을 날리는 무기.

이곳에는 화약이 없는데 어떻게 만들었나?

솔직히 그도 전부터 화약을 생각하기는 하였다.

대충 목탄과 질산칼륨, 그리고 유황을 섞어 만든다는 것은 안다. 아쉽게도 목탄과 유황은 구할 수 있었지만 질산칼륨을 구하는 게 힘들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기에 일찍 포기하였었다.

그러나 아르모의 마법각인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

그것이 화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포를 만드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폭발 마법.

화염구 마법의 원류 마법인 폭발 마법. 그것은 실사용은 거의 안 되는 불완전한 마법이었다. 위력은 강했지만 워낙 근거리에서 터졌기에 자살을 하지 않는 이상 굳이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칼슨이 딱 원하는 용도였다.

원리는 화약을 터트리는 게 아닌 바로 폭발 마법을 발동시켜 포탄을 쏘아내는 것.

그래서 대포 후면에 폭발 마법에 대한 마법각인을 새긴 미스릴을 부착했다. 필요한 위력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미스릴 주괴만 10개다. 거기다 추가로 들어간 시약 및 재룟값만 자그마치 금화 3만 개. 한마디로 대포 하나 만드는데 자작급 영지의 1년 예산의 반 이상 들어갔다고 보면 되었다.

그렇게 제작된 대포가 겨우 5개였다.

돈도 돈이지만 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몇 번이나 실패하였다. 하지만 끈질긴 시도 끝에 결국 성공.

시험 발사 때 대포의 위력에 모두가 놀라워하였다.

그리고 이번이 첫 실전.

“기사들은 대포에 오러를 불어넣어라.”

“예! 영주님!”

폭발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일반 기사 3명이 오러를 넣어야 했다.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원래 마력이 필요하지만 미스릴은 그 문제를 해결해 준다. 마나든 마력이든 오러든 그 외 초자연적인 어떤 힘이라도 마력으로 전환시켜주기에 아티팩트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물론 특별한 시약과 재료도 들어가야 하지만 주재료는 미스릴이다.

치이이이익────

기사들이 오러를 불어넣자 마법이 발현되며 기이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폭발!

콰아아아앙!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지며 포탄이 요새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앙────! 우르르르르.

가공할 위력.

포탄은 단숨에 외벽 일부를 부숴버렸다.

그 한 방은 상대의 전의를 죽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대포는 총 5대였다.

콰아앙! 콰앙! 콰쾅! 쾅!

뒤이어 쏘아진 포탄들.

적중할 때마다 성벽을 성벽이 무너져간다.

그리고 포탄은 성벽만을 노리지 않았다.

콰앙 콰아앙!

포탄에 적중한 병사들이 곤죽이 되어갔다.

부서진 벽의 파편에도 적들은 깔려버렸다.

무너진 바닥에 떨어져 휩쓸리기도 하였다.

실제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가 혼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다.

“저!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냐 말이냐!”

성벽에 바짝 엎드린 채 소리치는 남성. 그는 이곳의 병력을 이끌고 있었던 디보스 백작이었다.

그는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직접 맞붙는 전장보다는 이렇게 안전하게 수성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였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이라니.

그는 현재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백작님, 도대체 어떻게야 합니까! 어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혼란스런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부관이 그에게 묻는다. 어찌 됐든 그는 이곳의 책임자. 마냥 겁먹으며 벌벌 떨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 당장 저놈들을 없애버려라. 전 병력은 나가서 저놈들을 쓸어버리라고!!”

“아, 예! 알겠습니다. 백작님!!”

그의 말을 들은 부관은 즉시 병력들에게 소리쳤다.

“문을 열어라! 모두 나가 적들을 부숴버리자!!”

“예! 모두 정신 차려라!! 어서 밖에 있는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 어서!!”

“일어나라! 지금 이러고 있다가는 다 죽는다!! 어서 일어나!!”

기사들도 그 말을 들으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그러자 혼란스러웠던 진영이 차츰 안정되었고 병사들은 지휘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뒤이어 튀어나오는 요새 안의 병력들.

포격에 의해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병사들이 있었다.

요새 밖을 나온 병사의 수는 대략 천오백.

드레이크군에 비해 반 배 많은 수의 병사들이 요새 앞에서 전열을 맞추고 있었다. 허나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칼슨이 아니었다.

“놈들이 대열을 갖추기 전에 공격해라! 앞쪽에 달려드는 적병들을 맞춰라!”

“예, 영주님!”

끼리리릭

그의 말에 기사들은 포신의 각도를 조금 낮췄다. 그리고 곧 이어진 포격.

콰앙! 쾅! 쾅! 쾅!

퍼어억! 퍼어엉! 콰앙!!

“으아아아악!!!”

“커허억!!”

“케헤엑!”

포탄이 상대 병사들에게 떨어지며 그들은 다시 또 극도의 공포심을 맞이하였다. 그나마 직격으로 맞은 이는 괜찮았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어버렸으니까.

땅이 터지며 그 여파에 휩쓸리는 자.

날카로운 파편에 맞아 크게 다친 자.

그리고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굉음과 동료들의 비명 소리에 얼이 빠진 자들까지.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크윽! 모두 정신 차려라!! 어서 놈들을!! 저 요망한 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

“기병! 기병들은 도대체 뭐 하는가!! 빨리 놈들을 공격하지 않고!!”

여기저기 지휘관들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아비규환이 된 상태를 원래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기마들도 굉음에 놀라 통제가 안 되었고 지형조차 여기저기 움푹움푹 패여 안정적인 거동이 힘들었다.

그렇게 초토화가 되고 있는 국왕파의 진영.

어느덧 포격이 멈추었다.

칼슨이 적에게 자비를 베풀어 그만둔 게 아니다.

포를 운용하는 기사의 오러가 바닥이 났다.

지금 포 하나당 최대 발사 수는 10여 발 남짓.

그만큼 한 발 한 발 포 운영에 드는 노고는 결코 작지 않았다.

어찌 됐든 지금 적들은 빈사 상태이다. 포격은 멈추었지만 아직 칼슨에게는 1,000여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기존 500여 명에 추가로 투입된 500여 명의 병사들.

대부분이 일반 보병이지만 그들 또한 지옥의 훈련을 마친 숙련된 군인들이었다.

모두들 첫 전투에 긴장감이 가득했지만 싸우려는 전의 또한 충만하였다.

“적들이 무너졌다!! 모두 돌격!!”

[지배력의 영향으로 병사들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칼슨의 우렁찬 포효에 거친 파도처럼 나아가는 병사들.

선두의 기마들을 중심으로 방패병을 제외한 수백 명의 보병들이 그 뒤를 따랐다.

우르르르르르.

많은 병력들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땅이 울린다.

그 소리와 진동을 적들 또한 느꼈다.

어서 일어나 막아야 하는데, 싸워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만 맴돌 뿐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허어억 놈들이 온다…….”

“아…. 도, 도망쳐야 해…….”

해일처럼 몰려오는 적들의 기세에 이미 전의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저 살고 싶은 본능만이 남아있을 뿐.

그 원초적인 본능이 그들을 더욱더 공포심에 물들였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살려줘!!”

비명 소리를 시작으로 몸을 가눌 수 있는 자들은 무기를 버린 채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아직 남아있는 지휘관들이 그들을 막으려 하였지만 그들 또한 마찬가지로 공포심에 짓눌러져 있기에 쉽사리 그들을 막지 못하였다.

그 중 한 명은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악마야! 악마라고!! 아아아악!!”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기사. 그의 말대로 밀려드는 적들은 사정없이 자신들을 먹어 치워버렸다. 칼이라는 앞니로, 창이라는 송곳니로, 병사들을 갈기갈기 부수어버리며 그 피를 흠뻑 취하였다.

전장의 사신.

베르호프 요새 점령 이후 칼슨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 * *

베르호프 요새가 점령됬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왕국 전역으로 퍼졌다.

다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도저히 그 사실을 믿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베르호프 요새가 어떤 곳인가.

높은 장벽에 사방이 산으로 막힌 곳.

수용할 수 있는 병사도 많기에 도저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한 철의 방벽.

말 그대로 난공불락.

수많은 병사들로 공략한다 해도 점령하기 어려운 그곳을 불과 아군의 반절밖에 안 되는 병력으로 승리하였다. 그것도 힘겨운 완승이 아닌 일방적인 압살을 벌였다고 하였다.

다들 처음에 이 소식을 듣고는 놀라움을 표하기보다는 헛소리하지 말라며 타박을 하였다. 그러나 곧 사실로 판명되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하나둘씩 모이는 패잔병들의 입에서 전장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사람들은 칼슨 드레이크를 점점 두려워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전장의 사신이며 그의 군사들은 피에 굶주린 악마와도 같다고.

* * *

수도 로버데인 내 전략 회의실.

오늘 새벽에 막 도착한 유콘과 로트비체 백작.

그들은 지친 몸을 달랠 여유도 없이 곧바로 현재 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도망친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굉음과 함께 벽들이 부셔져 나갔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설마 마법이라는 말인가?”

상황을 설명하던 아그리한 자작의 말에 버럭 소리를 내는 로트비체 백작. 그의 기세에 잠시 움츠리는 아그리한 자작은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크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되자 디보스 백작님은 병사들에게 적진을 공격하라 명하였고 아군이 문을 열고 나가는 와중에 적들의 공격이 들어왔습니다. 결국 그렇게 혼란에 빠진 와중 적병들이 들이닥쳐서…….”

“……그대로 무너져버렸겠군요.”

그의 말을 끊으며 유콘이 입을 열었다. 그에 잠시 놀란 눈을 한 아그리한 자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 병사의 말에 의하면 악마와도 같은 놈들이라 하였습니다. 그들이 죽인 병사들의 피로 요새를 가득 메웠다는…….”

“그만, 이제 대충 알았으니 그만 이야기해도 됩니다.”

더 이상 들을 것 없다는 듯 유콘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의 태도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상대는 1 왕자가 총애하는 군의 사령관. 실낱같이 피어오른 분을 애써 지워버렸다.

“하아,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그 마법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이곳에도 시도하면 우리도 똑같이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진정하십시오, 로트비체 백작님. 일단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항간의 들리는 소문에 그가 소드 마스터일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뭐?? 그게 사실인가? 그놈 나이가 젊다고 하지 않았나!! 듣기로는 약관의 나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소문일 뿐입니다. 그것 또한 확증 있는 말이 아니고요. 단지 그가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 백작을 대련에서 이겼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기에 파생된 말일 겁니다.”

“뭐, 바스테르 백작을 그가 이겼다고? 그게 정말 사실이었나!!”

소스라치게 놀라는 로트비체 백작.

그 또한 그 이야기를 얼핏 들었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냥 무시하였었다. 아무리 대련이라고 하지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애송이가 소드 마스터인 그를 꺾었다니 지나가는 개도 안 믿을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그게 사실이라니 그가 깜짝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를 이겼으면 소드 마스터인 것 아닌가? 자네도 알다시피 그 경지의 차이는 쉽게 매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 승부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지요. 서부파에서 일부러 그의 명성을 높이려 조작된 거 일수도 있고요. 아무튼 확실한 건 없습니다. 그러기엔 그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의 말대로 칼슨 드레이크라는 인물의 정보가 너무 적었다. 물론 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세작들을 파견하긴 하였다. 허나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그가 보낸 세작들이 모조리 잡혀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이들은 주변 상황이나 보는 쭉정이들 뿐.

“하아, 귀족파 놈들만 처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난 모난 돌에 걸려 넘어질 줄이야.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터인가? 혹시 이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라도 있는가?”

“흐음, 글쎄요…….”

로트비체 백작의 말에 유콘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하였다.

“스반 더 카르시아 왕자님이 납십니다.”

소리 난 곳을 돌아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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