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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42화 (42/162)

41화 왕위 계승전(7)

하늘에서 무언가가 잔뜩 날아오고 있었다. 까만 점들이 무수히 많이 보이는 게 마치 새 떼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휘익─! 푹! 휙─ 푸욱! 푹! 푹! 푹푹!

“으아악!”

“커헉!”

그 검은 새 떼 무리는 바로 화살비였다.

거기다 쏟아지는 각도를 보니 꽤나 멀리서부터 날아온 것이 분명하다.

이는 그들이 올 걸 대비해 이미 수많은 장궁병들이 대비하고 있던 것이다.

갑작스런 화살 공격에 전위의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게다가 내리막이기에 후방에 있던 병사들마저 다리가 꼬이고 엉키면서 쓰러지기 시작. 그렇게 군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져버렸다.

“크윽!! 제기랄!!”

“…….”

고든의 말을 듣지 않았던 파루스 백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욕을 내뱉었다. 자신의 실책이 부끄러웠던 그는 고든을 흘겨보았다.

무심한 얼굴로 전장을 보는 고든.

그의 표정에서 자신을 원망하거나 질책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눈앞의 상황에 심각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파루스 백작님, 어서 후방의 병력을 뒤로 물러야 합니다! 그리고 기사단과 전위의 병력으로 적의 접근을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뭐, 기사단을?”

다급해 보이는 그의 말.

하지만 그 말은 곧 앞에 선 병사들을 희생해 후방의 병력을 살리라는 뜻이다. 거기다 기사단도 같이.

“시간이 없습니다! 저기 놈들의 보병들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곧 있음 아군의 병력은 삽시간에 잡아먹힐 겁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자신을 다그치는 그의 기세에 파루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크윽, 알았네!! 기사단은 들어오는 적의 접근을 최대한 늦춰라!! 전방의 병사들을 이끌고 저들의 기세를 잠재워라!”

“예, 백작님!!”

두두두두두

그의 말에 곧장 말을 이끌고 가는 기사들. 그 수가 50여 기에 불과하였지만 그래도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뒤에 있는 병력들은 뒤로 이동해라! 이동하여 전열을 가다듬어라!!”

그 말을 들은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진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어느새 혼란스럽던 군세가 안정적으로 변하였고 전열이 맞춰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고든은 다시 파루스 백작에게 다시 한번 간언을 하였다.

“이제 기사단들과 전위의 병사들은 대열을 유지하며 뒤로 물러서야 합니다. 동시에 후방에 궁병들로 적들의 진군을 늦추면서 말입니다.”

“그래, 알겠네. 기사단들과 병사들은 대열을 유지하면서 뒤로 물러서라! 궁병들은 다가오는 적을 대비하도록 해라!!”

그의 명에 그대로 따르는 병사들.

이미 많은 자가 희생되었지만 그들은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칭! 챙! 챙! 챙!

많은 수의 적들이 그들을 위협하였지만 지형적 우세가 그들을 버티게 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줄어만 가는 아군의 숫자. 이대로 가다간 전멸할지도 몰랐다. 그때.

휙휙 휙 휙 휙───

후방에서 쏘아지는 궁병들의 화살 세례. 그 공격들이 그대로 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푹 푸욱! 푹! 푹! 푹!

“끄아악!”

“아악!

“커어헉!”

그렇게 견제가 먹혀들어 다행히 적의 기세가 주춤거렸다. 그 틈을 타 기사단과 나머지 병사들은 그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국왕파의 로트비체 백작. 혀를 차며 아쉬운 듯 입을 연다.

“쯧. 저런, 저놈들 아주 잘 빠져나가는데. 안 그런가, 사령관?”

“흠, 이번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게 되었습니다.”

유콘 또한 그에 동조하였지만 그래도 작전의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밤 또한 달이 없으니 말이다.

* * *

“젠장 오늘도 달이 보이지 않는군!”

“원래 한 달 중 이틀은 달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조금씩 보일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로군.”

오늘 밤만 넘긴다면 그래도 상대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낮에 있었던 전투로 인해 지금 병사들의 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놈들이 큰 피해를 감수하고 작정하여 이곳으로 온다면 그걸 막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던 그에게 고든이 하나의 제안을 한다.

“어차피 저놈들 때문에 편히 쉴 수 없다면 우리도 똑같이 대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똑같이? 그럼 우리도 놈들과 같이 시끄럽게 소리를 내자는 건가?”

“예, 그러면 놈들도 맘 편히 있지 못할 거 아닙니까?

그의 말이 맞다.

“그래, 왕국파 그놈들도 한 번 당해봐야지.”

그동안 당한 것에 치가 떨렸는지 그는 바득바득 이를 간다. 결심이 서자 그 실행은 빨랐다.

그들은 병사들에게 병장기들을 부딪치며 시끄러운 소음을 내게 하였다.

그러자 과연 놈들 진영에 불이 켜지더니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하, 고든. 저기 저것들 좀 봐봐! 아주 정신없어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로군. 하하하!”

“예, 저들도 설마 우리가 같은 수법을 쓰리라 생각 못한 거 같습니다.”

“흐흐흐, 뭐가 천재 전략가란 말이냐? 유콘 그 애송이도 결국 우리랑 다를 바 없어.”

자신들의 의도대로 되는 듯 하자 기세가 등등해진 파루스 백작. 하지만 고든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고작 한 번 당한 것뿐입니다. 아직까지 우리의 피해가 더 큽니다.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우리가 그동안 당한 것이 얼만데, 갚아주려면 아직 멀었지. 암. 그렇고말고.”

“……예.”

자신의 말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계속해서 적의 컨디션을 깎아내야 했다.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적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그때마다 국왕파의 군사들은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으며 파루스 백작과 고든은 그 성과에 고무되었다.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

파루스 백작은 적들의 피폐해진 모습을 보기 위해 적진을 관찰하였다. 그런데.

“뭐야!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엉!”

“……크흠, 어떻게 이런 일이?”

허탈한 표정을 한 채 어이없어하는 그들.

그들이 그런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곳에 있었던 적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으니까.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무리 어제 그 난리를 쳤다고 하지만 이렇게 적들이 사라질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이 상황이 벌어진 전말은 대략 이랬다.

* * *

“뭐? 베르호프 요새가 점령당했다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 본진에서 온 전령. 그가 들고 온 소식에 로트비체 백작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국왕파의 근거지는 왕국 중앙.

그중에서도 수도인 로버데인이 그들의 핵심 기지였다.

베르호프 요새는 로버데인의 남쪽에 위치한 요새였다.

말이 요새라고 하지만 그곳은 관문에 가까웠다.

바로 체키스 산과 바로프 산맥 사이의 협곡을 틀어막고 있는 요새였으니까 말이다.

쉽게 말해서 그곳이 뚫리면 수도인 로버데인까지 거칠게 없다는 이야기.

그런데 그곳이 점령당했다고 하니 어떻게 침착할 수 있겠는가. 유콘 또한 로트비체 백작과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표정을 구겼다.

“지금 이곳에서 뭉그적댈 때가 아니군요. 어서 서둘러 돌아가야 합니다.”

“루페 경, 그래도 이제 여기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는데 이곳을 정리하고 가는 것이 어떤가?”

이제까지 벌인 일이 아까운 로트비체 백작이 아쉽다는 투로 말하였다. 그러나 유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설사 이곳을 점령한다고 해도 동쪽으로는 리나드 후작의 본대가 있지요. 거기다 서부파들이 베르호프를 점령했다면 곧 베르데 평원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는 꼼짝없이 고립되겠군.”

유콘의 말을 이해한 그는 굳은 표정을 짓는다.

“예, 그래서 여기를 점령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군대가 있다 하더라도 보급이 없다면 싸울 수가 없지요.”

“제길, 그럼 지금 당장 철군을 해야겠군.”

“아 그건 안 됩니다. 지금 철수를 하면 귀족파 군이 우리의 뒤를 노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밤을 노리는 게 좋아 보입니다.”

“아, 그렇군. 아무래도 우리가 소리를 내도 놈들은 섣불리 접근하지 않을 테니까.”

“예, 십중팔구 그럴 겁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이동하게 되면 눈치를 챌 수 있으니 순차적으로 빠져나가야 할 겁니다.”

“그렇겠구먼. 그래 자네 말대로 하지.”

그리하여 귀족파의 군대는 밤이 되자 조금씩 병력들을 물리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운 좋게 상대방 쪽에서 소음을 내주어 오히려 더욱 쉽게 철군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그곳을 빠져나온 귀족파의 병력은 지체할 새 없이 수도인 로버데인으로 향하였다.

* * *

베르호프 요새.

로버데인 남쪽으로 불과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수도인 로버데인 남쪽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그 군사적 가치는 높기에 국왕파의 군대 또한 이곳에 많은 병력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부파의 군세가 그들을 꺾고 이곳을 점령해버렸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칼슨 드레이크가 했다고 하는 게 맞다.

드하임 성에서의 화합 이후 칼슨의 위신은 서부파에서 크게 상승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에게 거는 기대심도 그만큼 커졌다는 말.

바스테르 백작은 그에게 로메로 영지의 북쪽을 맡게 하고 자신과 남은 서부파의 영주들을 모아 남쪽의 국왕파의 영지를 점령하기로 하였다. 비록 그들의 세력이 양분되어 있었지만, 바꿔 말해서 그 말은 언제든지 뒤쪽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슨에게 국왕파의 본진이 들어오는 것을 막게 하고 자신들은 전력을 다해 남쪽을 점령하여 안정적인 거점을 확보하는 게 주목적.

칼슨의 능력을 믿고 그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공을 많이 세우고 명성이 높아진 칼슨에 비해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성과가 미미해 공을 세우기 좋은 쪽으로 자신들을 배정하고 칼슨에겐 수비를 맡게 한 것이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그의 병사들이 많이 지쳐있고 휴식이 필요하니 하는 시답지 않은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은 그를 견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였다.

허나 칼슨은 그렇게 된 상황에 굳이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자신은 더 공을 세우려 하였다.

그 목표가 바로 베르호프 요새였다.

두 개의 산 사이 협곡에 위치한 장벽 같은 요새.

반듯하게 자른 단단한 암벽으로 세운 벽. 그 높이만 무려 10미터가 넘는다.

통행하는 문 또한 2중으로 된 철문. 제일 외각에 철창도 내릴 수 있기에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이곳을 뚫어내기가 요원한 곳이었다.

게다가 안쪽 공간도 커서 무려 2,000여 명의 병사를 주둔시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철벽의 요새.

그런 그곳에 칼슨이 일천의 병력을 끌고 왔다.

요새에 있던 이들은 그를 보며 비웃었다.

자신들보다 배가 넘는 병력을 데리고 와도 이곳을 점령하기 힘들 터인데 고작 절반 정도의 수준이니 어이없다 못해 실소까지 나오는 지경.

저 정도 숫자면 요새에서 지키고 있을 필요도 없이 그냥 전면전으로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그들의 그런 생각은 칼슨이 가져온 새로운 무기에 모두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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