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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41화 (41/162)

40화 왕위 계승전(6)

“드레이크 자작님이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 백작님을 이겼다!”

연무장이 떠나갈 것 같은 우렁찬 외침.

그 천둥 같은 목소리에 다들 그쪽으로 시선이 모여졌다.

짙은 갈색 머리의 사내.

그는 늘 칼슨의 곁에 있었던 자였다.

“우터, 그렇게 크게 이야기하면 내가 다 부끄럽잖아.”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칼슨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다가오는 우터. 그를 보며 칼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괜찮겠어? 소드 마스터랑 붙었는데?”

말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는 그의 얼굴. 그것을 확인한 우터는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하하하, 괜찮아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영주님.”

“야, 나 안 괜찮다니까. 으으윽.”

“네, 알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칼슨은 인상을 쓰며 푸념하였지만 우터는 그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크게 웃었다.

호탕하고도 기분 좋은 웃음소리.

그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은 조금씩 상황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수장인 소드 마스터 바스테르 백작이 저 젊은 신성에게 패배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 새로운 강자를 진심으로 환영해야 될 때라는 것을.

“와아아아아아아!!!!”

“드레이크 자작이 소드 마스터를 쓰러뜨렸다.”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우레와 같이 쏟아지는 환호성.

스윽.

그 엄청난 성원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지만 칼슨은 미소를 띤 채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드레이크! …….”

그의 화답에 더욱더 커지는 격렬한 함성.

그 뜨거운 열원은 새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 * *

칼슨이 로메로 영지를 점령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로 인해 국왕파의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자 귀족파는 다시 한번 그들과 전투를 시작하였다.

체키스 산 북쪽에 위치한 가즈미르 고원.

왕국 중동부에 위치한 이곳은 땅 자체는 별 가치가 없었다.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 사람이 살기 좋은 요소가 현저하게 적기에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곳에도 하나의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략적 요충지라는 것.

다른 곳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기에 이 근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다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기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 근방 어디로든 이동하기에 용이하였다.

한마디로 이곳을 점령하면 인근 지역은 군사적인 영향력에 놓여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왕파와 귀족파의 군세들이 각자 한쪽 씩 진영을 갖추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왕파 진영 선두에 말을 타고 있는 두 사람.

한 명은 잿빛 머리의 남성이다.

상당히 마른 체형.

얼굴 또한 살이 없지만 딱히 비루해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깊이가 있어 보이는 눈매. 그 안에서 나는 은은한 안광은 마치 현기가 느껴진다.

다른 이는 밝은 금발 머리의 사내였다.

옆의 남성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매우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 피부 또한 구릿빛으로 그을린 것이 건강미가 넘쳐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입가에 번지는 여유로운 미소.

입꼬리가 늘 말려있는 그의 인상은 보는 이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중 잿빛 머리의 남성이 전방을 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흠, 대략 병력이 예상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로트비체 백작님.”

“크크, 아무래도 지난 전투 때 우리에게 개박살 났으니까 말이오. 그렇게 한 번 혼쭐이 나니 영주들이 자기 병사들을 순순히 내어주겠소?”

로트비체 백작의 말에 잿빛 머리 남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음, 그건 아닐 겁니다. 아직까지 리나드 후작은 건재하니까요. 감히 그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했다가 후환을 감당할 이는 아직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 병력들은 어떻게…….”

“분명 어딘가에 숨겨놓은 병사들이 있을 겁니다.”

“아…….”

상대의 말에 로트비체 백작은 작게 탄복하였다.

과연 사령관을 맡기에 부족하지 않을 명민함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유콘 루페.

현재 국왕파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었다.

“그럼 어찌할 심산이오? 사령관.”

“일단 적들의 위치가 우리보다 유리하니 섣불리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아마 오늘은 밤하늘에 달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아, 설마 야습?”

유콘의 의미심장한 말에 로트비체 백작은 눈을 크게 뜨며 말하였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콘. 그리고 입을 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거기다 한 가지 수를 더 얹어야겠지요.”

“한 가지 수? 도대체 그건 뭔가?”

“후훗, 그건 작전 회의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콘의 알 수 없는 미소.

그런 그를 보며 로트비체 백작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갔다.

* * *

어느덧 해가 기울더니 밤이 찾아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지만 달이 없기에 불을 켜지 않으면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았다.

2 왕자군의 진영.

오늘 밤 불침번을 서고 있던 병사 올리언.

평소에도 자주 해왔던 일이지만 오늘같이 어두운 밤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들었다.

“이봐, 올리언 왜 이리 표정이 굳어있어? 크큭, 혹시 유령이라도 나올까 봐 겁먹은 거야?”

“그런 거 아니야, 피코! 적들이 눈앞에 있는데 긴장을 풀 순 없잖아!”

“흐흐, 그렇게 발끈하는 것을 보니 더 의심이 드는데? 나도 있는데 그렇게 겁먹지 마.”

“그런 거 아니래도. 진짜!”

“크크크, 그래그래 알았어.”

“그 웃음은 뭐야? 정말 아니라니까.”

“하하하…….”

피코의 장난으로 올리언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표정이 다채로워졌다. 그렇게 그들이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탕 챙! 챙! 타앙! 챙! 탕!

“뭐, 뭐야 이건!!”

“도대체 이 소리는 도대체…….”

어디선가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들.

마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였는데 매우 날카롭고 시끄러웠다. 그런데 소리가 들리는 곳이 바로 눈앞이다.

그렇다는 것은 적진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것인데.

“설마, 적들이?”

“올리언! 어서 적들이 왔다고 알려야 돼! 적이다! 적들이 쳐들어온다!”

“아, 적이다! 적들이 온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군을 깨우는 그들.

어느새 주섬주섬 막사를 나오는 것을 보니 이미 저 소음에 깨어난 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모두 일어나라! 적들이 온다!! 어서 진영을 갖추어라!!”

“어서 일어나! 이것들아! 뒈지고 싶지 않으면!”

지휘관인 기사들 또한 성난 목소리를 내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어찌 됐든 이런 소란한 와중에도 훈련이 잘돼 있는지 순식간에 전열을 갖추는 2 왕자의 군대.

어두운 밤이었지만 최대한 횃불로 여기저기 주변을 밝히며 다가오는 적을 맞이하고 있었다.

…….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 소리가 조금 이상하였다.

보통이라면 적이 다가오며 그 소리가 커지는데 지금은 그 변화가 없다. 마치 그 자리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30여 분이 흘렀다.

조용…….

이제는 그 소음마저 들리지 않았다. 단지 간헐적으로 풀벌레 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있자 누군가 말한다.

“뭐야? 이거! 왜 안 오는 거야! 엉?”

이곳의 군을 이끌고 있던 파루스 백작. 그가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하였다.

“……아마도 적이 술수를 부린 것 같습니다.”

“뭐?! 술수? 고든,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에 옆에 있던 검은 머리 남성이 진중한 얼굴로 말하자 파루스 백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예, 아무래도 우리의 휴식을 방해해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심산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이 비열한 새끼들이 감히…….”

부관인 고든의 설명에 그는 제법 화가 난 듯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놈들이 같잖은 수를 썼다. 다들 들어가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뭐? 혹시 모르니까 이대로 밤을 새우자고? 자네 지금 장난하나? 그러다 병사들 상태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 그러자는 건가?”

“……예, 알겠습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에 올린 말이었지만 그도 백작의 말에 수긍하며 명을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지났다.

타앙! 챙! 채앵! 탕탕! 챙! 탕!

또다시 들려오는 그 소리.

이번에도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반응하였고 모두들 나와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전열을 가다듬자 이윽고 잠잠해지는 소음들.

“이 개새끼들이!!”

또 놈들의 농간에 놀아난 걸 알게 되자 욕지거리를 내뱉는 파루스 백작. 당장이라도 저 망할 국왕파 놈들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내려진 명령은 이곳을 사수하는 것. 거기다 지형적으로 이곳이 유리하기에 그런 이점을 버리고 놈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어두운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돌진한다는 거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이제 몇 시간만 더 지나면 날이 밝아 올 겁니다. 어차피 잠은 다 잤습니다. 그냥 이대로 버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고든의 말에 파루스 백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래, 나도 이제 잠이 다 달아나서 안 되겠어. 괜히 어설프게 자느니 차리리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어.”

그렇게 2 왕자군은 다들 잠을 자지 않고 그곳을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날이 밝아왔다.

“후우, 잠을 잘 못 잤더니 피곤하군. 고든, 자네는 괜찮은가?”

“네, 아직 괜찮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눈이 퀭한 것이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자신도 이렇게 졸려 죽을 거 같은데 고든이라고 괜찮을 리가 없었다.

“젠장!”

어제 그 난리를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병사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을 보니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모두 피로에 찌들어 보였다.

“크윽,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군.”

“예, 아무래도 어제 그 난리를 쳤으니까요.”

“후우, 오늘은 그나마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군.

“네, 그렇습니다.”

“일단 다들 몸이 피곤할 테니 불침번을 세우고 취침을 하도록 하지. 이대로라면 싸우기도 전에 쓰러지겠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명을 내린 파루스 백작은 잠을 취하러 막사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가 들어간 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적이다! 적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적들이 온다!!”

그 다급한 고함 소리에 다시 눈을 뜬 파루스 백작. 이윽고 들어온 고든이 그를 향해 외친다.

“파루스 백작님, 놈들이 오고 있습니다. 국왕파 놈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

고든의 말에 그는 재빨리 투구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적들의 진영 쪽을 보니 과연 그의 말대로 놈들이 오고 있었다.

“이 개 같은 놈들이! 빨리 전투 준비를 하라고 해라! 어서!!”

파루스 남작의 명에 고든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적들이 온다!! 전투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자 다들 빨리빨리 움직여! 어서!!”

“지금 거기 뭉그적거리는 놈은 대체 뭐냐! 뒈지고 싶냐? 엉!”

“적들이 코앞에 왔다!! 서둘러라 어서!!!”

지휘를 하는 기사들 또한 목이 터져라 외치며 병사들을 다그쳤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자리를 찾으며 대열을 맞췄다.

그렇게 전열을 가다듬으며 적들에 맞서고자 하려는 때.

갑자기 국왕파의 군대가 방향을 틀어 후퇴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파루스 백작은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한마디 하였다.

“뭐, 뭐야? 저것들!”

이 황당한 상황에 그는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소음으로 잠을 못 자게 괴롭히더니 지금은 하는 행동도 그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렇게 생각이 이르자 파루스 백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 개새끼들이!!! 내 가만두지 않겠다!! 어서 저놈들을 부숴버려라! 당장!!”

“백작님! 제발 고정하십시오. 이렇게 대놓고 도발을 하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함정입니다. 게다가 저 완벽하게 빠지는 모습을 보십시오. 저건 필시 사전에 합의된 움직임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대체 그럼 어쩌란 말이냐? 이대로 그냥 손 놓고 말라 뒈지란 말이더냐?!”

“그것은……. 하지만 지금 저들을 공격하는 것은 몬스터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거랑 마찬가지입니다.”

“닥쳐라, 고든!! 나는 네놈 같은 겁쟁이가 아니다!! 다들 들어라!! 놈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적들을 무찌르자! 모두 전진하라!!”

만류하는 고든을 뿌리치며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그 소리에 다들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

마치 포효하듯이 퍼져나가는 우렁찬 외침. 그들의 기세가 적들을 그대로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저건 뭐지?”

파죽지세로 달려오는 그들은 갑자기 뭔가를 보고 주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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