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왕위 계승전(5)
[서브 퀘스트 생성]
───────────────────────────
바스테르 백작과 대련.
당신에게 호의가 가득한 바스테르 백작이 대련을 청합니다. 소드 마스터와의 대련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이 대련으로 많은 걸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퀘스트 수락 시 보상
1. 힘, 민첩성, 체력 각 1씩 증가
퀘스트 거절 시
없음.
☆승패와 관계없이 동일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갑자기 생성된 서브 퀘스트.
고작 대련에도 퀘스트가 붙는 게 신기하였다.
과연 소드 마스터와의 대련이라 다른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해 본다.
‘실패가 없어…….’
그냥 수락만 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퀘스트.
늘 실패하면 죽는 퀘스트만 받아서인지 이런 호의적인 퀘스트를 보자 뭔가 기분이 이상하였다.
보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힘, 민첩성, 체력이 각각 1씩 주어진다.
어떻게 보면 거저 주는 거랑 마찬가지.
이런 보너스 퀘스트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예, 백작님.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좋네. 어디 한 번 맘껏 놀아 보세나.”
그렇게 벌어진 바스테르 백작과의 대련.
대련에 앞서 칼슨은 그의 상태창을 한 번 확인해 보았다.
[인물정보 열람]
───────────────────────────
이름 : 데반 바스테르
나이 : 48세
클래스 : 소드 마스터
힘 15 민첩성 13 지능 11 체력 17 정신력 15 오러 18
스킬
비전검술-벼락(에픽)
불굴의 의지(희귀)
칭호
서부의 희망
벤투스 왕국의 소드 마스터.
바스테르 백작령의 영주.
엘리시아 던 카르시아의 측근.
엘리시아의 부탁으로 3 왕자를 지지하는 서부파를 만들었다. 최근 합류한 칼슨의 활약에 무척 고무되어있다.
───────────────────────────
[비전검술-벼락(에픽)]
───────────────────────────
오러에 전격의 속성을 가득 담아 공격한다.
속성 때문에 갑옷을 입으면 피해가 더욱 커진다.
───────────────────────────
[불굴의 의지(희귀/패시브)]
───────────────────────────
생명력이 5% 이하일 때 피해가 80% 감소한다.
───────────────────────────
[[칭호]서부의 희망]
───────────────────────────
서부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에 있는 서부파 병사의 사기가 10% 상승합니다.
───────────────────────────
‘흐음…….’
소드 마스터라 엄청난 줄 알았는데 오러를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를 보니 김이 좀 샜다. 거기다 스킬도 단지 하나뿐.
물론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지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A 등급.
그중 체력은 거의 꽉 찬 A였다.
게다가 고유 능력치인 오러가 18.
S등급이기에 아직 A등급 초반인 칼슨과는 상당한 격차가 보였다.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오러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신이 우위인 능력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과 검은 반라르가 만들고 아르모가 마법각인 까지 한 명품 아티펙트였다.
이 갑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약과 재료값만 해도 금화 5만 개나 들어갔다. 자그마치 자작급 영지의 1년 예산.
비록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는 템빨로 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어진 바스테르 백작의 말.
“아참, 잠시 실례 좀 하겠네. 갑옷을 갈아입어야 해서.”
그렇게 자리를 비운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하하하, 이거 자네 영지에서 만든 거라지? 유명해서 하나 사봤는데 정말 좋은 것 같더라고.”
드레이크 산 미스릴 갑옷을 입고 있는 바스테르 백작.
이렇게 되면 그도 템빨을 받게 되는 상황.
‘아냐, 그래도 내게 훨씬 좋아.’
판매용인 그의 미스릴 갑옷이랑 자신의 것은 달랐다.
판매용은 주요 부위만 미스릴을 썼지만 칼슨의 갑옷은 전체가 다 미스릴이다. 원가 자체가 자신의 것에 비해 1할도 안 된다.
게다가 반라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아르모가 마법각인까지 더하였기에 성능이 훨씬 뛰어났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련에 임하였다.
움츠러들 필요 없다.
어차피 손해나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정신을 집중해 오러를 끌어모았다.
파아앗─
새하얗게 올라오는 칼슨의 오러.
그것은 점점 진해지더니 마침내 엄청 단단한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마치 오러 블레이드 같은 모습.
하지만 진짜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었다.
고순도 미스릴 검으로 오러를 증폭시켜 만든 일명 템빨이 가미된 반쪽짜리였으니까.
물론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하아압!”
짧은 기합 소리를 내며 그대로 달려든다. 그의 갑옷에 오러가 스며들며 아르모의 마법각인이 발동하였다.
《바람걸음》
“허억!”
엄청난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칼슨을 보며 당황하는 바스테르 백작. 그 또한 순간적으로 갑옷에 오러를 넣어 반응하였다.
치이잉! 콰아앙!
한 번의 충돌로 연무장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러나 칼슨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야수의 힘》
그대로 몸을 틀며 사정없이 검을 휘두른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매섭게 휘몰아쳤다.
그 여파에 바닥에 쌓인 흙먼지들이 날아가며 구경꾼들의 눈을 따갑게 만든다.
칭! 칭! 치리칭! 칭! 칭!
끊임없이 이어지는 금속음이 그나마 칼슨의 공격이 계속되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거 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군.’
미친 속도다. 굳이 말하자면 소리보다 빨랐다.
자신이 오러로 안력을 최대한 높였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인 기사라면 순식간에 썰려 나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를 따라가기 벅찼다.
이번에 산 갑옷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공격을 몇 번이나 허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소드 마스터로서 위신이 서지 않는다.
마음을 굳게 먹은 그는 오러를 갈무리하여 그 기운을 변화시켰다.
파지지직!
순식간에 바뀐 기세에 칼슨은 주춤거렸다.
파닥파닥 튀는 것을 보아하니 전기가 틀림없다.
이것은 분명 상대의 비전검술.
저렇게 시각적으로 보일 정도면 상당히 고전압이 분명하다. 저걸 그대로 맞았다간 꼼짝없이 전기구이 통닭이 될 터. 이를 악물며 갑옷에 오러를 밀어 넣는다.
《굳센 신념》
콰아아앙───! 파지직! 치지지지직!!!!
“크으으으윽!”
순간 벼락이 치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신벌이 내린 듯이 말이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아직 미세한 전기가 파직 거리며 남아있다.
그 안에 있을 칼슨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신벌을 내린 그 모습에 칼슨의 안위가 걱정되는 사람들. 그러나 곧 그들의 표정이 풀리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으……. 까딱했으면 뒈질 뻔했네.’
어느새 인상을 쓰며 몸을 푼다.
상태를 보아하니 괜찮아 보였다.
만약 아르모가 새겨준 마법각인이 아니었으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물론 오러를 먹은 미스릴 자체가 어느 정도 마법피해를 막아주지만 방금 저 전격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아르모의 마법각인이 저항력을 대폭으로 올려놨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하하, 그래도 타격을 먹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런…….”
“운이 좋았습니다.”
쉬이이익───
순간 생긴 빈틈을 비집고 칼슨이 검격을 날렸다.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상대는 역시 소드 마스터.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을 선보이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다. 아니 막아낸 줄 알았다.
콰지지직!
“커어어억!!”
등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에 그대로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는 바스테르 백작. 그대로 주저앉을 뻔하였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어낸다. 그리고 곧장 자세를 바로 잡으며 상대의 다음 공격에 대비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공격을 막았는데…….’
자신에 손에 아직까지 상대의 검을 막은 저릿함이 그 증거.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그 순간에 다시 한번 눈앞에 검이 날아왔다.
치이이잉! 타앙! 콰지직!
“크으으윽!”
또 당했다. 그리고 다시 엄습해 들어오는 상대의 검날.
콰지직!
“커어억!!”
연달아 허용된 공격에 그의 정신이 혼미해져 간다.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이것은 상대의 비전검술이었다.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또 하나의 검이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제 파악을 하였으니 대비할 차례. 그는 감각을 최대한 곤두세운 채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치잉! 치잉!
‘쳇, 과연 소드 마스터라는 건가?’
그가 자신의 공격을 파악한 것을 알자 칼슨은 혀를 찼다.
하긴 3번이나 얻어맞았으니 눈치채는 게 당연하였다.
어지간하면 한 번에 쓰러뜨렸을 텐데 그의 맷집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그러고 보니 스킬 중에 데미지 감소 스킬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상대가 알아챈 이상 계속 이 기술을 쓰는 것은 오러 낭비. 칼슨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며 오러를 긁어모은다.
지이이잉──
《바람 걸음》
《야수의 힘》
《굳센 신념》
오러를 갑옷에 최대한 주입해 모든 마법 각인을 발동하였다. 그러자 뭔가 기세가 변하는 걸 감지한 바스테르 백작.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그도 느꼈다.
아마 이번 공격이 이 대련의 마지막 공격이 될 것이라는 걸.
툭.
한 방울 땀이 떨어졌다.
들리지도 않을 소리지만 그것은 마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탓.
용수철처럼 뛰쳐나오며 달려드는 칼슨. 상대도 바로 반응하며 검을 휘두른다.
치지지직 타아앙! 파지직!
두 빛의 충돌.
화아아아악─
두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부딪히며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것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가렸다. 순간 시야가 차단되자 잠시 동안 승부의 결과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초가 흘렀다.
스으으윽.
이윽고 먼지가 걷히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쨍강.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바스테르 백작의 검이 부서지며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칼슨의 승리라는 말인가. 그렇게 여기자마자 칼슨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크윽, 좋은 승부였습니다. 바스테르 백작님.”
인상을 쓰며 말하고 있었지만 칼슨의 입은 웃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바스테르 백작도 돌아보며 입을 연다.
“그래, 정말이지 이런 대련은 오랜만이야.”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정말이지 만족스런 표정이다.
그런데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옅은 피가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기울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리는 그의 몸.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힘이 1 증가하였습니다.]
[민첩성이 1 증가하였습니다.]
[체력이 1 증가하였습니다.]
쿵.
적막 속에서 퍼지는 둔탁한 소음.
그 소리는 이곳에 모여 있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두근두근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정적. 그 속에서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심장 소리만 들릴 뿐.
그리고 곧 누군가 그 상황을 인지하며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바, 바스테르 백작님이 지신 거야?”
“설마? 드레이크 자작이 소드 마스터를 이겼어?”
“이, 이건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커져 간다.
승자에 대한 환호보다 충격이 더 크기에. 다들 얼이 빠진 채로 현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혼란에 빠진 채로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어느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