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왕위 계승전(2)
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가신들의 주장이 엇갈렸다.
레인은 중립을 유지하며 이것을 기회로 무구를 더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볼튼은 전통을 이야기하며 국왕파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루퍼트는 그래도 2 왕자 측에 소드 마스터인 리나드 후작이 있으니 그곳에 붙어야 한다 이야기했다.
그 외에 나머지 가신들은 모두 영주인 자신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칼슨에게로 모였다.
이에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3 왕자 측에 서겠다.”
“여, 영주님!!”
“어찌 그런 결정을…….”
자신의 결정에 깜짝 놀라는 가신들.
그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두 왕자들에 비해 3 왕자는 가진 세력이나 명분이 제일 열세였으니 말이다.
“영주님, 이런 말씀드리기 송구합니다만 그런 결정을 하신 연유가 궁금합니다.”
레인이 조용히 묻자 모두들 같은 생각인 듯 귀를 열며 칼슨을 보았다.
“원래 나는 레인의 말처럼 중립을 유지하면서 이 전쟁을 기회로 큰돈이나 벌려고 했어.”
“그러신데 어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기회가 또 오기는 할까 고민이 되더군. 그래서 결정했지. 이 기회를 제대로 잡기로.”
“아…….”
그가 야망을 드러내자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 왕자나 2 왕자 측에 붙지 않고 왜 3 왕자에 합류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칼슨은 그 이유를 그대로 말하였다.
“이미 1 왕자나 2 왕자 쪽은 그들만의 측근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야. 여기에 내가 합류해봤자 별 재미를 보기는 힘들겠지. 그럴 거면 얌전히 여기서 무구나 파는 게 더 나을 거야.”
“……그렇군요.”
“하긴,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칼슨의 말에 동조하는 가신들. 그 모습을 보며 칼슨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3 왕자 측은 좀 달라. 비록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 백작이 주축으로 있지만 그냥 그를 중심으로 서쪽의 영주들이 뭉쳐있는 것이지. 그 말은 즉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야.”
“아……그렇겠습니다.”
“……영주님의 혜안에 감탄했습니다!”
결국 칼슨의 말에 동조하는 가신들.
그런 그들을 보며 칼슨은 한시름 놓았다.
나름 이유를 만들어 그들에게 이해시켰지만 그가 3 왕자를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띠링~
[퀘스트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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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 계승전.
왕위 계승전에 참가하여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를 왕위에 등극시켜라.
퀘스트 성공시 보상
1. 작위(난이도에 따라 달라짐)
2. 영지(난이도와 성과에 따라 달라짐)
퀘스트 거절시
1. 모든 능력치(지배력 포함) 5씩 감소.
2. 지배력 5 감소.
퀘스트 실패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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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를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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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반 던 카르시아
벤투스 왕국의 1 왕자.
장자이기 때문에 명분이 제일 높으며 그로 인해 지지하는 세력이 가장 많다.
난이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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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페 던 카르시아
벤투스 왕국의 2 왕자.
1 왕자에 비해 명분이 부족하지만 소드 마스터인 리나드 후작의 지원으로 그 세력이 만만치 않다.
난이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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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로스 던 카르시아
벤투스 왕국의 3 왕자.
다른 후보자에 비해 모든 것이 열세.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 백작을 중심으로 뭉쳐있지만 대부분이 중소 영지이기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난이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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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에 따른 보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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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백작 /패배한 세력의 영지 총 10% ~30%
중- 자작 /패배한 세력의 영지 총 1% ~3%
하- 자작 /패배한 세력의 영지 총 0.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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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뜬 퀘스트 창.
역시 실패시 사망은 동일하였다.
참 한결같은 시스템이었다.
그나마 전과 같이 강제 수락 퀘스트가 아니기에 거절도 가능하였지만 그 패널티가 또 어마어마했다.
지배력을 포함한 모든 능력치가 무려 5나 감소한다.
거기다 추가로 지배력이 또 5가 떨어진다.
무자비한 능력치 하락.
이걸 선택할 바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래서야 강제 퀘스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후보자 선택.
난이도로 보면 1 왕자나 2 왕자 중에 택하는 것이 맞지만 보상이 정말 당기지 않았다.
작위도 오르지 않고 그로 인해 얻게 될 영지 또한 크지 않았다. 물론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쓰여 있지만 최대치가 고작 3%, 1%였다.
그렇지만 3 왕자는 달랐다.
작위도 백작으로 오르며 얻는 영지 또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거기다 엘리시아 공주가 3 왕자를 밀고 있다는 것도 있고 말이야…….’
이왕 하는 도박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어차피 실패하면 죽을 거 보상이 확실하게 큰 것이 좋다.
거기다 회귀자도 이미 그곳에 투자하지 않았는가.
솔직히 이런 상황에 3 왕자 말고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데로스 던 카르시아를 후보자로 선택하였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건 영지의 사활을 건 총력전뿐이었다.
* * *
드레이크 영지 서쪽에 위치해 있는 로메로 영지.
이곳의 영주인 앨버크 로메로는 1 왕자를 지지하는 국왕파의 귀족이었다.
그의 작위는 무려 백작.
그에 걸맞게 상당히 대영지인 그의 영지는 현재 드레이크 영지의 3배를 훌쩍 상회한다.
드레이크 영지와 접경지역인 래스카 초원.
땅이 척박하여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지만 그래도 목축을 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그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가축들은 보이지 않고 수많은 인파들만이 몰려있었다.
갑옷과 창으로 무장한 장정들.
영락없이 영지의 병사들이었다.
“영주님, 저놈들이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감히 우리 로메로 영지를 건드리다니요.”
로메로군 선두에 말을 타고 있는 한 남자. 그는 눈앞의 병력들을 보며 말했다.
제법 듬직한 체구. 부리부리한 눈매에 툭 튀어나온 매부리코가 참 인상적이다. 그의 이름은 도슨 스토프. 로메로 영지의 기사단장이었다.
“원래 우물 안에 든 개구리들이 세상에서 본인이 제일 잘나가는 줄 알지. 최근 어쭙잖은 남작 따위를 이기더니 아주 기고만장한 모양이야.”
그 말을 듣고 입을 여는 로메로 백작.
윤기가 흐르는 밝은 갈색 머리에 잘 정돈된 수염이 돋보였다. 거기다 이목구비 또한 뚜렷하여 꽤 깔끔한 인상을 가진 미남이었다.
비록 젊은 시절만큼은 안 되지만 아직도 사교계에서는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많았다.
“크크크,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분명합니다.”
“그래, 제 주제도 모르는 망아지에게는 따끔한 매가 약이지. 내가 확실하게 놈에게 맞는 위치가 어딘지 가르쳐주도록 하겠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영주님!”
영주의 말에 도슨은 크게 맞장구친다.
그리고 병사들을 향해 외친다.
“제 주제도 모르고 우리 영지를 침범한 멍청이들이 보이느냐!!”
“예, 보입니다! 크크큭!”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그가 적군을 비하하자 따라 비웃는 기사들과 병사들.
그 반응이 제법 흡족한 도슨은 더 큰 소리로 말한다.
“오늘 저 멍청이들을 우리가 따끔히 가르쳐주도록 한다!”
“예~~~!”
긴장이 풀리고 사기가 올랐는지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충분히 준비를 마친 듯한 모습에 도슨은 칼을 높이 들며 소리친다.
“전군───!”
“…….”
진격하라!!”
“와아아아아아!!!”
우르르르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적군에게 달려드는 로메로의 군사들. 대략 1,000여 명의 병력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게 무척이나 장관이었다.
그에 맞서는 드레이크군의 수는 500여 명. 딱 보아도 반절뿐인 그들이 위험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칼슨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방패병은 방진을 준비하라!”
“예!”
쿵! 쿵쿵!
선두의 200여 명의 병사들이 크고 두꺼운 방패를 세워둔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체격이 다른 병사들에 비해 반 배는 커 보였다.
그런 그들이 자신보다 커 보이는 방패를 앞에 세워두니 하나의 성벽처럼 보였다.
“뭐, 뭐야? 저건!!”
선두에서 말을 타고 돌진하던 도슨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크게 당황하였다. 물론 그를 따르던 병력들 또한 마찬가지.
무언가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이 기세를 멈출 수는 없었다.
만약 지금 전진을 멈췄다간 후위에 따르는 병력들과 꼬이면서 단숨에 진영이 흐트러질 것이다.
“기마대들은 최대한 속도를 높여라!”
멈출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마의 파괴력을 올려 놈들을 부숴버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도슨은 박차를 가하며 더욱더 속력을 높였다. 그렇게 두 집단이 막 충돌하기 직전.
쉬이이익───
푹!
“허억!”
기척도 없이 날아온 화살.
그것은 투구의 미세한 틈을 사정없이 파고 들어가 도슨의 머리를 꿰뚫었다.
철퍼덕!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도슨의 신체.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은 당황하며 혼란스러워하였다.
그리고 눈앞에는 거대한 철벽이 보였다.
쾅! 콰직! 쾅 콰지직!
여기저기 부서지고 찌그러지는 소리가 난무한다.
피와 살점이 튀며 주변을 어지럽혔다.
옅은 피비린내가 사방에 퍼지며 말초적인 흥분을 자극하였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
뒤에서 그 상황을 지켜본 로메로 백작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일천의 병력에 일백의 기마면 충분히 상대를 압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상대를 무너뜨리기는커녕 기마들조차 저 이상한 방패에 막혀 나아가지를 못한다.
아니 이미 박살이 나버린 듯 말들과 함께 쓰러지며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벌어진 참혹한 광경.
쾅! 쾅! 푹직! 푹직!
적들이 방패를 들어 쓰러진 아군을 사정없이 찍어버린다.
갑옷을 갖춰 입은 그들이었지만 그 묵직하고도 단단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다.
“허어억!”
“뭐야? 저것들은!”
선두에 앞장섰던 기마병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나가자 그 뒤를 따르던 병사들의 몸이 움츠러든다. 처음 나아가던 그 기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전진.”
조용한 그 소리에 거대한 성벽처럼 보이는 방패들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쿵! 쿠웅! 쿵! 쿵!
“허어억…….”
“노, 놈들이 온다!”
차츰차츰 전진하는 방패들을 보며 모두 긴장하며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쓰러진 아군을 밟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몬스터가 먹이를 먹어 치우는 것처럼 보였다.
쿠웅! 쿠웅! 쿵! 쿠웅!
점점 커지는 그 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던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서서히 머리를 잠식하며 하나의 생각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