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36화 (36/162)

35화 왕위 계승전(1)

왕위 계승전이 벌어진 지 일주일.

지금 왕국은 총 4개의 세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 왕자를 지지하는 국왕파.

2 왕자를 지지하는 귀족파.

3 왕자를 지지하는 서부파.

그리고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들과 계승전에 참가하지 않은 중립 세력들.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인 벤투스 왕국.

그 상황을 주변 왕국에서도 예의 주시하며 보고 있었다.

비록 다른 국가의 눈치가 있기에 직접적인 병력을 지원할 순 없었지만, 누가 왕이 되느냐에 따라 자국의 이익이 달라지기에 각 전투의 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첫 전투는 국왕파와 귀족파의 싸움이었다.

벤투스 왕국 중앙에 위치한 베르데 평원.

소드 마스터 리나드 후작이 참전하였기에 큰 주목을 받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족파의 승리를 예상하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야말로 국왕파의 압도적인 승리.

전투 초반은 리나드 후작이 선두에 서서 소드 마스터의 위용을 선보이며 승세를 잡은 듯하였다.

소드 마스터는 일종의 전략병기와도 같다.

어지간한 공격으로 그에게 상처를 주기 힘들었고 그 무지막지한 오러는 상대방의 전의를 꺾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말 그대로 무적의 신위. 괜히 일당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곁을 함께하는 기사들 또한 만만찮은 실력자들.

그들을 앞세운 귀족파의 군대가 국왕파를 그대로 밀어붙이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기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국왕파의 군대는 일부러 그들을 안쪽으로 끌어들인 채 그들의 후방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마치 개에게 미끼를 놓아 정신을 팔게 만든 후 집을 터는 수법과도 같았다.

기세 좋게 적병을 부숴가던 리나드 후작은 도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에게 겁먹었다고 하지만 적들이 이렇게까지 물러나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하였다. 그렇게 그가 기시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으아아악!”

“뒤, 뒤에 적병들이 들이닥칩니다!!”

“뭐?”

후방에서 자신을 따라오던 병사들이 갑자기 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곳에 적병들이 잔뜩 있다는 이야기.

깜짝 놀란 리나드 후작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적의 군세들이 보인다.

모양새를 보면 자신들은 꼼짝없이 올무에 갇힌 사냥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순식간에 기세를 잃은 리나드 후작과 기사들.

그런 그들에게 양 측면에서 몇십에 달하는 기사들이 무리 지어 덮쳐왔다.

쾅 쾅!! 콰직! 퍽!

전갑을 입힌 기마의 돌진력은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당한 그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크어어억!”

“케에엑!”

워낙 순식간에 들어와 대응할 새 없이 그대로 찌부러지는 기사들. 외마디 비명만을 남긴 채 절명하였다.

“이 무슨!!! 모두 정신 차려라! 내가 길을 뚫겠다!”

다급히 말머리를 틀며 빠져나갈 곳을 찾던 리나드 후작.

그 순간 병력이 비어있는 곳을 발견하며 소리쳤다.

“모두 이쪽으로! 나를 따라라!”

어느새 오러를 최대한 뽑아내 그대로 응축시켰다.

바로 소드 마스터만이 선보일 수 있는 고강도의 오러.

오러 블레이드였다.

서걱! 서걱!

모조리 썰어버렸다.

말이든 사람이든 갑옷을 입은 기사든 그 앞을 막고 있는 모든 것이 그의 오러 블레이드 앞에선 평등하였다.

그 무적의 신기를 보이며 거침없이 앞을 뚫고 나가며 활로를 개척해나가던 리나드 후작.

그러던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

그의 정면에 날아오는 머리통만 한 불구슬.

그것도 하나가 아닌 네다섯 개가 자신들을 향해 쏟아졌다.

“이 빌어먹을!!!”

그건 바로 마법사의 마법인 화염구였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인지한 리나드 후작은 이를 악물었다.

콰아앙! 콰과과쾅!! 콰광!

거대한 폭음을 내며 퍼지는 화염의 장막.

그 뜨거운 불길은 리나드 후작과 그의 기사들을 모조리 삼켜버렸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뜨, 뜨거워!! 크아아악!”

거대한 화마 속에서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참혹하던지 적군인 국왕파의 병사들마저 몸서리를 칠 정도.

분명 불길 안에 있던 이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리라.

그러나 그들의 예상을 깨며 그곳을 빠져나오는 이가 있었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온 이는 바로 리나드 후작.

비록 그가 자랑하던 붉은 수염과 머리카락이 그을리고 볼품없이 타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상한 곳 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 개새끼들!!!”

무서운 기세를 뿜으며 마법사들을 노려본다.

그 살기에 몸을 움츠리는 그들.

허나 리나드 후작은 방향을 돌려 한 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 어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자 당황하며 검을 앞세운 채 방어하였다. 허나 상대가 좋지 않았다.

서걱───!

그 압도적인 오러가 상대를 그대로 이등분해버렸다.

기사의 시체를 치워버리고 잽싸게 말을 뺏어 타는 리나드 후작. 이제 혼자 남았기에 누구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은 그 유명한 드레이크 산 미스릴 갑옷이다. 방금 마법 공격을 버틴 것도 아마 저 갑옷 덕분일 것이다.

그곳에 오러를 불어넣자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이미 도주를 작정한 그를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결국 그를 놓치게 되는 국왕파.

하지만 전투에서는 믿을 수 없는 대승을 하며 팽팽하던 왕위 계승전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놀라운 소식은 삽시간에 왕국 전역에 퍼졌다.

리나드 후작이 패배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

그의 이름은 바로 유콘 루페.

바로 이 전투를 지휘한 국왕파의 사령관이었다.

사람들은 그때 처음 알았다. 유콘 루페라는 사람을.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애초에 명성이 있던 이가 아니었다.

1 왕자와 동문수학한 젊은 귀족.

그를 대표해서 소개할 수 있는 말은 단지 그뿐이었다.

명망 있는 가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1 왕자와 조금의 친분이 있을 뿐.

고작 그 정도의 인연으로 국왕파에 들어온 자.

어떻게 보면 낙하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1 왕자의 안목은 제법 뛰어났다.

그는 그가 전략에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령관의 자리에 앉혔던 것.

그리고 그 믿음을 보여주듯 그는 첫 전투에서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젊은 영웅의 탄생을 기꺼워하는 법.

그는 순식간에 왕국 내에서 제일 유명한 인물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 * *

드레이크 성 영지 회의실.

오랜만에 가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안건의 주제는 당연히 왕위 계승전.

그 다급한 시국은 드레이크 영지에서도 중요 이슈였다.

“그래, 국왕파가 대승했다지?”

“예, 다들 전혀 예상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 리나드 후작이 그리 형편없이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

칼슨은 제법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이미 이 전투가 이렇게 흘러가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미래에서 온 회귀자인 엘리시아 공주가 말한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

그녀의 말에 의하면 국왕파에 유콘 루페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와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때 칼슨은 그녀에게 그런 인물이라면 왜 먼저 포섭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제가 그를 볼 수 있었을 때가 6살 때였어요. 하지만 그는 이미 큰 오라버니의 사람이었죠. 게다가 아무리 제가 영특하고 왕실의 일원이라고 하지만 고작 6살의 여자아이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을까요?”

하긴 그녀와 1 왕자의 나이 차이는 무려 12살 차이.

하여, 그녀는 애초부터 그를 제외하고 다른 유능한 이들부터 자신의 측근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이가 셋.

그중 한 명을 제외하곤 아직까진 두각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앞으로 굉장히 유명해질 사람들이었다.

‘그때 몇 명 더 아는 눈치였지만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지…….’

그것은 즉 아직까지 자신을 확실하게 신뢰할 수 없다는 뜻. 하긴 자신조차 그녀를 속이고 있었으니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저는 데로스 오라버니를 지지할 거예요.”

그녀는 이번 왕위 계승전에서 3 왕자의 편을 들었다.

그럼 미래에 3 왕자가 국왕이 되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심지어 그때 3 왕자의 세력은 있지도 않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는 말은 곧 그녀가 그 세력을 키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 그녀가 포섭한 이들 중 하나가 소드 마스터인 바스테르 백작이었던 것.

그녀의 미래에서 차기 국왕은 1 왕자인 ‘스반 던 카르시아’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차기 국왕이 된 그는 보위에 오르자마자 사람이 바뀐 듯 무자비한 폭군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가 왕이 되면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왕자들의 처형. 자신과 대립했던 2 왕자는 물론이고 계승전에 참여조차 안 한 3 왕자마저 죽여 버렸다. 그러곤 뒤이어진 폭정.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나라를 걱정하고 진심 어린 간언을 하는 충신들은 죽어나갔다.

듣기 좋은 말로 왕을 달래고 뒤로 이득을 챙기는 이들은 살아남았다.

당연히 왕국은 피폐해져 갔고 이에 참다못한 그녀는 국왕에게 말했다. 이렇게 가다간 왕국은 망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되기 전에 제발 그만 좀 멈추어 달라고.

그러나 그걸 곡해들은 스반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기는커녕 오히려 반역이라고 하며 그녀를 죽이려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가까스로 왕궁을 탈출하며 겨우 목숨을 구했다.

허나 국왕은 왕국에 수배령을 내려 그녀를 잡아들이라 하였다. 사로잡는 것이 힘들면 죽여도 좋다며 말이다.

결국 궁지에 몰린 그녀는 한 귀족에게 몸을 의탁하며 숨게 되었다. 그는 바로 2 왕자를 지지하였던 리나드 후작.

왕위 계승전에서 승산이 보이지 않자 앞장서서 항복을 한 그였다. 그래서 다행히 그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거기다 조카였던 2 왕자도 죽었기에 더 이상 왕국에서 세를 키울 수 없었다.

한때 스반과 적대관계에 있던 리나드 후작이라면 그래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숨겨줄 거라 생각해 그를 찾은 엘리시아.

예상한 대로 그는 엘리시아를 환영하였고 극진히 대하였다. 하지만 그건 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식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요? 리나드 후작!”

“크큭, 그냥 순순히 잡히는 게 좋을 것이오. 엘리시아 왕녀.”

“뭐라고? 당신 오라버니를 싫어한 게 아니었나!”

“크하하하하! 그럼, 싫어하지. 좋아하겠나? 지금 벤투스 왕국에 그를 좋아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나? 다 그가 주는 떡고물이 달달하기에 붙어 있는 것뿐이지. 그리고 나도 그러기 위해 왕녀가 필요한 것뿐이고.”

그렇다. 리나드 후작은 그녀를 왕에게 넘기고 그것으로 한몫 챙기려 하는 것이었다.

“원래 왕녀를 내 아들과 결혼시킨 다음, 여왕이 되도록 밀어주려고도 생각해봤어. 그런데 그러기엔 내가 잃을 것이 너무 많아. 공주도 알잖아? 국왕 곁에 아직도 그 괴물 같은 놈이 있는 거.”

“……루페 백작?”

“그래, 유콘 그 개자식 말이야!”

유콘을 말하며 이를 가는 후작. 그러나 그는 복수심보다 두려움이 많은 듯 애써 상념을 깨고 말하였다.

“그래서 공주를 잡아 국왕에게 바치면 그 대가로 뭔가 얻을 수 있겠지. 크크큭. 말이 길어졌군. 자 어서 저 반역자를 잡아라. 왕께서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내가 순순히 잡힐 거 같아?”

필사적으로 다시 그곳을 빠져나온 그녀. 하지만 도망치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기에 점점 힘을 잃어갔다.

왕국 동쪽 끝에 있는 하라달리아 숲.

결국 그곳에서 그녀는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이게 그녀가 2 왕자 대신 3 왕자를 밀어주는 이유였다. 2 왕자를 지지하는 리나드 후작이 자신을 죽인 원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영주님?”

“응? 아 그래.”

레인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제 드레이크 영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할 때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