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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35화 (35/162)

34화 하늘에서 똑 떨어진 마법사

마법사라는 말에 칼슨의 눈에서 빛이 났다.

“그래? 도대체 어떤 자인가?”

“이름은 아르모라고 하였고 3서클 마법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4서클에 들어설 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한번 봐야 하겠지. 어서 그를 데려오도록.”

“저, 괜찮으시겠습니까? 행색이 마법사라고 하지만 사기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제법 있었던 지 그는 조금 걱정하였다.

하긴 이 땅의 마법사는 고급인재다. 마법사라 속이고 찾아와 잔뜩 털어먹는 이들이 간혹가다 있었다. 그리 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칼슨에게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스킬이 있는데 뭘 걱정을 해.’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에드윈에게 말한다.

“괜찮아.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말라고.”

“예, 그러시다면 그자를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그는 그대로 방을 나선다.

* * *

오랜만에 응접실에 손님이 왔다.

그곳에 앉아 혼자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

짙은 푸른 후드를 걸쳐서인지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등의 하얀 피부를 보건대 햇빛을 거의 볼 수 없는 그런 곳에 주로 있었던 것 같았다.

조금 긴장한 듯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는 한 사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에 든 차를 조금씩 홀짝거렸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이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입니다. 영주님.”

“그래, 수고했네. 시종장. 그만 볼일을 보도록.”

“예, 그럼 편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서 벗어나는 에드윈.

멀어지는 그를 뒤로한 채 칼슨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방에 들어서자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낯선 이. 에드윈의 말대로 그 외향은 마법사에 가까웠다.

“그래, 자네가 나를 찾았다고?”

“예, 영주님.”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인가?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 했구먼. 나는 알다시피 칼슨 드레이크라네. 자네는 이름이 뭔가? 그리고 또 뭐 하는 자인가?”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안 했습니다. 저는 아르모라 합니다. 현재 3서클 마법사이고 이제 곧 4서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속된 마탑은 없습니다.”

제법 톤이 높고 여린 목소리.

체구에 비해 나이가 어린 것인가?

의아하게 여긴 칼슨은 가만히 그를 보며 스킬을 사용하였다.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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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 케일

나이 : 20세

클래스 : 마법사

힘 4 민첩성 6 지능 15 체력 5 정신력 8 마력 13

스킬

3서클(고급/성장)

대뇌연산(에픽/패시브)

중급 마각술(희귀/성장)

하급 연금술(고급/성장)

요람에서 무덤까지(희귀/패시브)

칭호

아웃사이더

벤투스 왕국의 마법사.

몰락 귀족의 자녀로 어렸을 때부터 마법에 소질을 보였다.

그리하여 8세 때부터 ‘잿빛구름 마탑’에서 수학하였다.

허나 소심한 성격과 그곳의 텃세로 인해 큰 성장을 하지 못하였다.

결국 18살이 되어도 4서클에 이르지 못한 그녀는 마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현재 마법 용품과 마법 물약을 만들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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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고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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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 이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히지 않은 마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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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연산(에픽/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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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그에 관련된 작업을 하는 속도가 2배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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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마각술(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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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각인을 하여 아티팩트를 만들어 냅니다.

희귀 이하 물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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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연금술(고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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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을 이용하여 각종 시약이나 물품을 만들어 냅니다.

고급 이하 물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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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고급/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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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상태에서 성장 속도가 2배 증가합니다.

대신 불안한 상태에서는 5분의 1로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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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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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좋지 못해 자주 손해를 봅니다.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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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무연고 3서클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능력치는 괜찮았고 스킬도 실용성이 높은 것이 많았다.

칭호가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딱히 걸릴 정도까진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였어?’

키가 좀 있어서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여린 것이 그 때문이었나 보다. 아니 생각해보니 딱히 문제는 아니었다. 그냥 좀 놀랬을 뿐.

생각해보니 자신의 누나인 세리나 또한 장신이다. 그녀를 생각하면 앞에 있는 여자는 평범한 축에 속했다.

막상 여자라고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칼슨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통성명도 하였는데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게 좀 불편하군. 그래도 대화를 할 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 예의가 아니던가?”

“헉, 영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휘릭.

자신의 으름장에 화들짝 놀라며 얼른 후드를 벗는다. 그제야 보이는 그녀의 얼굴.

‘흐음…….’

하얗다.

핏기 하나 없는 게 하얗다 못해 창백한 느낌.

그나마 볼 부분이 조금 불그스름해 사람 같았지 아니면 마네킹으로 착각할 뻔하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새하얀 백발의 머리.

윤기가 흐르는 칼슨의 백금발과는 다르게 그냥 새하얀 눈이 생각나는 백발이었다.

거기다 눈썹과 속눈썹마저 하얀색이다.

허나 그것보다 더욱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눈이었다.

빨간 눈.

마치 피가 섞인 듯한 붉은 동공이 그녀의 흰 얼굴과 대비되며 매우 도드라지게 보였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붉은 입술이 상대적으로 바래 보일 정도.

그 모습을 본 칼슨의 눈이 커졌다.

‘이거 혹시 그거 아닌가? 알비노……?’

낮은 확률로 일어난다는 돌연변이.

통상 백색증이라고도 하는 몸에 색소가 없어 생기는 선천성 색소 결핍증.

자외선에 민감하기에 햇빛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

칼슨이 예전에 알고 있는 상식은 대충 이 정도였다.

‘아마도 저것 때문에 멸시를 많이 받았겠어.’

칭호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받았을 것이다. 거기다 피부가 약하니 후드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테고. 아니 그냥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서 일수도 있다.

칼슨이 아르모를 유심히 지켜만 보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말한다.

“죄송합니다. 이런 몰골을 보여드려서…….”

이런 시선이 늘 익숙한지 그녀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하였다.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얼마나 핍박받았으면 저럴까. 그리 생각하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자신은 영주.

그런 동정 어린 시선은 거두고 냉정히 생각해보았다.

일단 그녀에 대해 대부분 맘에 들었다.

아직 3서클이라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만간 4서클에 든다고 하니까.’

[요람에서 무덤까지(고급/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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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상태에서 성장 속도가 2배 증가합니다.

대신 불안한 상태에서는 5분의 1로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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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환경만 안정적으로 갖춰주기만 하면 성장이 빠른 스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기에 따라 잘만 커 준다면 4서클을 넘어 5서클도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보유한 중급 마각술과 하급 연금술 또한 영지에 꽤 보탬이 될 것 같았고.

평가를 마친 칼슨은 그녀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그래, 나를 보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

“예, 제가 영주님을 보고자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말하기를 잠시 주저하다 이내 다시 입을 연다.

“이 영지가 미스릴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아, 미스릴.”

솔직히 많지는 않다.

그나마 최근 생산량이 늘어 한 달 꼬박 생산하면 주괴로 30개 남짓. 그것도 미스릴 갑옷 주문이 밀려있어서 생산되는 즉시 바로바로 소비되니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칼슨은 그녀의 의도를 알았다.

자신이 연구할 수 있는 미스릴을 제공해달라는 이야기.

뭐 마법사들이 워낙 미스릴에 환장하니까.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네. 생산은 좀 되는데 수요가 워낙 많아서 말이야.”

“아, 그러시군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칼슨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뭐 원한다면 한 달에 주괴 한두 개 정도 제공해 줄 수도 있지.”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대신 조건이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제법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에게 묻자 칼슨은 씨익 웃으며 답하였다.

“우리 영지의 전속 마법사가 되게. 다른 지원 또한 빵빵하게 해 줄 테니까.”

“그건…….”

순간 멈칫하는 그녀. 만약 영주의 휘하로 들어간다면 다시 마탑으로 돌아가는 것은 요원할 터.

하지만 이미 마탑은 자신을 버렸다.

게다가 자신은 아직 3서클의 하급 마법사.

어떻게 보면 자신을 받아주는 영주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정리한 그녀는 굳은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저 아르모 케일은 이제부터 영지 마법사로서 드레이크 자작님을 섬기도록 하겠습니다.”

충성의 언약.

그녀의 말을 들은 칼슨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그렇게 드레이크 영지에 새로운 영지 마법사가 들어오게 되었다.

* * *

벤투스 왕국의 수도 로버데인.

인구 20만이 넘는 이 대도시 한편에 우뚝 솟아 있는 성이 있었다.

바로 벤투스 왕국의 왕성.

지금 그곳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이가 누워있었다.

국왕 르보르 던 카르시아.

이제 막 쉰에 접어든 그가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눈을 감은 채 일어서지 못하며 그대로 누워있다.

“국왕 폐하께서 붕어하셨습니다.”

“뭣이라?”

“아…! 폐하!!”

왕궁 대신관의 말.

그에 사람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여 무리 없이 정사를 돌보던 국왕이었다.

그런데 최근 사흘 사이에 그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오늘 이렇게 죽어버린 것.

더욱이 문제는 국왕이 워낙 정정하였기에 아직 차기 국왕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국왕의 아들은 3명.

장남 스반 던 카르시아.

차남 루시페 던 카르시아.

삼남 데로스 던 카르시아.

물론 장자인 스반 던 카르시아가 차기 국왕에 제일 우선적으로 거론되기는 하였다.

주로 정통성을 중시하는 국왕파 귀족들을 중심으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형성.

차기 국왕으로 그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허나 차남인 루시페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의 친모가 바로 리나드 후작가의 사람이었던 것.

바로 소드 마스터로 유명한 리나드 후작의 여동생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귀족파 귀족들이 세력을 형성하자 정세는 매우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거기다 삼남인 데로스.

두 형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친모 또한 이렇다 할 가문도 아니었기에 세력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 또한 지지층이 생겼다.

바로 소드 마스터 바스테르 백작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부파.

서부 영지들이 모여 결성한 그 집단.

다른 두 세력에 비해 조금 모자랐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이렇게 3개로 나누어진 왕실 후계자 구도.

바야흐로 왕위 계승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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