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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30화 (30/162)

29화 영지의 변화

드레이크 외성 서쪽에 새로 생긴 대장장이 구역.

덩치 좋은 장정들이 불타는 화로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경쟁하듯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 그 속에서 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뛰어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며 거침없이 가는 것을 보니 따로 목적지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한참 뜀박질을 하더니 어느 한 건물로 쏙 들어가는 소년.

“반라르 아저씨! 체키스 산에서 가져온 주괴가 도착했어요!”

“…….”

소년의 말에 수염이 더부룩한 중년의 사내가 망치질을 멈추며 시선을 돌린다.

“뭘 그런 거 가지고 호들갑이냐? 주괴야 늘 가져오는 것이 아니더냐?”

“그것이 이번에는 철 주괴만 있는 게 아니래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벤?”

그 이야기에 반라르의 짙은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그의 물음에 자신의 더벅머리를 긁적이던 소년 벤. 그리고 눈을 굴리며 조용히 입을 연다.

“그게, 저도 잘은 몰라요. 그런데 네프 아저씨가요. 아, 네프 아저씨 아시죠?

성에서 병사로 일하고 계시는……. 암튼 어제 그 아저씨가 술집에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이번에 특이한 물건이 들어왔다고 했어요.

드문드문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뭐라더라? 미슬…? 암튼 그런 걸로 만든 주괴라고 했어요.”

“뭐라고?”

쿵.

손에서 망치가 떨어졌다.

깊은 눈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반라르의 눈이 번뜩인다.

그 모습을 본 벤은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저벅저벅.

매서운 눈을 하며 다가오는 반라르. 덩치가 큰 그가 다가올수록 벤의 몸도 조금씩 움츠러든다.

척.

눈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순간 숨이 멎는 느낌이다.

찌르는 듯한 송곳 같은 시선.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미스릴…….”

“……네?”

“미스릴이 아니냐고 물었다.”

“아, 그게…….”

아마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았다.

“예, 맞아요.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하지만 대충 그런 말이었던 거 같았어요.”

덥썩.

“아, 왜 그래요! 아저씨?”

거칠고 굵은 손이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잡자 깜짝 놀란 벤이 물었다.

“알려줘서 정말 고맙구나. 벤.”

“아저씨…….”

험상궂게 생겨 평소 사람들에게 오해를 자주 사지만 벤은 알고 있었다.

그 무뚝뚝한 성격 뒤로 그가 자상하고 매우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두 달 전 그의 어머니가 심하게 아팠을 때였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던 와중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된 그가 손수 도와주었다.

아버지 없이 자란 그는 그때 자신의 어머니를 업고 가던 그의 모습을 보며 기억에도 없는 아비의 그리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시간이 생길 때마다 제법 먼 거리에 있는 이곳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던 것.

“영주님을 뵈어야겠구나.”

“영주님을요?”

갑작스레 영주를 만난다는 그 말에 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주님은 악적 피요르 남작으로부터 이곳을 지킨 영웅이자 백성들을 아끼는 성자였으며, 이곳에서 제일 고귀한 분이셨다.

그런 영주님을 반라르가 만난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벤을 본 반라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였다.

“걱정하지 마라. 나랑 영주님이 한 약조 때문에 가는 것이니까.”

“약조요? 도대체 무슨 약조 이길래요?”

또랑또랑한 눈으로 그를 보며 연유를 묻자 반라르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런 게 있단다, 벤.”

“……네 알겠어요, 반라르 아저씨.”

어린 자신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날 때부터 늘 눈치를 보던 벤에게 이런 어른들의 태도는 익숙하였다. 그래도 반라르는 화를 내거나 때리지를 않으니까. 그런 그를 벤은 좋아했다.

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반라르는 안쪽으로 들어가 뭔가 뒤적거리더니 작은 가죽 주머니를 꺼내왔다.

“자, 알려준 보답이니 사양하지 말거라.”

“어? 이게 뭐예요. 아저씨.”

꽤 묵직한 주머니. 반라르는 아무 말 없이 그걸 그대로 소년의 손에 쥐여 주었다.

무게가 제법 느껴졌다.

호기심에 그것을 열어보자 벤은 깜짝 놀랐다.

“아, 아저씨! 이건…….”

그것은 돈이었다. 대부분이 은화였지만 드문드문 금화도 몇 개 보였다. 놀란 벤은 고개를 들어 반라르를 쳐다본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인 그의 얼굴.

“그거면 그래도 족히 몇 달은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아, 안 돼요. 이렇게 큰돈은 받을 수 없어요.”

손사래를 치며 극구 사양하는 벤.

사실 그의 말대로 이 정도의 돈이면 몇 개월은 물론, 아껴서 쓴다면 1년 정도도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벤은 탐욕스런 아이가 아니었다.

고작 이야기를 전해준 것뿐인데 이런 거액의 돈이라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주머니를 반라르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반라르 또한 그것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픈 어머니를 생각하거라, 벤.”

“…….”

그의 말대로 현재 몸이 안 좋은 자신의 어머니. 의사의 말에 따르면 한동안 정양을 해야 괜찮아진다고 하셨다.

그 때문에 어머니는 일을 할 수 없었고 그동안은 벤이 벌이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아직 소년에 불과한 그에게 제대로 된 일이 주어질 리 없었다. 기껏해야 잔심부름 몇 가지가 전부.

그런 걸로는 도저히 생활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그래, 이 돈이라면…….’

마치 가뭄에 단비 같은 그런 돈.

이것이라면 약을 살 수 있었고, 어머니의 몸이 회복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라르는 은인이다. 더 이상 그에게 신세를 지다간 도저히 그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한 벤.

다시 거절하려 한 순간 이어진 반라르의 한마디.

“물론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여기로 나와 일하거라. 그 돈에서 급료를 제할 것이니까.”

“반라르 아저씨…….”

그 말에 어쩌지 못하며 눈물만 글썽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반라르는 외출복을 갈아입으며 말하였다.

“영주님을 뵈러 갔다 올 테니, 여기 좀 부탁한다. 그동안 청소를 안 했더니 많이 지저분하구나.”

“크윽, 네 아저씨. 제가 깨끗이 청소해 놓을게요!”

눈물을 닦으며 큰소리로 답하는 벤. 이에 반라르는 인상을 쓰며 입을 연다.

“다 큰 녀석이 울긴…. 그럼 난 다녀오마.”

“예, 조심히 다녀오세요!”

우렁찬 소리에도 불구하고 반라르는 돌아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벤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얼굴에 미소가 서려 있다는 것을.

* * *

“흐음, 반라르가 나를 보고자 한다고?”

“예, 영주님. 아침부터 들이닥치더니 약조를 지켜달라고 합니다.”

“약조?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온 주괴 중에 미스릴이 있다고 했었나?”

“네, 겨우 5개뿐이지만요.”

‘5개뿐이라니…….’

누가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었다.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이었다면 차라리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스릴은 일반적인 금속이 아니었다.

이른바 마법의 금속.

그것으로 무기를 만들면 오러 전달력이 월등히 높아지기에 적은 양으로도 높은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마법 지팡이를 만들면 마법의 위력이 큰 폭으로 상승. 게다가 각종 아티펙트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기에 마법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것이 바로 이 미스릴이었다.

“하, 결국 이렇게 되는군.”

칼슨이 유적에서 주괴들을 뽑기 시작하고 무구 제조 사업을 막 시작하려 하였을 때였다.

충분한 원자재가 수급되었으니 그다음은 그것을 가지고 무구를 만드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장장이들이 필요하였다.

역시 이런 손이 많이 가는 일은 레인이 적격.

“여기 인원 목록입니다.”

“으음, 좋군.”

그는 순찰대원들의 협조를 얻어 영지 내에 있는 대장장이들을 모조리 긁어모았다. 장인부터 말단 도제까지 말이다.

그래도 만족할 만큼의 인력이 차지 않아 영지 밖까지 물색. 그렇게 뽑은 이가 무려 100여 명이었다.

막상 인원이 모이니 또 다른 문제점이 생겼다.

“야, 망치질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뭐? 어디서 훈계질이야! 실력도 없는 놈이!”

“뭐어? 실력이 없다고! 이 새끼가 진짜!!”

“어, 어? 이놈이 까딱하면 한 대 치겠다! 엉?”

여기저기서가 긁어다 모은 인원이라 그런지 지휘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

저 잘난 줄 아는 장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댔다.

사공이 많으니 같이 따라온 도제들 또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칼슨이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이제 각자 일할 구역을 정해주겠다. 장인들은 각자 맡은 곳에서 해야 할 일을 책임지길 바란다. 만약 또다시 이런 불화를 보였을 시 내 친히 엄벌에 처하겠다!”

[‘[칭호]잔혹한 카리스마’가 발현됩니다.]

“허어억! 영주님, 용서를…….”

“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자비를…….”

칼슨의 위용에 바짝 엎드린 채 조아리는 장인들.

모두 두려움에 떨며 그저 용서를 빌 뿐이었다.

그것을 본 칼슨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사달을 일으키면 처벌을 하겠지만 대신 성과를 보이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주겠다. 그러니 모두 상호 간에 긴밀히 협조하여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예, 영주님!”

“알겠습니다. 영주님!”

[지배력의 영향으로 대상의 충성도가 증가합니다.]

[지배력의 영향으로 대상의 충성도가 증가합니다.]

[지배력의 영향으로 대상의 충성도가 증가합니다.]

[…….]

그렇게 나눠진 대장장이들의 작업장.

그것은 총 6개의 구역으로 구성되었다.

6명의 최고 장인이 각자 기술을 살릴 수 있게 장으로서 그 구역을 이끌기로 하였다.

이렇게 구역들이 나뉘자 분쟁이 줄어들었고 서로 경쟁을 하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칼슨은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비록 사정 때문에 6개로 나눴지만 그는 이들을 관리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를 원했다.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최고의 대장장이 말이다.

그게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반라르였다.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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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라르

나이 : 42세

클래스 : 대장장이

힘 14 민첩성 16 지능 11 체력 18 정신력 15 야금술 17

스킬

최고급 대장기술(에픽/성장)

금속 분석(에픽)

불의 친구(희귀/패시브)

고도의 집중력(희귀/패시브)

칭호

없음

벤투스 왕국의 대장장이.

그 특유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귀족들의 미움을 사 특별히 귀의한 곳이 없다.

미스릴로 제작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며 그것을 제공해준다면 그를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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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대장기술(에픽/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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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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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분석(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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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직관력으로 금속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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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친구(희귀/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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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매우 친숙하게 느낍니다.

어지간한 열로 화상을 입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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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집중력(희귀/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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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집중을 하면 매우 낮은 확률로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집니다.

무아지경 상태에서 만들어진 물건은 주요 성능이 10%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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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쩌는 능력치와 미친 스킬.

칼슨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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