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신규 사용자 등록
지이이이잉─
【마나가 부족합니다. 운영 대상자가 아닙니다. 대상은 신규 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뭐?’
호기롭게 손을 얹었지만 거부당해버렸다.
그 내용을 들어보니 마나가 없어서 자격 미달로 등록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때 눈앞에 뜨는 메시지.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요합니다.]
‘참 빨리도 알려준다.’
마나가 필요한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접근도 안 했었을 텐데. 괜히 손대서 기분만 잡쳤다.
‘어쩔 수 없이 에밀리를 등록시킬 수밖에.’
자신은 마나가 없어서 등록이 거부되었지만 그녀는 다르다. 바로 마나를 보유한 정령사였으니까.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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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나이 : 12세
클래스 : 정령사
힘 5 민첩성 9 지능 13 체력 9 정신력 13 마나 9
충성도 100/100
스킬
물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바람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땅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드레이크 영지의 정령사.
칼슨에 의해 구조되어 그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그를 굉장히 의지하고 있으며 가족같이 생각하고 있다.
최근 몸과 마음이 안정되어 능력치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으며 어두웠던 성격 또한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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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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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를 소환할 수 있다.
마나와 정령 친화력이 상승하면 더욱더 높은 등급의 정령과 계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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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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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를 소환할 수 있다.
마나와 정령 친화력이 상승하면 더욱더 높은 등급의 정령과 계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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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정령 소환(하급)(희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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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하급 정령 노옴을 소환할 수 있다.
마나와 정령 친화력이 상승하면 더욱더 높은 등급의 정령과 계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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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컸어.’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전반적인 능력들이 많이 올랐고 주요 능력치인 마나 또한 크게 상승하였다. 등급으로 따진다면 무려 B등급.
생각해보니 유적을 개방하고 구조물을 활성화한 것도 그녀. 분명 사용자로 등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는 에밀리에게 말을 하였다.
“에밀리, 아무래도 네가 사용자가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예? 영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용자라니요?”
“음, 네 머릿속에 무슨 말이 울리지 않았었니?”
“네, 울렸어요. 사용자 등록을 하라고…….”
그녀가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나타난 울림.
【사용자 등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윽, 이거 맞죠?”
“그래, 아무래도 네가 해줘야 할 것 같아.”
“영주님은요? 아무래도 저보단 영주님이 하시는 게…….”
“아니, 네가 해야 해. 너만이 이것을 할 수 있어.”
“영주님…….”
칼슨의 진중하고도 단호한 태도에 에밀리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나를 높게 봐주시다니.’
자신이 비록 정령사라지만 그녀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늙은 촌장 밑에서 학대받고 능욕당하던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다행히 칼슨이 그녀를 도와 성에 들어올 수 있었고 거기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지금처럼 밝아질 수 있었던 것이지.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허나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영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만이 이걸 할 수 있어.
기감이 뛰어난 그녀라 그 말이 거짓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다.
용기가 났다.
“……알겠어요, 영주님.”
입을 굳게 다물고 제어판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지이이이잉───
【마나 감지.】
【보유량 측정 중.】
【……측정 완료.】
【적합한 대상으로 인지되었습니다.】
【신규 사용자 등록 가능】
【신규 사용자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머릿속에 각인되는 울림에 그녀는 지체 없이 말한다.
“예, 등록하겠어요.”
그 말과 동시에 기이한 소리가 주변에서 나기 시작한다.
키이이이잉─────
【사용자가 등록되었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작업이 있습니다.】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까?】
새로운 그 내용에 그녀는 칼슨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등록은 했어요, 영주님. 그런데 기존에 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고 하는데, 그대로 진행해도 될까요?”
‘기존의 작업? 아 광석을 채굴하고 주괴로 주조를 하던 그 일?’
그녀의 말을 들은 칼슨.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그래, 진행하도록 해.”
“예, 알겠어요.”
그에게 답한 후 다시 판에 마나를 넣으며 말하였다.
“그래요, 진행하세요.”
【기존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콰과과과광.
기이이잉! 기이잉!
그 말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으로 들리는 울림. 그리고 뒤이어 이어진 요란한 소리.
마침내 구조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오오오! 드디어 움직이는구나!’
비록 에밀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였지만 결국 기기를 움직이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가동이 시작된 이상 이 기기는 끊임없이 양질의 주괴들을 뽑아낼 것이다.
“크크, 이제 돈을 쓸어 담는 것만 남은 건가?”
그 성과에 잔뜩 상기된 칼슨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각종 행복 회로를 돌리고 있던 중 새로운 내용이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기기 관리법에 따라 가동 시간은 1일 8시간 이내로 제한됩니다.】
【생산 관리법에 따라 주괴의 1일 생산량은 1톤 이하로 제한됩니다.】
“뭐라고?”
‘기기 관리법? 생산 관리법? 뭔 그런 개떡 같은 법이 다 있어!’
보아하니 고대 문명의 법인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아파오자 인상을 쓰며 손으로 매만졌다.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노동자도 아니고 뭔 놈의 기계에게 그런 법이 있다니.
‘그래도 법정 공휴일은 없나 보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씨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아무튼 그런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바꿀 수 없다고 판단되면 이제 현실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
하루 생산량이 1톤이면 한달에 대략 30톤.
무려 한 달 생산량이 30,000kg에 달하였다.
‘도검의 무게가 보통 2kg이니 대충 1만 5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인가?’
그렇게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물론 전신 갑주는 그보다 10배 이상의 철이 필요하니 그 수가 많이 줄겠지만 여유롭게 계산해도 1,000개는 만들 수 있었다.
말이 1,000이지 전신 갑주 1,000개면 일천의 정예병을 무장시킬 수 있는 양.
어지간한 대영지라도 보유하지 않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였다.
칼슨이 그렇게 머릿속에서 셈을 굴리고 있을 때 에밀리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저, 영주님. 이제 뭐 하지요?”
“응? 아! 에밀리, 으음……. 우리 다른 곳도 가볼까?”
“다른 곳이요?”
“그래, 다른 곳!”
에밀리의 말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칼슨.
이곳에 기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 * *
【현재 마나 보유량으로는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안 된다고 하는데요?”
“뭐? 왜?”
“마나 보유량이 부족하다고 하네요.”
“뭐라고? 이런!”
당황한 칼슨은 에밀리를 데리고 다른 기기로 가 확인해보았다.
【현재 마나 보유량으로는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여기도 안 돼요.”
“정말? 그럼 저기는…….”
【현재 마나 보유량으로는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안된다고 해요.”
“그럼 이쪽…….”
“…….”
그렇게 모든 기기들을 건드려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현재 마나 보유량으로는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역시 안 되네요.”
“하아, 이럴 수가…….”
망했다.
이 많은 기기들 중 움직일 수 있는 게 고작 하나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원재료인 주괴는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
아쉽지만 그래도 레인이 제안한 무구 제조 사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레인이 참 좋아하겠어.’
워커 홀릭인 그에게 새로운 일거리는 삶의 활력소.
게다가 자신이 내놓은 제안이었기에 더욱더 의욕에 불타오를 것이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되자 타이밍 좋게 아래에서 에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분부하신 대로 물품들을 다 정리하였습니다.”
다소 지친 목소리를 보아하니 꽤나 고생을 한 것 같았다.
“그래, 수고했다. 내려가 볼 테니 대기하고 있어라.”
“예, 영주님.”
에드가 대답을 하며 돌아갔다.
그걸 보며 조금 쓴 웃음을 짓는 칼슨.
비록 원하는 바를 다 이루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애초의 목적은 달성하였다.
조금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작동하지 않는 많은 기기들.
그러나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이제는 그저 주어진 것들을 가지고 앞을 보며 가야 할 때이기 때문이었다.
* * *
4개월 후.
추운 계절이 지나고 이제 파릇파릇한 싹이 돋는 날이 왔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따뜻한 기운이 그리웠는지 환한 햇살을 마음껏 즐겼다.
가을에 태어나 겨울을 넘긴 새끼들 또한 난생처음 보는 나비들이 신기한 듯 잡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이제 막 깨어난 자연은 그동안 움츠렸던 굳은 몸을 풀 듯 여기저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런데 그 평화로운 곳에 제법 시끄러운 손님들이 나타났다.
다그닥 다그닥
뭔가 가득 담겨 있는 짐수레들. 그 무게가 상당하였는지 평소 힘이 좋던 노새들조차 많이 힘들어 보인다.
그렇게 물건은 가득 실은 수레들이 무려 스무 대.
무엇을 싣고 있는지 들썩일 때마다 나오는 소리가 꽤나 요란하였다.
“하아암~ 거의 다 왔나?”
“이봐 네프, 아직 한참 남았다고. 정신 좀 차려.”
“아, 그래? 크윽, 어제 잠을 좀 설쳐서 그런가?”
“크크, 뭐래? 밤에 코까지 골면서 잔 놈이.”
“아, 그랬어? 크하하. 거 미안하게 됐구먼.”
“알면 나중에 술이나 사라고.”
“흐흐, 알았네 쿤츠. 내 도착하면 거하게 한잔 사겠네.”
“하하, 자네 그 말 꼭 지켜야 하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있는 두 사내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신 갑주를 착용한 것으로 보아 정규 병사임이 분명했다.
그들의 뒤로 제법 많은 인원들이 짐수레를 호위하듯 둘러싸며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드레이크의 병사들.
영지 북쪽에 있는 체키스 산에서 생산한 물품을 드레이크 성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스한 봄. 길을 가로지르며 가던 중.
눈앞에 어느덧 그들의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이 네프, 이제 성이 보인다.”
“크크, 벌써부터 술이 당기는가?”
“크하하, 그럼. 일을 마치고 마시는 한잔. 게다가 남이 사주는 것인데 어찌 당기지 않겠나?”
“푸하하, 그래. 내 오늘 확실히 쏠 테니 원 없이 마셔보게.”
“하하하, 그래. 고맙게 잘 마시겠네!”
오랜만에 회포를 풀 생각으로 절로 흥이 나는 둘.
그들뿐만이 아니다.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와서인지 일행 전부가 상당히 들떠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대로 길을 따라 성을 향해 나아갔다.
* * *
땅! 땅! 땅!
이른 아침부터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체키스 산에서 광맥이 발견됐다고 한 지 넉 달.
그동안 드레이크 성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