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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22화 (22/162)

21화 세리나 드레이크

“솔직히 그 당시 나도 너를 도와주러 가고 싶었어. 그런데 왕실에서는 허락해주지 않았다고. 내가 가면 왕실이 개입한 형국이 되어버린다나 뭐라나?”

“뭐? 왕실이?”

하긴 왕실은 영지전을 허가할 뿐이지 어느 누구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니까. 만약 세리나가 개입했다면 왕실의 입장이 곤란했을 것이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칼슨. 세리나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그리고는 나를 북부로 보내버리더라고? 거기서 이민족들이랑 싸우느라 날밤을 지새우며 연락할 틈이 없었어. 너도 들어본 적 있을 거야. 그놈들이 얼마나 독한 놈들인지.”

북방의 이민족.

칼슨도 들어보았다. 사람을 산채로 잡아먹는다는 악마와도 같은 족속들. 왕국에서 주기적으로 토벌대를 보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끊임없이 나타나 북부를 약탈하였다. 왕국 입장에서 그놈들은 몬스터 무리나 다름이 없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해를 하여도 그녀에게 서운한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그놈들이랑 붙어먹느라 이제야 여기 온 거야?”

조금 전보다 화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투. 그 모습을 본 세리나는 쓴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비록 사정이 그러했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어. 어찌 됐든 도움을 못 준 것은 정말 미안하다.”

담담한 어조의 사과. 그러나 그 마음이 칼슨에게도 전해졌기에 어느새 서운했던 앙금도 눈 녹듯이 사라져갔다.

‘제길, 이런 게 혈육의 정인가?’

비록 자신이 칼슨 드레이크의 몸에 들어와 있지만 기억도 공유하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그녀가 남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 애초에 서운한 마음도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생겼던 것이다.

‘후우……. 그래도 하나뿐인 친누나인데 너무 야박하게만 대할 순 없겠지.’

그런 그녀를 지그시 보며 칼슨은 다시 대화를 나눴다.

“알겠어. 누나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게 정말 미안해한다는 것. 둘 다 확실히 알아들었어. 그런데 듣다 보니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어.”

“궁금한 점? 뭐가 또 궁금한데.”

‘누나’라는 말에 조금 들뜬 듯 톤이 높아진 세리나. 잠시 뜸을 들인 칼슨은 조용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영지전 같이 급박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같이 평온한 시기에 서신 하나 없이 찾아오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서 말이야.”

“그야, 하나뿐인 동생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아닌 거 아니까 어서 사실대로나 말해.”

팔짱을 낀 채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주시하자 세리나는 두 손을 벌린 채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야, 우리 동생 예전과 달리 눈치가 백 단이네. 이거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그래, 그러니까 어서 여기 온 용건이나 말하시지요, 누님.”

“야, 왜 이렇게 야박하게 구냐? 내가 꼭 뭔 일이 있어야만 너를 찾는 사람처럼 보이게.”

“그래서? 정말 아무 용건 없어? 진짜?”

“……있지.”

끈질긴 칼슨의 추궁에 세리나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의 말대로 사실 그녀는 용무가 있어서 여기에 왔다. 그것도 서신을 보낼 여유조차 없이 급한 일이었다.

“우리 공주님께서 너를 긴밀히 만나보고 싶어 하신다.”

“푸악! 뭐?”

“으아악! 뭐야! 더럽게!!”

차를 마시고 있던 와중 황당한 말을 듣자 그대로 뿜어 버린 칼슨. 그 파편을 그대로 맞아버린 세리나는 오만상을 한 채 투덜거렸다.

“다시 말해 봐. 그러니까 공주님께서 날 만나보고 싶다는 거야? 왜?”

“그래, 으……이거 의관 복이라 비싼 건데 에휴…….”

당황하는 칼슨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옷이 더럽혀진 것에 짜증을 내는 세리나. 어느 정도 물기를 털어내자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네게 관심이 있어서 그렇지, 뭐. 듣자 하니 저번 영지전 때 활약도 그렇고 이번에도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이야?”

“뭐? 그런 건 또 어떻게 알아?”

자신이 영지전에 활약한 건 분명하지만 그걸 지켜본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자신은 고작 자작에 불과한 작은 변방의 영주. 그런 자신이 하는 일을 왕실의 공주가 세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칼슨은 꽤나 놀랐다.

“우리 공주님이 제법 좋은 정보망이 있어.”

자신의 일마냥 어깨에 힘을 주며 말하는 세리나. 칼슨은 도대체 그녀가 누군지 궁금하였다.

“아까부터 우리 공주님 그러는데, 도대체 어느 공주가 그렇게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건데?”

“아, 그러게. 그러고 보니 말을 안 해주었네? 바로 엘리시아 공주님이셔. 이번에 내가 호위로 배정된 공주님이시지.”

“엘리시아? 엘리시아 던 카르시아?”

“맞아, 바로 그 분이시지.”

칼슨의 기억이 맞다면 현 왕실은 3명의 왕자와 4명의 공주가 있다. 엘리시아는 바로 4번째 공주였던 것.

‘그 공주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영민하기로 소문난 그녀의 나이는 고작 17세. 칼슨보다 2살이나 어렸다. 그렇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녀는 손수 보여주었다.

그녀는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3살 때 이미 글을 깨우쳤으며 5살 때 문학과 산술을 익혔다.

그리고 그녀가 7번째 생일을 맞은 그때 그녀는 서클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무려 4서클이라는 경지에 올라 왕국 최연소 4서클 마법사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공주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단다. 칼슨은 도저히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군. 하긴 나도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었으니까. 어쨌든 관심이 있다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거야.”

“…….”

세리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가 여기에 직접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이 됐다.

아무리 17세의 소녀고 왕위 계승권에서 먼 공주라지만 그래도 그녀는 왕실의 일원. 사적으로 다른 남성과 만난다면 추문이 돌 것이다. 그것도 자신 같이 미혼의 젊은 귀족 남성이라면.

그러기에 긴밀해야 했고 그 누구에게도 새어나가면 곤란했다.

‘그런데 그게 급하게 올 이유가 되나?’

그냥 만나보는 거면 세리나를 이리 급하게 보낼 필요가 없다. 시간 될 때 여유롭게 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급히 세리나를 보낸다? 아무래도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부하기도 힘들고 말이야…….’

어찌 됐든 그녀는 공주다.

왕실의 일원이며 불세출의 천재. 청을 거부하여 괜히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막 시찰을 마무리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

이 기회에 연줄을 만들어 인맥을 쌓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칼슨은 세리나에게 말을 하였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언제 왕성에 가면 되는 거지?”

“왕성? 하하하, 지금 무슨 소리야? 누가 왕성에서 보자고 해.”

칼슨의 말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칼슨이 잠시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하자 세리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왕성에서는 보는 눈이 많아 어떻게든 알려지게 된다고.”

“그럼?”

“일주일 뒤에 공주님이 인근 로우링 영지에 방문하시거든? 그때 만나기로 해.”

로우링 영지.

그곳은 드레이크 영지 동북 쪽에 위치한 영지로 로우링 자작이 영주로 있는 곳이었다.

영지 크기는 드레이크 영지보다 조금 작으나 산지가 적고 대부분 평야로 되어 있어 벤투스 왕국에서 밀이 많이 생산되는 곳 중 하나였다.

“로우링 영지가 어디 촌 동네도 아니고 그렇게 이야기하면 나보고 어떻게 찾아가라는 거야?”

“당연히 못 찾지. 그러니 너는 그때 우리가 정해주는 숙소에 묵도록 해. 그럼 알아서 찾아갈 테니까.”

“숙소? 거기가 어딘데?”

“로우링의 도시 에모르. 거기서 ‘검은 보리’ 여관을 찾아서 묵도록 해. 그리고 거기서 명부를 작성할 텐데 그때 본명은 쓰지 말고 ‘카인’으로 적어.”

“검은 보리, 카인. 그래 알겠어. 그럼 그때 보기로 하지. 그것 말고 추가로 내가 알아야 될 사항은 있어?”

“아니, 없어. 그런데…….”

갑자기 말을 하다 끊는 세리나. 그렇게 뜸을 들이자 칼슨은 조금 불안해졌다.

“도대체, 뭔데 그래?”

“내가 그리언 경에게 들었는데 너 오러를 쓸 수 있다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나 했더니 고작 오러 이야기라니. 생각 외로 평범한 소재에 칼슨은 맥이 풀렸다.

“그래, 그런데 그건 왜?”

“그렇단 말이지? 흐흐…….”

갑자기 사악하게 웃자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칼슨은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이 누님이랑 대련 한 번 해보자!”

“뭐!”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되서 잊고 있었다. 그녀가 엄청난 검술광이라는 사실을.

* * *

기사들이 대련할 때 쓰는 연무장.

영지전 이후 전투의 열기를 잊지 못한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사용했었다. 하지만 최근 일들이 바빠서인지 꽤나 한가해진 상태. 그런데 그곳에 웬일로 오늘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같은 백금의 머릿결. 신장도 비슷하였다. 다만 체형으로 알 수 있듯 둘의 차이점은 한 명은 여성, 다른 한 명은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세리나 드레이크와 칼슨 드레이크였다.

“이야, 여기는 예전 그대로네?”

“예전 생각나나 봐?”

칼슨의 말에 세리나는 피식 웃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예전 생각나지. 어렸을 때 너랑 여기서 대련했던 게 생각나네. 어렸을 때라지만 그때 넌 정말이지 형편없었고. 키킥.”

“굳이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해?”

비록 자신이 아닌 칼슨의 기억이었지만 썩 좋았던 기억이 아니기에 퉁명스럽게 답하였다.

‘그건 그렇고 정말이지 놀랍네.’

[인물 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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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드레이크

나이 : 21세

클래스 : 기사

힘 15 민첩성 17 지능 9 체력 18 정신력 15 오러 11

스킬

비전검술-갈고리(희귀)

이성보단 본능(희귀/패시브)

벤투스 왕국 왕실 기사.

드레이크 가의 장녀.

검술의 재능과 열정이 뛰어나며 각고의 노력 끝에 왕실 기사단에 입단하였다.

최근 북방 이민족 토벌을 다녀오고 크게 성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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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검술-갈고리(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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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를 고도로 압축시켜 절삭력을 극대화하였다.

공격이 일반적인 방향이 아닌 사각으로 들어오기에 처음 상대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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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단 본능(희귀/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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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자신보다 빠르고 강한 자를 상대할 수 있지만 변칙 공격에는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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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민첩성, 정신력은 A. 그것도 민첩성은 초입이 아니라 거의 끝자락에 올라 있다. 지능 또한 평균 이상인 B에 체력은 무려 S급이다. 그리고 특히 기사의 주 특성인 오러는 무려 11. B급 상위에 수준이었다.

게다가 비전 검술을 포함한 스킬 또한 2개.

‘이 정도면 그리언 경은 상대도 안 되겠는걸?’

그리언 경이 나이는 들었지만 그래도 가문의 기사들 중 최상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세리나는 그런 수준을 아득히 벗어나 보였다. 과연 왕실 기사단다웠다.

“자, 준비됐어? 그래도 선공은 양보할게.”

선심 쓰듯이 말하는 그녀.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여유로움이 흘러넘쳤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얕잡아 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인물정보 열람’으로 본 그녀의 상태창을 보니 가히 그럴 만하다 여겼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고.’

칼슨 또한 최근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기에 속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알았어. 그럼 시작한다.”

각오를 굳힌 칼슨은 검 끝에 오러를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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