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순찰대
영지전이 끝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어느덧 찬 바람이 부는 가을 끝자락에 왔다.
드레이크 영지 서쪽 셀로윈 숲.
그 근처에 위치한 셀포레 마을의 토박이 청년 짐은 잠이 덜 깬 얼굴을 하며 마을 회관으로 갔다.
“도대체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성에서 귀한 분이 오셨다는 촌장님의 말에 무척이나 졸렸지만 그래도 꾹 참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그곳에는 그 말고도 자신 또래의 친구들이 모두 와있었다.
“어, 페트? 너도 왔냐?”
“짐? 너 또 늦잠 잤지? 저기 막스도 와있어.”
“이야 늦잠꾸러기! 이제 왔냐?”
“야 막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그나저나 우리 말고도 마을 남자들은 여기 다 모였네?”
“그러게 말이야. 성에서 오신 귀한 분이라는데 그냥 오셨으면 촌장님한테 대접이나 받고 가시지 왜 우리까지 이리로 오라는 거야?”
막스의 투덜거림을 보고 피식 웃는 짐. 그의 말대로 회관에는 그들과 같은 청년뿐만 아니라 중년의 남성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저기 샘 삼촌, 이쪽엔 구스 아저씨. 아 저쪽에는 빌 아재도 보이는데?”
“어이 페트, 그만 좀 가리켜. 나도 봐서 알고 있어.”
이렇게 한 곳에 남자들만 모인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조금 들떠있는 페트. 짐은 그런 그를 진정시키려 한마디 하였지만 자신 또한 이런 상황이 조금 신기해 보이긴 하였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 와중 앞에 있는 단상 위에 촌장과 낯선 남성이 나타났다.
“도대체 누구지?”
“글쎄……?”
아마 성에서 왔다는 귀한 분 같아 보이는데 그 행색이 좀 이상했다. 귀한 분 치고는 복장이 수수하였고 얼굴도 살이 없어서인지 광대뼈가 도드라지도록 홀쭉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그 눈빛은.
‘허억!’
그 섬뜩함에 마치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마치 굶주린 늑대가 절로 생각나는 그런 눈빛.
짐뿐만 아니라 이 안에 모두가 그걸 느끼는지 어느새 웅성거림이 사라지고 잔뜩 긴장된 분위기만이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회장이 조용해지자 그 남성은 천천히 입을 열며 말하기 시작하였다.
“내 이름은 필립 쉐이드. 이곳 셀포레 마을에 파견된 순찰대원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워낙 말이 짧기에 사람들은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안 되었다.
‘순찰대원? 그게 도대체 뭐야?’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짐. 그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어리둥절해하고 있었지만 그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부터 내가 너희들을 훈련 시켜주겠다. 훈련은 나흘에 한 번. 한번 할 때 8시간씩 한 달에 총 56시간씩 하기로 한다.”
‘갑자기 뭔 소리야 저게?’
다짜고짜 훈련이라니?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는 말만 하는 자였지만 성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것과 그가 뿜어내는 알 수 없는 위압감 때문에 뭐라 말도 못 하고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
“만약 훈련에 불참한다고 하면 영주님께서 친히 엄벌을 내리신다고 하셨다.”
‘뭐, 엄벌을 내린다고?’
이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그 일방적인 엄포에 모두들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윽고 필립이 내미는 제안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 훈련을 성실히 이수한 자는 달마다 밀 한 주머니를 주도록 하겠다.”
‘뭐! 밀을 준다고? 그것도 저렇게 많이?’
제법 큰 주머니를 들어 그들에게 보이자 제법 흥미가 돋는 이들이 생겼다. 견물생심이라 그런지 아무 생각 없던 자들도 그것을 보자 꽤나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말, 훈련을 받으면 그것을 주는 겁니까?”
눈이 초롱초롱해진 막스가 확인하듯이 물었다. 이에 필립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또렷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물론이다! 훈련에 성실히 임한다면 여기에 있는 누구나 밀 한 주머니를 주도록 하겠다. 이는 영주님의 명이기에 반드시 지켜질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오오오, 이게 도대체 웬일이야?”
영주의 명이라는 확실한 약조. 그 말에 모두들 환호하며 기뻐하였다. 하지만 필립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아마 저들 중 대다수가 곡소리를 내며 울고불고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크크크,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그의 생각을 알 길이 없는 마을 사람들은 그저 밀을 받는다는 생각에 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재앙은 생각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 * *
영주 집무실에 있는 두 사람. 칼슨과 우터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순찰대에 관한 것.
“그래, 순찰대원들이 슬슬 마을에 파견되기 시작했다지?”
“예, 영주님. 이제 순차적으로 각 마을을 돌며 일을 시작할 겁니다.”
“음, 좋아. 자네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순찰대장.”
“아닙니다. 저는 영주님의 말에 충실히 따랐을 뿐입니다.”
“그래, 알았네.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주길 바래.”
“예, 영주님!”
힘찬 그 대답에 칼슨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역시 이놈은 진짜배기야.’
반년 전 순찰대 창설을 언급한 이후 그동안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깜짝 놀란 일이 바로 눈앞에 있는 우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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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터 하인츠
나이 : 27세
클래스 : 레인저
힘 16 민첩성 20 지능 15 체력 15 정신력 14 마력 7
충성도 107/100
스킬
바람살(에픽)
백발백중(희귀)
듀얼 컨트롤(희귀)
회심의 일격(고급)
냉정(일반/패시브)
칭호
일인지하
일당백
드레이크 영지의 순찰대장.
최근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여 각성하였다.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며 각종 스킬, 칭호가 생겼다. 또한 특전으로 인해 클래스도 자동으로 변경되었다. 영주에 대한 충성도가 한계치 이상으로 초과하였기에 ‘일인지하’ 칭호를 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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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살(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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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이용해 화살에 바람의 힘을 싣습니다. 위력이 대폭 증가하며 화살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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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백중(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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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극대화하여 목표하는 대상에 정확히 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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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컨트롤(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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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2가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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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의 일격(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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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허점을 감지하여 일격을 가합니다. 피해가 대폭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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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일반/패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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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동요 없이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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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일인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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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하는 대상 외에 어떠한 것이든 굴하지 않습니다. 그게 만약 신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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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일당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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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적에게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아군의 수가 적을수록 그 효과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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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시 봐도 미쳤네?!’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이렇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그가 복귀하고 처음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설명에는 각성했다고 쓰여 있었고 분명 그가 확실하였기에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충성도는 왜 저래? 원래 100이 최대 아니었어?’
한계치를 넘은 충성도를 보며 기가 막혔던 칼슨.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레인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한숨이 나왔다. 분명 충성도 99로 매우 충직한 녀석이긴 한데 다른 이들이 그걸 넘어버리니 조금 찜찜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후, 그래도 어쩌겠어. 그러려니 해야지 뭐.’
어찌 됐든 레인은 유능하였다. 본인의 일 말고도 인재 영입 및 순찰대 모집까지 다 해내고야 마는 믿음직스러운 일꾼이었다.
순찰대원 모집 대부분의 일을 비록 레인이 역임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중요한 컨택은 칼슨이 직접 하였다.
‘스킬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힘들었어.’
레인이 처음에 뽑아온 후보군들만 무려 300여 명. 제법 신경 써서 뽑아서인지 그 능력들은 쓸만하였지만 문제는 충성도와 성향. 대다수가 충성도 70 이하의 불충한 놈들이라 그대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가려진 이는 불과 100여 명. 그런 그들에게 칼슨은 자신이 직접 정신교육을 진행하였다.
[지배력의 영향으로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지배력의 영향으로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지배력의 영향으로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
그렇게 지배력 빨로 겨우겨우 충성도를 90 이상으로 맞춘 후 순찰대로서의 훈련을 시작하였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체력훈련이었다.
“45번 훈련병 똑바로 못합니까?”
“아, 아닙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목소리가 작습니다. 다시 합니다. 다시 스무 번. 몇 회?”
“이십 회!”
“안 들립니다. 다시 삼십 회. 몇 회?”
“사아암! 시입! 회에에!!”
“좋습니다. 그럼 삼십 회. 마지막 구령은 생략한다.”
휘이익~ 휙 휙 휙!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하나, 둘…….”
칼슨이 우터에게 몸소 가르쳐 준 PT 체조. 그는 그걸 단숨에 익혀버리며 칼슨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하였고. 그 후 교관이 되어 마치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훈련병들을 교육시켰던 것이다. 체력훈련 다음으로 했던 것이 병장기 교육.
“다들 창을 똑바로 들어라!”
“어이, 거기. 자세가 틀려먹었잖아!”
병장기 교육의 담당은 기사 에드와 병사들이 조교하여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었다. 그 뒤로 행정이나 회계 등 몇 가지 교육을 더 마치고 나니 마침내 그들은 정식 순찰대원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식으로 순찰대원이 된 이가 총 45명.
중간에 낙오한 이가 많아서 이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완벽하게 교육을 마쳤기에 믿고 일을 맡겨도 되었다.
다만 마을의 수만큼 그 수를 채우지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레인이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하였다.
“굳이 마을당 한 명씩 보낼 필요 있습니까? 한 명이 근처 마을 여러 군데를 관할해도 될 거 같은데요?”
그렇게 해서 순찰대원 한 명당 적게는 셋, 많게는 다섯 마을 정도를 맡아서 파견 가게 되었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12명의 인원이 남았다.
그렇게 남은 인원은 성내에 머물면서 파견된 순찰대원의 일을 돕거나 아니면 다른 특수한 일을 맡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내가 시찰을 나가보는 게 좋겠지?”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순찰대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 말이 맞다. 아무리 영주의 칙령을 가지고 간다고 한들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냥 낯선 사람이 와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꼴에 가깝다.
만약 영주가 시찰을 나가 몸소 그것을 인증해준다면 주민들은 순찰대원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바로 가봐야겠군.”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래, 순찰대장이 함께한다고 하니 내가 아주 든든해.”
“별말씀을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 그럼 어서 준비를 하자고.”
“예, 영주님.”
그렇게 칼슨은 시찰을 위해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