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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지가 제일 강함-16화 (16/162)

15화 피요르 남작가와의 영지전(8)

“다시 한번 말해 보거라!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지금 적이……, 드레이크 군이 성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게 무슨…….”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그는 곧장 밖으로 나와 발코니로 향하였다. 나와서 밖을 살펴보니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드문드문 달빛에 비추어진 형체들이 보였다. 대략 그 수만 수십여 명. 지금 그 병력들이 성문을 지나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놈들은 계속 자신들의 영지에서 전투를 벌여왔다. 소식이 끊겼던 그곳에서 전투에 승리했다 하여도 여기까지 오기엔 시간적으로 말이 안 되었다.

“어서 병사들을 모아 결사 항전하라!”

“네, 그런데 영주님. 지금 남아있는 병사가 거의 없습니다.”

“뭐라고? 아…….”

그러고 보니 기사단장인 페론이 남은 병력들을 모두 긁어모아 출진한 상태다.

“그, 그럼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 것이냐?”

“저, 그게……. 성내 경비병 열 명 정도가 전부입니다.”

“뭣이? 열 명!”

큰일이었다. 솔직히 열 명으로는 그들을 상대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기사들 또한 전부 밖으로 나간 상태.

“크윽! 어째서 이런 일이!!”

당면한 상황에 치를 떨었지만 지금은 어서 이곳을 피해야 한다. 적들이 여기까지 들이닥치면 자신은 꼼짝없이 잡힐 테니까.

“경비병들은 최대한 저들을 저지하도록 해라! 내가 피할 수 있게 시간을 벌란 말이다!”

목이 터져라 외치며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몸이 무거워서인지 움직이는 속도가 시원치 않았다.

“헉! 헉! 이익, 내 이 수모를 반드시 갚아주겠다!”

숨을 헐떡이던 그는 이를 갈며 화를 내었다. 고작 몇십 걸음 걸었을 뿐인데 이마에 땀이 줄줄 흘렀다. 숨 쉬는 것조차 가빠지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피요르 남작. 그렇게 힘들게 도망쳤지만 결국 적들에게 뒤를 잡히고 말았다.

“저기다! 저기 피요르 남작이 있다!”

“히익! 무능한 놈들! 고작 시간 버는 일조차 못하다니!”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부른 과욕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 탓을 한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으며 필사적으로 그곳을 벗어나려 하던 순간이었다.

푹!

종아리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우당탕탕.

“끄어어헉!”

곧장 정신을 차린 피요르 남작은 자신의 다리를 살펴보았다. 그곳을 보니 종아리에 화살이 박혀있었으며 상처 주위로 피가 흥건히 번져나갔다.

“화, 화살?”

적은 무려 몇백 보나 뒤에 있었다. 저 거리에서 정확히 다리를 맞추다니.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 궁수가?’

용병단을 홀로 무너뜨렸다는 궁수. 그때 보고를 받았을 때는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그게 사실이고 자신을 쏜 자가 그가 맞다면 자신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있는 힘을 쥐어짜 일어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푸욱!

“으으윽!”

이번엔 반대편 다리에 화살이 박혔다. 두 다리 모두 힘이 빠진 피요르 남작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 그러기에 순순히 잡히시지 왜 계속 도망가고 그러십니까?”

“크으으윽!”

어느 순간 다가온 한 남성. 한 손에 활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그가 쏜 게 분명하였다.

“큭, 이런 빌어먹을! 네 놈은 도대체 누구냐?”

“예? 저 말입니까? 어…. 저는 우터입니다. 우터 하인츠.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보십니까?”

“…….”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아마 드레이크 영지의 행정관이 그런 이름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자신이 뒷돈을 먹인 재무관 놈이랑 나름 친분이 있던 놈인데 왜 이놈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을 몰아세우는가?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피요르 남작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자, 이제 그만 포기하시고 순순히 포박에 응하시길 바랍니다. 이봐, 어서 이분을 포박하도록 해라!”

“예, 대장님.”

그의 명에 병사 둘이 달려와 피요르 남작을 밧줄로 묶기 시작하였다.

“끄응, 이놈들! 내 기필코 이 수모를 잊지 않으마! 특히 너 우터라고 했지? 네놈은 특별히 꼭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네? 피요르 남작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상대의 으름장에 조금 곤란해하는 우터. 그것을 본 피요르 남작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옳지! 저놈을 잘 구슬리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어!’

놈을 보아하니 조금 어수룩해 보였다. 만약 이대로 잡혀가다간 정말로 끝장이었다. 비록 죽지는 않겠지만 협상에서 완전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 까딱하다간 영지가 몽땅 털릴 수도 있었다. 혹여나 적지로 간 아군들이 승리하였는데 이렇게 자신이 잡혀버린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최소한 그 결과라도 알기 전까지는 놈들에게 잡혀서는 안 되었다.

“물론이고말고! 감히 귀족인 나에게 이런 수모와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 내가 그것을 그냥 가만둘 성싶으냐?”

“남작님, 지금은 영지전 중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도주하고 계셨는데 어찌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닥쳐라! 네 놈의 무례한 행동은 내 친히 왕실에도 알려 엄벌을 받도록 할 것이다.”

“…….”

우터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지자 피요르 남작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흐흐, 그래.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겠지?’

이렇게 압박하다 놈이 굽히고 나오면 그때부터 딜을 걸어볼 계획이다. 자고로 협박과 회유는 예전부터 그가 자주 행하던 방법이었다.

“후, 그럼 제가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슬슬 떡밥을 문듯하였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흠, 나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다오. 그렇게만 한다면 이 일을 함구함은 물론이고 추후에 큰 보상을 주도록 하겠다.”

“……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우터는 병사들을 향해 다시 명을 내렸다.

“그만 풀어드려라.”

“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당황하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나 우터는 재차 입을 열며 말하였다.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니 어서 포박을 풀어라.”

“……예, 알겠습니다.”

거듭되는 그의 요청에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매듭을 다시 풀었다. 밧줄이 풀리자 몸이 자유로워진 피요르 남작.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우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다행히 꽉 막힌 자가 아니로군. 자, 부디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다오.”

“예, 그러지요.”

순순히 자신의 말을 듣는 그를 보고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양다리에 화살을 맞아 도저히 혼자 걸을 수 없었던 그를 우터가 부축했다.

“크윽, 사, 살살하거라. 무척이나 아프구나.”

“네, 알겠습니다.”

조금 걸음을 늦추자 한결 편해지는 걸 느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 곧 실외가 뚫린 곳까지 이동하였다. 밖을 얼핏 보니 성 내 여기저기 불이 붙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그가 알고 있는 곳 또한 화마에 휩싸여 있었고 말이다.

“아, 안 돼!”

“왜 그러십니까?”

“저, 저곳은 내 아들 내외가 거처하는 곳이란 말이다!”

“예?”

“젠장! 이 빌어먹을 드레이크 놈들! 만약 내 아들 손자의 손끝이라도 다쳤다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에겐 자식이 3명 있었다. 총 2남 1녀였으며 장녀인 미네르와 장남인 티폰, 차남인 리바스탄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장남인 티폰이 병으로 일찍 죽고, 그렇게 차남인 리바스탄이 그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있던 거처가 불에 휩싸여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 그가 있다면 이미 잿더미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으아아아아!”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피요르 남작. 그런 그에게 우터가 뒤에서 조용히 말을 걸었다.

“괴로우십니까?”

“……?”

어떻게 보면 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 그러나 서늘한 감각이 남작의 뒤통수에 스며들었다. 그가 섬찟 놀라며 뒤돌아보려는 찰나.

퍼억!

“으어헉!”

우터가 그대로 피요르 남작을 차버렸다. 비대한 몸의 그는 팔을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으려 하였지만 그러기엔 우터의 발차기가 너무 강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쿠우우웅!

긴 비명 소리가 멈추며 그대로 바닥에 추락한 피요르 남작. 무게 때문인지 바닥에 부딪혔을 때 그 소리가 굉장히 컸다. 게다가 머리부터 떨어졌는데 그 육중한 몸무게가 더해져서인지 그대로 목이 꺾이며 절명하였다. 다소 참혹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본 우터.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며 중얼거렸다.

“이제는 괴롭지 않으실 겁니다.”

차분한 말투. 어찌 됐든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저승에서 아들 내외와 만나든 그게 아니면 죽어서 아무것도 못 느낄 테니 말이다.

* * *

“도, 도대체 왜 저기에 드레이크의 깃발이 꽂혀 있는 거냐?”

병력을 수습하고 피요르 영지로 돌아온 기사단장 페론. 그는 눈앞의 모습을 보고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얼굴이었다.

병력도 자신보다 열세하였고 비록 자신들이 패하였지만 분명 적진에서 꽤나 격렬하게 전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저기에 놈들이 있는 것인가.

“저, 이제 어떻게 합니까. 기사단장님.”

“……백기를 올려라. 이 전쟁은 우리가 졌다.”

“예에? 영주님이 피신하셨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영주님이 현재 어디에 계시는지 혹시 아는가?”

“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을 확신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한들. 지금 우리 병력으로 뭘 할 수 있겠나. 거기다 지금 식량도 거의 바닥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식량을 언급하자 말이 쏙 들어간 기사. 그도 그렇고 병사들까지 배식을 줄여 겨우 연명하고 있던 상태였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지친 몸을 이끌며 겨우겨우 여기까지 왔던 것. 그나마 성에 도착해 이제 배고픔이 끝날 줄 알았지만 설마 적에 손에 넘어갔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만일 추후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 모든 걸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니 모두 항복하도록 한다.”

“예,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알겠습니다.”

비장한 페론의 말에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그날 드레이크 자작가와 피요르 남작가의 영지전은 드레이크의 승리로 마무리가 되었다. 불과 영지전을 벌인지 보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 * *

영지전에 승리했다는 소식은 칼슨에게도 날아왔다.

“뭐? 피요르 남작이 죽었다고?”

“예, 제압하려 했지만 끝끝내 도망치려 하다 그만 발을 헛딛어 성 아래로 추락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음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될 자가 그를 대신하여 보상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수고했어, 이만 가보도록 해.”

“예.”

보고를 마친 레인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섰다.

그 순간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피요르 남작가와의 영지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성과 측정 중…….]

뚜 뚜 뚜.

[측정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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