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영지가 제일 강함-9화 (9/162)

8화 피요르 남작가와의 영지전(1)

띠링-

[퀘스트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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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요르 남작가와의 영지전.

원한을 가진 피요르 남작가가 자신의 재력과 영향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영지전을 신청하였습니다. 피요르 남작가와의 영지전에서 승리하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보상

1. ?

2. ?

퀘스트 실패 시

사망

이 퀘스트는 강제 수락 퀘스트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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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도 퀘스트네.’

게다가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거절도 못 하는 강제 퀘스트가 되어버렸다. 조금 황당했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며 다시 머리를 굴렸다.

‘일단 피요르 남작가의 병력 사항을 알아야겠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일단 상대방의 전력을 잘 알아야 내가 이길 수 있는 방안이 생긴다. 그렇게 여긴 칼슨은 레인에게 명을 내렸다.

“시종장, 당장 가신들을 불러와. 그리고 피요르 남작가의 전력도 좀 알아 오고.”

“네, 알겠습니다. 영주님.”

영주의 말에 그대로 부복을 하며 바로 몸을 움직이는 레인.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앞으로 닥쳐올 전쟁에 대해 고심이 깊어지는 칼슨이었다.

* * *

드레이크 영지에서 동쪽으로 붙어 있는 피요르 남작령. 영지 중앙에 위치한 바이언 성은 남작령의 성치고는 꽤나 규모가 큰 성이었다. 원래 이곳은 여느 남작령의 성만큼 그 크기가 볼품없었지만 수완이 뛰어난 현 피요르 남작에 이르러 그가 이룩한 막대한 부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크게 바꾸어놓았다.

바이언 성 영주 회의실.

드레이크 영지의 것보다 대략 두 배 정도 되는 이곳에 피요르 남작과 그의 가신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제일 상석에 앉은 피요르 남작. 제법 두툼해 보이는 뱃살로 인해 옷이 꽉 끼어 보이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보고 비웃는 이는 없었다. 비록 금력으로 이룬 힘이지만 그 영향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회의장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그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방금 들어온 소식에 그는 잘 말려진 콧수염을 건드리며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래, 왕성에서 허가가 떨어졌다고?”

“네, 영주님. 이제 언제라도 출진할 수 있습니다.”

“좋군, 그럼 당장 그 건방진 드레이크 젖먹이를 밟아줘야겠지. 클란 경, 혹시 렌달 용병단에서 연락은 왔나?”

영지의 재무관인 그를 보며 물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세드릭 클란.

“예, 무려 300명의 인원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거기다 B급 용병 10명에 A급 용병까지 보낸다고 하니 부족하진 않을 겁니다.”

“그렇군, 역시 돈값은 하는구먼. 비싸긴 해도 왕국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용병단이라 그런지 확실하구먼. 크큭.”

가신의 보고에 흡족한 듯 비릿한 미소를 보이는 피요르 남작은 기사단장 페론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럼 놈들의 병력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예, 현재 저희 측에서 파악하기로 놈들의 병력은 기사 8명, 병사 200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흥, 듣던 대로 형편없군. 자작령이나 돼서 고작 그 정도뿐이라니 혹시 숨겨둔 병력이나 특이점은 없나?”

“네, 조사한 바로는 없습니다. 혹여나 징집병을 긁어모은다 해도 기껏해야 300명 정도가 한계일 것입니다.”

“징집병 300이라…. 크큭, 이거 질 수야 질 수가 없는 싸움이 되겠어. 하하하!”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즐거운 듯 이를 드러내며 웃는 피요르 남작. 그도 그럴 것이 징집병은 일반 영지민을 착출해 만든 병사들이다. 훈련도 받지 않았고 무장 또한 형편없기에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숫자를 모은다 해도 그저 화살받이에 불과한 것들이라 볼 수 있었다.

“그 정도면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고 용병단 만으로도 쓸어버릴 수 있겠어. 안 그런가?”

“네, 맞습니다. 영주님. 솔직히 저는 너무 싱겁게 끝날까 봐 걱정입니다.”

“크크, 그런가? 그래도 우리 병사들 훈련 상대 정도는 돼야 할 텐데. 그거 또한 걱정이군그래. 아니 그런가? 크하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이미 영지전 승리는 기정사실인 듯한 분위기. 그들의 웃음소리가 성 밖에 들릴 정도로 소란스럽게 퍼져나갔다.

같은 시간 드레이크 영지 회의실.

“뭐? 피요르의 병력이 300이나 되는데 거기다 용병단까지 참전한다고?”

“예, 게다가 그 용병단도 유명한 렌달 용병단입니다. 듣기로는 300명 정도가 참전한다 하고 그 안에 B급 용병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병력 차이만 해도 벌서 3배다. 그리고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용병단에 B급 용병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B급 용병이면 기사급 정도의 실력자들. 게 중에는 오러를 쓰는 자도 있기에 그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위협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피요르 남작가의 기사가 5명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것참 퍽도 다행이로군. 응?”

이어진 레인의 말에 칼슨은 짜증이 밀려와서인지 신경질적으로 말을 토해내었다. 이미 용병단 만으로도 자신들의 병력을 압도하는데 기사가 5명이든 10명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 항복해야 합니다. 영주님!”

“뭐요? 재무관 지금 제정신이오?”

“아니, 기사단장. 내가 틀린 말 하였소? 지금 딱 봐도 승산이 없는 것이 보이지 않소. 차라리 항복하고 배상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살길이라 생각하지 않소?”

“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소? 내 이 자를 당장 가만두지 않겠소!”

“그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레토가 항복을 이야기하자 화가 난 볼튼이 검을 뽑으려 하였다. 그러자 칼슨은 손을 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사대장은 진정하도록. 여기서 우리끼리 다툴 시기가 아니라네.”

“영주님, 하지만 저자가….”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아, 아닙니다. 영주님.”

볼튼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항변하였지만, 칼슨의 기세에 금세 수그러들었다.

“그, 그럼 항복하시는 겁니까, 영주님?”

볼튼을 제지하자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줄 아는 레토가 화색이 돌면서 칼슨에게 묻는다. 그러나 당장 돌아오는 답변은 결코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감히 네가 내게 항복을 종용하느냐? 경비대장, 당장 이 자를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게.”

“예에? 여, 영주님 왜 그러십니까?”

영주의 말에 충격을 받아 사색이 되어버린 레토. 너무 놀라 입을 닫지도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뭐 하는가? 어서 끌고 가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 영주님. 경비병, 당장 저자를 끌고 가라!”

“커헉! 여, 영주님!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경비대장의 말에 경비병들은 레토를 끌고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다들 굳은 표정으로 영주의 눈치를 살폈다. 심기가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칼슨. 이윽고 심호흡을 하며 인상을 풀어주었다.

‘아오, 이제 좀 조용해졌네. 저 쓰레기 같은 새끼는 당장 잘라버려야지. 진짜!’

“그럼 항복하는 것 말고 다른 좋은 의견이 없는가?”

“….”

레토가 사라져서 다시 진중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그 누구 하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어찌 아무런 방안이 없어!”

“…송구합니다. 영주님.”

책략가가 없다는 현실이 이렇게나 뼈 아플 줄 몰랐다.

정말 머리 좋은 인재가 눈에 보인다면 당장이라도 영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지금 당장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분통이 터졌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전면적으로 붙는 것은 승산이 없으니 그에 맞춰 전략을 짜도록 하겠다.”

“네, 영주님.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마 영지 내에서 가장 머리가 돌아가는 칼슨이 주도하여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 * *

영지전이 개시된 지 사흘 후.

피요르 남작의 의뢰를 받은 렌달 용병단은 이제 막 드레이크 영지 접경에 이르렀다. 통상적이라면 하루 반나절이면 도달했을 거리였지만 피요르 남작에게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조금 더 끌었다.

“흐음, 이제 곧 드레이크 영지로 들어서는군.”

“네, 형님. 조금 더 빈둥대고 싶었는데 저쪽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니 꼼짝없이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헤헤.”

이번에 참전한 300명의 용병을 이끌고 있던 A급 용병 톨먼.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인상을 가진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말하자 부관인 체이칸이 답하였다. 톨먼이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지만 체이칸 또한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 허나 그 경박한 말투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진중한 맛이 부족한 이였다.

“빈둥대고 싶은 것치고는 상당히 들떠 있구나, 체이칸. 당장이라도 그 도끼를 휘두르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게냐?”

“크크, 형님은 날 참 잘 압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지만 최근엔 몸이 쑤셔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끝나가니 내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크큭!”

“그래, 조금만 참아라. 이제 곧 그 기분을 풀어줄 때가 다가올 테니까.”

“예, 크큭! 알겠습니다, 형님.”

조만간 벌어질 전투에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을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갈 때쯤 눈앞에 웬 병력들이 보였다.

“드디어 나타났군요. 드레이크 놈들.”

“그래, 그런데 생각보다 숫자가 적군. 일부만 와 있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듣기로는 200여 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저기 있는 걸 보니 그 절반도 안 돼 보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다른 곳에 병력을 숨겨놨다는 것인데…….”

단순한 이였다면 병력을 이끌고 그대로 돌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톨먼은 그리 어리석은 이가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단순하였다면 결코 A급 용병이 되지 못했을 터 잠시 생각에 잠기며 신중히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톨먼 형님, 그냥 제가 기마병을 이끌고 덮치면 되지 않겠습니까? 꼴을 보아하니 나머지 병력들은 성을 지키기 위해서 놔둔 거 같습니다. 저 겁쟁이 놈들이 일부 나온 것은 우리들의 진군을 늦추기 위한 계책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상대방보다 아군의 수가 월등하다. 그러니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성안에서 버티는 게 조금 더 승산을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해. 진군을 늦춰봤자 딱히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혹시 설마?’

어떠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만 보니 눈앞에 병력들의 무장이 굉장히 조잡하였다.

“저놈들 정규 병력이 아닌 징집병들이다!”

“네? 왜 굳이 초입부터 징집병을 씁니까?”

톨먼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체이칸. 그도 그럴 것이 징집병의 역할은 화살받이, 칼받이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 병력 없이 저렇게 징집병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 저 앞의 병력들은 그냥 연습용 허수아비랑 다를 바가 없었다.

“이놈들 정말 시간 끌려고 영지민을 사지로 내몬 겁니까?”

“체이칸, 아무래도 드레이크 놈들을 곱게 끝내서는 안 될 것 같다.”

“혀, 형님……?”

평소 근엄했던 톨먼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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