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잔혹한 카리스마
칼슨의 입에서 나온 폭탄 발언.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딱히 참수형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칼슨이 죄인들의 처벌을 언급하였을 때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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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영주 살해죄로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미네르와 올슨에게 어떤 형벌을 내릴 것입니까?
1. 교수형
2. 종신형
3. 참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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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또 이건?’
눈앞에 보인 새로운 창. 보아하니 퀘스트는 아닌 것 같고 클래스 선택과 비슷한 느낌으로 보였다.
‘형벌이라….’
3가지 처벌. 죄 자체가 무거워서인지 어느 하나 가벼운 벌이 없었다. 그나마 종신형만이 죽이지 않는 형이었으니 다른 벌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고 볼 수 있었다.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건가?’
클래스 선택과 같이 이것 또한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칼슨이 그리 생각을 하는 동시에 다시 새로운 창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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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수형
가장 무난한 처형 방식. 원칙대로 처리하였기에 영지의 통치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피요르 남작가의 적대감 증가.
레토의 충성도 하락.
우터의 충성도 하락.
레인의 충성도 증가.
볼튼의 충성도 증가.
루퍼트의 충성도 증가.
피요르 남작의 적대감이 증가하여 피요르 남작가와 모든 교류가 끊어집니다. 재정적으로 큰 손해를 봅니다.
[칭호] 원칙주의자: 원리원칙을 잘 지키는 당신은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킬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능이 낮거나 원칙을 중히 여기지 않는 이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지능이 5 증가합니다.
2. 종신형.
사형 이외의 처벌 중 가장 무거운 형벌. 원칙에 어긋나지만 자비로운 선택에 영지의 통치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피요르 남작가의 적대감 증가.
레토의 충성도 증가.
우터의 충성도 증가.
레인의 충성도 하락.
볼튼의 충성도 하락.
올슨을 남겨두는 것은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습니다. 피요르 남작가에게 인질로서 가치가 없습니다. 오히려 올슨이 살아있다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칭호] 자비로운 호구: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아집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항상 얕잡아 보이며 늘 사기꾼들이 들러붙게 된다.
체력이 5 증가합니다.
3. 참수형
야만적인 처형 방법이나 의외로 당사자에겐 고통의 순간이 짧은 깔끔한 사형집행. 하지만 시각적으로 조금 잔인하기에 가신 및 영지민들이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영지의 통치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피요르 남작가의 적대감 대폭 증가.
레토의 충성도 소폭 증가.
우터의 충성도 소폭 증가.
레인의 충성도 소폭 증가.
볼튼의 충성도 소폭 증가.
루퍼트의 충성도 소폭 증가.
피요르 남작가의 적대치가 최대에 도달. 피요르 남작가는 물론 그와 연관되어 있는 다른 이들과의 모든 교류가 끊어집니다. 재정적으로 매우 큰 손해를 봅니다. 또한 원한을 가진 피요르 남작가가 기회를 봐 치욕을 갚으려고 할 것입니다.
[칭호] 잔혹한 카리스마: 자신의 휘하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며 복종하게 됩니다.
지배력이 3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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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이 증가한다고?’
설명을 본 칼슨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지배력은 영주 클래스가 되면서 생긴 고유 능력치. 보너스 수치로 올리려 하였지만 안 되어 아쉬웠는데 이렇게 올릴 기회가 왔다.
물론 다른 선택은 능력치가 5씩 오르고 지배력은 3밖에 안 오르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만약 오르는 수치가 1뿐이어도 지배력을 해야겠지.’
[‘[칭호]잔혹한 카리스마’를 얻습니다.]
[능력치가 변경되었습니다.]
[지배력이 8이 되었습니다.]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게다가 칭호인 ‘잔혹한 카리스마’가 다른 칭호에 비해 좋아 보였다. 물론 그만큼 재정적으로 피해가 커지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칼슨은 참수형을 말했던 것이었다.
“차, 참수형이라니요? 그건 너무 야만스럽습니다. 영주님.”
“평민도 아닌 귀족에게 참수라니요. 불명예스럽다는 말을 들을 겁니다.”
“….”
극렬하게 반응하는 우터와 레토. 애초에 이들은 교수형조차도 반대하였으니 그보다 더한 참수형이란 말에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수형을 주장하던 레인과 볼튼 또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음, 내 생각과는 달리 부정적으로 보이는 의견이 많군. 행정관, 재무관?”
“네, 영주님.”
“예, 말씀하시지요.”
“그대들은 지금 내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가?”
[‘[칭호]잔혹한 카리스마’가 발현됩니다.]
“…….”
순간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곧 짧은 침묵이 지나며 레토가 말문을 열었다.
“무, 물론 입…, 으읍, 읍!”
“아, 아닙니다. 영주님.”
그런 레토의 입을 막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여는 우터. 그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이 분위기는 뭔가 위험하다. 언제부터 영주가 이런 위압감을 보였단 말인가?’
평소에 둔감한 레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우터는 조금 전 볼튼이 느꼈던 지배력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것도 세 번째 선택으로 인해 한 등급이 올라간 지배력. 거기에 추가로 얻은 새로운 칭호의 효과까지 얹혀서인지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박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저 우터와 레토는 영주님의 결정에 적극 지지합니다.”
“뭅? 웁! 우웁! 웁!(뭐? 그게 무슨 소리야! 우터!).”
‘절대로 토를 달면 안 돼. 그러는 순간 죽는다.’
위기를 감지한 우터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필사적으로 부정하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른 채 레토는 자신의 입을 막은 우터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 * *
영지 회의에서 형이 결정된 뒤 정확히 일주일 후 미네르와 올슨의 처형이 집행되었다. 지하감옥에서 상당히 힘들었던지 둘 다 굉장히 초췌한 모습으로 형장에 나타났는데 재갈을 입에 물린 채 끌려 나왔다. 아무런 말도 못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표정이 매우 일그러져있는 게 마치 악귀와 같았다. 하지만 칼슨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조합장 하던 시절에 숱하게 봐왔었기 때문.
게다가 어차피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 거기에 죽이려고까지 했던 놈들이다. 오히려 이렇게 깔끔하게 보내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형을 집행해라!”
칼슨이 손짓을 하자 그것을 본 경비대장 루퍼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사형집행자가 커다란 도끼로 그들의 목을 차례대로 내리쳤다.
서걱-
떼구르르.
그렇게 죄인들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지며 집행이 마무리되었다. 무언가 억울한 듯 하늘을 쳐다보며 꺼져가는 올슨의 눈빛. 한때 차기 영주 자리를 넘봤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한 죽음이었다.
집행이 마무리되고 영주 서재로 들어온 칼슨. 생각이 깊어져서인지 그의 미간에 주름이 지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뒷배인 피요르 남작가가 어떻게 나오나 하는 건데….’
그렇다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쪽이랑 파국은 확실하고 그들과의 거래나 지원은 이제 사라진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아무래도 자작령인 만큼 규모가 있다 보니 그리 한순간에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동안 비축해 놓은 것도 제법 되고 영토에서 나오는 부산물 또한 적은 편이 아니니까 한동안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허나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결국 망하게 되겠지.’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하였지만 그건 당사자 외의 사람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 그 시작을 자신이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지.’
처형식 때문에 잠시 미뤄뒀지만 그는 나머지 가신들의 정보들을 이미 봐두었다.
[인물정보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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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터 하인츠
나이 : 27세
클래스 : 행정가
힘 A 민첩성 S 지능 B 체력 A 정신력 B 행정 D
드레이크 영지의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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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 베이트
나이 : 34세
클래스 : 상인
힘 D 민첩성 D 지능 C 체력 B 정신력 D 재무 C
드레이크 영지의 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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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참 정말이지 난감하네, 이것들….’
한 놈은 능력치는 정말 좋은데 클래스가 엉망이고 다른 한 녀석은 체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가 완전 쓰레기였다. 특히 행정관 우터의 민첩성은 S. 무려 상위 1%의 재능이다.
‘왜 이런 놈이 왜 행정관을 하냐고….’
그나마 행정 능력이라도 높았으면 괜찮은데 우터의 행정은 D급이다. 오히려 시종장인 레인보다 한참이나 떨어진다는 것은 둘째치고 최하등급이기 때문에 전혀 안 맞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되었다.
‘차라리 레인을 행정관으로 임명하고 이놈을 다른 데로 보내버릴까?’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게 맞아 보인다. 힘이랑 민첩성이 높으니 그쪽에 맞는 일을 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하는 김에 쓰레기 같은 레토는 그냥 잘라버리고.
그가 그렇게 인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주님, 급한 소식이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상당히 다급해 보이는 음성. 그것만으로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급한 소식이라니? 그래, 들어와.”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온 레인의 얼굴을 보니 상당히 급히 왔는지 붉은 홍조에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런가?”
“네, 영주님. 피, 피요르 남작이 우리 영지에 영지전을 신청했습니다.”
“뭐, 영지전?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뜬금없는 소식에 이해가 되지 않는 칼슨. 그의 기억으로 영지전은 왕성에서 허락하지 않는 한 벌어지지 않는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왕국은 1년 내내 전쟁터가 되었을 것이다.
“혹시 왕성에서 허가해주었나?”
“네, 그렇습니다.”
“뭐? 도대체 그 이유가 뭐기에 그걸 허락해줘!”
“그게…. 전 영주의 살해 혐의를 영주님이 누명을 씌운 거라 문제를 제기하였나 봅니다. 거기다 귀족을 너무 잔인하게 처형했다는 것도 언급했고요.”
“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그런 되먹지도 않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아마 이번 처형에 분노한 피요르 남작이 자신의 재력을 총동원해 밀어붙인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씨발!”
이 동네도 예전 자신이 사는 곳이랑 다를 바 없었다. 각종 로비로 공무원들을 구워삶았던 조합장 시절을 생각해보니 절로 이해가 되었다. 그럼 어쩔 수 없다. 영지전이 벌어지는 것은 기정사실. 그렇다면 어찌 되었든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