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언데드 100만-314화 (318/318)

# 314

< 내 언데드 100만 >

제314화 타락 천사 강림

“…….”

검은 구체 안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세트의 모습은 꽤 변해 있었다.

전신에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에는 강철의 날개 두 장이 붙어 있었으며, 양 손에는 검은 장검을 들고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폴른 엔젤 아머 모드(Fallen Angel  Armour Mode).

수많은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들이 융합해서 만들어 낸 폴른 엔젤 아머는 전설의 금속 아다만티움만큼 방어력이 높았다.

거기에 이세트의 양손에는 수정구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장검도 들려 있는 상황.

그뿐만이 아니다.

‘레벨 250.’

안드로말리우스의 수정구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세트를 바라보며 한성은 침음성을 삼켰다.

이곳이 천공섬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높은 레벨은 아니다.

실제로 레벨만 놓고 본다면 이세트가 최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시스의 어두운 부분에서 태어난 여신이었다.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없었다.

당장 보스 몬스터만 해도 같은 레벨 일반 몬스터보다 비교도 안 되게 강하니 말이다.

스팟!

순간 검은 날개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세트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마치 순간 이동처럼 사라졌다가 한성의 바로 눈앞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세트는 장검을 내려쳤다.

까앙!

한성은 재빨리 아크스태프를 들어 올리며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세트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이세트의 쌍검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성을 향해 휘둘러졌다.

까강! 까가강!

‘빠르다.’

아크스태프로 방어하는 한성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세트의 공격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마법을 발동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익스플로전 스매시!”

한성은 왼손으로 아크스태프를 들어 쌍검을 막으면서 오른손으로 근접 전투 스킬을 시전하면서 이세트를 향해 찔러 넣었다.

그러자 이세트는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쌍검을 교차시켰다.

콰아아앙!

교차시킨 쌍검의 검면과 라이트닝 실버 건틀렛 사이에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이세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트레인!”

이세트가 물러나자 주변에 있던 디아나나 크리스티나, 세이란들이 한성의 주변에 섰다.

이세트와 한성의 빠른 공방전을 벌이는 동안 그녀들은 틈을 노리고 있었다.

무턱대고 한성을 도와주려고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검은 갑주를 입은 이세트는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녀의 얼굴은 잘 드러나 보였다.

“나는 이 세계에서 신이야. 그래서 이런 짓도 할 수 있지.”

[경고! 어둠의 여신 이세트가 허가되지 않은 치트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어둠의 여신 이세트가 Lv300 최고 레벨을 달성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배 상승합니다.]

“헐.”

갑작스럽게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한성과 다른 일행들은 경악했다.

250레벨에서 무려 공식상 최고레벨인 300레벨이 된 것도 모자라서 올 스탯이 10배로 뻥튀기 된 게 아닌가?

“헐, 대박.”

“말도 안 돼.”

마나와 카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치트 프로그램이라니…….”

“대체 어떻게…….”

크리스티나와 에키드나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이세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한성 또한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전 짧은 공방전을 벌인 한성은 이세트가 얼마나 강한지 체감하고 있었다.

근접전을 계속 벌였다면 지는 건 한성이었다.

이전 직업인 패왕의 능력을 전승한 덕분에 어느 정도 근접전을 벌일 수 있지만, 현재 한성의 주 직업은 네크로맨서 계열이었으니까.

“그렇게는 안 돼.”

그때 이시스가 앞으로 나섰다.

이시스는 가상현실 세계 티르 나 노이의 보안 프로그램을 로드했다.

그러자 이시스의 앞에 보안 관리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서버통합관리 운영 시스템인 이시스가 불법 치트 프로그램의 사용을 감지하였습니다. 치트 프로그램의 사용을 무효화합니다.]

[어둠의 여신 이세트의 레벨이 Lv250으로 돌아가고, 모든 능력치가 원래 수치로 되돌아갑니다.]

“이시스 언니. 날 방해할 셈이야?”

“나는 이 세계의 질서를 지켜야 하니까. 시스템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불법 프로그램의 사용은 용서할 수 없어.”

이시스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발생하는 버그나 에러, 혹은 방문자들 중 일부가 불법 핵 프로그램을 쓸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시스는 이세트가 사용한 치트 프로그램을 무효화 시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 직접적으로 이세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건 이세트도 마찬가지.

그녀들은 시스템을 통해 프로그램적으로 서로를 공격할 수 없었다.

서로에 대한 방비가 완벽하다시피 되어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제 3자에 의한 직접 공격으로 제압해야 했다.

일단 무력화시켜 놓아야 어떻게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언니가 그렇게 나온다고 내가 포기 할 것 같아?”

치트 프로그램으로 능력치 뻥튀기에 실패한 이세트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즈응. 즈응.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친 이세트의 등 뒤로 또 다시 안드로말리우스의 검은 수정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한성이 입을 열었다.

“대체 그놈의 수정구는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거냐? 수정구로 장사하면 떼 돈 벌겠네.”

“너희 방문자들을 이 세계에서 없앨 정도는 될 걸?”

검은 갑주로 무장한 이세트는 한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중에도 이세트의 주위와 등 뒤로는 수정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키에엑!

크어어어!

이윽고 수정구들은 변이 몬스터들로 변했다.

“또 이 패턴이냐.”

한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세트를 노려봤다.

처음 이세트가 나타나서 수정구들을 소환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

다만 이번에는 이세트가 직접 전투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만 달랐다.

“이 세계에서 사라져라!”

이윽고 이세트는 변이 몬스터들과 함께 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전투는 치열했다.

스카이 레이크에는 크리스티나가 데리고 온 그레이스 오 말리의 여해적들과 디아나가 이끄는 미스릴의 조직원들, 이리야가 이끄는 크리스토 백작가의 사병들이 있었다.

거기다 한성의 언데드 군단도 있었기에 충분히 상대하고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변이 몬스터들은 생각보다 엄청 위협적이었다.

이세트가 수정구들을 끝도 없이 소환하며 변이 몬스터들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물량에서 질 수 없지!’

한성 또한 이세트가 쉬지 않고 계속 몬스터들을 만들어 내자 오기가 발동했다.

다크 메탈 스켈레톤 마스터 솔져들부터 시작해서 스켈레톤 비스트들인 울프, 베어 등등을 소환하고, 스켈레톤 나이트들이나 다크나이트들, 데스나이트들까지 소환한 것이다.

블랙 레이븐 클랜원 놈들과, 몬스터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기 때문에 제물은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세트는 한성을 중심으로 세이란, 디아나, 크리스티나가 상대했다.

그럼에도 이세트는 버텨 냈다.

한성을 비롯한 전원이 동시 공격을 하면 검은 갑주의 일부가 무기로 변해서 막아 내거나 공격까지 해 왔다.

이세트의 검은 갑주는 단순한 방어구가 아니라 무기로도 변형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방에서 밀어붙이며 이세트와 한성 일행은 동수를 이뤘다.

중간중간에 이세트가 게임 시스템에 개입해서 능력치나 장비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조작하려고 했지만 이시스가 방해했다.

이세트가 한성이나 일행들의 아바타 프로그램에 개입해 수치 조작을 하려는 걸 귀신 같이 알아채서 막아 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시스는 혹시나 이세트가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여기서 끝을 볼 생각이었다.

“끈질긴 놈들.”

시간이 흐를수록 이세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져 갔다.

준비해 놓은 수정구들이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수정구로 만든 검은 갑주의 마력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차차차차창!

지금 이 순간에도 사방에서 몰아치듯이 크리스티나의 쌍검과 디아나의 원거리 흑마법 공격, 그리고 세이란의 성검이 호쾌하게 날아들고 있는 상황.

이세트는 검은 갑주의 날개와 각각 한손에 들고 있는 장검으로 그녀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도망도 칠 수 없었다.

공간 이동을 하려고 한다면 이시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어쩔 수 없네.”

한참 공격을 막던 이세트는 검은 갑주에 마력을 집중했다.

우우웅!

그러자 검은 갑주에서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모두 피해!”

한성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페르젠을 시작으로 마인들이 한성에게 삼연성 공격을 하면서 자폭할 때와 같은 기운이 검은 갑주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파밧!

한성의 외침에 그녀들은 바로 반응했다.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둔 것이다.

“이미 늦었어!”

하지만 이세트의 검은 갑주는 수십 개가 넘는 수정구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하나하나가 방문자들의 아바타를 삭제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거기다 수정구는 게임 시스템의 백 도어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이시스도 손을 댈 수 없었다.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죽을 셈이냐!”

이세트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상 수십 개의 수정구들이 한 번에 폭발하는 셈이다.

당연히 폭심지에 있는 이세트가 무사할리 없을 터.

하지만.

“나는 마인들과 달라. 수정구가 폭발하는 정도로 내가 죽을 거라 생각해?”

이세트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물론 이세트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세트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딜 교환이었다.

자폭 공격 한 번에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방문자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젠장!”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검붉게 빛나고 있는 이세트의 검은 갑주는 임계점에 다다라 있었다.

도망칠 시간은 없었다.

마인들에 비해 폭발 범위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라이트닝 드라이브를 발동시켜도 이세트가 자폭하기 전에 폭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거기다 여기서 이세트의 폭발을 막지 못하면 크리스티나를 비롯한 그레이스 오 말리 여해적들과 세이란 일행들의 캐릭터가 삭제될 것이다.

그리고 한성이 뼈 빠지게 5차 직업 죽음의 신 타나토스로 키운 아바타 캐릭터 트레인까지도.

‘그렇다면!’

한성은 전설의 육죽창을 고쳐 잡으며 이세트를 겨눴다.

이제 이세트의 자폭이 발동하기까지 불과 수 초.

번쩍!

한성의 몸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패왕 전승 스킬 라이트닝 드라이브가 발동한 것이다.

그 직후 한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전설의 죽창을 앞세우고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이세트를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성은 이세트이 등 뒤를 잡았다.

“그 갑주를 부숴 주마!”

한성은 그대로 이세트의 등을 향해 죽창을 찔러 넣었다.

0